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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도 각성자라니 (2)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 본 적 있나?

난 있다.

지금. 그것도 발가락 하나만 딛고.

“이, 이게 뭐야!”

끼이익.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높은 돛대 위에 선 승지가 다급하게 팔을 휘저었다.

거대하고 낡은 배가 끼익거리며 파도에 흔들렸다. 그 때마다 덩달아 돛대까지 위태롭게 움직였다.

“끄악! 떨어진다, 떨어져!”

[가만히 좀 있어!]

“여기서 어떻게 가만히 있냐고!”

간신히 버티고 선 발가락에 힘을 주느라 종아리에 핏대가 설 지경이다.

[진정하고 잘 봐봐! 떨어지려면 진작 떨어졌지!]

그 말에 간신히 호흡을 삼킬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승지는 허우적거리는 걸 멈춘 채 기다렸다.

신기하게도 매섭게 부는 바람에 아무리 몸이 흔들려도 발끝으로 선 자세가 미끄러지지 않고 유지가 되었다.

[어때? 이게 바로 내 성좌 스킬 광대의 균형이야!]

“미친, 말로 설명해도 되잖아!”

아직도 등골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튜토리얼인데 뭘 그래? 자자, 내려가자. 다른 스킬도 써봐야지.]

“…여길 내려가라고?”

휘이잉. 바람이 불 때마다 목재 사이로 불길하게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날 죽일 셈이냐?”

[걱정 마! 여긴 내가 만들어낸 공간이니까. 아무리 위험해도 죽을 일은 없어.]

열심히 안심시키는 상태창과 밑을 번갈아 내려다본 승지가 심호흡을 했다.

“후우.”

승지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렸다.

여기저기 터지고 갈라진 돛대의 옆면은 의외로 안정적으로 발에 밟혔다.

눈으로 보이는 위화감만 빼면 계단을 내려가는 것처럼 편안할 정도였다.

삐걱. 삐걱.

꼭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지상까지 두 손 두 발로 내려오는 기분이다. 몸이 후들거렸다.

그러나 발은 벌써 스킬에 적응했는지 의외로 수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신기한걸.

로프도 없이 공중 액션을 찍는 기분이다.

정말 이게 스킬의 힘이라 이거지.

대담해진 승지가 시힘 삼아 돛대에서 손을 떼 보았다.

[꺄아악! 뭐하는 거야!]

균형은 완벽했는데 성좌가 비명을 질렀다. 승지는 당황했다.

“뭐, 뭐야? 절대로 안 떨어진다면서?”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손을 떼서 놀랐잖아! 일부러 떨어지려는 줄 알았어!]

어이가 없어진 승지가 되물었다.

“내가 뭐하러 자살을 하겠냐? 게다가 네가 준 스킬이잖아, 뭘 놀래?”

[너무 겁이 없어서 그렇지! 방금 각성한 사람들은 분명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구?]

“지금 적응 하는 중이잖아.”

[하, 하지만 뭔가 들은 거랑 반응이 달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힘이라 몸은 움직여도 머리가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어!]

승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조건도 없이 주어진 스킬이었지만 자신에게는 원래부터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몸이 안 따라줬을 뿐, 격투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는 일을 평생 해왔으니까.

승지가 장난삼아 한쪽 다리를 바깥으로 내밀자 성좌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그만둬!]

“무슨 성좌가 그렇게 겁이 많아?”

[겁이 아니라 널 걱정하는 거야!]

걱정은 무슨. 그런 놈이 돛대로 보내 버리냐?

승지는 그대로 갑판까지 내려갔다. 내려와서 보니 배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삐걱. 삐걱.

난간이며 바닥이며 모두 썩어서 당장 가라앉아야 할 것처럼 생겼다.

“배는 또 왜 이렇게 쓰레기야?”

[해적한테 약탈당하고 버려져서 그래.]

“하필 장소를 골라도….”

[뭐? 여긴 내 취향이 아니야! 성좌들이 구현할 수 있는 세계는 자기가 직접 겪어본 것만 되는 거라 그래.]

“아아, 너도 일단 인간이었지.”

계속 조그만 네모 창으로만 나타나서 원래는 성좌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꾸 까먹는다.

그들이 현실세계에서 성좌처럼 행세할 수 있는 건 다 이세계의 신이 준 능력인데 말이다.

[…대체 신께선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세계를 부탁하신 거야.]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허약한 현대인은 이세계를 구하고 싶지 않다고. 거기서 꿀을 빨고 싶지.

