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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쓰레기장 전투 (1)

“현재 보시는 바와 같이 갑자기 몬스터가 서울에 대량으로 출몰하였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이번 메인 미션은 글라세로의 소환을 방어하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과연 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마왕이 강림하게 되는 것일까요?”

뉴스 중계에서 계속 아나운서의 심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급하게 파견된 각성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피난시켰지만, 그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도로 위로 갑자기 나타나 떨어지는 검은 액체가 사람을 녹이고 삼켰던 것이다.

조금씩 이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글라세로의 육체였다.

“저게 글라세로라고?”

“정확히는 글라세로의 일부에요. 커다란 몸에서 현실로 먼저 도착한 부분들인 거죠.”

흔들리며 달리는 차 안에서 승지가 뉴스를 확인했다.

곳곳에 떨어진 글라세로의 육체 때문에 자동차도 대부분 멈추고 구급차 앞쪽만 서둘러 정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나운서의 안내가 이어졌다.

“대피하실 때 몬스터는 물론, 길거리에서 검은 액체나 덩어리를 발견하셔도 절대 건드리시면 안 됩니다. 글라세로의 육체는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소환만으로도 해를 끼치는 마왕.

아직 글라세로가 제대로 소환되기도 전인데 난리가 난 걸 보니 본체가 세긴 센가 보군.

하지만 나도 비장의 카드가 생겼지!

[ 필살기 (성좌 연동형) : 발동 전 기 모으기 스킬 필수 시전. 반드시, 완전히 목표를 제거한다. 단, 일단 발동하고 나면 절대로 목표를 바꾸거나 취소 불가. 80콤보 소모. ]

캬아, 게임에서 필살기 빼면 말이 안 되는 거거든!

번태의 적성 개방으로 얻은 마지막 스킬 덕분에 승지는 마음이 흐뭇했다.

필요한 콤보가 좀 높지만 메모라이즈 스킬도 얻었으니 훨씬 더 쉽게 쓸 수도 있을 테고.

확실히 랭킹 1위가 장담한 대로 엄청난 파워 업이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 지금 어디까지 가는 거냐? 톨게이트를 넘었잖아?”

“저흰 인천의 쓰레기 매립지로 갑니다.”

“잠깐, 쓰레기장?”

“네!”

최자림이 결연하게 눈을 빛냈다.

“글라세로는 육체 자체가 극독이라 최적의 소환 장소죠. 소환당한 글라세로를 죽이고, 그 위를 다시 쓰레기로 덮은 다음 묻을 거예요.”

“바다나 광산 같은 곳도 고려해봤지만, 유출까지 고려하면 가장 현실적인 장소였어요.”

설명을 듣고 나니 확실히 쓰레기 매립지만큼 글라세로를 처리하기 괜찮은 곳이 없어보였다.

“거길 어떻게 빌린 거야?”

“다 저희 길드장님 인맥이죠. 이럴 때를 위해서 길드 연합을 들어둔 거기도 하고요.”

최자림이 목이 아픈지 짧게 기침을 했다.

“물론 이번 일은 대외적으론 저 때문에 벌이는 일이라고 했답니다. 사람이 평소에 미친 짓을 해두면 뭘 해도 의심받질 않거든요. 저 잘했죠?”

“오냐. 퍽이나 잘했어.”

서명구가 푹 고개를 떨구었다.

“이번 일은 길드장님 중에서도 한 분만 알고 계세요.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허. 시작하기도 전에 무슨 걱정이야?”

최자림이 명구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평소 같았으면 저항했을 명구는 많이 긴장했는지 얌전히 눌려있기만 했다.

운전을 하던 유청이 물었다.

“그럼 작전은 그대로 진행하는 겁니까?”

“네. 번태님이 길드원을 데려올 때 글라세로의 몬스터도 하나 잡아오기로 했어요. 몬스터에게 저주를 보여주면 글라세로의 좌표는 자연스럽게 승지 씨에게 찍힐 테니까요.”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헤어졌는데 언제 그러기로 한 거야?”

“연락했죠! 류의건 씨도 곧 합류하겠다고 답장했는걸요?”

최자림이 휴대폰을 든 손을 흔들었다.

“원래 만나면 연락처부터 나누는 게 기본이잖습니까, 촤하핫!”

랭킹 1위와 2위의 연락처를 얻어낸 최자림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웃어보였다.

