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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만날 수 없어 (3)

선원은 갑자기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다.

“저, 저희가 못 미더우십니까?”

그것도 있고.

승지는 솔직히 안전한 곳까지 왔는데 저 짐짝들을 데리고 다니고 싶지 않았다.

너무 약해.

게다가 다들 반대했다지만 자신을 버리겠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럼 더 끌고 다닐 이유가 없지.

혼자가 편한 승지에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인간이란 귀찮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차라리 줏대라도 확실하면 버릴지 끌고 갈지 결정이라도 하지. 고민에 시달리는 건 사양이다.

승지가 말했다.

“처음부터 내 목적지는 여기였으니까 더 신경 안 써도 된다.”

“하지만 처음엔 드래곤을 잡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랬나.

용 새끼가 너무 짜증나서 일단 시비부터 걸었더니 까먹었네.

혼자 이리저리 생각해보던 선원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래졌다.

“헉…! 설마…! 드래곤이 사는 별이 바로 여깁니까!?”

“응, 아니야.”

그럴 리가 있냐.

운 스탯이 0을 찍었던 시절의 승지라면 몰라도 지금의 승지가 그렇게까지 개 같은 운수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용 새끼가 사는 별에 이세계의 판도를 물건이 잠들어 있었으면 벌써 본인이 썼겠지, 뭐.

“아무튼 됐으니까 너네 다 돌아가라.”

내빼도 좋다는데 이상하게 선원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뭐야, 왜 아련해. 꺼져.

진심으로 당황한 승지가 얼굴 근육을 떨었다.

“너넬 마왕 물줄기에다 처넣은 인간 얼굴을 다시 보고 싶냐?”

“저흴 살린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겁니다.”

선원이 납죽 대답했다.

입을 잘 터네, 응….

갑자기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 같은데 페널티 때문에 긁을 수도 없다.

[꺄흥. 그냥 솔직하게 기뻐하면 될 텐데! 승지한테 고마워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좋잖아!]

넌 조용히 해.

승지는 입술만 씰룩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하, 뭐라 반응을 해주고 싶은데 계속 차렷 자세로 말해야 해서 답답하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보겠지.”

“인연? 그게 뭡니까.”

아 맞다. 여긴 이세계였지.

끄응. 인연 그게 불교 용어였나. 모르겠다.

고민하던 승지가 바꿔 말했다.

“이제 서로를 알았으니까, 운이 좋으면 또 볼 수도 있겠지.”

“예.”

선원이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치마리입니다. 별이 우리를 다시 인도하길 바라겠습니다.”

“승지다.”

그리고 마주 악수해야 하는데….

당연히 몸의 주도권은 승지에게 없었다.

[악수… 시도해 볼까?]

성좌가 슬쩍 물었다. 성좌 녀석이 눈알 하나 잡겠다고 보여줬던 처참한 결과를 떠올리니 감히 시도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분위기에서 개짓거리를 하느니 차라리 오만해 보이련다.

“잘 가라.”

승지가 뻣뻣하게 선 채로 대답하자 선원이 멋쩍게 손을 다시 거둬들였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래도 제법 훈훈한 분위기였을 텐데. 먹고사는 문제엔 확실한 승지가 덧붙였다.

“아, 가기 전에 식량 좀만 내놓고 가고.”

치마리는 완전히 우상이 깨져버렸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 * *

“자! 그럼 출항이다!”

혼자서만 희희낙락해진 선장이 힘차게 외쳤다. 다행히 승지를 배에서 떨어트리자 드래곤의 수정구는 다시 빛을 내며 호출을 허락해주었다.

뭐, 저 놈들에겐 잘 된 일이지.

나는 이제 보물 찾으러 갈 거거든!

물론 배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승지에겐 험난한 일이었다.

치마리가 가져온 식량을 인벤토리에 넣은 승지는 성좌에게 오로지 걷기만 시켰다.

[정말 다른 거 하나도 누르지 마?]

하기만 해.

승지가 눈을 부라리자 성좌가 삐죽거리면서도 얌전히 걷기만 했다.

격투 게임은 대기 자세에서도 자연스러워 보여서 다행이다.

