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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그딴 식으로도 살지 마라 (3)

선원들이 슬금슬금 갑판으로 몰려들었다. 승지한테 한 대 얻어맞은 선장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상해지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은데, 유일하게 알고 있는 녀석이 하필 승지였던 것이다.

심각한 승지의 얼굴을 보며 그들이 숙덕거렸다.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드래곤의 분노를 사다니! 우리 다 죽는 겁니까요?”

“선장 당신이 드래곤의 보증을 받았으니 무조건 안전하다면서요!”

“조용! 일단 안 죽었으니 해결해보면 될 거 아냐!”

이미 밑천 다 털리고 남은 게 없지만 곧 죽어도 선장이라고 그가 대표로 나섰다. 선장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대체 넌 누구냐. 혹시 다른 마왕의 사주를 받고 온 거냐?”

“누구한테 마왕을 갖다 대?”

승지의 목소리가 금세 험악해졌다. 선장이 움찔 물러났다. 그래도 주둥이는 살았다.

“네가 부르그골님과 대화하는 걸 나도 들었다. 도대체 위대한 드래곤께 그런 협박을….”

“야.”

승지의 목소리에 살기가 철철 흘렀다.

“앞으로 용 새끼 앞에 위대한 붙이는 놈들은 다 뒤진다.”

“뭣…….”

“그냥 뒤지는 게 아니라 뒤지기 전까지 인생 괴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내가 진짜 장담해. 왜냐? 하루만 지나면 우린 다 죽거든.”

“…뭐라고요!?”

승지의 말에 선원들이 동요했다.

지금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살아있으니 내일도 살아있으리란 기대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눈앞의 빨간 머리는 단언컨대 내일 다 죽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지금 그들을 살려놓고 있는 사람이 저 놈 같은데, 직접 이 기적은 하루짜리라고 단언하니 설득력이 어마어마했다.

“그,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살고 싶으면 대가리 굴려야지.”

승지가 팔짱을 꼈다.

“이제부터 온갖 잡소리, 개소리, 쓰레기 다 안 가리고 다 받는다. 머리 쥐어짜내서 여기서 살아나갈 방법을 찾는 거다.”

“예에…?”

황당하기까지 한 소리에 선원들의 턱이 툭 떨어졌다. 개중엔 그래도 심지가 독한 놈이 있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친 놈! 갑자기 남의 배에 올라타서 떨어트려 놓고는 살고 싶으면 네놈을 따르라고?”

“누가 날 위해서 일하래? 나도 한다.”

승지가 한 마디 대답하기 무섭게 두 배는 더 커진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이게 다 네놈 때문이잖아!”

“우린 그냥 평범한 상인이었을 뿐인데!”

“책임 져라!”

“난 죽기 싫어!”

선원들이 나름대로 항변을 쏟아냈다. 승지는 찌푸린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개소리하랬다고 진짜 개소리만 하네.”

“뭐얏?!”

“다시 정리해준다. 니들을 떨군 건 용 새끼. 내가 용 새끼를 죽이겠다고 해서 빡돌면 나만 떨구면 되는 거지? 그런데 너희들도 죽인다? 그럼 이게 성격 파탄난 용 탓이지, 내 탓이냐? 내가 용 새끼 짜증난다고 너네 다 죽여도 돼?”

“…….”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묘하게 설득되어버린 선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내가 멋대로 배에 올라타서 휘말렸다 어쩐다는 얘기는 내가 네놈들을 안 버리고 가는 걸로 알아서 퉁쳤다.”

“그게 알아서 퉁쳐지는 거였나.”

누군가 중얼거렸다.

승지의 말을 부정하기엔 선원들 중에 배를 띄우고 유지할 사람이 없으니 맞는 말 같았다.

쳇. 원랜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까놓으니까 입을 다무네.

“남아서 니들 살린다고 감사 인사 받을 생각 없으니까 너네도 그만 징징거려.”

“…하지만…….”

“아, 살 거야 말 거야!”

“살고 싶습니다!”

무슨 물건 떨이하듯 윽박지르는 소리에 선원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원래 그들은 선원이자 상인이다. 경매장에서 꼭 사야하는 매물을 만났을 때처럼 반응하고 말았다. 하긴 목숨은 무조건 사야 되는 물건이긴 하지.

[훌륭한 연설이었어!]

성좌가 짐짓 눈물을 훔치는 이모티콘을 띄우며 박수를 짝짝 쳤다.

무슨 연설까지야.

승지가 손을 휘적거렸다.

“아무튼 모여 봐. 대충 상황을 설명할 테니까.”

선원들은 아까보다 한층 얌전해진 채 모여들었다.

문제는 성좌도 각성자도, 심지어 게임마저 모르는 놈들한테 설명하려니 골이 무지하게 깨졌다는 거다.

“인벤토리라는 게 대체 뭡니까?”

“남은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고요?”

