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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만날 수 없어 (2)

각고의 노력 끝에 승지는 성좌에게 기본적인 방향과 격투 게임의 기본 개념을 때려 박아줄 수 있었다.

[아하 그러니까 승지가 말하는 위랑 아래는 스틱의 앞뒤고, 움직이는 건 왼쪽 오른쪽만 쓴다는 거지?]

“그래!”

[그치만 이러면 승지는 앞이랑 뒤로밖에 못 움직이잖아!]

“아냐, 횡이라고 아래 대각선 방향으로 밀 듯이 움직이면 돼.”

[무슨 소린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아무튼 알았어! 일어나면 되는 거지! 위로!]

“야, 제발 살살…!”

후욱! 승지의 몸이 빠르게 기상했다.

“돼, 됐다!”

[꺅 일어섰어!]

성좌가 축포를 터트렸다. 고작 기상 하나 가지고 이렇게 좋아해야 하는 현실이 눈물 나게 빡이 쳤다.

“이제 다른 건 건드리지 말고 위에서부터 버튼 하나씩만 눌러볼 거다. 알았지?”

[응!]

일단 각 버튼에 뭐가 연동되었는지부터 파악한 다음에 커맨드를 찾든 말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윗줄 첫 번째 버튼이야!]

성좌가 말하며 누르자 승지의 손이 저절로 휙 튀어나가며 공기를 움켜쥐었다.

“두 번만 더 해봐. 빨리 누르지도 말고 천천히.”

[응!]

후웅. 후웅.

몇 번 더 확인해보자 위쪽 첫 번째는 잡기 버튼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좋아. 침착하게.

하나씩 반복적으로 확인해보자 버튼 윗줄은 각각 잡기, 흔들기, 때리기. 아랫줄은 달리기, 돌기, 차기. 라는 걸 확인했다.

[좋아! 나도 이제 감 잡았어!]

“…성좌야. 내가 아까도 설명했지만 막 누르는 건 안 된다. 뭐가 나갈지 몰라.”

[알았어! 걱정 마! 하나하나 섬세하게 컨트롤해줄게!]

성좌가 자신만만하게 나올수록 승지는 더욱 불안해져갔다.

어린 애한테 운전대를 맡긴 기분이랑 아주 흡사했다.

스틱의 위가 어딘 줄도 모르는 저 핏덩이를 데리고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심지어 이세계에서?

[꺄 승지야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봐봐!]

승지가 진지한 고민에 빠질 틈도 없이 몸이 폴짝이며 뛰어올랐다.

[점프야 점프!]

“엉. 그래. 흐지마라.”

승지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래, 격겜 처음하면 점프부터 뛰어보는 거 나도 잘 알지. 성좌의 손에 컨트롤 당한 거였지만, 웬만한 장애물 뛰기 선수보다 더 높은 위치까지 연달아 훅훅 뛰는 하체가 신기하긴 했다.

이X리 같네.

캐릭터는 멋져도 본인이 되면 놀아나는 기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단 서있을 수 있다는 데 만족한 승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데 다 어디 갔냐?”

[누가?]

“선원들.”

* * *

치마리는 선장 밑에서 오랫동안 일 해온 조타수였다. 말이 조타수지 실제로는 드래곤이 알아서 배를 움직여줬기에 짐만 실었다 내리는 보통 선원이랑 크게 다를 게 없는 팔자였다.

그러나 그동안 놀고먹은 시간을 보답하라는 듯, 선장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상황이 생겨버렸다.

“뭘 어쩌시겠다고요, 선장?”

“다시 부르그골 님을 불러서 돌아가자고!”

선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탁자를 짚었다. 그도 어리석은 인간이 아니니 자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지금 우리를 그 고생에서 구해준 사람을 버리자는 겁니까?”

“생명의 은인 아닙니까!”

“시끄러! 시끄러! 나도 다 안다고!”

선장이 탕탕 탁자를 내리쳤다.

“그래, 저 인간 덕분에 우리 목숨을 건졌지. 그런데 이 꼴을 봐라! 배는 다 망가지고, 팔려는 물건은 없어지고. 드래곤에게 바칠 제물은 벌써 써버렸잖아!”

