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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꽃종이를 쓸어내야지 (2)

빠아앙!

주름진 악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차려입은 광대 하나가 열심히 공을 던지며 시선을 끌고 있었다.

“보고 가세요! 보고 가세요! 다시없을 희대의 공연이 곧 시작됩니다!”

광대는 재주넘기나 소리 나는 악기를 연주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아예 주변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위화감이 감돌았다.

계속 묘기를 부리던 광대조차도 소란이 허락되지 않는 공기에 점점 눌려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팔을 멈춘 광대의 뒤로 칼을 찬 누군가가 다가왔다.

“앗, 다나우!”

광대의 얼굴이 밝아졌다.

한 때 체자라가 입었던 것과 같은 제복을 입은 다나우였다. 어깨까지 내려온 물빛 머리가 찰랑였다.

둘 다 제법 나이를 먹어 성숙한 태가 났다.

“왜 나와 있어?”

“너 기다렸지. 갔던 일은 잘 됐어?”

“그래. 나도 이제 공식적으로 제국의 마검사야.”

“잘됐다!”

마냥 기뻐하는 광대와 달리 다나우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가 불만스럽게 칼집을 철컹거렸다.

“하지만 그 개자식들. 내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첫 발령을 우리 고향이 아니라 다른 별로 보냈어.”

“헉. 그렇구나. 그치만 난 다나우가 더 이상 잡혀있지 않고 마검사가 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걸!”

광대의 말에 다나우가 비스듬히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제국으로 온 뒤로 다나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격리되어 보냈다. 그동안 혼자 남겨진 광대는 아무 쓸모도 없는 극단의 기술을 연마하며 지내야 했다.

원래 광대와 다나우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제국에서 아는 사람이 서로밖에 없었기에 결국 친해지게 되었다.

다나우가 마검사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가장 많이 응원한 것도 결국 광대였으니까.

늘 오만하고 꼿꼿한 표정을 짓던 다나우도 어쩔 수 없이 광대 앞에선 힘을 풀었다.

“어쨌든 걱정하지 마. 그래도 고향별엔 갈 거니까.”

“으응? 그렇게 마음대로 해도 돼?”

“경유지라고 둘러대면 돼.”

“아하~!”

다나우는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눈을 깜박거리는 광대를 바라보았다.

“뭐해? 짐 싸러 안 가고?”

“응? 나도?”

“당연하지. 설마 뭐야, 안 따라올 생각이었어?”

“아니야! 가야지!”

광대가 얼른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제국에 남는 것보다는 다나우를 따라가는 게 나았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공연은 왜 하는 거야? 그만 둬.”

“이거라도 안하면 이상해서.”

광대가 색색의 공을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었다.

“제국 사람들은 너무 조용해. 서로 대화할 때도 별로 기뻐 보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걸. 다나우는 안 느껴져?”

“…….”

다나우는 대답대신 조잡하게 만든 입간판을 들어올렸다.

“바로 짐 챙겨서 배로 와. 수속 밟고 있을게.”

“응!”

광대는 어쨌든 제국을 떠날 수 있어 기뻤다. 10년간 살았지만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다나우가 격리되었다가 풀려난 뒤로 애써 만나는 사람마다 살갑게 말을 붙여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이상한 눈초리뿐이었다.

광대가 극단에서 보던 정겹고 친근한 관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귀족들만 그렇다기엔 병사나 아이들까지도 그랬다.

그가 공을 던지면 멋있다고 박수를 치는 대신 몇 번 던졌는지 숫자를 대신 세어주는 게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잡동사니를 그러모은 광대가 커다란 짐을 들고 나타난 것과 달리 다나우는 제복 한 장만 입은 그대로였다.

“짐은?”

“필요 없어. 신분 패를 보여주면 어디서든 뭐든 제공해 줄 거야.”

“우와, 좋겠다.”

마검사라는 것도 좋은 거구나.

새삼 생각한 광대와 다나우는 배에 올랐다.

피우 마왕의 가호를 받는지 곧 배 주위로 물줄기가 솟구치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광대는 그래도 마지막이라 제국에 인사를 하려고 갑판에 나와 있었다.

조용히 곁에 서있던 다나우가 물었다.

“넌 안 이상해?”

“응? 뭐가?”

“마왕의 힘으로 배가 움직이는 게.”

광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그치만 배가 없으면 다른 별로 갈 수가 없잖아.”

“배가 아니라 마왕 말이야. 제국에선 마왕이 나타나면 제거하려고 들면서 정작 이동수단은 여전히 마왕의 힘을 쓰고 있잖아.”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했다.

