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30. 우리 고기 먹는 사이잖아요. (2)

유월은 한쪽 머리를 귀 뒤로 넘겼는데 평소와 달리 몹시 청순하게 보였다. 승지가 보아온 그는 보통 화나거나 싸우는 상태였던 것이다.

메뉴판은 이미 안중에도 없어진 승지가 책처럼 펼쳐놓고 흘끔흘끔 유월을 넘겨다보았다.

그런데 아직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

승지가 고민했다. 그래도 내가 명색이 광대 성좌를 가진 각성자 아니냐. 뭔가… 농담으로 빵 터트려주고 싶다.

머릿속으로 게임할 때 들었던 농담 몇 개를 떠올린 승지는 빠르게 대가리를 비웠다. 이건 아니다. 개 망하는 결과밖에 안 떠오른다.

고민하던 승지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식탁 밑으로 내려 타자로 성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뭐 웃길만한 얘기 없냐? ]

[꺅! 그거라면 광대인 내가 전문이지! 자, 들어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축제는? 피로연! 푸하하ꉂꉂ(ᵔᗜᵔ*)]

응, 이쪽도 접자.

깔끔하게 손절한 승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딴 걸 지금까지 광대라고 데리고 다녔다니 수치스럽다.

성좌의 힘을 포기한 승지는 제 힘으로 대화거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승지에겐 다행스럽게도 던전 식당이 비싼 값을 해주었다. 화젯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투두두둥!

연달아 박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식당 옆으로 거대한 몬스터가 솟아올랐던 것이다.

“!

“나왔다!”

드륵, 반사적으로 의자를 반쯤 끌고 일어난 승지와 달리 손님들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찰칵찰칵!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거나 톡틱용 동영상을 촬영했다.

뭐야, 아무리 각성자가 많다지만 저렇게 긴장 풀어도 돼?

넓적한 야자 잎 같은 게 비늘처럼 온 몸을 감싼 괴물은 둥글넓적한 일종의 용처럼 생겼다.

던전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저 정도로 강해보이는 괴물이 나타나다니. 확실히 사람이 많이 들어온 영향이 있었다.

당장이라도 침입자를 공격할 것처럼 야자 잎으로 감싸인 콧구멍에서 거센 김이 새어 나왔다.

투기를 불태우는 괴물을 본 승지가 유월을 가리듯 섰다.

“승지 씨?”

“앉아있으세요. 저건 제가 처리합니다.”

“괜찮아요.”

유월도 싸우려는 건가 싶었는데 뜻밖에도 그의 손을 잡아왔다. 승지는 바로 얼어붙었다.

[헛, 승지야. 누가 마비 마법 걸었어?]

마비 마법이 아니라 그냥 모쏠이다.

유월이 부드럽게 승지를 당겼다.

“우리 저거 먹으러 온 거예요.”

“예? 저걸요?”

식당을 차린 각성자들은 손님들이 충분히 괴물을 촬영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가끔 쿵하고 손님을 향해 돌격하려고도 했지만, 방패를 든 각성자가 머리를 후려쳐 간단하게 막아냈다.

“잘한다!”

“멋있어요!”

손님들이 즐겁게 호응해주었다. 무대 공연이라도 보는 듯 했다. 싸우던 각성자들이 외쳤다.

“자, 오늘 특선 요리 재료 대령합니다!”

사칵.

끝에 갈고리가 튀어나온 네모난 칼을 괴물의 목에 건 각성자가 단숨에 머리와 몸을 분리해냈다.

저 미친놈이 식당에서?

피가 확 튈 거라고 예상한 승지가 팔로 유월의 머리 위를 가렸다. 그러나 피 대신에 강렬한 열대과일 향이 팍 터져 나왔다.

“으음~.”

“이 냄새지!”

“정말 근사하다!”

손님들이 저마다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무심코 코를 킁하고 씰룩인 승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단 내가 이렇게 심해. 애들 간식 같네.

영 승지의 취향은 아니었으나 사람들은 좋아했다.

머리와 몸을 따로 든 각성자들이 사자탈춤처럼 괴물의 몸을 흔들며 인사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유월이 다시 한 번 손을 당겨 승지는 반쯤 굳어있던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제 앉으셔도 돼요.”

