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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거짓말쟁이들의 춤 (3)

낯선 외국인이 승지를 향해 또렷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를 두건으로 감싼 이슬람계 여자가 승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의 두 눈동자가 모두 희었다는 점이다.

[헉, 앞을 못 보는 사람이구나!]

성좌의 말대로 그의 초점은 승지에게서 빗겨나가 있었다.

그가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했다.

“저는 아이샤입니다.”

“아, 예.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승지가 묻자 그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파견된 국제 수사관입니다. 채승지 씨가 이번 알러트 수사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국제 수사관이라. 대책 회의 때 지나가듯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수사관이라기보단 사제처럼 생기셨다!]

아이샤는 계속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상하게 그가 웃는 모습이 거북해진 승지가 어색하게 입매를 매만졌다.

“뭐 범인 색출이라도 하러 온 겁니까? 범윤오 방송 봤어요?”

“진범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게 말을 거는 분이 많았어요.”

아이샤가 번태가 있는 쪽을 보여주듯 살짝 머리를 틀었다.

꼭 누가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대놓고 물어보는 건 실례라 아무리 승지라도 입 다물고 있었는데 아이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 제 눈이 이런 건 성좌와 계약했기 때문입니다. 강한 페널티를 받았지요.”

”아, 그렇군요.“

역시 페널티는 위험하군.

승지가 이런 한가로운 생각을 할 때 아이샤가 말을 이어나갔다.

”때문에 저는 다른 사람의 성좌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실과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요.“

”…예?“

그제야 관심이 돌아온 승지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성좌를 볼 수 있다고?!]

아이샤가 길게 내려온 천 사이로 악수를 청하듯 손을 올렸다.

”손을 잡아주시겠어요?“

[손을 잡으면 성좌가 보이는 건가봐!]

과연. 이 방법이라면 확실히 알러트의 보스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괜히 국제 수사관을 맡은 게 아니구만.

당연히 찔리는 게 없는 승지는 바로 손을 내밀어 덥석 잡았다.

아이샤가 웃으며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런데 바보같은 광대의 모습을 보고 끝났어야 할 아이샤가 갑자기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소스라쳤다.

”…핫!“

갑자기 아이샤가 승지의 손을 뿌리쳤다.

그 동작이 얼마나 거셌던지 주변에 있던 사람이 둘을 돌아볼 정도였다.

뭐야?

어리둥절해진 승지가 아이샤를 응시했다.

그런데 아이샤도 자신만큼이나 무척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었다.

크게 벌어진 아이샤의 입술에서 가냘픈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발릭?“

”뭐요?“

승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치 자신이 범인인 것 마냥 반응하는 아이샤가 영 탐탁지 않았다.

그런데 승지가 물러나기도 전에 아이샤가 이번엔 두 손으로 덥석 승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왜 이래요?“

”아빠까 까무 디시니. 발릭. 바가이마나.“

쏟아지는 외국말에 승지는 더더욱 당황해버렸다.

”왜 이래요? 뭐라고 하는 거야?“

[당신이, 왜 여기 있냐고….]

”뭐?“

너 그런 것도 알아들을 줄 알았냐?

물론 계약할 때부터 영어든 뭐든 알아서 써먹긴 했지만 이렇게 낯선 말까지 알아듣자 새삼 신기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이 여자 알아?“

[아니 몰라! 모르지만….]

성좌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인지 대화창이 흔들렸다.

[대체 뭐가 뭔지… 혹시 다나우의 이름을 얘기해볼래, 승지야? 어쩌면 반응할 지도 몰라!]

”다나우?“

강렬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던 아이샤가 속눈썹을 움찔 떨었다. 그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티다크. 발릭.“

[아니라는데? 뭐가 아니라는 거야? 당신 누구야?]

”아니 제발 한국말로 해줄래?!“

승지의 성난 목소리에 비로소 아이샤가 정신을 차렸는지 한국어로 돌아왔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기왕 저지른 실례면 설명까지 해주면 좋겠는데?“

”당신의 성좌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발릭.“

“아닌데? 내 성좌 이름은 반대역이야.”

