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58. 연극이 끝난 뒤 (3)

평범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머리 위로 길쭉 솟아오른 뿔이 하나 보였다.

“뭐야, 저거.”

승지가 무기를 고쳐 잡았다.

드디어 적이 나타난 것인가?

설령 사슴이 똑바로 섰다고 해도 저렇게 정수리보다 높은 곳까지 뿔이 솟아오를 리 없었다.

[그 놈이야!]

염소 머리를 쓰고 왔던 마왕의 부하처럼 똑같이 사슴 탈을 쓴 게 분명했다.

승지는 맨 발로 콘크리트를 박찼다. 갑자기 달려 나가는 그를 보고 놀란 사람들이 급하게 길을 비켰다.

과연 그들 너머로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사슴 대가리가 보였다.

선빵 필승!

사슴이 그를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승지가 단숨에 머리를 갈라놓으려고 무기를 힘껏 내리쳤다.

그런데 사슴이 말했다.

“승지 씨?”

아는 목소리였다.

승지가 급하게 가격하던 어깨에 힘을 풀었다. 그래도 가속도가 붙은 칼은 제법 매섭게 머리를 강타했다.

깡!

“윽?!”

[어어?]

당황한 성좌와 동시에 승지가 숨을 내뱉었다.

무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사슴 대가리가 비틀거리며 항변했다.

“왜, 왜 때리시는 겁니까?”

“너… 류의건이냐?”

“예. 맞습니다만… 설마 제 얼굴도 못 알아보시는 겁니까?”

그야 네 대가리가 사슴으로 바뀌었으니까 그렇지.

잘 짜인 나무처럼 뻗은 뿔과 박제처럼 굳은 사슴 대가리가 짐짓 억울하다는 듯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분명히 목소리는 류의건인데?]

기대했던 성좌는 오히려 본인이 더 혼란스러워 했다.

승지는 쉽사리 의심을 풀지 않았다.

“아냐, 넌 몬스터다.”

“예?”

“던전에서 나왔으면 몬스터지!”

깡!

승지가 다시 한 번 무기로 사슴의 대가리를 쳤다.

“그만하십시오! 아픕니다.”

한 대 더 얻어맞을 까봐 사슴 머리를 뒤집어쓴 류의건이 급하게 칼을 양 손으로 붙잡았다.

이래도 공격을 안 하는 걸 보니 확실히 성격은 류의건 같긴 한데.

[잠깐잠깐만! 승지야! 방금 너도 느꼈어?]

“뭐가.”

[공격을 했는데도 콤보가 안 떴어!]

승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한 대만 더 맞아봐라.”

“예에?”

“안 아프게 때릴게.”

영문도 모르고 그가 주저하며 칼에서 손을 떼었다. 승지는 신중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딱! 딱! 딱!

류의건이 세 번 움찔했지만 여전히 경쾌하게 터지는 콤보는 울리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광대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체 뭐지? 설마 승지의 스킬이 사라져버린 건가?]

“소환.”

승지는 곧바로 즉발기를 써보았다. 주변은 잠잠했다. 원래 같았으면 소환이라는 말에 같잖은 뿅망치라도 떨어져야 하는 건데.

졸지에 여러 대를 얻어맞은 류의건이 이마를 문질렀다.

“저, 승지 씨.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겼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너 진짜로 류의건이냐?”

“아까부터 그렇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게 뭐냐, X발.

승지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골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잠깐 정리 좀 해보자. 던전에 들어왔더니 서울이었고, 인간들도 다 똑같은데 왜 너만 사슴 대가리를 뒤집어쓰고 있냐고?”

“네? 여기가 던전이라는 뜻입니까? 그런데 저, 머리에 아무것도 안 썼습니다.”

“뭔 개 소리야. 손 올려봐. 머리에 뿔 달린 거 안 만져져?”

류의건이 시키는 대로 손을 올려 머리 위를 더듬었다.

승지 눈에는 그의 손이 뿔에 턱턱 걸리는 게 보였는데도 류의건은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전혀 만져지지 않습니다. 혹시 승지 씨 눈에만 뭐가 보이는 게 아닐까요?”

[…큰일이다.]

성좌가 뒤늦게 겁을 집어먹었다.

[던전 전체가 정신 마법에 걸려 있다면… 그냥 보스를 잡는 방식으로는 탈출할 수 없어!]

