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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던전에서 던전으로 (2)

조금 소란스럽긴 했지만, 요정들은 금세 정리할 수 있었다. 승지가 끝까지 달라붙는 요정 두 마리를 양손으로 잡아떼는 게 마지막이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류의건이 칼을 내리며 확인했다. 그의 손에 죽은 요정들은 가루마저도 남기지 않고 바닥으로 스르륵 흘러내렸다.

“괜찮아요!”

“이쪽은 다 잡았습니다!”

“나도, 이것만!”

빠삭.

승지가 끈질긴 요정을 푹 찍어 처리하자 힘없이 무지갯빛 가루가 터져 나왔다.

[ 26콤보! ]

요정을 다 잡아서 페널티가 인정되지 않았는지 콤보가 끝난 후유증은 없었다.

승지가 탈탈 요정 가루를 털었다. 그러나 아까 눈에 들어갔던 것 때문에 여전히 세상이 무지갯빛으로 돌았다.

얼굴에 덕지덕지 묻은 요정가루를 본 류의건이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승지 씨. 이거 쓰세요.”

생수 한 통을 건네받은 승지가 군말 없이 얼굴에 물을 퍼부어 가루를 씻어냈다.

[우와! 승지가 무지개 눈물을 흘려!]

윽. 진짜 무지개 색이잖아.

제 눈에서 흘러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은 색감이다. 승지가 질색하며 한참동안 팔로 벅벅 얼굴을 닦았다. 다행히 세상은 금세 정상적으로 보였다.

유청은 언제 그렇게 잡았는지 수북하게 쌓인 요정 더미에서 걸어 나왔다.

“몬스터를 잡았는데도 지형이 변형되지 않으니 던전 크기가 작은 것 같습니다.”

주변이 안전해지자 이연주가 보호 스킬을 해제했다. 책더미 속에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온 사라설이 물었다.

“던전이 작으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할까요?”

“작아서 안전했던 적은 별로 없군요.”

유청이 그나마 사라설에겐 친절하게 대답했다.

막상 요정을 잡고 나니 별것도 아니라 성좌가 왜 그렇게 겁먹었는지 궁금해졌다.

“이 요정이 그렇게 위험하냐? 만약에 여왕 요정부터 안 잡았으면 어떻게 되는데?”

“여왕 요정이 먼저 깨어났다면 마취액에 절여져서 뇌수 뽑힐 때까지 얌전히 환각 상태에 빠졌겠지.”

“우웩….”

[맞아! 끔찍해! 심지어 그건 다른 사람이 당한 걸 봐도 징그럽다구! 내가 여행 다닐 때 제일 무서운 게 요정 웃음소리였어!]

그래, 무서워 할만하다. 인정.

그 후로 몇 번 더 요정의 둥지가 나타났지만 같은 방법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점점 몸에 쌓여가는 요정 가루가 기분 나쁘긴 했지만.

마스크를 썼음에도 공기가 점점 무지개색으로 탁해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이거 그대로 맡고 있었으면 위험했겠는데.

슬슬 맨살에 닿는 가루가 까끌거리며 피부에 파고드는 느낌까지 들었다.

“저기 뭔가 있군요.”

유청이 바스락거리며 벽으로 다가갔다.

“사라설 씨.”

“네! 고어군요!”

사라설이 서둘러 유청 옆으로 다가갔다. 유청이 한 차례 손으로 닦아낸 벽에는 다른 곳과 달리 무채색으로 빛나는 부분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글씨처럼 보이네.

저번에 글라세로의 던전에서 봤던 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

사라설이 고어를 해독하는 동안 승지는 살짝 뒤로 물러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춰서 성좌한테 슬쩍 물었다.

“너 혹시 저것도 읽을 줄 아냐?”

[응! 저게 뭐라고 적힌 거냐면!]

“말하지는 말고!”

얘는 글라세로 던전에서 배운 게 없냐.

성좌를 말리느라 승지는 순간 주변에 있는 인간이 랭킹 순위권에 있는 각성자라는 걸 잊고 있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고스란히 들린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류의건이 말을 붙여왔다.

“승지 씨는 혼잣말을 자주 하시네요.”

“…망할 성좌 때문에.”

“계속 성좌랑 대화하셨던 건가요?”

“그게 왜? 거슬려?”

“아, 아뇨. 그냥 생각보다 미션을 많이 해두신 것 같아서요.”

“응? 그게 무슨 상관이야?”

“보통은 인벤토리 유지나 미션을 위해서 성좌가 힘을 아껴두는 편이잖아요.”

“???”

승지가 이해를 못하는 표정이자 이연주와 정준호까지 끼어들었다.

“성좌들이 현실에 머물려면 그만큼 각성자가 이세계 일을 해줘야 하잖아요?”

“그걸 뭐라더라, 존재 증명치? 라고 부르던데요.”