이미 몇 번이나 고민한 문제인지 선장의 입에서 말이 술술술 잘도 나왔다.

“이대로 가면 우린 돌아가도 굶어죽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배 한척이 드래곤의 힘을 다시 부르는 값도 만만치 않아! 너희 다 부자냐? 그 돈 다 내고 살 수 있어? 어!”

“…….”

선원들이 주춤했다.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인간이면 당연히 그에게 보답해야 합니다!”

“애초에 우리가 왜 죽을 뻔 했는데!”

선장이 파르르 떨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피우에게서 빠져나온 그들은 승지가 인벤토리에 들어갈 때 해골 눈알을 가져가는 바람에 방향도 모르고 물이 흘러가는 대로 떠밀려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마왕의 힘이 사라지기 전에 물이 자신이 왔던 별로 돌아가 죽는 꼴은 면했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바다와 지형이 그들을 둘러싸게 되었다.

“게다가 이 별은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너희도 오면서 봤을 거 아니냐. 그 ‘무덤’들을!”

선장이 특별히 뒷말을 강조했다. 선원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난 용사도 영웅도 뭣도 아니고 그냥 장사꾼이야! 장사꾼이면 장사꾼답게 빠져있어야지! 저걸 배에서 당장 안 던져버린 것만 해도 우린 할 도리를 다 한 거야!”

선장이 이때를 틈 타 계속 분위기를 끌어가려던 찰나.

“선장.”

치마리가 묵직한 목소리로 제지했다.

“사람은 의리를 지켜야합니다.”

치마리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본 선장이 아차 했다. 철가면에 그려진 날개는 그들 세계에서도 유명한 문양이었다.

“선장은 신의 심판자가 두렵지도 않습니까? 그가 마왕만 잡고 다니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너, 너 지금 나 협박하냐?”

선장이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 의리는? 어? 너랑 나 의리는! 내가 지금까지 너 먹여주고 키워주고 다 한 그 의리는!”

“저 사람은 우릴 구해줬습니다.”

치마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선장과의 의리는 목숨의 의리를 갚은 다음에 지킬 수 있는 겁니다.”

“맞아요!”

“옳소!”

순식간에 선원들이 치마리에 동조했다. 하늘과 땅에선 겪을 수 없는 전대미문의 재난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고난을 함께 겪어 탈출시켜준 그를 각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선장에게는 여전히 채승지가 재난과 한 묶음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우리도 그 이상한 공간에 들어가 봐서 알지 않습니까. 정말 나쁜 인간이었다면 우릴 구하려고 그렇게 노력 안하고 혼자 도망갔을 겁니다.”

“아 글쎄…! 그래도 그건 다 자길 위해서…!”

“누굴 위해서면 달라집니까? 우리 목숨을 구해줬다는 사실이?”

“오오오!”

“맞습니다!”

“우린 끝까지 함께 할 겁니다, 선장. 이 배를 다 끌고서라도요.”

주춤거리던 선장은 완전히 분위기에서 열세를 보이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젠장… 네가 선장 해먹어라!”

“오, 줄 겁니까?”

“안 줘! 못 줘! 이젠 말도 그냥 못 해보냐!”

“그럼 동의하시는 겁니다.”

치마리는 제법 뿌듯하게 일어났다. 그래, 이게 맞다. 당연한 일이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생명의 은인과 함께 가리라 다짐하자 제법 기운이 솟았다.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고 끝까지 의리를 지킨다.

꼭 이야기 속 영웅의 동료가 된 것 같지 않은가.

치마리는 언감생심 자신이 마왕을 무찌르고 별을 구하는 영웅이 될 거란 상상을 할 수 없었지만, 영웅에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생 뿌듯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승지의 대답을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네 다 돌아가라.”

*

승지는 굳이 선원을 찾지 않았다. 알아서 쉬고 있겠거니 싶기도 했고, 어차피 배 위인데 어딜 가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내 몸 하나 간수하기가 빡셌다.

아니, 진짜로.

부웅.

조종당한 승지의 손이 힘차게 공기를 움켜쥐었다.