캐릭터 별로 고유한 특징이 있는 게 보통이라 가끔 어깨를 풀거나 고개를 젓는 식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승지가 내리자 선원들은 떠나기 전에 난간으로 달려와 인사했다.

“작별입니다!”

“무사하십쇼!”

“오냐. 고생 많았다.”

승지로서는 자기들을 한 번 떨군 드래곤을 다시 믿는 선원들이 참 신기했지만, 그들 나름대로도 승지가 신기했는지 멀어질 때까지 열심히들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늘로 떠오른 배는 곧 별을 이탈해 우주로 사라졌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

[그 전에!]

성좌가 휙 인벤토리를 열더니 해골 눈알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에 잡기 버튼을 눌렀다.

휘익~ 탁!

“오!”

드디어 승지의 손이 해골 눈알을 정확히 붙잡았다.

[음하하! 성공했다아!]

“이야….”

성좌가 입 꼬리가 찢어져라 좋아했다. 승지도 감탄이 나왔다.

이걸 이제 성공하냐.

아니다. 성공 못 한 것보단 낫지. 잘했다.

체념의 단계에 들어선 승지의 기준은 어느새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

꼭 쥔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해골 눈알의 빛이 길 한 쪽을 가리켰다.

[자자, 가야할 길이 나타났으니까 달려가 볼까! 아직 앞길이 구만리인걸!]

“잠깐, 이거 내 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줘라.”

게이머가 언제 캐릭터 말 듣는 거 봤던가?

성좌도 기운차게 스틱을 당겼다.

[출~발!]

“윽!”

준비 동작도 없이 몸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분명 달리는 자세나 호흡은 평소와 똑같았지만 언제 시작하고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게 달랐다.

게다가 자신의 성좌는 얌전히 있을 성격도 아니었다.

[점프! 점프! 발차기!]

휙! 휙! 후웅!

승지의 다리가 멋지게 허공을 가르며 이단 발차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정작 승지는 죽을 맛이었다.

“야! 쓸 데 없는 동작은 빼!”

[왜 그래! 지금 시험해보지 않으면 위험한 적이 나타났을 때 싸울 수 없는걸!]

…맞는 말이긴 한데!

성좌가 마구잡이로 버튼을 누르자 승지는 주먹질을 했다가 뛰었다가 굴렀다.

흡사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혼자 전쟁놀이를 하듯 치열하고 격렬한 동작들이었다.

“젠장, 젠장!”

유일하게 자유로운 입으로 승지가 욕설만 쏟아냈다.

조작법을 익힌다는 핑계로 성좌가 정말 아무렇게나 눌러보고 있었던 것이다.

[흐와아…! 재… 재밌어!]

성좌는 아예 즐거움을 숨기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고작 이런 걸로 재밌어하면 어떡하냐. 진짜 재미는 이렇게 조종해서 상대방을 때려눕힐 때라고!

이 와중에 게임 영업할 생각이 든 승지였다.

성좌가 진짜 인간이었으면 승지는 지금처럼 윽박지르는 대신 하나부터 열까지 잘 알려줬을 거다.

왜냐? 뉴비는 소중하니까.

한 때 오락실을 제패했던 격투 게임은 시대를 지나오며 유물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게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성좌처럼 게임 스틱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사람들도 흔해졌다.

그럼에도 꿋꿋이 격투게임 인생 외길을 걸어온 승지에게 각성자의 탄생으로 엿이 날아온 것이다.

뭐… 그 엿을 결국 나도 먹긴 했지만.

아무튼 각성자가 생겨나면서 직접 싸우는 걸 선호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좁던 격투 게임 판은 완전히 비실비실 말라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게임 유입 없어.

너 없으면 게임 망해.

비주류 게임을 하는 자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문구다.

그러니 내가 성좌 욕을 할 수 있겠냐.

승지의 눈썹이 축 처졌다.

비록 자신이 캐릭터라가 되었더라도 격투 게임에 재미를 보이는 성좌에게 마냥 욕을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재미를 붙여서 나중에 먼저 격투 게임을 하자고 졸라주면 최곤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에라이!”

부웅!

승지가 양 팔로 하트를 만든 채 옆차기를 날렸다.

“썩을! 이런 자세는 또 어떻게 만들었어!”

[막 누르다보니까 되던데?]

“아오!”