“맞습니다. 세계가 중첩된 지금, 성좌들과 각성자의 존재는 양쪽 모두에 증명되어야만 존속될 수 있습니다. 각성자가 이세계의 일을 처리할수록 성좌의 자유도가 달라지죠.”

류의건의 일타 강사급 설명까지 듣자 더욱 어이가 없어졌다.

“뭐야. 그럼 미션 보상 같은 것도 사실은 내가 한 일에서 빼돌려서 준다는 거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성좌들도 대부분 힘을 아끼느라 미션을 줄 때가 아니면 조용하잖아요. 전 성좌한테 물어볼 게 많아서 특히 미션을 많이 했지만.”

도서관장을 성좌로 둔 이연주가 덧붙였다. 그제야 성좌도 아는 체를 했다.

[아하~ 이걸 존재 증명치라고 하는구나! 줄여서 존증! 그러니까 존중! 서로를 존중하는 만큼 생기는 마음인가 봐!]

아니, 미친. 그럼 미션 보상으로 받을 수도 있었던 힘을 이런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에 계속 낭비하고 있었던 거냐?

“이… 쓸데없는 수다쟁이가….”

“하하, 그래도 성좌가 귀엽긴 하던데요.”

류의건이 사람 좋게 웃으며 성좌 편을 들어줬지만, 승지는 그냥 성좌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헤헤, 내가 승지랑 친해지고 싶어서 힘 좀 썼지! :3!]

“넌 미래라는 게 없냐?!”

고작 친목질에 성장을 팔아먹다니. 빡이 친 승지가 물었다.

“그 존중치라는 거 다 쓰면 성좌도 죽냐?”

[꺅 왜 그래! 날 죽이려구?! 난 승지랑 친해지는 게 더 좋단 말이야!]

“존중치? 아아 존재 증명치요? 네. 다 쓰면 그대로 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미…!”

나오는 게 욕설뿐이라 승지가 입을 꽉 다물었다.

이 돌아버린 성좌 놈. 진짜로 미친 짓을 하고 있었잖아.

사람이 그냥 말이 많은 건 괜찮다. 조금 성가시긴 해도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니까.

그런데 성좌가 말을 많이 하려고 자기 존재까지 깎아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대체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차라리 엄청난 보상을 위해서 참는 거라면 또 몰라. 고작해야 나랑 친해지겠다고….

눈앞이 아찔해진 승지의 마음도 모르고 성좌가 계속 칭얼거렸다.

[ (.இ﹏இ`。) 안 돼 나 죽이지 마…! 나 승지랑 오래오래 있고 싶어…!]

“그럼 말을 그만 해야 할 거 아냐!”

“거기 조용히 하십시오.”

실시간으로 혈압이 오르는 승지에게 유청이 경고했다.

승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보였는지 류의건이 조심스레 말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지금처럼 승지 씨가 던전에 들어와 있기만 해도 존재 증명치는 오르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승지가 어금니를 갈았다.

이놈의 성좌가 쉽게 성격이 바뀔 것 같지도 않은데,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어떻게 찾아온 기회인데.

성좌는 여전히 설득 삼매경이다.

[승지야 진짜 이렇게 말하는 건 별로 힘들지도 않아! 다른 성좌들이 너무 절약하고 아끼는 거라니까? 이거 말 한 번 안 해봤자 스탯 분배치 1도 못 벌어!]

대화창이 무슨 캐X 슬라이드냐?

갑자기 근엄한 척 하는 영웅 성좌들이 대화 한 번 하려고 30초짜리 광고를 보는 상상이 떠올라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젠장, 그렇게 생각하면 참을 만은 한데.

그래도 지 존재가 달린 건데 아낄 생각이 안 드냐?

승지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졌다. 마냥 혼내기엔 본인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아이를 본 기분이랄까.

[스응지야아아……o(T^T)o 진짜 나 괜찮아! 화 풀어줘어엉.]

성좌는 여전히 큼지막한 대화창으로 비비적거렸다. 이게 애교인지 뭔지.

입 다물라고 시켜도 절대 말을 들어 처먹을 놈이 아니니 승지는 그냥 모른 체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끝까지 데리고 살아야하나, 이 망할 놈.

[아직도 화났어? 응?]

[지금도?]

[여전히?]

참으려다가도 계속 저렇게 대화창을 띄우는 걸 보면 여전히 속이 터지지만 말이다.

“화 안 낼 테니까 입 좀 다물어.”

[으앙 역시 우리 승지 밖에 없어~!!]

승지는 볼을 누르는 대화 창을 흐린 눈으로 무시했다.

그 난리 통에도 용케 고어 풀이에 집중한 사라설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해독했어요!”

바로 사람들이 사라설에게 모여들었다. 공책에 어지럽게 적힌 자국 밑에 단정하게 적은 글씨가 보였다.

“눈으로만 보고 소리 내어 읽진 말아주세요.”

종이에 적힌 문장은 딱 두 줄이었다.

길 잃은 자여, 맞이하리니.

그대의 기억은 나의 감미가 되리라.