“…정말 저걸 먹는군요.”

승지는 마냥 좋아하는 각성자들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저게 그렇게 맛있습니까?”

“맛은 잘 모르겠지만 먹고 나면 사냥 버프를 받으니까요. 도움이 되죠.”

유월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승지는 차라리 그 대답에 안심했다. 유월이 자신과 똑같이 저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게 동질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유월이 가볍게 메뉴판을 접었다.

“그래도 맛을 즐겨서 나쁠 건 없겠죠. 구이가 좋으세요, 찜이 좋으세요?”

“…굽죠.”

그나마 그게 먹기 편할 거라 생각한 승지가 주문했다.

마침내 나온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급 식당이 그러는 것처럼 먹는 부분보다 으리으리한 장식이 더 큰 접시였다.

괴물의 겉껍질이었던 야자 잎은 둥글게 말려있었고, 그 안에 스테이크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덩어리가 보였다.

미심쩍은 얼굴로 잘라 먹은 승지가 몇 번 씹자 육즙이 물씬 배어 나왔다.

[어때? 어떤 맛이 나?]

“구운 과일 같네.”

씹다보니 제법 고기 같은 느낌도 났다.

유월은 찜으로 주문했는데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한 숟가락 씩 떠먹는 모습이 또 엄청 예뻤다.

…진짜 데이트 같다. 먹기 어려운 음식을 같이 먹으니까 정말로.

승지는 음식을 먹으며 잠깐 고민해보았다.

유월이랑 사귀게 되면 아무래도 유청 팔은 고쳐줘야 되겠지?

그동안 협박으로 잘 써먹으니 슬슬 풀어줘도 될 것 같았다. 유월과 사귀는 기념으로 고쳐주면 유월도 좋아할 테고.

좀 거슬리긴 하겠지만 유청 놈이 더 이상 자신에게 멋대로 굴 수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지금은 유청이랑 싸워도 내가 이기잖아? 아무 문제없겠군.

배가 불러오자 승지의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띠링!

[ 델망가의 고기 섭취로 일주일 동안 힘 스탯이 3 상승합니다! ]

게다가 유월이 말했던 대로 스탯까지 오르고 나니 이것보다 더 완벽한 데이트는 없을 것 같았다.

[근데 사귀자고 누가 먼저 말하는 거야? 둘이 오늘부터 1일이야? 오늘 뽀뽀해?]

인마, 어디까지 가냐.

그래도 승지는 꽤 자신만만한 상태였다. 저녁을 먹으며 유월과 가볍게 대화했을 때 실수한 부분도 딱히 없었고, 제법 진지하게 유월의 길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럼 청월량 길드는 길드원이 적은데도 용병처럼 일을 해 다른 길드와 함께 싸우는 일이 많다는 거군요.”

“네. 량이가 멀쩡했을 때는 셋이 함께 사냥을 다녔지만 지금은 다른 길드원을 교육해주거나 서브미션 레이드를 도와주고 있죠.”

“무척 바쁘시겠습니다.”

“청이가 다친 이후로는 일이 저한테만 몰려서 더 그렇죠.”

[우웃, 저 말은 좀 위험한 걸!]

승지도 움찔했다. 하지만 유월은 승지를 원망하는 기색은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싫어하는 게 아닌가?

유월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는 듯 잠자코 먹기만 했다. 마치 찔리는 건 승지뿐인 것처럼.

그래, 차라리 위기를 기회로 잡자!

승지가 급하게 입을 떼었다.

“그래서 말인데….”

“그래도 고마워요.”

승지의 말과 유월의 말이 겹쳤다.

[잉? 지금 유월이 고맙다고 한 거야?]

성좌까지 덩달아 놀라 대화창을 띄웠다. 유월은 승지 먼저 말하라는 듯 잠깐 눈을 깜박였지만, 승지가 멍해보이자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승지 씨가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 심지어 다른 사람이나 마왕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때도 말이에요.”

[아닌데. 화 엄청 많이 냈는데. 유월만 모르는 건데.]

조용히 해, 인마!

[어, 지금 또 나한테 화낸 거 같은 표정을…!]

“크흠.”

승지가 빠르게 헛기침을 했다.