“그냥 밑으로만 옮겨 주십쇼. 일단 왔던 곳으로 착륙하기만 해도 살 수 있을 텐데.”

“불가능하다니까.”

승지가 뒷목을 눌렀다.

“그냥 이 공간 전체를 나라고 생각해. 내가 갈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일 수 있어.”

“후와. 뱃속이 엄청 큰 분이시구만.”

“…걸어서는 못 가겠죠?”

마무자의 별이 가깝다고는 해도 이미 여긴 우주다. 걸어서 내려가기엔 어림도 없는 거리다.

고민하던 승지가 물었다.

“내가 고리로 던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떻겠냐?”

[흐음, 좋은 생각이지만 그럼 이 사람들도 그대로 던전에 남겨지게 될 거야! 어떤 던전이 나올지 모르는데다가 승지가 지키기엔 너무 숫자가 많지 않아?]

“…그렇군.”

지난번에 던전에 민간인이나 다름없는 비전투계열 각성자를 데려갈 수 있었던 건 랭커가 둘에다 보호 스킬과 치료 스킬이 빵빵하게 갖춰졌기 때문이었다.

승지 혼자서 저 얼레벌레 사는 선원들 여덟 명을 데리고 던전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던전도 이세계라면서… 몹이 안 나오는 던전은 정말 안 되는 거냐.”

[던전 클리어가 되어야 몹이 안 나오는 던전이 되는데 그럼 어차피 우린 못 간다는 뜻이잖아.]

“젠장할.”

승지가 대놓고 성좌와 대화하자 선원들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누구랑 대화하시는 겁니까?”

“내 성좌.”

승지가 퉁명스럽게 진실을 얘기했지만 선원들은 슬쩍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거리를 두었다.

자기 별자리랑 얘기한다고?

미친 인간이다. 미친 인간이야.

하긴 위대한 드래곤한테 시비를 건 것부터 제정신은 아니었지.

그래도 저 미친놈에게 자신들의 생사가 달려 있으니 선원들은 열심히 말을 던졌다.

“차라리 무슨 방법을 쓰든 배를 움직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힘으로?”

“여기가 바다도 아니고….”

“배가 아니면 어차피 답도 없지 않습니까. 진짜 걸어서 가라고요?”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승지는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다.

“배에다 짐 얼마나 실어놨냐?”

“…예?”

“짐 다 빼봐.”

선원들이 진심이냐는 얼굴이 되었지만 승지의 눈은 오백 퍼센트 진심인 광기로 빛났다.

“자, 밀어! 밀어!”

“웃샤!”

우주 한복판에서 선원들이 배에서 짐을 빼기 시작했다.

인벤토리 안에서는 중력도 있고, 뭘 밟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바닥도 있었다. 선원들이 엉망으로 대충 쌓여있는 승지의 소지품 옆으로 차곡차곡 나무통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너네 술장사 하냐?”

“아닙니다. 저건 다 물이에요. 마무자의 성수죠.”

선원이 물통을 쿵 내려놓았다.

“마무자의 성수는 정령술사한테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거든요. 귀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먼 별까지 와서 호수 물을 떠가는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행성에 왜 저리 배가 많이 오나 했더니, 돈 벌이였나.

마무자의 성수가 비싸다고 하니 갑자기 자신이 깨트린 마무자의 항아리 생각이 났다. 그걸 안 깨트리고 놔뒀으면 최소 용돈 벌이는 됐다는 거 아냐? 젠장, 아깝게 됐네.

“그럼 매번 용 새끼한테 돈 내고 날아다니는 거야?”

“꼭 위… 아니, 부르그골님이 아니어도 되긴 합니다. 다른 신에게 제물을 바쳐도 되고, 폭주한 마왕이 마구잡이로 다니는 길을 몰래 얻어 타도 되고요. 위험해서 제정신인 사람은 안하지만요.”

“마왕이 폭주해?”

“피우 모르십니까? 저희 선원들한텐 최악의 재난이자 해적 같은 놈이죠.”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지 선원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별과 별 사이를 다니는데 굳이 배를 타는 이유도 피우 마왕 때문입니다. 혹시 마주쳐도 즉사는 면할 수 있으니까요.”

“흐음……. 뭔 소린지.”

“보게 되면 바로 아실 겁니다.”

텅텅텅. 마지막 물통까지 굴려서 내린 선원이 난간을 쳤다.

“다 내렸습니다!”

“닻이고 뭐고 싹 다?”

“싹 다요!”

“좋아, 이제 부수자.”

거기 있던 선원들이 모두 정지했다.

“…잘못 들었습니다?”

“똑바로 들은 거 맞아.”

승지가 눈썹을 까딱였다.

배를 아무리 가볍게 해본들 배를 밀어주는 힘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서 승지는 마왕이나 바다를 대신할 만한 힘이 뭐가 있는지 열심히 고민해보았다.

필살기로 밀어버려? 그 전에 배가 박살나지.

진짜 사람들 데리고 배를 끌어? 시간이 하루 밖에 없으니 무언가 가속할 게 없으면 힘들다.