나르키아라는 놈도 어째 글라세로랑 말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마왕들만 다니는 학원이라도 있냐.

몇 번 읽어본 승지가 뜬구름 잡는 소리에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뭔 소리야 이게?”

“찾아온 방문자를 맛있게 잡아먹겠단 소리죠.”

사라설이 긴장한 얼굴로 공책을 탁 덮었다.

“아무래도 여긴 나르키아의 식량 창고인가 봐요. 요정들은 거기 꼬인 거구요.”

“식량 창고라면 오래 머물긴 힘들겠군요. 언제든 나르키아가 찾아올 수도 있을 테니.”

결국 하루가 지나는 대로 던전을 옮기기로 한 승지 일행은 다시 던전을 열 수 있을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곳은 좁은 통로라 습격에 대비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남은 몬스터가 없는지 주변을 정찰하고 온 류의건이 차분하게 말했다.

“다행히 다음 문이 열릴 때까지 버틸 수는 있겠습니다.”

“여기보단 안전한 곳이 나와야 할 텐데요.”

“반드시 다음 던전으로 넘어갈 필요 없이 여기서 돌려봐도 되잖아?”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승지가 묻자 유청이 바로 반박했다.

“이곳에 나르키아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걸 잊었습니까? 생각이라는 걸 하고 말하십시오.”

“…근데 이 새끼는 걸핏하면 시비네?”

“두 분! 그만하세요!”

그러나 승지는 오히려 유청에게 바짝 다가갔다.

“말 나온 김에 좀 묻자. 넌 도대체 왜 호위 팀으로 따라온 거냐?”

“해야 할 임무일 뿐입니다.”

“아니 씨바 그러니까 날 존나게 싫어하는 주제에 마왕 팀에 안가고 호위 팀으로 들어왔냐고?”

대놓고 위협적으로 나오는 승지를 본 유청은 가소롭다는 기색을 보였다.

“원래 불안한 요소는 가장 가까이에 두고 처리해야 하는 법이죠.”

“허, 웃기시네. 그냥 마왕한테 쫄았다고 하기엔 쪽팔리냐?”

꿈틀.

유청의 미간에 금이 갔다.

“누가 마왕 따위에 겁을 먹는다는 거냐?”

드디어 유청의 성질을 건드린 승지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성질 나왔네. 이 자식은 전부터 계속 고고한 척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오히려 이때다 싶어 승지가 싸움을 걸었다.

“그럼 다시 붙어볼래? 저번에 붙었을 땐 제대로 시작도 못 했잖아.”

“하. 웃기지도 않군. 던전이면 유리할 거 같나?”

“그만들 하십시오!”

류의건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걸로도 성에 안차는지 아예 둘 사이에 들어와 가로막았다.

“이 심각한 상황에 두 분이서 뭐하시는 겁니까?”

“왜요, 재미있는데.”

걱정하는 사라설이나 정준호와 달리 이연주는 아예 말리는 시늉도 안했다.

“어차피 당분간 던전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데 미리 싸워두는 편이 낫지 않아요?”

“전 반대합니다. 지금 함께 힘을 모아도 부족한 때에…!”

류의건이 한없이 진지하게 말렸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엄청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던전에서 목숨 내놓고 저놈이랑 싸울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걸 참아가면서 버틸 생각도 없었다.

승지는 처음부터 꺼내려던 제안을 툭 던졌다.

“간단하게 가자고. 다음 던전에서 누가 더 성과를 올릴 수 있을 지로 승부를 내자.”

“내용이야 어떻든 당신이 날 이길 것 같습니까?”

유청이 아예 대놓고 위아래로 승지를 훑어보았다.

그래 나도 알아. 지금 당장은 내가 너보다 약간? 좀 능력이 딸리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이런 이벤트에 환장하는 성좌가 있거든.

[꺄아악 승부! 승부라고!]

당연히 흥분한 성좌가 마구 대화창에 이펙트를 뿌렸다.

[✧던전에서 얻은 존중치 다 때려 박을게! 승부 가자아!! ✧(>o<)ノ✧]

아니, 적당히는 아껴 써. 자식아. 진짜 사라지고 싶냐.

띠링!

[ 서브 미션 : 사냥 대결!

다음 던전에서 각성자 유청보다 많은 성과를 올리자!

보상 : 스킬 ‘허공 답보’, 스탯 분배치 20 ]

보상 한 번 후했다. 이 광대 녀석은 꼭 웃기는 짓거리여야만 미션을 거는 습관이 있었다.

어쨌든 반 강제적으로 뜯어낸 미션을 본 승지가 계속 을러댔다.

“쫄았냐?”

“멍청하긴.”

저건 하겠다는 소리지.

유청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질 걸 알면서 싸우는 멍청한 꼴을 굳이 보고 싶다면 받아주마.”

“질 걸 알아서 안 싸우는 게 더 꼴불견이지.”

유청과 승지가 번갈아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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