정작 원하기만 하면 바로 번호를 따냈을 승지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럼 지금 유월의 연락처도 물어볼까?

사심이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 지금은 좀 그런가.

유월은 차 위에 달라붙어 있다가 도로 앞에 적이 나타나면 해치우고 다시 차에 올라타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왕을 잡은 다음에 자연스럽게 교환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다 끝났으니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할까?

아오, 모르겠다.

승지는 속도를 내는 차창 밖으로 흘깃 시선을 던졌다.

“서울을 나오니까 몬스터가 좀 줄어든 것 같다?”

“아무래도 승지 씨의 흔적이 제일 많이 남은 곳이 서울이니까요.”

“…도착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흘긋거리던 유청이 운전대를 꺾었다. 덜컹거리며 들어간 차는 쓰레기차 전용 문을 자연스럽게 통과했다.

끼익.

차가 멈추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냄새가 풍겨왔다. 땅에 다 묻고도 넘쳐나는 수십만 개의 쓰레기가 동시에 썩어가는 냄새였다.

차에서 내릴 때부터 코를 움켜쥐고 있던 승지가 입을 콱 다물었다.

숨만 쉬어도 입으로 냄새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우웨에엑 더러워! 냄새나! 끔찍해! 승지가 있는 세계에도 이런 곳이 있단 말이야?]

“자, 자, 마스크 쓰세요!”

최자림이 아직 마스크가 없는 명구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승지도 예전에 섰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 썼다.

원래 마스크는 냄새를 막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던전 몬스터로 만든 마스크는 훌륭하게 냄새까지 차단해주었다.

느물거리는 촉감이 턱을 감싸자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딜 보든 그냥 압도적인 쓰레기의 산이다.

거대한 벌판에 쓰레기가 컨테이너처럼 쌓여있었고, 힘껏 압축을 했는데도 바람이 불 때마다 쓰레기가 날려서 떨어졌다.

“그냥 쓰레기장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넓어? 그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오나?”

“인천에다 서울이랑 다른 지역 쓰레기까지 받으니까요. 게다가 여기도 곧 넘쳐서 1년 뒤엔 폐쇄해야 해요.”

“마왕 시체 묻기 딱 좋네.”

지독하고 볼품없는 장소였지만, 차라리 이런 곳에서 마왕을 소환한다니 잘된 셈이다.

마왕한테 근사한 무덤을 지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

“저기 번태 님이 오네요!”

최자림이 하늘을 손가락질 했다. 비행기가 구름을 가르고 날아오듯 멀리서도 번쩍이는 용의 번개가 보였다.

그들은 차를 타고 한참을 왔는데, 용을 타고 직선거리로 오니 바로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번태가 굽이치는 용 위에서 소리쳤다.

“아래에 승지 군 있나!”

“네!”

“준비하게! 마왕을 소환할 거야!”

승지가 빠르게 소매를 걷었다. 글라세로의 문양을 보여줄 준비를 하며 그가 소리쳤다.

“그런데 왜 혼자시지? 다른 길드원들은!”

“이미 도착해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라네! 저격팀은 세팅 완료했으니 작전대로만 가세!”

번태가 그 때까지 들고 있던 동그란 몬스터 하나를 공중에서 떨어트렸다.

슈우우우!

갈색 배구공처럼 생긴 게 아래로 빠르게 추락했다.

“잡죠!”

“받아!”

승지와 최자림이 동시에 공의 추락 지점으로 달려 나갔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최자림이 먼저 몬스터를 낚아챘다.

“자, 봐라! 네가 찾던 저주의 주인님이시다!”

최자림이 무지막지하게 큼직한 몬스터의 눈을 강제로 벌렸다. 눈알을 디룩디룩 굴리던 몬스터는 최자림이 승지에게 머리를 고정시키자 동공이 길쭉하게 길어졌다.

승지도 몬스터의 미끌미끌한 눈에 비친 글라세로의 문양을 따라 보았다.

띠링!

[ 글라세로의 추적자가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

[ 글라세로의 저주 진행도 100/100 달성! ]

[ 마왕이 이곳으로 소환됩니다! ]

털퍽!

갑자기 공중에서 새까만 액체가 떨어졌다. 빗방울이라기엔 크고 우박이라기엔 질척이는 물체였다.

점점이 떨어지던 액체는 점차 면적이 늘어나더니, 무시무시한 기세로 확장되어 나갔다.

“온다!”

“비 전투원 대피는 이쪽입니다!”

