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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습격 (2)

[ 서브 미션 발생! ]

[ 서브 미션 : 센터를 지켜라!

알러트 일당이 센터를 습격했다! 그들을 막아내고 혼쭐을 내주자!

침입자 : 25/31명

보상 : 스킬 ‘무대 매너’ ]

성좌가 기뻐하며 미션을 줘서 그런지 성좌 연결도도 함께 올라갔다.

단순해서 좋긴 하다만. 저건 또 무슨 스킬이냐.

머리로는 생각에 빠졌지만, 몸은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타앗!

[ 2콤보! ]

승지의 무릎에 찍힌 녀석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상대가 일반인이 되자 마치 격투게임이 현실로 변한 것처럼 공격에 거침이 없었다.

짧게 팔꿈치를 붙이고 왼손 오른손 어퍼컷을 차례로 날릴 때마다 몸통박치기처럼 사람이 훅 훅 밀려났다.

“맙소사…….”

오조희는 넋을 놓고 승지가 날아다니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마치 길거리 싸움판처럼 상대가 아무리 몰려와도 끄떡없다는 태도였다.

알러트 일당은 막상 승지를 둘러싸놓고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뭐냐고 대체!”

“각성자면 우릴 못 건드는 게 정상이잖아!”

“서, 성좌신은 뭘 하는 거야? 저거 페널티 줘야지!”

심지어 압도적인 능력으로 제압하는 게 아니라 진짜 두드려 패는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난 것이다.

각성자가 있는 곳은 개도 피해간다는데, 비각성자가 쉽게 나설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이 주춤한 틈을 타 승지는 거침없이 주먹을 갈겼다.

[ 8콤보! ]

빠악!

“크윽, 저 새끼 코뼈까지 부러졌어.”

“젠장!”

피가 쫙 튀기는 곳을 살짝 비틀어 피한 승지가 가볍게 목을 때렸다.

던전에서 수련했을 때 실전 연습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이런 약골들 상대로는 생각할 것도 없네.

오히려 너무 쉬워서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지켜보던 오조희도 이렇게 간단히 쓰러트릴 줄은 몰라 당황할 정도였다.

“윽….”

다만 승지에게서 건네받은 페널티는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처음엔 그저 감기 몸살이 든 것처럼 두통이 오고 어지럽더니, 승지가 쓰러트린 인원이 많아질수록 고통이 심해졌다.

오조희는 자신을 대신해 싸우는 승지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그러나 승지가 파이프를 들고 달려드는 놈을 쓰러트렸을 때는 한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정말로 기절하기 전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오조희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바깥은 승지에게 맡겨둬도 충분하니까.

그때 승지의 성좌도 오조희 쪽을 주시했다.

다만 오조희를 따라 쫓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사라진 걸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9콤보! ]

[ 10콤보! ]

승지가 차례차례 알러트 일당을 쓰러트리는 동안 성좌는 이미 쓰러진 인간들 쪽을 노렸다.

호되게 얻어맞고 뒹구는 사람들 옆에 살짝 까만 통로를 열었던 것이다.

딱 한 명만 걸려라.

많이도 필요 없었다.

성좌는 한쪽으로 계속 승지를 응원하면서도 미끼를 던져놓은 낚시꾼처럼 기다렸다.

과연 입질이 왔다.

“으윽….”

“이건 뭐야?”

일어나려고 애 쓰던 인간 중 하나가 무심코 바닥을 짚었다. 그러나 그곳은 바닥이 아니라 성좌가 미리 열어둔 틈이었다.

“어?”

그가 큰 소리를 내기도 전에 성좌는 서둘러 그를 빨아들였다.

난전중이라 이미 쓰러져있던 인간을 주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미 모든 인간의 시선 처리를 확인한 성좌는 거리낌 없이 입구를 막아버렸다.

[휴우.]

속이 거북해지긴 했지만, 무사히 들키지 않았다.

성좌는 승지 몰래 해냈다는데 만족한 나머지 센터 쪽을 더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 * *

센터로 들어간 오조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상하게 센터 안이 조용했다.

아무리 다른 알러트 일당을 피해 숨어있다고 한들 센터 회원들은 얌전히 통제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겁에 질린 신음소리나 부스럭거리는 움직임이라도 나야 하는데. 이건 마치….

“아무도 없어요?”

오조희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진 순간,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자가 그를 덮쳤다.

“으읍?!”

