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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광대의 대모험 (2)

용맹한 개 세 마리가 스켈레톤을 소갈비처럼 물고 뜯었다.

“굉…장해!”

광대가 처참히 분해되는 뼈다귀들을 보고 감탄했다. 개들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오체분시를 해냈다.

따그락. 따그락.

쌓여가는 뼈 더미를 본 스켈레톤들이 조금씩 물러났다.

때맞춰 인간 각성자들도 미션 창을 보고 나타났다. 광대가 얼른 개들을 몰아 사람들의 발치에서 벗어났다.

“잘했어! 케로! 베로! 스야! 쪼끔 무섭지만! 그래도 멋있었어!”

광대가 개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자랑스럽게 스켈레톤의 뼈를 물고 온 개들은 인간들이 스켈레톤을 무찌르기 시작하는 걸 잠깐 구경했다.

아직 먹을 수 있는 걸 왜 부수냐는 눈빛이었다.

“가자. 약속 상대가 우릴 기다려.”

그들은 골목길로 빠져나왔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광대는 딴 생각을 했다.

개들이 스켈레톤을 잡을 수 있다는 건 그들도 힘을 받았다는 뜻이겠지?

동물이 성좌와 계약했을 리도 없으니 결국 개들이 사용한 힘은 마왕의 것이라는 뜻이다.

바람에 날리는 모자에서 요란하게 방울 소리가 났다.

마왕의 무기도, 개들도 모두 승지를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힘차게 달려가는 등 위에서 광대가 뻣뻣한 털을 움켜쥐었다.

내가 떨어져 나와선 안 되는 거였어.

역시 난 승지 곁에서 그저 성좌로 남았어야….

“컹!”

건물 앞에 도달한 베로가 크게 짖었다.

“여기구나!”

광대는 자연스럽게 개를 세웠다.

아이샤가 있는 곳은 경찰차가 몇 대 서있는 작은 호텔 앞이었다.

범윤오 문제가 닿았는지 유망한 랭커들이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드나드는 게 보였다.

번태가 성좌의 모습은 들키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살그머니 인벤토리를 몸을 감춘 채 광대가 문 앞을 빙글빙글 돌았다.

“응? 웬 개새끼야?”

“훠이. 저리 가라.”

문 앞에 드나들던 인간들이 발로 밀쳐내려고 하자 케로베로스야가 금세 사나워졌다.

“크르릉.”

“워, 무슨 개 이빨이…?”

“잠깐. 저 정도면 몬스터 아냐?”

“진정해, 얘들아!”

광대가 급히 속삭였다.

원래 훈련받은 개들은 사람에게 쉽게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빨리 흉포해지다니.

승지와 있을 때는 순해서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설마 저것도 마왕의 힘에 영향 받아서 성격이 변한 걸까?

초조해진 광대가 일단 무작정 안으로 데려가려고 했을 때였다.

그들의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이샤 님.”

그들이 허둥지둥 물러났다. 아무래도 아이샤는 제법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나 보다.

그가 자연스럽게 개 세 마리를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사납던 개들의 몸통을 꽉 쥐는 솜씨가 제법 힘 스탯 좀 찍은 듯 했다.

바짝 개에게 눌려있던 광대는 모습을 드러내도 될지 말지 고민했다.

번태 아저씨가 들키지 말랬는데. 그냥 성좌인 척 할까?

그러나 아이샤가 선수를 쳤다.

“편하게 있어도 됩니다, 발릭.”

“…저기, 놀라지 않네요?”

“당신이 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방으로 들어간 아이샤가 개들을 풀어놓았다. 안겨오는 동안 아까처럼 으르렁거리진 않고 얌전해진 게 다행이었다.

광대가 꼬물거리며 베로의 등에서 내려왔다. 아이샤가 차분히 손을 모으고 앉았다.

“왜 절 찾았습니까?”

“…아이샤. 당신은 예언을 할 줄 아는 거죠?”

