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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너른 들판으로 (3)

하지만 승지는 성좌의 얘기를 바로 들을 순 없었다. 승지를 따라온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가 계속 그를 졸졸 쫓아다녔기 때문이다.

평소에 판타지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승지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구해주면 끝 아니야?

위기에 처한 인간을 구해주면 당연히 따라오는 뒷이야기와 음모에 대해선 잘 모르는 승지는 왜 자꾸 둘이 달라붙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저리 가라고 해도 이미 한 배에 탔으니 갈 곳도 없었다.

누가 듣는 상황에서 성좌랑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라 결국 본격적인 얘기는 하선할 때까지 미뤘다.

그럼 승지가 도착할 때까지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하기로 했냐면, 놀기로 했다.

“자 준비!”

불끈 오크의 팔에서 힘줄이 솟았다. 소매를 걷어붙인 승지가 똑같이 힘을 주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팔씨름 심판을 맡은 점박이 오크가 신중하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시작!”

파밧! 심판의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크와 승지가 서로의 팔을 넘기려고 용을 썼다.

“크르으…!”

“크읍!”

[파이팅! 파이팅!]

부들거리며 떨리던 양 주먹이 한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오크 쪽 방향이었다.

설마 지겠나 싶던 오크가 뒤늦게 투지를 불태웠지만 한 번 기세가 오른 승지의 팔은 반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투웅!

기어이 넘어간 오크의 손등이 탁자를 찍었다.

“인간 승리!”

“우와아아!”

굵직한 오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벌써 여섯 번째 연승이었다.

오크들 눈에는 그들의 손가락 두 개만한 팔로 가뿐하게 팔씨름을 이기는 승지가 무척이나 신기하게 보였다.

“후….”

승지가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한 판 더?”

“사양하지.”

아직도 놀람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오크가 손을 쥐었다 폈다.

“너처럼 강한 인간은 처음 만나본다.”

“만났을 때 즐겨둬.”

승지가 씩 웃자 오크들도 따라서 웃어댔다.

무뚝뚝하게 보이던 오크들은 승지가 팔씨름을 제안했을 때 뼈가 부러져도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거절했었다.

그러나 일단 승부가 붙자 연달아 이겨버리는 승지를 보고는 너도나도 팔씨름을 하겠다고 나섰다.

지치지도 않는 승지에게 마지막 승부를 건건 그중에서도 제일 덩치가 크고 근육이 울룩불룩한 오크였다.

오크는 검붉은 대머리가 시뻘게지도록 힘을 썼지만 원조 빨간 머리인 승지에게 결국 패배해버리고 말았다.

오크들 사이에 껴서 구경하던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가 짝짝짝 손뼉을 쳤다.

“대단하세요, 용사님!”

“정말 멋있었어요!”

순진한 응원을 보니 갑자기 양심에 털이 나는 기분이다. 승지가 뻐근한 어깨를 눌렀다.

사실 타고난 힘이 아니라 스탯 덕분에 이만큼 강해진 건데.

승지가 오크들에게 팔씨름을 요청한건 이세계에서 자신의 힘이 얼마나 통할지 가늠해보려던 의도도 있었다.

과연 열심히 올린 승지의 스탯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쓸 만하네. 이정도 힘이면 다니면서 걱정할 일은 없겠어.

하긴 따지고 보면 스탯이 오른 것도 결국 자신이 한 일에 따른 결과이니 결국 내 힘 맞긴 하네.

팔씨름에서 진 게 아쉬운지 오크가 물었다.

“이걸로 끝내긴 아쉬운데. 차라리 가볍게 겨뤄보는 건 어떤가?”

“아, 미안한데 싸우는 건 안 돼. 적당히 살살 봐주면서 할 수가 없거든.”

“후하하! 그런가!”

페널티 때문에 안 된다는 소리를 다르게 해석했는지 오크가 크게 웃어젖혔다.

“대담해서 좋군. 헌데 저 인간들이 너를 왜 용사라고 부르는 건가?”

“나도 몰라. 한 번 목숨을 구해줬다고 저래.”

승지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대머리 오크가 인간 둘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무슨 일이 있었나?”

그들을 피하기만 하는 승지와 달리 드디어 관심을 가져주는 오크를 만난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가 화색이 되었다.

“아! 저흰 부르그골님의 명령을 받아 마무자님의 신전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드래곤께서 너희를 보냈다고?”

