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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세상이 망해갈 땐 일단 먹어 (4)

“아닐세.”

“확신해? 댁도 직접 봤을 텐데.”

승지는 마왕이 되는 조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될 지도 모른다고 하니 당연하겠지만.

그 중에는 신체의 변형도 포함되어 있다지 않았나.

번태도 괴물처럼 변해버린 유량을 떠올렸는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마왕이 되는 조건엔 다른 마왕과의 의식도 포함되어있네. 정확히 무슨 의식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일세.”

승지가 성좌를 바라보자 광대가 어깨를 으쓱였다.

“난 그 전에 도망쳐서 저 과정까지는 몰라. 아마 마지막 단계인가 봐.”

“유청과 유월이 동생을 과보호한 게 결과적으로는 잘 된 셈이지.”

대화를 듣던 승지는 문득 범윤오가 보낸 정령이 유량이 있던 곳도 습격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멋대로 정령과 싸운 유청이 자진납세하듯 승지에게 보고했던 것이다.

그 때는 별 생각 없이 넘겼는데 지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딘가 찝찝했다.

범윤오가 닥치는 대로 민간인을 납치해가는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알러트가 원래 비각성자를 각성자로 만들 수 있었지?”

“그렇다네.”

“그럼 각성자에서 마왕을 만드는 건?”

“……!”

번태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불가능… 했을 테지 원래는. 만약 그가 마왕이 되지 않고서야!”

“아아아앗!”

번태와 광대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가 마왕이라도 된다는 뜻인가!”

“곧 될 거예요!”

광대가 번태와 마주보고 고함을 질렀다.

다나우가 어떻게든 마왕이 되는 조건을 완료한다면 잡혀간 나머지 인간들까지 싹 마왕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승지가 급하게 광대를 잡았다.

“꺅! 승지야 살살 들어줘!”

“나랑 성좌랑 얼마나 떨어져야 능력을 못 쓰는 거냐?”

“인벤토리 크기에 따라 다르다네. 자네의 인벤토리와 성좌의 인벤토리가 붙어있는 한은 계속 사용할 수 있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붙어있는 한은 가능하다는 건가.

승지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빠르게 확인했다.

“댁 순간이동은?”

“성좌의 육체는 떨어져도 어디에 있는지 인식할 수 있다네. 누군가 팔찌를 누르면 내 성좌가 인벤토리를 그쪽으로 뻗는 거라네. 그리고 내가 인벤토리를 타고 이동하지.”

“와, 번태 아저씨의 성좌는 인벤토리가 어마어마하게 큰가봐!”

“상당히. 천둥번개는 그때마다 열리는 인벤토리를 감추려고 내가 일부러 치게 만드는 거라네.”

비밀이 하나 풀렸다.

번개가 칠 때마다 섬광이 눈을 때리니 눈속임을 하기엔 딱 알맞을 테지.

“번태 아저씨는 단순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 엄청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이었구나!”

광대가 감탄했다.

“내 동반자와 오래 살다보니 그렇게 됐지.”

천진난만한 광대의 말에 번태가 약간 웃음을 보였다.

저 인간 끝까지 성좌보고 동반자라고 부르네. 컨셉질이 아니라 진심인가.

승지가 기가 차서 되물었다.

“그 망할 동반자는 지금 어디로 가고 순간이동도 못 써?”

“육신은 죽었지만 할 일이 있는 몸이라 가끔씩 이세계로 혼자 떠날 때가 있다네. 내가 따라갈 수가 없는 일이라.”

그렇다고 성좌만 보내는 번태도 역시 제정신은 아니다. 거의 우주로 갑옷과 무기만 보내는 꼴이다.

성좌가 떨어지면 완전히 비각성자 상태나 다름없다는 걸 아는 승지로서는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역시 1차 각성자라 이건가. 그쪽도 성좌 때문에 골치 좀 썩겠어.”

“동반자와 함께라면 그것마저도 즐겁지.”

대충 알 건 다 알았다고 생각한 승지가 손에 올라온 광대를 번태에게 들어보였다.

“이거 다시 어떻게 성좌로 만들어?”

“간단하다네. 성좌와 자네가 원래부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되지.”

“엑.”

“쉽네!”

광대가 가볍게 말했지만 승지의 표정은 단숨에 썩어 들어갔다.

원래부터도 자신과 이질감이 심한 성좌였는데 한 몸이라니.

“농담이 심하네.”

“진담일세.”

“승지야! 걱정하지 마! 난 이미 내가 곧 승지라고 생각하고 있어!”

