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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그를 잃었다 (3)

보통 재판장의 엄숙함은 죄의 명명백백함을 밝히고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승지가 참석하게 된 재판은 혐의가 다소 불분명한 사전 청취에 가까운 일이었으므로 지나치게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 신경 쓰였다. 저마다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비단 옷을 입은 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돈 많으면 귀족이려나. 귀족들이 이런 재판엔 뭐 이리 많이 참석한 거야?

죽은 후계자를 향한 충성심이 쩔어줘서?

그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단정하고 검소해 보이는 푸른 정장을 입은 여자가 재판관인지 앞으로 나와 말했다.

“귀하는 빛의 후예, 별의 자손, 우주의 섭리, 모든 안식의 땅에서 허락받은 최후의 민족을 영원토록 자비롭게 다루기로 맹세한 자들의 피를 끊어낸 혐의를 받고 있네.”

“수식어 다 빼고 말하면 안 됩니까?”

대답을 하려고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승지가 넌더리가 나서 대꾸했다.

“집중을 못 하겠는데.”

승지의 지적에 못마땅한 헛기침을 한 재판관이 다시 말했다.

“40년 전 사라진 안식의 제국 후계자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모릅니다.”

승지는 껄렁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이 하도 황당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불량한 말투가 새어 나왔다.

“다짜고짜 사람을 끌고 오기 전에 설명해주면 편했을 거 같습니다만?”

“귀하가 발견된 곳은 안식의 제국 황족들이 탄 배 옆이었네.”

재판관이 마지못해 설명했다.

“40년 전 제국의 후계자를 태운 배는 본성(本星)을 떠나 출항했으나 캄 마왕의 습격을 받아 추락하였다.”

거기까지는 승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황제께서는 몹시 상심하시어 지금까지 수색을 명하시었는데, 비로소 오늘에서야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재판장은 앉아있는 귀족들에게도 주지시켜주고 싶은 사실인지 그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흐으음?

“허나 우리의 당도가 늦어 남은 것은 다 스러져버린 배와, 무덤, 그리고 저 청년뿐이었습니다.”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이 다시 승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여 귀하에게 묻겠네. 귀하는 무슨 연유로 그 별에 당도하였는가?”

“원래 거기엔 아무런 볼 일도 없지만 본의 아니게 타고 있던 배가 피우 마왕한테 걸려서 그 별까지 떠내려간 겁니다.”

“호오…! 아직도 그 마왕의 물을 이용하는 배가 남아있던가?”

“대담하군!”

작은 속닥거림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귀하는 왜 네크로멘서와 싸웠던 겐가?”

“날 죽이려고 했으니까. 완전히 미친놈이던데.”

“그 자가 뭐라고 했지?”

“자기가 제국의 진짜 후계자니 어쩌니 하면서 오는 놈들은 다 죽여 버린다더군.”

승지는 일부러 옥새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다음에 얘기해도 괜찮으니까.

재판장이 엄격하게 눈을 내리떴다.

“만약 귀하가 만난 네크로멘서가 정말 제국의 후계자였다면 아무리 귀하를 공격했더라도 감히 후계자를 시해한 죄는 사라지지 않네.”

어차피 진짜로 그 인간을 죽이지도 않았던 터라 승지는 거리낌 없이 대꾸했다.

“그래서 뭐. 사형이라도 시킬 거냐?”

“본래는 그러하다.”

재판관이 칼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귀하를 이곳으로 인도했던 수색대장이 귀하가 네크로멘서의 이름을 벨타보타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었네. 이 말이 사실인가?”

“맞아.”

“그렇다면 그 네크로멘서는 제국의 후계자가 아니라 함께 배에 올랐던 방계 황족임이 명백하다. 전 황제 폐하의 후궁 소실로 별의 자격을 얻지 못했지.”

뭐래는 거냐. 모르는 말은 다 빼라니까.

아무튼 대충 정리하면 조카 자리 빼앗겠다고 난리 친 놈이라는 거 아냐.

흔한 일이네. 하여튼 대가리 놈들 권력 욕심 하고는.

슬슬 지겨워진 승지가 하품을 했다. 그나마 성좌가 하품까지 조종해야 하는 건 아니라서 망정이지.