“네. 이 배에 탄 것도 새로운 별에 나타난 후보자의 예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가씨는 위대한 드래곤의 신탁을 받았거든요!”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용을 술술 불었다. 저 정도면 안 물어봐서 서운했던 거지. 동시에 누군가 죽이겠다고 쫓아오기도 너무 쉬워 보였다.

미심쩍게 듣던 대머리 오크가 무언가 감을 잡았는지 말했다.

“후보자라면. 글라세로를 잡았다는 인간 말이로군.”

…저거 내 얘기 아니냐?

[저거 승지 얘기 아냐?]

승지와 성좌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무슨 이세계가 소식이 이렇게 빨라?

내심 식겁한 승지가 관심 없는 척 집중력을 발휘했다.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대화니 엿듣기는 쉬웠다.

“위대한 드래곤께선 비록 글라세로님을 생전에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애도를 표하고 새로 나타난 후보자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후보자가 뭔데?”

결국 참지 못한 승지가 캐물었다. 땋은 머리가 황홀한 눈으로 두 손을 꽉 맞잡았다.

“그야 새롭게 별의 주인이 되실 후보자죠!”

[으아. 맙소사.]

성좌가 짧게 대화창을 띄웠다.

[저건… 저건 아무래도 설명을 해야겠지?]

당연하지.

승지가 은근슬쩍 일어났다.

“나 잠깐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네.”

젠장, 이따위 변명이라니. 잠깐 도망갈 명분이 이렇게 없냐.

오크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인 볼일은 굳이 말 안 해도 된다만.”

“저 둘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소리야.”

“앗, 이번에는 안 따라갈게요!”

“다녀오세요!”

겨우 혼자가 된 승지가 시선을 피하자마자 대화창을 잡아당겼다.

“어떻게 된 거야. 뭔 후보자?”

[아야 (ㅐ3ㅐ] 그게… 승지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여기서 마왕들은 전부 나쁜 놈들이 아냐.]

성좌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오히려 마왕을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도 있는 걸.]

“그럼 성좌신은 뭐하고?”

승지는 대충 신과 마왕의 대결! 같은 종교 전쟁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성좌의 이야기는 완전히 뜻밖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성좌신의 존재를 몰라.]

[마왕을 진짜 신으로 믿고 살 정도인걸.]

“모른다고?”

승지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이세계가 나타나기 전에도 승지는 딱히 신을 믿진 않았다. 다만 갑자기 초능력을 쓰는 인간들이나 미션, 상태창 같은 게 나타난다고 하니까 신 같은 게 있겠거니, 싶었을 뿐이다.

신이라고 해봤자 이세계에 딸려온 옵션이랄까.

성좌는 황당하다는 승지의 반응을 고스란히 보면서 조심스레 대화창을 내밀었다.

[성좌신이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한 건 승지의 세계가 처음이야. 그래서 다른 마왕들도 관심을 가졌지. 그런데 심지어 승지가 마왕을 죽이기까지 해버린 거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생겼으니까.”

[그래 맞아. 부르그골처럼 대가를 받고 인간을 도와주는 마왕은 흔치 않아. 다른 마왕들은 대부분 인간을 싫어하거든.]

“알만하다.”

당장 글라세로와 클랩만 떠올려도 각이 나왔다. 게다가 아직 이름도 모르지만 떠올릴수록 꺼림칙한 염소 대가리의 주인도 만만치 않게 거슬렸고.

놔두면 분명히 인간을 학살하려 들 놈들이다.

[아무튼 성좌신은 아무도 존재를 몰라도 꾸준히 마왕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왔어.]

“그게 이번엔 우리 각성자로 나타났다 이거네.”

[응.]

“마왕을 없애는 일이 실패하면?”

[…다 죽을 지도 몰라.]

성좌가 깔끔하게 정리했다.

승지가 답답해진 이마를 드러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골 빠개지겠네.

“별의 주인 얘기는 뭐야?”

[마왕의 자격이 별을 하나 갖는 거거든. 다른 마왕들이 승지를 찾아오려는 것도 그 일 때문일 거야. 도와주거나 방해하려고.]

“그럼 만약에, 누가 지구를 완전히 정복하면 좋든 싫든 걔가 새로운 마왕이 되는 거냐?”

[응! 마왕을 잡을 정도면 이미 잠재력은 충분하니까 승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와, 끝내주네. 마왕 상대하기도 바쁜데 지구 정복을 노리는 각성자까지 있단 말이지.