어느새 달려온 어둑시니 길드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쓰레기장으로 들어왔다.

이미 길드장에게 세세하게 지시를 받아뒀는지 빠르고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어둑시니 길드 출동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대 글라세로 전투 대형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지상부대!”

어둑시니 길드원 수십 명이 열을 맞춰 앞으로 나왔다. 움직임은 각이 살아있었지만 의외로 무기는 저마다 천지차이였다.

아무래도 길드장의 성향이 짙게 반영되었는지 무기나 스킬이 전혀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애초에 다들 성좌가 다르니 완벽하게 맞출 순 없었지만, 굳이 서로에게 맞추지 않아도 그들의 호흡은 완벽해보였다.

어둑시니 길드원이 외쳤다.

“저희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 민간인의 피해를 막는다!”

“둘, 관측수가 핵의 위치를 파악할 때까지 자료를 제공한다!”

“이 점 염두에 두고 공중 부대와 협력해 주세요!”

소환수를 꺼내거나 스킬을 쓴 각성자들이 쓰레기장 근처로 날아올랐다.

그 사이 마왕의 몸체는 광활한 쓰레기 매립지를 절반이나 메우며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질척이는 검은 액체가 움직일 때마다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며 쓰레기와 땅이 한꺼번에 녹아내렸다.

저게 아직도 소환이 덜 된 거라고?

“욱…!”

승지가 팔로 코를 틀어막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쓰레기 냄새와 차원이 다르도록 기관지가 아팠다.

독한 공기와 맞닿은 피부까지 썩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승지는 서둘러 소매를 내리며 최대한 공기에 닿는 피부 면적을 줄였다.

“전투 중에 호흡 관리 잘해요.”

유월이 충고했다.

“마스크가 굳어갈수록 해독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포션을 쓸 때도 마스크를 포함해서 부어요. 마스크도 살려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이런 젠장, 죽은 몬스터로 마스크를 만든 거 아니었냐고. 말린다며?!

뒤늦게 알아버린 마스크의 실체에 승지가 질색했지만 이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간 당장 호흡곤란으로 쓰러질 테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역시 던전에서 나온 놈들은 마음에 안 들어.”

“포션은 얼마나 갖고 있죠?”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 덕분에.”

유청의 짓임을 짐작한 유월이 인벤토리를 열어 포션 몇 개를 건넸다.

“청이 일도 있지만, 굳이 당신이 다치길 바라진 않아요. 저주를 받은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테니까. 이번 마왕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글쎄다.

포션을 받은 승지가 괜히 말랑말랑한 가죽 마스크를 한 번 만져보았다.

장담은 못하겠네.

점점 커지는 마왕의 몸체에서 드디어 눈알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었다.

부글부글 끓는 뱃속에서 동그란 안구가 하나 떠올랐다. 또 하나 더, 하나 더, 마치 자기가 잡아먹은 시체들의 안구를 모아둔 것만 같았다.

글라세로의 완전한 소환이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실험실의 표본처럼 둥실 떠다니는 안구가 마침내 자신의 안식을 방해한 자를 찾아냈다는 듯 초점을 모았다.

[헉! 눈 마주쳤어!]

…구르르륵!!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질척하게 떨어지며 글라세로가 아직 이세계에 걸쳐있는 나머지 몸체를 빼냈다.

당장이라도 저 인간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한 몸짓이었다.

끈적하고 길게 이어진 액체가 드디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현실에 떨어지고 나서야 세찬 알림이 터져 나왔다.

띠링!

[ 메인 미션 발생! ]

[ 메인 미션 : 마왕 글라세로 토벌전

자격 : 스탯 종합치 500이상, 미션 클리어 횟수 300회 이상, 성좌 연결도 100 퍼센트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각성자.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배분됩니다.

마왕의 등장에 성좌신이 이곳에 관심을 집중합니다!

마왕이 간섭을 차단합니다!

미션 보상 두 배 강화!

처치 실패 시 미션 구역이 마왕의 권역으로 변경됩니다. 다른 각성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칩니다. 추후 성좌신의 보상이 약해집니다. ]

“…빌어먹을.”

승지가 욕설을 중얼거렸다. 주르륵 뜨는 미션 창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오감을 모두 끔찍하게 만족시켜주는 글라세로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움직이더니 괴성을 내질렀다.

“…!!”

알아들을 수 없는 포효가 쓰레기 매립지를 찢어 발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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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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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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