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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기다린 자 (1)

승지가 두 사람을 데리고 여행한 지 나흘 째.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드디어 뚜렷한 건물이 나타났다.

“저기 신전이 보여요!”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가 밝은 얼굴로 뛰어갔다.

지붕이 없고 기둥이 기울어진 신전은 비스듬한 회색빛이었다.

승지는 웃자란 풀을 헤치며 그들을 뒤따랐다. 먼저 갔던 두 사람은 바로 신전으로 들어갈 줄 알았더니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왜 안 들어가?”

“아아, 마무자님의 신전이 아니었어요.”

땋은 머리가 눈에 띄게 풀이 죽었다. 곱슬머리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대신 성좌의 대화창이 팟하고 뛰어올랐다.

[여긴… 다나우의 신전이야!]

“뭣, 신전도 있었어?”

깜짝 놀란 승지가 되물었다.

다나우를 마왕으로 만들려다가 말았다길래 적당히 잘나가는 인간인 줄 알았지. 신전까지 있을 정도라니.

[그랬나봐! 저기 적힌 이름은 분명히 다나우인걸! 이런 곳에 신전이 있을 줄이야! 어떻게 된 걸까?]

[들어가 보자! 응?]

성좌도 많이 놀랐는지 우왕좌왕했다. 승지는 입술을 내민 채 돌아가려는 두 사람을 붙잡았다.

“기왕 온 거 구경 좀 하고 가자. 지금까지 아무 것도 없었잖아.”

“어머 그러실래요?”

“좋아요!”

땋은 머리가 해맑게 웃었다. 곱슬머리와 꺄륵거리며 들어간 두 사람을 따라 승지가 신전에 발을 들였다.

먼지가 쌓인 신전은 곳곳에 부서진 천장에서 내려온 햇빛으로 밝았다. 화려한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글라세로의 던전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흔적이 벽 곳곳에 남아있었다.

[…….]

성좌는 정신없이 읽어댔다.

성좌신의 가호 버프로 이세계어는 자동 번역이 됐지만, 신전에 새겨진 고어는 저절로 해석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세계인들조차 잊어버린 언어기 때문일 것이다.

승지는 성좌를 내버려두고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에게 다가갔다.

“볼 것 좀 있냐?”

“음… 아니요.”

땋은 머리가 순하게 웃었다.

“이미 한 번 망했던 곳이라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그나마 건물이라도 남아있는 걸 보니 살아있었을 때 따르는 자가 많았나 봅니다.”

땋은 머리가 돌가루가 날리는 기둥을 한 번 쓸어보았다.

어쨌든 성좌가 살아있었을 때 좋아했던 인간이라 이거지.

승지는 부서진 벽에 걸터앉았다.

“근데 너희는 드래곤 믿는다면서 마무자는 왜 만나러 가냐?”

“위대한 드래곤을 뵈러 가는데 정결치 못한 몸으로 갈 수가 없어서요! 마무자의 신전에서 정화만 끝내면 바로 뵈러갈 거랍니다!”

“흐음.”

잠시 후 모든 글을 해석한 성좌가 대화창을 반짝이며 돌아왔다.

[알았어. 알겠어!]

[너도 성좌가 됐구나! 어딘가에서 나를 만나길 기다리고 있는 거야!]

“찾았냐?”

[응! 나를 위해 신전에 글을 남겨뒀어! 다나우도 성좌가 됐으니까 승지의 세계로 돌아가면 찾을 수 있어!]

“잘됐네.”

간만에 기뻐하는 성좌를 보니 승지의 마음도 흐뭇했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하던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승, 승지님! 바깥에 그 놈들이 와있어요!”

승지가 급히 일어났다. 성좌가 잠깐 다른 데 정신이 팔린 틈을 기가 막히게 알았는지, 먼 벌판에서 슬슬 이쪽으로 다가오는 무리들이 보였다.

역시나 쫓아오고 있었나.

승지가 일어서자 벽 너머로 붉은 머리가 보였는지 앞장서던 남자가 칼을 치켜들었다.

“이 사악한 인간! 어서 드래곤의 추종자를 내놓아라!”

“누가 누구보고 사악하다고 그러냐?”

승지가 소리를 높여 대꾸했다.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는 벌써부터 벌벌 떨고 있었다.