“맞습니다.”

“마왕에 관한 예언도 당신이 했나요?”

아이샤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그 예언의 주인일까 두려운가요?”

“난 절대 마왕이 되지 않을 거예요.”

광대가 여전히 뿅망치 형태를 한 마왕의 무기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승지에게 더 큰 힘을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마왕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강해지고 싶어요. 당신이 한 계약도 그것과 비슷한 거 아닌가요?”

아이샤가 흰 눈을 깜박였다.

“내가 한 것과 같은 일을 하길 바라나요?”

“네!”

“당신이 별로 원하지 않을 텐데요.”

광대는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하려는 일을 계약한 인간이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광대는 갑자기 덜컥 승지 생각을 했다. 몰래 빠져나왔다고 화내면 어떡하지.

하지만 화를 내도 막상 강해지면 승지는 좋아하잖아.

매번 그래왔다.

쪽팔리다며 욕을 하고 광대를 맨날 혼냈어도 어쨌든 강해진 승지는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야!

눈을 굴리던 광대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괜찮아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인간에게 자신을 포기하고 우리의 인벤토리로 흡수되라고 하세요. 그리고 남은 육체로 성좌를 옮기면 됩니다.”

기대에 차서 듣던 광대가 흠칫했다.

“네?”

“방금 말한 대로 입니다.”

광대의 입이 벌어졌다. 잠시간 멍해있던 광대가 뒤이어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도 한참을 입술을 붙였다 뗀 광대가 억지로 웃어 보였다.

“거짓말이죠?”

“…….”

“당신이 아니라 성좌랑 얘기하게 해주세요!”

“그러고 있습니다.”

“아니….”

광대의 숨이 거칠어졌다.

“…당신이 아니라 계약자랑 대화하게 해주세요.”

“그러고 있습니다.”

크게 떠진 광대의 눈이 아이샤의 얼굴을 배회했다. 진담이라는 걸 확신할 만큼 오래.

광대가 입술을 떨었다.

“둘 중 어느 쪽이 진짜에요?”

“둘 다 진짜입니다. 우린 합쳐졌어요.”

성좌와 하나가 된 인간이 광대를 내려다보았다.

인격과 성좌의 경계가 무너진 지점이 비인간적인 표정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섬뜩해진 광대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성좌신이 허락할 리 없어요.”

“어차피 마왕도 그의 허락을 받고 생겨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의 그건, 성좌신의 방식대로라면 절대 불가능하잖아요.”

작은 얼굴이 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 페널티를 각자 처리해야 하니까.”

아이샤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번태는 성좌와 각성자의 관계를 일방적인 기생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관점이다.

성좌와 계약한 인간도 이세계의 힘을 쓴 대가를 성좌가 감당하지 못하면 소멸한 운명이었다.

각성자가 죽으면 성좌도 죽는다.

그러나 성좌가 죽어도 각성자가 죽는다.

번태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건 성좌가 ‘인간의 몸’을 잃어버린 것을 성좌의 죽음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세계에 있는 번태의 성좌가 죽었어도 그는 힘을 잃지 않았다. 성좌가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힘은 육신에 축적되지 않는다.

‘존재’다.

“인간의 눈에는 둘. 그러나 성좌신이나 마왕들의 눈에는 하나.”

아이샤가 나른하게 말을 이었다.

“존재를 증명한다는 건 참 재미있어요. 가끔 분리되어 떨어져도 각자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여전히 하나인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흰 눈동자가 방향을 찾듯 천천히 움직였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짓을… 당신과 계약한 사람을….”

“당신도 원래는 나처럼 인간을 삼킬 생각이 아니었나요?”

“아니야!”

광대가 높은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했어!”

“어차피 다나우는 구분하지 못하는 데도요?”

광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샤가 침착하게 입술을 열었다.

“이중인격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발릭?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인간들은 한 사람이라고 믿더군요.”