[다시! 쥔다! 잡기!]

“야! 그냥 니가 내 손 위에 올려놓으라고! 인벤토리는 잘 움직이잖아!”

[안 돼! 승지의 손으로 잡아야지! 잡기! 누른다! 잡기!]

성좌에게 길 찾게 해골 눈알 좀 달라고 했다가 이 난리를 벌이게 된 승지가 고통스러워했다.

성좌가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으면 승지의 몸은 가만히 서 있는 대기 자세를 취했다.

그러니 해골 눈알을 쥐는 행위가 갑자기 별 세 개짜리 고난도 기술이 되어버린 것이다.

성좌가 승지한테 주려고 허공에서 해골 눈알을 떨어트리면, 타이밍에 맞춰서 잡기 버튼을 누르면 잡을 수 있다.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실력을 가진 게이머에 한한 이야기였다.

벌써 수십 번이나 떨어지는 해골 눈알에 헛손질을 한 승지에겐 옳은 말도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이번엔 진짜로 잡을 수 있어!]

“하지 마! 그냥! 너 진짜 게임에 재능 없다고!”

[나 광대야! 광대가 게임을 못한다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어어!]

언제부터 광대의 다른 말이 프로게이머였냐!

승지가 소리 지르기 전에 뒤에서 벌컥 문이 열렸다.

“깨어나셨군요!”

“영웅이 돌아오셨다!”

젠장, 여기도 영웅 이 지랄이네.

승지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과 반대로 성좌의 열렬한 시도가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갔다.

[크아! 아깝다!]

아깝긴 개뿔이. 한국 게이머의 피가 끓는다, 끓어.

툭 떨어진 해골 눈알을 삼키는 성좌를 보며 승지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됐고, 하던 거 다 중지. 태연한 척 해.”

성좌가 자신의 몸으로 뚝딱거리는 것도 수치스러워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망할 꼴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웅! 승지 대기 모드! ( ˃ᴗ˂ ) ]

또 그새 이름까지 붙여놨는지 승지의 자세가 다시 차렷 자세로 돌아갔다.

하… 제발 평범하게 보여야 할 텐데.

두통이 치미는 이마를 짚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참 기가 막혔다.

우르르 몰려나온 선원들이 승지를 둘러쌌다.

“계속 깨어나지 않으셔서 걱정했습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덕분에 저희는 다 무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음.”

대충 대답하고 넘어가려던 승지는 문신을 한 선원이 흘려 넘길 수 없는 대사를 던져서 눈을 크게 떴다.

“이제부터 또 모험을 떠날 텐데 잘 쉬셔야죠. 저희도 방금 함께 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험?”

“예!”

무슨 염병할 모험? 설마 마왕한테서 탈출한 그거? 그 생고생이 모험으로 보이냐? 죽지 말라고 햇볕에 내놨더니 아예 머리에 꽃밭을 피워버리네?

어이가 없어진 승지가 말이 없는 걸 감격으로 오해했는지 그가 신나서 말을 이었다.

“목숨을 빚진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잊지 않습니다!”

뒤에 따라온 선원들이 합창하듯 따라 외쳤다.

아니, 그럼 곤란한데.

나 보물 찾으러 왔단 말이다. 너희들한테 못 나눠줘.

성좌가 뻘 짓을 한다고 수십 번 해골 눈알을 떨어트린 덕분에 해골 눈알에서 뻗어 나온 빛이 가리킨 방향이 제대로 지상을 향해있다는 걸 보았다.

마왕 수염까지 뽑아대며 고생한 보람이 있지. 보물 한 탕 거하게 챙겨서 돌아가야 안 되겠냐.

심지어 보물의 위치를 안내하는 정신체 설명에 이세계의 판도를 바꿀 물건이라고 적혀있었다고.

얼마나 엄청난 대박이라는 거야?

이런 승지의 속내도 모른 채 선원은 자신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의리를 지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열심히 강조했다.

“비록 선장님은 다시 드래곤을 불러서 가자고 했지만요. 하지만 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선장님만 그렇게 주…!”

“그렇게 해.”

승지가 말을 잘랐다.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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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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