“흥! 똑같이 사악한 마왕 클랩의 성에서 날아온 인간에게 정의 따위 있을 리가 없지!”

“쳐라!”

사사사삭. 풀숲을 스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조여오기 시작했다.

차라리 뭐라도 은폐할 벽이 있는 곳에서 만난 게 다행이군.

“숨어있어.”

승지가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바깥에서 상대하려고?]

“두더지 게임 알아?”

승지가 의기양양하게 쳐다보는 적을 바라보았다.

“격투게임에도 가끔 보너스 스테이지가 있거든.”

그가 신전을 중심으로 무대 매너를 걸었다. 사람에게만 걸리는 스킬이었기 때문에 마비에 걸린 인간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풀을 눌렀다.

털썩! 털썩!

“…!”

거리가 멀어서 스킬 범위에서 벗어난 습격자의 눈이 커졌다. 저 놈이 대충 대장이겠지.

승지가 허리를 숙였다.

“자 그럼 무기 좀 빌리자.”

얌전히 고꾸라진 인간은 반항도 못하고 칼을 빼앗겼다. 풀숲에 쓰러진 모습을 보니 꽤 불쌍하게 보였지만.

알게 뭐냐.

빠악!

[ 1콤보! ]

승지가 폼멜 부분으로 그를 내리쳤다. 상당히 아픈 소리가 났지만 스킬 때문에 찔끔 움직이는 짓도 못한 습격자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어라. 뒷목 때리면 기절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야! 조준을 좀 더 잘해야지!]

“여긴가.”

빠악! 빠각!

영화에서처럼 한 방에 기절시키는 부위를 찾느라 승지가 몇 번 더 내리쳐보았다.

졸지에 급소를 여러 방 맞은 습격자는 거의 거품을 문 채 기절했다.

“아 이제 알겠다.”

승지는 새로운 기술 뒷목 쳐서 기절시키기를 습득했다!

너무도 손쉽게 승지가 엎어진 습격자들을 기절시키는 걸 본 대장이 부들부들 칼끝을 떨었다.

“네, 네 이놈! 무슨 사악한 짓을 벌인 게냐!”

“너네 세계엔 스킬도 없냐?”

승지가 수확 철 추수하듯 뒷목을 따는 걸 잠깐 멈추고 말했다.

“인벤토리도 없고, 스킬도 없고, 성좌도 없고. 아무래도 이쪽한테 덤비려면 한참 멀었지 싶은데?”

“…크윽!”

대장 습격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유세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다음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야!”

당당하게 저주를 퍼부은 것치고는 대장이 얼른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품위 없이 전력질주까지 해가며 도망쳐버렸다.

“부하도 버리고 가냐. 쓰레기 자식.”

승지가 혀를 찼다.

[가게 내버려 두게?]

“다음엔 뭘 데려올까 궁금해져서.”

승지는 품위 없이 도망가는 대장을 잠깐 응시했다. 그와 대화하느라 잠깐 콤보가 끊겨 페널티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약했기에 페널티 자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약했다. 잠깐 띵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정도였으니.

쉬워도 너무 쉽다.

…아니 진짜로. 너무 쉬워서 허탈하다. 사람이 공격할 때는 원래 더 급박하고 위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가만히 칼을 쥔 손을 내려다보던 승지는 다시 콤보를 재개했다.

승지는 두더지게임처럼 풀숲에 쓰러진 습격자들을 찾아내 기절시켰다. 무기와 짐도 전부 빼앗아 인벤토리에 던져놓았다. 나중에 깨어나면 옷 한 장만 간신히 남았다는 걸 알겠지.

신전으로 돌아가 보니 엎드려 있던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딱 보상 시간에 걸맞은 등장이라 좀 웃겼다.

“총 열일곱 명이다.”

승지는 정산해달라고 잡은 인간의 머릿수를 부른 거지만, 둘에게는 그저 경탄의 표현으로 보였나보다.

“그 많은 숫자를 전부 해치우신 거군요!”

“역시! 정말 대단하세요!”

“칭찬해봤자 뭐 안 나온다.”

승지는 그냥 일적인 관계로만 둘을 대했다. 둘이 꼭 존재하지 않는 동생처럼 굴었던 것이다.

땋은 머리가 주섬주섬 돈주머니를 꺼냈다. 숫자를 맞춰서 금화를 센 그가 기쁘게 내밀었다.