[아무튼 좋아. 다음 스킬도 잘 할 수 있는지 보자!]

두두두두.

갑자기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야, 야. 잠깐만. 갑자기 나한테 싸움 시킬 건 아니지?”

[응, 걱정 마. 나도 그렇게 가혹한 성좌는 아니니까.]

물론 가혹하지 않다고만 했지, 굴리지 않는다고는 안했다.

쥐 떼가 갑판을 새까맣게 메우며 올라왔다.

“이런 미친!”

기겁한 승지가 난간까지 후다닥 물러났다. 그러나 바다 위라 더 갈 데도 없었다.

징그러워!

바글바글한 쥐의 머리 위에는 짤막하게 이름이 떠있었다.

[ 튜토리얼용 시궁쥐 ]

[ 튜토리얼용 시궁쥐 ]

...

하도 많아서 이름이 다 겹쳐 보일 지경이었다.

튜토리얼이라길래 어느 정도 괴물 같은 괴물이 나올 줄 알았더니, 이건 너무 리얼하잖아!

[자, 손 풀기로 때려잡아볼까?]

“잠깐만. 무기는?”

[스킬 있잖아.]

“딱 봐도 천 마리는 넘어 보이는데?”

[일단 잡아보면 알게 될 거야!]

성좌는 뭐가 즐거운지 하는 말마다 느낌표였다.

“내가 살다 살다 별 걸 다…!”

승지가 냅다 쥐를 걷어찼다.

찍!

날아간 쥐는 체력이 하얗게 변하며 사라졌다.

[ 1콤보! ]

귓가에 우렁차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상태 창도 함께 떴다.

전투 중에 혹시라도 콤보 수를 놓치지 않도록 시각과 청각 모두 자극해주는 모양이다.

“이걸 99번이나 하란 말이지.”

그냥 노가다였다.

속으로 혀를 찬 승지가 바닥에 득시글득시글 깔린 쥐를 걷어찼다.

뻑!

[ 1콤보! ]

“엥?”

숫자가 이상하다.

“뭐야. 2콤보가 떠야지 왜 아직도 1콤보야?”

[중간에 공격을 안 하고 쉬었잖아!]

상태창이 싱글거리며 나타났다.

[네가 잘하는 걸 떠올려봐! 완벽한 콤보는 네 운명에서 가져온 스킬이라구!]

내가 잘하는 거?

밥 먹고 격투 게임만 했다.

승지의 등골이 싸해졌다.

“설마 나도 격투 게임 캐릭터처럼 타이밍을 맞춰가면서 때려야 된다고?”

[정답!]

“장난해?”

절대 쉬지 말고 99콤보를 채워야만 성공하는 스킬이라니?

이런 개 노답 스킬을 봤나.

“야, 튜토리얼 중단. 나 나갈래.”

[스킬을 제대로 쓸 때까지는 튜토리얼에서 나갈 수 없어~.]

성좌가 약 올리듯 상태 창을 띄웠다.

이 새끼, 이걸 알고서 일부러?

어쩐지 시작부터 막무가내더니.

아무리 격투 게임을 잘해도 갑자기 아따따뚜겐을 외치며 쥐 떼를 쓸어버릴 수가 없단 말이다.

[걱정 마~. 튜토리얼 중에는 배가 고프거나 졸리진 않을 테니까!]

“지금 그게 문제냐?”

[힘내~!]

가증스러운 물결 표시를 보자 쥐 떼가 아니라 상태창을 쥐어 패고 싶었다.

빡치지만 일단 이딴 곳에서 나가는 게 급선무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승지가 쥐 떼를 향해 달려들었다.

찌직!

사방에 깔린 게 쥐니 공격을 이어나가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 3콤보! ]

[ 4콤보! ]

...

[ 17콤보! ]

주먹으로 내리찧고 걷어차는 짓을 50번쯤 했을까. 몸에서 슬슬 이상한 힘이 샘솟기 시작했다.

뭐지?

주먹을 한 번 내뻗어보았다.

[ 64콤보! ]

[ 65콤보! ]

[ 66콤보! ]

그러자 연달아 콤보가 터졌다.

동시에 세 마리가 죽는다고?

제대로 닿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승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어영부영할 틈이 없었다. 자칫하다 콤보가 끊기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할 만 하겠어.

어느새 주변에 있던 쥐 떼가 바닥이 보일 정도로 제거되어 있었다.