사람이 뛸 때 어떻게 가속이 되냐.

그러다 머리가 번쩍 했다.

가속.

즉.

“배 밑에 내리막길을 만들 거야.”

승지가 손을 비스듬히 꺾어보였다.

인벤토리를 키울 수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 변형이 가능하다는 거다.

“배에 올라탄 상태로 내리막길이 생기면 저 마무자의 별까지 쭉 미끄러져 내려가겠지.”

“호오…!”

“그럼 부수라는 것도…?!”

“물통이구나!”

물이 없어도 바닥을 다시 평평하게 만들었다가 내리막길을 만드는 방식으로 내려갈 순 있겠지만, 그럼 시간이 더 걸렸다.

물빨 받고 쫙쫙 빨리 내려가야지!

성좌도 힘차게 동의했다.

[좋은 방법이야 승지야! 대단해! 확실히 그 수밖에 없겠어! 지금 바로 만들까?]

“기다려. 물통을 부수는 건 내가 한다. 너흰 일단 나머지 짐들을 배 앞쪽에다가 다시 실어. 내려갈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승지의 말에 설득된 선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빨리빨리!”

할 일을 찾은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선장만이 울적하게 물통을 한 번 쳐다보았다.

“저걸 다 부수면 우린 돌아가서 뭘 먹고 살란 말이냐….”

“엉? 내려가면 다시 호수 있을 거 아냐. 손으로라도 떠서 가시던가?”

양심 없는 놈. 살려놓으려고 하니 보따리까지 달라고 하네?

승지가 선장의 궁둥짝을 걷어찼다.

“먹고 살 걱정을 하고 싶으면 당장 살아날 걱정부터 해라. 너 왜 아까부터 아무것도 안 해? 빨랑 날라!”

“어이쿠 이놈이 사람을 치네!”

“선장님! 그만 하고 좀 도와요!”

“물통이야 내려가서 사면 그만 아니요!”

선장이 훌쩍이며 제일 가벼운 밧줄을 집어 들고 날랐다. 역시 윗대가리들은 다 버릇이 없다.

“다 옮겼지?”

“예!”

선원들이 다닥다닥 배 앞창에 달라붙었다. 좋아 다 탔군.

승지가 물통 하나를 잡아들고는 가지런히 쌓아놓은 물통 더미를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콰자자자작!

[스트~라이크!]

단 한 방에 물통이 다 터져나갔다.

“…푸우.”

통 깨는 것만 생각하고 본인 젖을 걸 생각 못한 승지가 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너무 힘을 실었나. 엄청 튀네.

[꺅! (•⚗৺⚗•) 섹시 승지!]

“시끄러. 양은 충분하냐?”

한결같은 성좌의 어그로를 무시하며 승지가 바닥에 졸졸 흐르는 물을 발로 참방여보았다.

[많진 않지만 바닥을 좁게 하면 될 거 같아!]

“알았다.”

[그럼 시작할게!]

승지도 훌쩍 뛰어올라 배에 탔다. 성좌는 바로 인벤토리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끼익. 끼이익.

흔들리던 배가 곧 촉촉해진 바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울어진다!”

“내려가요!”

흔들리던 배는 곧 성좌가 변형시킨 내리막길을 따라 쭉 미끄러졌다.

성좌는 열심히 앞길을 트고 뒷길을 없애는 식으로 한정된 공간을 마구 활용해댔다.

좋아, 문제없겠어.

승지가 순조롭게 내려가는 배에 만족했다.

새삼 신기하네. 인벤토리가 우주랑 별개로 존재하면서 내가 가는 대로 다시 이동하다니.

…근데 그럼 나 말고 인벤토리가 보이는 놈이 우릴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촤아앗!

승지의 의문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물줄기가 강제로 해결해주었다.

“응?”

“으응?”

몸부림치는 용이 갑자기 나타난 듯 크고 거대한 물줄기가 그들이 가려는 경로 앞에 끼어들었다.

“저건 뭐냐?”

“마, 마왕이다!”

“피우가 나타났다!”

선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자 살면서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피우는 까만 머리를 휘날리는 파란 피부의 인간이었다. 어디까지나 겉으로 봤을 때만.

“미친, 크기가!”

[맙소사! 웬만한 별만 하잖아!]

그들이 탄 배가 피우의 눈동자조차 채울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얗게 눈을 뒤집은 마왕은 귀신처럼 입을 벌리고 우주를 질주했다.

저거 완전 물귀신이잖아!

고스란히 드러난 상체와 달리 마왕의 하체는 웬만한 은하수를 뺨칠 만큼 엄청난 양의 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한 줄기, 또 한 줄기. 셀 수조차 없다.

안 돼! 휘말린다!

승지가 급히 배를 박찼지만 그보다 먼저 마왕을 따라온 물줄기가 배를 감싼 옆면을 덮치며 휩쓸었다.

콰과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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