“여기, 추가 보너스예요! 다음엔 꼭 마무자의 신전이 나올 거예요. 그 때까지 잘 부탁드릴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승지는 스스럼없이 보수를 받아 챙겼다.

요즘 금값이 올랐다지.

코인도 좋지만 역시 확실하게 돈을 가졌다는 느낌은 금이 최고다.

승지가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 *

유월은 처음에 거절하려고 했다.

승지를 추적하는 일에 꼭 자신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게다가 승지 씨 개인 물건도 없다면서요.”

이상하게도 류의건과 유청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희한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꼭 물건이어야 하는 건 아냐! 본인이 소중하게 생각하기만 하면 되니까.”

서큐버스가 덧붙이자 그들의 표정은 더욱 해괴해졌다. 그리고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듯 유월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멀뚱히 서있던 유월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따라가 봤자 더더욱 의미가 없겠군요.”

“너 진심이야?”

유청이 갑자기 내뱉었다. 의구심이 가득차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었다.

“뭐, 방금 서큐버스가 무슨 말 했는지 못 알아들었어?”

“유청 씨!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류의건이 기겁해서 말렸지만 유월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가?”

서큐버스가 살짝 입을 가렸다. 웃겨 죽겠는 모양이다. 유청이 잠깐 뒷목을 잡았다.

“너, 너… 잠깐만.”

유청이 눈을 질끈 감았다.

“너 나한테 연애 안 해봤다고 한 거 진담이었어?”

“할 시간이 어딨어?”

유월이 오히려 되물었다.

“대학도 가기 전에 각성했잖아. 그 후론 계속 싸우느라 바빴고. 길드 일도 있었잖아.”

“그… 럴 수도 있겠군요. 있을… 겁니다.”

류의건이 애써 이해해보려고 중얼거렸다. 유월이 고개를 갸웃했다.

“너도 같이 수련만 했잖아.”

“적어도 난 연애도 해봤고 눈치라는 것도 있어, 망할!”

자기 쌍둥이가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에 유청이 발끈했다. 유월이 허리를 짚었다.

“욕 하지 마. 아무튼 그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

“아니. 자긴 꼭 따라가야 해!”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던 서큐버스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유월의 팔짱을 꼈다.

서큐버스까지 눈치를 챌 정도로 승지가 대놓고 유월을 의식했는데 정작 본인이 모른다니.

이렇게 재밌는 일을 놓칠 수 없어진 서큐버스가 거짓말을 했다.

“인형 때문에 튕겨나갈 때 자기가 바로 옆에 있었잖아? 그래서 영혼 같은 게 연결되어 버렸지 뭐야? 꼭 같이 가야해!”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유월이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 꼴을 본 유청은 자기 얼굴을 탁 치더니 정말 같이 태어난 거 맞냐느니, 수련만 하다 뇌가 돌이 되어버렸다느니 하는 소리만 중얼거렸다.

쟤가 머슴 노릇을 하더니 살짝 돌아버렸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유월은 채승지를 찾는 여행에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 가는 김에 거스도 챙겨서 볼일이 다 끝나면 원래 세계로 데려다 놓기로 했다.

그들이 떠나기 직전, 류의건은 갑자기 급한 메인 미션을 받아 따라오지 못하게 됐다.

정신 사납게 울려대는 스마트폰을 간신히 끈 류의건이 거듭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따라가야 하는데.”

“류의건 씨가 없더라도 서큐버스 하나 정도는 잡을 수 있습니다.”

“자기, 나 아직 옆에 있거든?”

서큐버스의 말에도 류의건은 불안의 끈을 놓지 못했다.

“유월 씨….”

류의건은 자기가 이 말을 하는 게 오지랖일지 아닐지 몹시 고민하다가 당부했다.

“승지 씨를 만나면 꼭 단둘이서만 한 번 얘기해보세요. 혹시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 그래요. 저도 후회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류의건은 후회의 주어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유월을 보며 차라리 잘됐다고 여겼다.

어쨌든 까여도 제대로 까여야 후회가 없는 법이니까.

류의건은 승지의 연애를 응원하긴 했지만, 별로 둘이 잘 될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후회를 한다면 승지 쪽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세계에서 승지를 다시 만났을 때.

유월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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