다나우는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한테도 신은 있어. 신의 심판자가 그 증거지. 신의 심판자는 마왕의 힘이 아니더라도 자유자재로 별을 이동할 수 있잖아.”

“맞아, 들은 적 있어! 엄청 무시무시하다던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바보야. 왜 인간들은 신의 힘이 아니라 마왕의 힘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다나우가 쿵 하고 난간을 내리쳤다. 오랫동안 봐오면서 다나우의 성질에 익숙해진 광대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더 쉬워서가 아닐까?”

“…뭐?”

“음, 신님은 어디 계신 줄 모르잖아. 그래서 부탁하기도 더 어려운 거지!”

천진난만한 논리에 다나우가 찡그린 채 광대를 바라보았다.

“…넌 단순해서 좋겠다.”

“방금 욕한 거지?”

다나우가 피식 웃었다. 어쨌든 그가 웃는 건 광대 앞뿐이었다. 광대도 괜히 화난 척을 그만두고 싱글거렸다.

“어쨌든 나쁜 마왕을 다 잡는 마검사가 됐는데 뭐가 걱정이야! 나중에 배가 멈추면 그 때 신한테 기도해보면 되지!”

“난 기도 같은 거 안 해.”

“그럼 내가 할 거다 뭐.”

광대와 다나우가 나란히 서서 별 사이로 날아드는 배를 구경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둘 사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고향별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새로 발령받았다고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마검사 제복을 입은 다나우가 통과하지 못하는 장소는 극히 드물었으나.

하필 같은 제복을 입은 인간들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다나우는 협박하듯 오만하게 눈을 내리떴다.

“왜 아니라는 거지?”

“여긴 지금 체자라 마검사님 외에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거의 마무리 단계라서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 더 이해가 안 가는데?”

“체자라 마검사님이 직접 부탁하신 사항이에요.”

“싸우느라 바빠야 할 인간이 그딴 부탁은 대체 왜 한 거야?”

다나우가 악문 잇새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 극단 사람들을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에 부풀어 있던 광대도 매달렸다.

“여긴 우리 고향이에요! 들어가게 해주시면 안 돼요? 다나우가 제국 밖을 나가도록 허가받기 까지가 얼마나 어려웠는데요!”

눈물 짙은 호소였으나 역효과였다.

“아, 이런. 설마 그 때의?”

안색이 달라진 경계 병사가 급하게 일어났다.

“돌아가세요!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다시 숙주가 돌아오면 어떤 변수가 생길 줄 알고!”

“여긴 내 집이야!”

“그러니까 다 처리하면 그 때 돌아오세요!”

경계 병사가 막무가내로 그들을 끌어내더니 다시 배에 태웠다. 결국 고향의 땅만 한 번 밟아보고 두 사람은 도로 떠나야 했다.

광대는 한동안 골이 났지만 욕을 잔뜩 퍼부을 줄 알았던 다나우가 의외로 잠잠했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섭다고 생각한 광대가 슬쩍 다나우 옆으로 끼어들었다.

“왜 그래? 화 많이 났어?”

“……아니.”

“그럼? 가족들 못 봐서 서운한 거야? 걱정 마. 왕님은 다나우 안 잊었을 거야!”

“그게 아니야. 느낌이 뭔가 달랐어. 내가… 알던 별이 아니었어.”

다나우는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 듯 심각한 표정이었다. 별 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던 광대는 어리둥절해졌다.

“마왕 때문에 달라진 게 아닐까?”

“아니야. 마왕 때문에 떠나기 전 모습도 정확하게 기억하는 걸.”

“난 잘 모르겠어.”

“…나도 너랑 같았을 거야. 마검사가 아니었더라면.”

광대의 눈이 빛났다.

다나우는 자신이 마검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잘 해주지 않았다. 이때다 싶어 광대가 냉큼 질문했다.

“마검사들은 뭘 배워?”

“그건.”

무심코 말하려던 다나우가 표정을 확 바꾸더니 광대를 밖으로 내쫓았다.

“말하면 안 돼.”

“치사해!”

광대가 발을 굴렀지만 다나우는 그 후로도 마검사가 된 이야기는 절대로 해주지 않았다.

결국 원래 지시대로 발령지에 도착한 다나우는 헬바티아 마왕이 점령했다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넌 배에 남아. 위험하니까.”

“그치만…! 나도 돕고 싶은 걸!”

“사람들이나 도와. 마왕은 내 거야.”

이럴 때의 다나우는 단호했다. 조금은 멋있기도 하고.

결국 광대는 배에 남아서 다나우가 구출해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행인 건 제국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광대의 공연에 순수하게 기뻐했다는 점이다.

“아하하!”

“또 보여줘요!”