심지어 지구 정복이라는 말에 바로 떠오르는 집단까지 있었으니.

알러트가 바로 그렇게 마왕 되려고 지랄하는 놈들이란 예감이 팍팍 들었다.

“하, 제기랄.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격투게임에선 눈앞의 상대만 격파하면 되었다. 새로운 도전자?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계속해서 적이 찾아왔다.

그게 우리 편이든 남의 편이든, 나랑 마주보는 자리에 서면 다 적이다.

좋아, 대가리 굴리지 말자고. 누구든 덤비면 싸워버리면 그만이잖아.

승지는 생각하는 걸 관뒀다.

“아무튼 다 때려잡다보면 이 짓거리도 끝나겠지.”

성좌는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말했다.

[승지야. 내가 했던 말 기억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던 거. 체스판…에서 말했던 이름.]

“다나우?”

먼저 아는 체 하고 싶지 않았을 뿐, 워낙 강렬했던 기억이라 이름이 뇌리에 남아버렸다.

성좌는 차라리 승지가 먼저 말해서 다행이라는 듯 빠르게 대화창을 띄웠다.

[난 예전에 그 사람을 마왕으로 만들려고 했었어. 그것 때문에 성좌신을 만나게 됐고.]

“…그 인간 때문에 죽었다는 뜻이냐?”

승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는지 성좌가 급하게 덧붙였다.

[그건 원망 안 해! 후회하지도 않고! 하지만 내가 죽은 다음에 다나우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마왕이 된 건 아닐 거야. 아직 백 번째 마왕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없으니까.]

99명의 마왕. 72명은 이미 이름도 모른 채 죽었고, 27명의 마왕이 별을 나눠가진 우주. 성좌신은 그들에게서 남은별까지 회수하고자 한다.

승지는 갑자기 자신이 받은 스킬인 완벽한 콤보가 정확히 99번에서 끝난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다.

자신의 성좌가 100번째 마왕을 만들려다 실패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성좌신은 왜 99번에서 끝날 때 완벽하다는 수식어를 붙인 거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성좌의 대화창이 길게 이어졌다.

[다나우가 아직 살아있는지, 나처럼 성좌가 됐는지, 아니면 그냥 죽은 채로 어느 별에 있는지 알고 싶어. 다시 한 번만 만나고 싶어.]

“…그래서 성좌가 되기를 택한 거냐?”

한 발 늦게 승지가 대화를 따라잡았다. 성좌의 대화창이 느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응.]

성좌는 시간 여유만 있다면 자신의 과거를 모조리 털어놓고 싶은 눈치였다.

다만 당장은 환경이 허락지 않았다.

“용사님!”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기겁한 승지가 흠칫했다.

“여기 계셨군요! 화장실에 너무 오래 계셔서 빠지신 줄 알았어요!”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제발….”

긴장이 빠진 승지가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보인 승지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는지 땋은 머리가 살짝 겁을 먹었다.

“저어 용사님….”

“용사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승지가 퉁명스럽게 말을 잘랐다.

“그냥 채승지라고 불러.”

“채… 승지?”

얼빠진 표정을 짓던 땋은 머리가 곧 자세를 바꿨다.

“채승지! 저희를 도와주세요!”

이세계어 똑바로 번역 안 하냐. 성좌신아. 반 존대가 되어버렸잖아.

땋은 머리가 열렬히 설득했다.

“이대로 배에서 내리면 분명 저희를 습격했던 자들과 다시 마주치게 될 거예요!”

“보수는?”

어차피 해야 하는 이세계 생활. 받을 건 확실하게 챙겨야지.

“보, 보수요?”

곱게 자란 듯한 땋은 머리가 당황하자 곱슬머리가 제안했다.

“아까 클랩의 성으로 돌아가는 배편 구해드리는 거에 더해서 숙식 제공에 일당까지 드릴게요!”

“받고, 달려드는 악당 한 명 처리할 때마다 추가금까지 되냐?”

“……좋아요! 받아들일게요!”

“좋아.”

돌아갈 때까지 일자리는 구했다. 흥정에 성공한 승지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이제 용사 소리는 떼라. 취직했으니 일은 확실하게 한다.”

“네!”

성좌 얘기는 틈 날 때, 마저 들어야겠군.

적어도 이번엔 싸웠다고 잘리는 일은 없을 거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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