오조희의 눈이 커졌다. 아까 제일 먼저 쓰러트린 말라깽이 알러트 일당이었던 것이다.

분신이 하나가 아니었나?

“큭큭, 얌전히 있어.”

세 번째 분신이 중얼거렸지만 오조희는 곧바로 팔꿈치로 그의 사타구니를 내리찍었다.

“끄윽!”

눈물 빠지는 고통에 그의 손아귀가 느슨해졌다. 당장 빠져나온 오조희가 거꾸로 분신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한 거야!”

“크윽… 이게!”

분신은 버둥거리며 오조희와 몸싸움을 했다. 아무래도 분신 스킬을 빼면 스탯은 그와 비슷비슷했던 모양이다.

멱살을 잡으니 분이 치밀어 오른 오조희가 분노를 쏟아냈다.

“제발 우리 센터 사람들 좀 그만 건드려! 대체 무슨 나쁜 짓에 쓰려고 자꾸만 데려가는 거야!”

“뭘 잘못 알고 있나본데!”

분신이 진심으로 아등바등 오조희의 손목을 한팔로 붙잡았다.

“우리가 노린 건 바로 너다!”

인벤토리에서 몽둥이를 꺼낸 분신이 오조희의 뒤통수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몽둥이가 닿기도 전에 한발 먼저 오조희의 눈이 뒤집어지더니 털썩 쓰러졌다.

승지의 페널티가 한계를 넘어 기절해버린 것이다.

“으잉?”

헛손질을 한 분신이 멈칫했다.

바깥의 상황을 볼 수 없던 그는 오조희가 쓰러진 게 바깥에 데려온 일당들이 다 당해버렸다는 뜻이라는 걸 몰랐다.

그저 빨리 튈 줄만 알았지.

“어, 어쨌든 목표 달성이다!”

서둘러 오조희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분신이 센터 뒤쪽으로 도망쳤다.

* * *

[ 13콤보! ]

깔끔하게 돌려차기로 마지막 잔당을 날려버린 승지가 발을 내렸다.

잘 잡다가 막판에 놈들이 도망치려고 하는 바람에 콤보가 몇 번 끊겼다.

게다가 늘씬하게 두들겨 맞은 비각성자 폭력배들은 병원에 안 가도 전치 몇 주는 나올 것이다.

페널티가 꽤 세겠는데?

승지가 오조희를 찾아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내 말대로 피신했나.

오조희 대신 성좌가 폭죽을 터트렸다.

[꺄아 축하해 승지야! 역시!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미션을 성공했구나!]

[ 서브 미션 완료! ]

띠링 거리며 뜨는 상태 창을 승지가 대충 넘겼다.

“싹 다 치운 거 맞아?”

[응! 그러니까 미션이 완료 됐지!]

“끄으으….”

먹다 뱉은 뼈다귀처럼 굴러다니는 알러트 일당은 꼼짝도 못하고 신음했다.

[ 알러트 일당을 모두 저지했습니다!

침입자 : 0/30명

보상을 받습니다!

무대 매너 : 공연을 관람할 때는 조용히, 얌전히!

상대에게 상태이상 ‘침묵’과 ‘마비’를 겁니다. ]

스킬 설명을 보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쭉 빠졌다. 진작 이 스킬이 있었으면 굳이 페널티를 감수하며 싸울 필요도 없었으니까.

“이런 게 있으면 빨리 줘야 할 거 아냐?!”

[히잉 어쩔 수 없어! 미션을 하지 않으면 보상을 줄 수 없는 걸!]

타이밍이 좀 아깝긴 하지만 보상은 준수했다.

손을 내저어 상태 창을 끈 승지가 바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각성자는 경찰 관할 밖이더라도 비각성자 양아치는 구금하겠지.

“여기 코스모스 센턴데 폭력배들이 난동을 피워놨네요. 대충 서른 명 정도니까 경찰차 좀 많이 보내주십쇼.”

“예? 뭐, 뭐라구요?”

바로 소란스러워지는 경찰의 질문을 다 받아주며 승지가 센터로 들어갔다.

그런데 센터 안은 조용하다 못해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뚝, 승지가 통화를 끊었다.

“왜 아무도 없어?”

[어라? 그러게?]

영문을 모르는 성좌의 상태창도 어리둥절하게 돌아다녔다.

“뭔가 느낌이 구리다.”

이렇게까지 잘 숨는 놈들이었으면 애초에 알러트가 쳐들어왔을 때 쩔쩔 맬 이유가 없다!