제 꼴을 확인한 승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진짜 보는 인간 없어서 다행이다.

선원들 보내길 잘했지. 누가 이 짓거리 하는 걸 봤으면 앞으로 삼 년은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닐 거다.

가만 보면 나 쪽팔린 일은 기가 막히게 찾는 성좌 놈이다.

승지가 한탄했다.

그래도 성좌가 마냥 바보짓만 하는 건 아니었다.

“소류겐!”

[어오어어!!!]

“어!”

승지와 성좌가 동시에 입을 벌렸다.

[스킬 나왔다!!!!!]

성좌가 느낌표를 남발했다. 처음으로 커맨드 스킬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짜릿할 것이다.

“그래, 그거야!”

승지도 간만에 맞장구치며 환호했다.

“다시 해 볼 수 있겠어?”

[이게, 이렇게 되는 건가?]

“소류게에엔!! 그렇지!”

승지의 얼굴에 희열이 퍼져나갔다.

“좋아, 이제 조작법은 대충 익혔으니까 가드랑 콤보를 익히자.”

[엥… 더 조종 안 해?]

“스읍. 어디서 걷기도 전에 날려고 들어? 이것도 모르고 게임을 어떻게 하냐. 앞으로 걷게만 해놓고 설명 들어.”

[히잉.]

공부는 그렇게 안했으면서 격투게임 개념은 좔좔 꿰고 있는 승지가 성좌에게 열렬히 설명을 쏟아 넣었다.

“그래서 역 가드란….”

[어! 승지야 저기 봐!]

한참 설명을 듣던 성좌가 다급히 대화창을 띄웠다.

[저기 뭔가 있어!]

조종하는 건 재밌었지만 외우는 건 젬병이었던 성좌가 급히 말을 돌렸다.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정말로 눈에 띄는 물건이라 승지의 설명도 멈췄다.

갈기갈기 찢어진 검은 깃발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해적 기?”

[해골은 없는데?]

성좌가 덩달아 숨 죽였다.

해골 눈알이 여전히 저곳을 향해 빛을 뿜어내고 있다는 걸 확인한 승지가 가까이 다가갔다.

너덜너덜한 검은 깃발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더 그 숫자가 늘어났다.

성좌가 요리조리 승지를 움직이며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뭐가 부서졌나 본데.”

[일단 위험한 건 안 보여!]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자 곧 코를 찌르는 비린내와 쓴 냄새가 났다.

[우와!]

“저건….”

시야를 메울 만큼 거대한 배가 바닥에 몸체를 박고 기울어져 있었다.

한 때는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날아다녔을 비행선은 세월에 삭아버린 듯 곳곳에 뻥 뚫린 구멍이 보였고, 나무는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 배의 돛은 흰 색이 아니라 검은 빛이었는데, 땅과 충돌하면서 주변에 자라난 나무와 부딪쳤는지 넓게 퍼진 채 찢겨있었다.

크기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런지 배라는 무기물이 부서져있다는 느낌보다, 마치 원래 살아있었던 거대한 생명체의 시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떨어진지 몇 십 년은 되어 보이는 걸.

으레 보물선이라는 게 난파당한 뒤에야 발견되는 거라지만. 아무리 봐도 중요한 게 빠져있단 말이지.

“정말로 저게 그 보물을 가득 싣고 있다는 비공정이야?”

[그런가 봐!]

승지가 미간을 좁혔다.

“텅 비었는데?”

당장 유령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배의 바닥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 자라난 풀까지 어우러져 완전히 썩은 배였다.

[으음, 보물을 실은 비공정이 추락한 장소로 안내해준다고는 했지만 설마 보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전개인가!]

“장난하냐?”

성좌의 농담에 승지의 눈이 희번득하게 돌았다.

[아하하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괜찮아. 아직 해골의 정신체에서 나온 빛은 저 안을 가리키고 있는걸!]

확실히 해골의 눈알에서 나온 빛은 변함없이 한 쪽을 가리켰다.

이세계의 판도를 바꿀 물건인지 뭔지, 비싼 거여야 할 텐데.

아무튼 확인을 안 해볼 수는 없다.

“일단 가보자고.”

[응!]

성좌가 곳곳에 철퍽거리는 검은 웅덩이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승지의 다리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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