승지가 흥미를 잃어가는 게 보였는지 재판장이 짧게 말했다.

“우리는 배와 무덤을 조사한 끝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 중 유일한 생존자가 벨타보타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가 수색대를 거부하고 돌아오지 않은 이유가 석연치 않은데.”

재판장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혹시 그가 왜 그러했는지 알고 있나?”

귀족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것 같았다.

어휴, 좀 숨기기나 할 것이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움직여대면 손해밖에 더 보겠습니까?

승지는 흐트러진 면면들을 보며 내질렀다.

“니들도 옥새 찾냐?”

“!!”

드르륵! 놀란 귀족들이 저마다 벌떡 일어나느라 의자가 바닥에 세차게 긁혔다.

“역시나!”

“저놈이 옥새를 입에 담다니!”

“처음부터 그냥 끌고 왔어야 한다니까요!”

“진정! 진정들 하세요! 아직 재판 중입니다!”

순식간에 들끓는 분위기를 재판장이 억지로 가라앉혔다.

“애초에 배로 옮길 때 이미 몸수색을 다 마치지 않았습니까! 옥새 같은 건 없었어요!”

“어, 뭐야. 기절한 몸을 뒤지다니 불쾌하네?”

성좌가 장난스럽게 승지의 팔로 가슴을 가렸다.

“그건 흐지마라.”

[우히힛!]

재판장도 더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사후 통보가 되어서 미안하지만 우리는 옥새의 위치를 반드시 알아내야 하네. 옥새의 위치만 알려주면 모든 죄를 사해주도록 하지.”

“애초에 죄가 없는데 무슨 죄를 또 없애.”

“무도한 놈!”

“제국의 옥새를 가져가 놓고 죄가 없어?”

야유가 쏟아졌다.

내버려 두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씌워줄 기세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겁을 먹고 순순히 털어놓았을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붙잡힌 입장에선 저항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승지가 입 닥치란 대로 얌전히 눌려 살았으면 게임만 하다 각성할 일은 없었을 거다.

쾅!

승지의 발이 묶여있던 울타리를 세게 걷어찼다. 얼마나 세게 걷어찼는지 쩍하고 나무까지 결을 따라 갈라졌다.

심상치 않은 소리에 시끄럽던 귀족들의 목소리가 단숨에 조용해졌다.

저걸 발로 차라고 시킨 적은 없는데. 연출이냐?

[왠지 이래야 할 거 같았어!(๑•᎑<๑)]

그래, 잘했다.

승지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나도 어쩌다 끼어든 일에 굳이 필요도 없는 옥새를 숨기고 싶진 않거든?”

“있긴 있다는 거냐?”

“그래.”

귀족들이 꿀꺽 침을 삼켰다. 모두가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돌려주려고 해도 누구한테 줘야 맞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지.”

“잠깐! 갖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라!”

어려울 거 없지.

“성좌야.”

승지가 부르자 얼른 인벤토리를 연 성좌가 삐죽 옥새 끄트머리를 내밀었다.

흥분이 더욱 거세졌다.

“마, 맞다!”

“저거야!”

“틀림없이 옥새이오!”

“아니 어떻게…!? 분명 몸수색 땐 아무것도 없었는데!”

승지는 귀족들의 얼굴을 쭉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음흉하게 입 꼬리를 쓰윽 올렸다.

“자 그럼. 이제부터 가장 비싸게 부른 놈한테 팔 테니까 가격 제시들 하십쇼.”

“뭣…!”

좌중이 술렁였다.

역시 비싸게 팔려면 답은 경매지.

* * *

얼렁뚱땅 재판이 끝나고,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뾰족 수염이 승지에게 다가왔다.

“재밌는 짓거리를 저지르다니?”

“왜, 너도 탐나냐?”

뾰족 수염이 코를 씰룩거렸다.

“용케도 숨겼어. 그 옥새. 마법사인줄 알았으면 진즉 처리를 했을 텐데.”

“이미 배 떠났는데. 아쉽냐?”

승지가 깐족거렸다. 뾰족 수염이 꿈틀거렸다.

“아쉬울 리가. 내 주인은 죽여서 획득한 것에 가장 만족하시거든.”