뒷목이 서늘해진 승지가 다시 센터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바깥에선 벌써 빨갛고 파란 불이 번쩍이고 있었다.

위웅. 위웅. 위웅.

[헉 저건 또 뭐야?]

“경찰이야.”

승지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이 자식들 왜 빨리 와? 방금 신고했는데 이렇게 유능한 조직이었냐?

사이렌 소리를 듣고 놀란 건 승지뿐만이 아니었다.

“젠장! 경찰이라니…!”

“튀, 튀어!”

“시끄러. 매너나 지켜라!”

승지가 막 도망치려는 알러트 일당에게 싹 다 무대 매너를 걸었다. 동그래진 눈으로 털썩 쓰러진 놈들이 얌전히 마비되어 매너를 지켰다.

경찰이 잡아갈 건 이쪽 놈들이고.

승지는 두리번거리며 알러트 일당을 건너뛰었다.

성좌는 혹시라도 승지가 숫자를 세는 걸까봐 조마조마 했으나 그의 목적은 제일 처음 습격한 말라깽이 각성자였다.

“이 놈만 집어가자.”

[으응!]

여전히 기절해있는 각성자의 허리를 대충 잡아 올린 승지가 우선 자리를 벗어났다.

자신이야 물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지만.

그래도 저놈들을 왜 두들겨 패놨는지 경찰한테 설명할 생각을 하니 골치가 아팠던 것이다.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

옆구리에 말라깽이를 낀 승지가 담장을 넘었다.

* * *

“푸우웁!!”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말라깽이가 버둥거렸다.

승지가 그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던 것이다.

“깼냐?”

“감히 어떤 새끼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던 말라깽이가 코앞에서 눈을 번득이는 승지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아직도 승지의 빨간 머리만 보면 얻어맞았던 인중이 욱신거릴 정도였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공손해진 말라깽이가 존댓말을 썼다.

“……선생님이 왜 아직도 여기에….”

“난 선생 아니야.”

승지가 덤덤하게 정정했다. 잔뜩 쫀 말라깽이가 조심스럽게 눈을 굴렸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센터에서 한참 벗어난 공원이었다.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마신 승지는 거기에다 말라깽이를 묶어두었던 것이다.

상황파악을 하느라 눈알을 굴리는 말라깽이를 벤치에 앉아서 내려다보던 승지가 물었다.

“센터 사람들 어디로 빼돌렸냐?”

“무, 무슨 말씀이신지.”

“구라치다 걸리면 뒷 대사 들어봤지?”

승지가 인벤에서 슬쩍 검을 꺼내 보였다. 번뜩이는 칼날을 본 말라깽이가 자기도 모르게 손모가지를 숨겼다.

“수작부릴 생각 말고 불어라.”

“…그, 서, 선생님. 그분들은 이미 조직으로 넘어간 상태여서요.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예, 그런 상황이거든요.”

말라깽이는 엄청 공손하게 얘기했다.

“네가 뭘 어떻게 못해? 니들 일당이잖아, 알러트 새끼야.”

“그게! 저도 하찮은 말단이라서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시끄럽고. 어디로 갔냐고.”

“마, 말하면 저도 위험해지는데….”

짜증이 확 난 승지의 칼이 아까보다 아래로 내려왔다. 힉 하는 소리를 낸 말라깽이가 급하게 덧붙였다.

“지, 지금쯤이면 센터 사람들을 잡은 제 분신이 조직과 접촉했을 겁니다!”

“뭐야, 분신으로 잡아간 거였냐?”

승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분신보고 돌아오라고 해.”

“그건 불가능합니다요.”

승지는 이게 또 반항인가 싶어 검을 더 내렸지만, 말라깽이는 펄쩍 뛰며 저항했다.

“지, 진짜로 불가능해서 그러는 겁니다! 전 지금 비각성자나 마찬가지라고요!”

“그게 뭔 소리야?”

“사람들을 납치하려고 제 분신 쪽에다가 성좌랑 인벤토리를 옮겨놨거든요. 그쪽에서 임무를 완료하지 않는 이상 전 지금 아무 힘도 못 씁니다.”

“뭐?”

[세상에…… 스킬을 그런 식으로 쓸 수도 있었다니……. 확실히 분신도 따지고 보면 각성자니까 계약상 그럴 수도 있겠다……!]

성좌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상태창에 무수한 마침표를 찍었다.

골치 아프게 됐네.

아무래도 알러트 본진까지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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