아이샤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성좌들은 언어에 구애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읽히길 바라는 이름은 내가 읽는 그의 이름과 조금 다르군요.”

뭐래는 거야.

승지가 찌푸린 얼굴로 결국 말을 뚝 잘랐다.

”너 내 성좌와 아는 사이였냐?“

”…….“

아이샤는 갑자기 대답을 피하듯이 고개를 돌렸다.

”꼭 다시 저를 만나러 오십시오, 발릭.“

”지금 해.“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 성좌를 대하듯 말하는 존재에 슬슬 성질이 뻗치기 시작한 승지가 아이샤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렇게 손에 매달리던 아이샤는 이미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다나우가 옵니다.“

”뭐?“

쿵!

갑자기 지옥의 문이 두드려지듯 우렁차고 큰 파열음이 바닥에서 울려 퍼졌다.

”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저, 저길 봐!“

쿠궁. 쿠궁.

바닥을 덮은 대리석에 쩍하고 금이 가더니 강한 힘으로 밀려 올라오듯 검은 문이 나타났다.

놀란 사람들이 최대한 문을 피하듯 떨어졌다.

[던전 문이야!]

성좌가 눈 빠르게 소리쳤다. 승지의 시선도 새까만 문짝에 빨려 들어갔다.

저건……!

암흑마저 집어삼킬 만큼 새까만 색이다. 승지가 잊을 수 없는 던전의 열쇠와 색이 똑같았다.

[염소 대가리의 마왕이야!]

승지에게서 말버릇이 옮은 성좌가 소리쳤다.

[어, 어떻게 그가!]

”그 새끼가 아니야. 아까 아이샤인지 아이셔인지가 말했잖아!“

다나우가 온다고.

역시 이런 빌어먹을 짓을 저지를 놈은 하나밖에 없다고.

험악하게 어금니를 깨문 승지가 인벤토리에서 마왕의 무기를 꺼냈다.

”범윤오 새끼. 굳히기에 들어간 건가?“

[! 아 그렇구나! 범윤오가 마왕의 힘을 빌린 거야! 허억!]

승지의 추측으로는 혐의를 뒤집어씌운 랭커들이 파티장에 나타나서 결백을 증명하니 아예 그곳에 던전을 불러내 깽판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왕이랑 얽혀있다고 엮기도 쉬우니까.

그러나 범윤오는 그것보다 훨씬 더 영악하고 악독한 쓰레기인 자식이었다.

띠링! 띠링!

[ 서울 구로역에 검은 문 출현! ]

[ 남산동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

[ 이거 미션인가요? ]

[ 던전 문처럼 생겼는데 종로에서 같이 들어가 보실 분? ]

여기저기서 제보를 올리는지 파티장에 있던 각성자들이 하나같이 문이 아니라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승지는 다른 곳에서 나타난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적이 나타났는데 그것부터 처리하고 봐도 안 늦는다!

가장 상황판단이 빨랐던 승지는 마왕의 무기를 검의 형태로 바꿔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문틀이 비틀렸다.

삐걱.

눌려있던 동물들의 머리가 한꺼번에 밖으로 튀어나왔다.

”!“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동물들의 탈을 본 승지의 눈이 순간 커졌다.

한 달 동안 염소 대가리의 던전에 갇혀있으면서 수도 없이 봤던 동물 탈을 쓴 인간들이다.

아무리 자신이 개의치 않으려고 해도 던전 속에서 지냈던 일들이 본능처럼 새겨져 있었다.

반사적으로 굳는 몸을 향해 승지가 욕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저건 진짜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승지에게는 아주 찰나의 망설임이었지만 공격이 빗겨나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카각!

승지가 내려친 검이 목표 대신 애꿎은 문을 강타했다.

또 한 번 어둠에 삼켜져 던전으로 이동할 줄 안 승지가 긴장했으나 그때와 달리 던전 문은 굳건했다.

게다가 문 속에서 튀어나온 마왕의 수하들도 승지를 공격하는 대신 슬슬 피해갔다.

마치 그들의 목표는 승지가 아니라는 듯이.