얼핏 군인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말이었지만, 돌려 말하자면 그냥 승지를 죽이고 빼앗고 싶다는 뜻 같기도 했다.

승지가 미간을 좁혔다.

“어쩌냐. 나 못 죽여서. 딱 봐도 나 죽으면 옥새는 영영 못 찾을 거 같잖아?”

“뭐… 그렇겠지. 당연히 그런 대비는 해놨을 테니까. 참으로 안타깝군.”

뾰족 수염이 기름진 털끝을 매만졌다.

“하지만 너무 귀한 물건을 갖고 있을 때는 팔 때도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제 값에 파는 것보다 누구한테 팔아야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거든.”

뾰족 수염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과연 자네가 제국의 시류를 정확히 읽고 가장 적합한 인물에게 비싼 값으로 팔 수가 있을까? 그걸 못하겠다면 차라리 지금 아무한테나 떠넘기고 도망치는 게 나을 거야. 하하!”

뭐래, 미친놈이.

난 돈만 잘 받고 우리 별로 튀면 되거든?

나름대로 거창한 조언을 해줬다고 생각하는지 뾰족 수염이 한껏 잘난체하며 멀어졌다.

다음에 성좌한테 손가락 욕이나 가르쳐놔야겠다. 이때 써먹으라고.

재판관은 옥새 경매라는 핵폭탄을 떨어트린 승지를 도로 감금시켰다.

“하… 피곤하다.”

승지는 눕고 싶었지만 아직 눈이 말똥말똥한 성좌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승지야, 왜 거기서 옥새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밝힌 거야?]

“응? 뭐 도박 한 번 해본거지.”

원래 옥새는 황제의 것이니 주인한테 분실물을 돌려달라고 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승지는 그런 원론적인 규칙보다 재판장에 모여든 사람들과 분위기를 살폈다.

무려 40년 동안이나 후계자와 옥새를 찾지 못했는데도 끈질기게 수색대를 보냈다는 건 이 문제에 대한 황제의 집착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권력자의 집착을 해소해주면 보상이 짭짤하지 않던가?

승지야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지만, 권력을 가진 놈들은 돈이 아닌 다른 데 욕심이 치솟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옥새를 제가 찾았습니다! 하고 바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버릴 권리 같은 거.

그랬으니 고작 승지 하나 재판하는 자리에 구경꾼들이 더 많이 몰렸지.

시치미를 뗄까 인정하고 뜯어볼까 고민하던 승지의 마음이 인정하고 경매로 돌리자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데 제대로 한 몫 했다.

알바랑 다를 것도 없네.

알바를 하면서 필요한 건 의외로 규칙대로 따르는 게 아닌 유연성인데, 상상도 못 한 진상들을 어떻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느냐는 매번 새로운 도전과제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번에 승지에게 온 진상들을 옥새 갖고 싶어, 하는 어린애들이라고 생각해보자.

물건은 하나인데 달라는 인간이 많으면? 마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척 다른 인간들이 가지지 못할 핑계를 꾸며내면 된다.

이번에는 그 합리적인 척하는 역할을 돈이 할 것이다.

[그치만 그 사람들이 막 승지를 고문해서 옥새가 있는 위치를 밝히라고 하면 어떡해! 그런 건 싫어!]

“날 고문해서 옥새를 가져가봤자 고스란히 황제에게 넘어가면 귀족 놈들은 아무런 이득이 없잖아? 그렇다고 자기가 가지겠다고 얘기도 못할 거고.”

[응응!]

“그럴 거면 차라리 나한테서 적당한 값으로 산 다음에 황제한테 진상하는 편이 훨씬 그림이 되지. 공을 세우기도 좋고.”

[그래서 얘기한 거야? 서로 눈치 보면서 경쟁하라고?]

“엉. 그리고 진짜 고문하려고 들면 튀어야지. 내가 미쳤냐.”

승지가 쯧하고 혀를 찼다.

“뭐 얼마만큼 쳐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자고. 명색이 황제라는 이름까지 붙여놨으면 밑에 놈들도 주머니가 빵빵하겠지.”

그리고 이 안식의 제국 인간들이 보내온 제안은 승지의 상상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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