“무슨 소리야? 아직 내 손에 열쇠 있잖아.”

승지는 들어왔을 때처럼 던전 열쇠를 허공에다 돌려보았다.

그러나 처음처럼 암흑이 번지기는커녕 어떤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라, ㅈ됐나.

비로소 승지에게 심각성이 조금 다가왔다.

“……왜 안 되냐?”

[소용없어! 던전을 깨기 전까진 반응하지 않을 거야! 지금 승지가 스킬을 쓸 수 없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일 거야!]

[이미 이곳은 현실이 되었는걸!]

“뭔 말 같잖은 소리를….”

승지가 중얼거렸으나 확실히 스킬이나 스탯 같은 게 봉인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아무리 굴러도 멀쩡하던 몸뚱이가 고작 한국 겨울 날씨에 으스스 추워하는 기색을 내비쳤던 것이다.

약해졌다.

아니, 각성하기 전으로 돌아간 거다 이건.

사슴 대가리가 빤히 바라보는 걸 거북하게 노려보며 승지가 물었다.

“이런 던전은 어떻게 나가는데?”

[모르겠어…! 하지만 마법을 해제하는 키 포인트가 있는 건 분명해! 내가 이 마왕에게 붙잡혔을 땐 다나우를 찾았을 때 탈출할 수 있었거든!]

만나본 적 있었던 거냐고.

돌이켜보니 염소 대가리와 처음 마주쳤을 때 성좌가 지독하게 겁에 질렸던 사실이 기억났다.

한 번 겪어봐서 무서워했던 건가.

굳이 성좌의 경험을 빼놓더라도 확실히 으스스한 상황이긴 했다.

마치 던전에 들어온 각성자의 손발을 잘라놓고 어떻게 하려는 지 시험해보려는 느낌이랄까.

불쾌한 마왕 새끼들 같으니.

차라리 글라세로처럼 직접 나타나면 칼부림이라도 시원하게 할 텐데 말이다.

“그럼 나도 다나우를 찾아야 하는 건가.”

[아니지! 음… 승지는 승지의 소중한 사람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성좌가 이 와중에 눈을 반짝거렸다.

[유월 말이야!]

결국 그건가.

이런 불쾌한 던전에선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승지는 떨떠름하게 유월에게 연락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매장도 안 켜졌다. 스킬뿐만 아니라 다른 각성자 능력도 안 되는 모양이었다.

승지가 손을 휘적거렸다.

“성좌야, 휴대폰 줘봐.”

[인벤토리 안 열리는데.]

“에이 씨!”

자다가 바로 들어온 거라 당연히 주머니에 넣어뒀을 리도 없었다.

승지는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는 류의건에게 쯧하고 혀를 찼다.

“너 유월이랑 연락 되냐?”

* * *

류의건과 연락이 닿은 유월은 어둑시니 길드로 오라고 전했다.

아직 알러트에서 붙잡은 간부들을 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던 것이다.

[…나 방금 소름 끼쳤어.]

성좌의 대화창이 떨렸다. 이번에는 승지도 조금 싸했다. 그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현실이랑 시간까지 완전히 똑같다 이거냐.”

던전이 아니라 지금 막 침대 밖으로 나와서 연락했다고 해도 똑같은 말이 돌아왔을 게 분명했다.

옆에 있는 류의건이 사슴 대가리만 아니었더라면 정말 바로 현실이라고 착각해버릴 수도 있겠다.

게다가 정작 그 사슴 대가리인 류의건마저 심각하게 이번 일을 같이 고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 우리 세계엔 알려지지 않은 던전이라… 정확한 정보를 모르겠습니다.”

류의건은 몇 번이나 새까만 열쇠를 보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승지가 질색했다.

“야. 징그러우니까 머리 좀 가만히 놔둬.”

“예? 아, 사슴으로 보이신다고 그러셨죠.”

“그래.”

금방이라도 콧김이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사슴 코에 부담스러워진 승지가 거리를 뒀다.

그러나 흰 털이 수북한 백호 머리를 쓰고 나타난 유월만큼 당황스럽진 않았다.

“오셨어요.”

“…어…….”

인지부조화가 세게 온 승지의 동공이 흔들렸다. 성좌의 대화창도 요동쳤다.