이제 다음 공격을 하려면 뛰어가서 때려야 할 정도로.

“헉…! 허억…!”

승지의 숨이 가빠졌다.

큰일이다.

점점 다음 공격이 늦어지고 있었다.

쥐가 수천마리 있을 때는 자신을 피해 도망가 봤자 아무거나 쉽게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숫자가 줄어든 만큼 생긴 공간이 문제였다.

잽싸게 도망가는 쥐들을 계속 쫓아가 때리려니 급속도로 힘들어졌던 것이다. 원래 게이머의 체력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니까.

“헉… 야, 성좌! 각성자가 됐는데, 헥… 능력 보정 같은 거 없어?”

[튜토리얼을 끝내면 보상으로 줄게!]

띠링!

질문에 대답하느라 갑자기 뜬 대화창이 시야를 가렸다.

그 바람에 승지는 운 없이 지나가던 쥐 한 마리를 밟고 말았다.

“억!”

쿠직.

미끄러지는 느낌과 함께 몸이 뒤로 넘어갔다.

[ 78콤보! ]

쿵.

귓가에 쩌렁하고 울린 소리를 마지막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침묵이 땀에 젖은 머리로도 똑똑히 들렸다.

망했다.

관자놀이에 핏대가 솟았다.

“너 이 자식!”

[헉, 미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성좌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코앞에다가 상태창을 띄워댔다.

승지가 이를 빠득 갈며 바닥을 짚었다.

성좌는 그것도 모르고 사과랍시고 열 뻗치는데 기름을 부어댔다.

[진짜 미안! 그치만 승지 너라면 충분히 다시 할 수 있지? 믿고 있다구!]

“…지금이 응원할 때냐?

차라리 횟수만 채우게 했으면 쉬웠을 텐데.

성공하기 직전에 끊겨버리니까 더 아쉽고 짜증이 났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스킬이 이계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

“이건 또 뭐야?”

[아앗. 그건 내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거라서…….]

성님의 말을 미처 다 읽기도 전에 시스템의 말이 이어졌다.

[ 완벽한 콤보의 페널티로 당신이 사용한 만큼의 능력을 빼앗습니다! ]

“윽?!”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단순히 체력이 없어서 지친 게 아니었다.

갑자기 몸에서 근육이 사라진 느낌.

승지는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었다.

“모, 몸이 왜 이래?”

[각성자가 됐다고 우리의 힘을 마음대로 쓸 순 없거든. 페널티가 약할 때 미리 체험해본다고 생각해줘.]

성님은 미안한 듯 오랫동안 대화창을 띄워놓았다.

그럼 뭐하냐고.

진짜 문제가 사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힘을 잃어버린 자신을 향해 무수한 쥐 떼들이 앞니를 드러냈다.

“이런, 개…!”

승지의 말이 뚝 끊겼다. 찍찍거리는 쥐 떼들이 몰려와 얼굴까지 덮었던 것이다.

다 죽여 버리겠어.

페널티를 받는 동안 승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직 그 문장 하나였다.

얼굴을 누르는 쥐의 발가락과 까칠한 쥐 털의 감촉까지 생생했다.

그리고 냄새가.

진짜 냄새가 끔찍했다.

승지가 속으로 구역질을 해댔다.

콤보 99번이 아니라 999번이라고 해도 다 해줄 테니까 꺼져!

꿈틀.

다행히 튜토리얼 중이라 그런지 페널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서서히 몸에 힘이 돌아오는 걸 느끼자마자 승지의 눈빛이 변했다.

어차피 내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

갑자기 체력을 늘릴 수도 없으니 전략적으로 움직이면 돼.

승지가 주먹을 쥐었다.

[다행이다! 이제 페널티가 끝났어!]

성좌의 말을 씹은 승지의 양손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날렵하게 쥐 한 마리를 움켜쥐었다.

찌이익!

잡기만 했을 뿐 힘을 가한 건 아니라 콤보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원했던 대로다.

손 안에서 꿈틀거리는 쥐를 한 손으로 쥔 승지가 나머지 손으로도 쥐 한 마리를 더 붙잡았다.

[으응? 뭘 하려는 거야?]

“…….”

동동 떠다니는 대화 창을 계속 무시한 채 승지는 쥐의 꼬리를 묶었다.

찍찍거리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그는 냉정했다.

두 마리를 묶은 승지가 덥석 다음 쥐를 붙잡았다. 그리고 또 꼬리를 묶었다.

[설마…!]

그 설마다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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