“그건, 달라. 나는 다른 몸이 있었어! 승지와는 다른 사람이었어!”

광대가 미약한 목소리로 저항해 보았다. 아이샤는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기억은 간직할 수 있지요. 발릭. 나는 당신이 한 때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

“하지만 당신이 성좌와 각성자라는 불필요한 구분을 간직하면 할수록 존재하기 위해서 페널티를 계속해서 감당해야 합니다.”

“무슨… 페널티를…….”

“서로가 몸을 차지하려는 페널티 말이죠. 물론.”

묵직한 말로 성좌의 명치를 때린 아이샤가 천천히 못을 박았다.

“성좌는 관념을 실체화할 수 있습니다. 인벤토리나 스킬 같은 허황된 것들.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건 인간이라는 현실적인 존재가 끊임없이 재구축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샤가 마치 상태창을 키듯 손을 올렸다.

“힘 스탯이 이만큼 올랐네. 그러니 난 이정도의 힘을 쓸 수 있겠어. 이런 스킬을 얻었네. 그럼 자연적인 법칙으로 말이 안 되는 소환도 할 수 있겠어.”

아이샤는 인벤토리를 열고 거대한 빌딩의 아래쪽을 내보냈다.

그들이 있는 방보다 더 큰 빌딩의 창문이 나타났다.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속에서 끊임없이 소화되고 있는 현실감각. 개연성. 납득할 수 있는 논리.”

인간의 오감은 보고 재단하고 나눈다. 분류함으로써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일부를 실체화시킨다.

긴 코와 짐승이라는 분류만 보고도 코끼리라는 존재를 떠올리듯이.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페널티를 감당하는 그들의 방식이지요.”

아이샤는 창문을 닫았다. 그 위로 또 창문을 닫고, 또 닫고, 끊임없이 닫히던 창문은 그가 인벤토리를 닫음으로써 사라졌다.

엄숙한 목소리로 아이샤가 일어났다.

“성좌신이 우리에게 얼마나 강력한 힘을 줬는지 모르겠습니까?”

“……희생하진 않을 거야.”

새하얗게 질린 광대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이용하는 게 아니야. 나는, 승지를 제물로 바쳐서라도 존재하고 싶은 게 아니야!”

“물론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발릭.”

아이샤가 달래듯이 광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성좌로 남아 있으면 이러한 페널티를 감당하느라 진정한 자유를 얻진 못해요.”

“자유?”

“그래요. 당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 동시에 성좌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되니까요.”

아이샤가 안타깝다는 듯이 광대의 볼을 쓸었다.

“모든 성좌들은 성좌신이 끊임없이 존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증명하는 과정에 빠져있어요.”

뺨에 와 닿는 아이샤의 손은 서늘했다. 축축하게 배어나오는 땀도 느껴졌다.

고작해야 이런 감각을 위해서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가.

본능적인 거부감이 치밀었다.

“싫어!”

광대가 아이샤를 뿌리쳤다. 아이샤는 여전히 고요하고 냉정한 표정이었다.

“그럼 마왕이 될 건가요?”

“……!”

“마왕들은 성좌신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신을 증명하며 존재합니다. 힘을 빼앗기면 취약해지긴 하지만 확실히 성좌신에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치명타지요.”

광대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눈물이 아니라 끅끅거리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다나우, 너도 같은 생각을 한 거야?

우리 모두를 구해주겠다고 한 건 세상으로부터였어?

마왕은 모든 것을 뱃속에 삼키고….

광대가 거칠게 눈을 문질러 닦았다.

“그럼 당신은?”

“저는 마왕이나 성좌신의 바깥에 존재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둘 모두를 포기했지요.”

“그럼 성좌나 마왕인 척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거야?”

“그들도 저를 모르니까요.”

아이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자아와 타인을 구별하는 감각이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맺은 계약이었으며,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대가입니다.”

아이샤와 성좌가 맺은 계약의 실체를 안 광대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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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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