[호, 호랑이가 말을 한다!]

그것도 유월 목소리로 말하잖아, 염병할!

이 괴상한 던전에서 류의건만 사슴 대가리를 쓰길 기대했던 건 너무 과한 욕심이었던 걸까.

승지의 표정을 본 류의건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유월 씨도 무언가 쓴 것처럼 보이시나요?”

“……백호.”

참담한 심정으로 말한 승지의 대답에 사슴 대가리도 꽤나 당혹한 듯 보였다.

한편 나오래서 나왔더니 이상한 얼굴만 하고 있는 승지를 보고 유월도 의아해했다.

“왜 그러시죠?”

“그게 사실….”

사슴이 호랑이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직접 말하겠다고 류의건을 치워버렸을 텐데 이건 뭐.

“하…….”

던전 한 번 개 같이 만들어 놨네.

승지가 미간을 문질렀다.

[어쨌든 유월은 유월이니까… 다나우를 만났을 때처럼 해보자!]

“만났을 때 어떻게 했는데?”

[끌어안았어.]

“야이!”

승지가 빡쳐서 목소리가 커졌다. 덩달아 놀란 사슴과 호랑이가 승지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목 위쪽이 백호라고 해도 저건 유월이라고 유월!

갑자기 껴안을 수 있을 거 같냐!

유월이 있는 앞에서 차마 말로는 못하고 온 몸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아무리 바보 광대 성좌라도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을 정도였다.

[탈출하려면 어쩔 수 없잖아! 게다가 음, 진짜 유월도 아니잖아! 괜, 괜찮을 거야! 딱 한 번 꼬옥~ 끌어안고 놓아주면 돼! 꼬옥!]

성좌가 응원하듯 축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빌어처먹을!

고뇌하던 승지는 하늘 한 번 땅 한 번 쳐다보았다. 이게 진짜로 유일한 던전 탈출법이라면 별 수 없었다.

눈 딱 감고 하는 거다.

마침내 결심한 승지가 주먹을 쥐었다.

“……미안합니다.”

“네?”

와락!

승지가 다짜고짜 유월을 끌어안았다.

현실이었다면 제법 뭉클했을 거다. 그러나 막상 유월을 끌어안았는데도 승지는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와 씨, 송곳니.

머리 옆에 안긴 게 시허연 호랑이 머리였다. 북실북실한 털 하며 놀라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고막 옆에서 침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승지가 급하게 다시 유월을 밀어냈다.

[어때! 클리어했어?!]

승지는 기다렸다. 여전히 놀란 상태였던 백호 유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던전 클리어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던 승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나 주변이 변해서 현실로 돌아오는 대신, 여전히 호랑이 머리를 하고 있는 유월과 시선이 마주쳐야 했다.

이건 백 번 다시 해봐도 클리어 안 된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유월까지 반 최면 상태에서 깨어났다.

“…뭐하는 짓이죠?”

호랑이 얼굴이라 한 층 더 으스스한 목소리로 유월이 말했다.

화들짝 놀란 승지가 그제야 손을 놓고 떨어졌다.

“…미안합니다!”

성좌 자식! 죽여 버리겠어!

던전이 소름 돋게 현실과 닮아있다면 뒷수습도 똑같이 빡세다는 뜻이다.

승지는 죽을 것 같은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이, 이상하다. 승지의 소중한 사람이면 분명히 유월 맞을 텐데? 왜 던전이 안 깨지지?]

성좌는 여전히 도움 안 될 소리를 중얼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승지는 돌려 말하지도 못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던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성좌 자식이 그게 여길 빠져나가는 방법이라고 해서…!”

“진정해요.”

유월이 손을 들어올렸다.

“저도 승지 씨 얘길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건 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군요.”

류의건이 자신도 있지 않냐는 듯 손을 들었다고 곧 포기했다. 어쨌든 그도 어떻게 해야 이 던전을 나갈 수 있는지 몰랐으니까.

“미스핏 길드로 가죠. 거기서라면 승지 씨가 발견했다는 던전의 실마리를 알 지도 모르니까요.”

젠장, 설마 거기까지 구현되어 있는 거냐? 지금 보이는 서울만 해도 영역이 장난 아닌데.

도대체 이 던전의 끝이 있기나 한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58화
[158 / 총200]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58화

연재 총 2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