동물 머리들은 대신 파티장에 있던 다른 사람을 향해 미끄러지듯이 다가갔다.

”어머, 어머!“

”으아아악!“

”뭣들 하는 거야! 저것들 당장 치워!“

머리엔 동물 탈을 쓰고 흰 장갑과 양복을 입은 마왕의 수하들은 그저 등장만으로도 괴이한 충격을 불러왔다.

그러나 그 자리엔 깔린 게 각성자고 랭커였다. 사방에서 차르릉 하고 각양각색의 무기가 튀어나왔다.

”다가올 생각 마라!“

콰르르릉!

귀에 익숙한 천둥 소리도 함께 터지며 전류의 강이 그들을 보호하듯 흘렀다.

”남의 잔치에 깽판을 치러 왔는가!“

승지와 비슷한 타이밍에 스킬을 준비했는지 번태가 파직거리는 전류를 가시덤불처럼 깔았다.

물론 문 근처에 있던 승지도 함께 보호하듯 그의 주위를 감쌌다.

기웃거리며 사람들을 노리던 동물 탈들은 닿기만 해도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번개의 강을 넘지 못했다.

불안하게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이 완벽하게 적을 둘러싼 번개를 보고는 크게 안도했다.

”더 다가올 방법은 없는 거지요?“

”어휴 놀래라. 세상에, 세상에.“

”마침 파티에 있을 때 이런 일이 터져서 다행이지….“

다른 곳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대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호를 맡았던 각성자들의 표정도 금세 풀어졌다.

”안심하십시오, 여러분!“

”저희들이 있는 한 절대로 여러분을 해칠 수 없을 겁니다!“

”멋있다!“

”대단해요!“

여기저기서 감탄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승지와 성좌는 여전히 불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불길함은 성좌의 말로 정확하게 나타났다.

[이상해…! 던전 문이랑 괴물이 나타났는데도 메인 미션 창이 안 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성좌신이 사라지기라도 했다는 거냐?“

승지가 급하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아직도 파티장에 동물 대가리들이 얼쩡거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승지와 성좌의 대화를 들었다간 패닉에 빠질 게 분명했다.

[아니야! 여전히 신의 존재는 느껴져! 하지만 정말정말 이상하다! 이만큼이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미션이 뜰 기미도 없다니!]

원래라면 몬스터의 등장과 엇비슷하게, 혹은 더 빠르게 미션 창이 뜨곤 했다.

”서브 미션창이라도 띄워볼래?“

[문제 없지!]

띠링!

[ 서브 미션 : 파티장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즐겁게 만들자.

보상 : 스킬 ‘광대의 소임’ ]

너무도 간단하게 서브 미션 창이 나타났다.

미션에는 문제가 없다는 소린데.

그럼 이 상황은 대체 뭐지?

승지는 기억을 더듬어 성좌신이 미션을 주는 기준을 떠올려보았다.

이세계에서 넘어온 것들이 사람들을 해치려고 할 때 미션이 뜬다.

그렇다면.

”저것들한텐 싸울 의도가 없다는 건가?“

승지가 중얼거렸다.

[에엥?! 말도 안 돼! 저 마왕의 수하들은 다른 마왕들보다 훨씬, 훨씬 사악했잖아!]

성좌의 말대로 꿈틀거리는 동물 머리들은 절대로 좋은 의도를 갖고 나타난 것 같지 않았다.

각각 다른 곳에 있는 동물 대가리들이 마치 하나의 몸통에 달려있듯 꿈틀거리는 모습이라 더욱 끔찍했다.

”여기 말고 다른 데도 문이 떴다고 했었지. 영상 있을 거야. 찾아봐.“

[알았어!]

성좌는 류의건이 줬던 휴대폰으로 이동해 빠르게 기사들을 넘겼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승지가 원하는 걸 찾아내 바로 화면에 띄웠다.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영상은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화질이 아주 깨끗했다.

때문에 승지는 정확하게 다른 곳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우아하게 발뒤꿈치를 든 동물 탈들이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양손을 붙잡고 왈츠를 추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춤?!]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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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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