“사실 제가 화를… 참는 편은 아닙니다.”

“승지 씨가 소심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마왕을 잡을 때나 다른 때처럼 무척 적극적이신 편이죠.”

[음? 적극……? 유월 씨 나랑 승지 캐 해석 다르게 하는 거 같은데요.]

광대가 종알거리는 저 캐 해석이 뭔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

지금 중요한건 유월이 자신을 좋게 평가했다는 거 아닌가! 저절로 벌쭉 지어지려는 웃음을 참느라 승지는 안간힘을 썼다.

노력이 무색하게 유월이 칭찬을 추가했다.

“게다가 농담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오늘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농담이 갑자기 빛을 내며 떠오른 기분이다.

와, 진짜 아무 농담이나 해도 먹힐 거 같은 이 기분 뭐냐?

갑자기 어깨가 펴지고 몸이 들떴다. 보통은 저렇게까지 말 안 하잖아. 관심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잖아!

흥분한 승지의 머릿속이 터질 듯이 부풀었다.

이거 진짜 잘 되는 거 아니냐? 완전 청신호잖아!

성좌의 설레발처럼 오늘 당장 사귀자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 분위기는 잘하면 될 것도 같았다!

될 것도…!

유월이 마지막 말을 꽂아 넣었다.

“저 이제 승지 씨를 친구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예?”

[아!!!!!! 여기서 친구 선언이라뇨!!!]

성좌가 기가 막힌 변화구에 탄성을 내뱉었다.

[다 됐는데! 다 들어왔는데 여기서 급커브!! 안 됐네요, 승지!!! 크아~~!]

닥, 닥쳐봐.

가뜩이나 멍해있던 승지의 눈앞에 성좌가 까불대는 통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실화냐.

승지는 현실부정을 하기 위해 되물었다.

“…친구 말입니까?”

“네, 친구.”

응, 현실 부정 그런 거 안 돼.

유월이 정확한 어조로 강조한 두 음절은 다시 들어도 친구밖에 없었다.

저기, 그 앞에 남자 두 글자만 추가해주면 안되겠습니까? 역시 안 되겠지. 염병.

할 말을 잃어버린 승지의 표정을 오해했는지 유월이 말했다.

“역시 부담스러운가요? 하긴… 승지 씨를 죽인 사람의 가족과 계속 만나기는 어렵겠죠.”

“아, 아닙니다.”

승지가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젠장할, 그래도 이건 발전이라고 봐야 한다. 망할, 진짜 발전한 거라고! 적어도 원수처럼 볼 일은 없다는 거잖아. 친구가 어디냐!

[승지야. 지금 친구 사이라도 되면 언젠가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행복회로를 돌리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남녀 관계는 한 번 아니라고 선이 그어지면 진짜 아닌 걸…! 친구였다가 연인이 된 건 처음부터 둘 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어야만 가능하다는 거! (^.<) 잊지 말기~.]

닥쳣! 내 쪽에서 사심이 있으니까 가능성 있단 말이다!

성좌의 깐족거림을 속으로 대꾸한 승지는 평정심을 싹싹 긁어모았다.

여기서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아무리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도 얕보이지 않는 법은 열심히 탐구한 몸이다.

승지는 역공의 수를 던졌다.

“오히려 유월 씨도 저를 보면서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유청 팔을 자른 데다 계속 부려먹고 있으니까요.”

“그건 그래요. 가족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참을 수 없거든요.”

유월이 선선히 답했다. 승지가 초조하게 침을 꿀꺽 삼켰다.

[꺅 승지야 완전히 자포자기한 거야? 그 얘기를 꺼내다니! 유월이 승지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니!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지뢰 더하기 지뢰는 지뢰밭이라고?

틀렸어! 평화지대다!

승지가 회심의 말을 던졌다.

“그럼 퉁 칠까요? 서로 힘든 부분은 잊고 친구로 지내는 겁니다.”

“네, 좋아요. 퉁.”

유월이 선뜻 답했다. 사선을 넘어온 승지가 간신히 미소 비슷한 걸 지었다.

하하. 유청 팔은 역시 영원히 못 쓰게 해야겠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30화
[130 / 총200]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30화

연재 총 2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