“정말이지… 더는 웃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눈물까지 글썽이는 사람들을 보면 광대는 더욱 열심히 공연했다. 그리고 역시 다나우를 따라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비로소 자신이 갖고 있는 재주를 써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차올랐던 것이다.

다나우는 세 달쯤 소식이 없더니 마침내 피로에 절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다 처리했어.”

“고생했어!”

“다나우님!”

간만에 본 다나우를 환영하려는 광대를 제치고 구출된 사람들이 먼저 달려갔다.

환호하고 손을 붙잡고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을 본 다나우는 조금 귀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한테 하는 것처럼 때릴 줄 알았던 광대는 조금 놀랐다.

“웬일로 안 밀어냈어?”

“어쨌든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잖아.”

마검사가 되긴 했지만 다나우에겐 아직 공주다운 면모가 남아있었다.

광대가 짓궂게 툭 쳤다.

“뭐야, 나는 안 지켜줄 거야?”

“넌 다르지.”

다나우가 정색을 했다.

“넌 내 옆에 있어야 하잖아.”

그때 광대는 선뜻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다.

한 편 다나우가 마왕을 모두 처리했는데도 제국에선 소식이 없었다.

“기껏 마왕한테서 땅을 빼앗아왔더니 복구 사제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이대로 다시 마왕한테 돌려줄 셈이야?!”

“진, 진정해 다나우. 이 사람은 잘못이 없잖아!”

“제국에서도 지금 일이 터져서 난리라고요. 후계자가 탄 배가 사라졌다고 여기처럼 변방을 신경 쓸 수가 없답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와장창!

기어이 성질을 부린 다나우가 책상 하나를 박살냈다. 급하게 위에 있던 서류를 집은 직원이 도망치듯 외쳤다.

“어쨌든 소식 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거기 안 서! 일을 뭐 그따위로 하는 거야!”

쫓아가려는 다나우의 허리를 광대가 급하게 부여잡았다.

“그만해!”

“제기랄!”

다나우가 험악하게 욕을 내뱉었다.

그가 이토록 화를 내는 이유는 원래 마왕의 구역에 살던 난민들 수천 명이 다나우가 있는 곳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나우가 구출해온 사람들이었다.

“다나우님….”

다나우가 미친개처럼 날뛰는 모습을 보아도 오히려 그들은 더 심정적으로 다나우에게 의존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긴 살 수 없는 땅이에요.”

“빨리 복구되지 않으면….”

“시끄러워!”

다나우가 성질을 내고 돌아섰다. 그래도 사람들은 잠자코 그 둘을 따라왔다.

광대가 보기에도 그들의 추종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몇 번 싸움이 날 뻔했던 걸 다나우의 이름으로 막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평화가 유지되는 건 좋지만.

광대는 불안했다.

“저기, 다나우.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무슨 수로?”

“으음… 배에 사람들을 태워서 다른 별로 이주시킨다던지….”

“제국에서 그걸 허락할 거 같아? 그리고 저 인간들 다 먹여 살릴 식량도 없어.”

“아, 아니면 여길 농사지을 땅으로 바꾼다던지!”

“여긴 마왕의 힘에 감염된 게 아니야. 그냥 원래부터 쓰레기 땅이었다고.”

광대는 퍼석하게 부서지는 진흙땅을 괜스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우리만 떠날 수는 없잖아.”

“…….”

다나우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는 광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알아.”

묘한 표정을 지은 다나우는 한동안 화도 내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광대는 그가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는 거 같아 내심 기뻤다. 광대가 다음 공연을 구상하는데, 갑자기 다나우가 천막을 걷고 광대의 손을 잡아끌었다.

“따라와.”

“어디 가는데?”

“가보면 알아.”

다나우가 이끈 곳은 한 언덕이었다. 그곳에는 납작한 바위가 놓여있을 뿐, 볼품없는 곳이었다.

“저길 봐. 저거 내 제단이야.”

“제단?”

광대는 어리둥절하게 다나우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상한 희열에 찬 눈으로 광대를 바라보았다.

“저기에다가 아무거나 바쳐봐.”

“바치라니? 뭘?”

“글쎄, 아무거나 올려놔봐!”

어리둥절해진 광대는 바위에 방금 전까지 갖고 놀던 공 하나를 내려놓았다.

“잘 봐.”

다나우는 광대에게 보여주듯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 검은 공간이 나타나더니, 다나우의 손끝을 삼켰다.

다시 공간에서 빠져나온 다나우의 손에는 방금 전 광대가 올려놓은 공이 잡혀 있었다.

광대의 이야기를 듣던 승지는 무심코 개념이 겹치는 한 단어를 떠올렸다.

“…인벤토리.”

[그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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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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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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