광대가 열렬하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승지의 눈동자는 점점 동태와 비슷해졌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내가 너랑 똑같다고 생각할 수가 없단 말이다.”

“성좌를 머릿속에 키우는 작은 친구라고 생각해보게!”

“그런 거 안 키우거든?”

번태는 안티히어로 만화에 흔히 나오는 소재를 걷어차는 승지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떨어트릴래야 떨어트릴 수 없는 작은 친구 데리고 다닌 적 없는가? 외국에는 상상 친구라는 것도 있다더군! 그것도 결국 자신의 일부라는 뜻이지.”

“난 토종 한국인이라고.”

승지가 애써 자기최면을 걸어보았다.

저건 나다.

머리에 방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앙중맞게 다리를 뻗은 저…게…… 나다.

광대가 귀엽게 눈을 반짝거렸다.

“망할.”

그럴 리가 있냐고.

승지가 욕설을 뱉으며 성좌를 외면했다. 광대는 시무룩해졌다.

승지가 성좌에 정을 붙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광대가 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애써보던 승지가 욕만 서너 번 더 내뱉었다.

“…애초에 성좌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가까워질리 없는 인간이라고. 정말 이런 방식밖에 없는 거 확실해?”

“확실하다네.”

번태가 못을 박았다.

“애초에 알러트가 성좌를 그렇게 쉽게 훔쳐가는 이유도 일단 분리된 성좌를 본 각성자들이 자신이라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도 있을 테지.”

“잘 아네.”

나라도 난데없이 허공에서 튀어나온 쬐끄만 인간이 너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면 일단 거절하고 보겠다.

승지는 눈을 부릅뜨고 광대를 응시했지만 빠르게 포기했다.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젠가 돌아가지겠지.

“일단은… 잃어버리지만 않는다. 그러면 능력을 못 쓸 일은 없겠지.”

기대에 차서 바라보던 성좌가 눈꼬리를 내렸다. 그래도 광대는 곧 씩씩하게 외쳤다.

“괜찮아! 나 육체가 있는 것도 좋은 걸! 승지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상하군. 나와 내 성좌는 아주 쉽게 했는데. 타인을 자신처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없는가?”

“그런 거 안 키워.”

승지가 단칼에 잘랐다. 번태가 봐도 당분간 성좌가 돌아갈 일은 없을 듯해 한숨을 쉬었다.

“성좌 간수 잘 하게. 여기서 더 마왕의 편으로 넘어가는 성좌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인벤토리만 열리면 넣어놔야지. 그래도 상관없지? 설마 뭐 숨 막혀서 죽진 않을 거 아냐.”

“상관없다네.”

인벤토리에만 들어가면 됐다. 어디 흘리고 다니진 않을 테니.

번태는 곧 허리를 숙여 성좌에게 인사했다.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네, 광대군.”

“반대역이에요!”

“오호, 이름도 이미 지어줬는가. 내 생각보다는 돈독한 사이구만.”

“내가 지은 거 아냐.”

“음? 그럴 리가?”

“아무튼.”

승지가 광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댁이 아는 건 여기까지라는 거지?”

“이렇게 정보만 털고 가는 건가?”

“원래는 다른 곳도 같이 털러 가자고 할 생각이었는데 성좌가 없다고 했잖아.”

누가 들어도 납득이 가는 대답에 번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하지만 이 시국에 대체 어딜 가려고? 던전?”

“비슷해.”

승지가 성좌가 있는 주머니 위로 지퍼를 직 당겨 잠갔다.

“지금 범윤오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유일하게 알 만한 사람한테 캐러 가는 거거든.”

“뭐라?!”

“아, 정정. 사람은 아니다. 마왕이니까.”

승지가 정정한 말에 번태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승지는 따라오라는 듯 손가락만 까딱였다.

어둑시니 길드가 보호하고 있는 영역 밖으로 나온 승지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망할 서큐버스. 너 아직도 나 따라다니지?”

스르륵.

승지의 말에 반응하듯 허공이 지워지며 큐라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닌데? 자기가 방금 내가 따라 갈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갔잖아.”

큐라가 빙글빙글 웃었다.

뚫어져라 승지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던 번태가 허탈한 소리를 흘렸다.

“허어, 자네 서큐버스도 데리고 다니는가?”

“어쩌다보니.”

승지가 한 손에는 미리 꺼내놓은 마왕의 무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성좌가 든 주머니를 덮은 채 큐라를 올려다보았다.

“이제부터 내가 저쪽 마왕인 클랩한테 가서 범윤오 위치 알아온다.”

“자네!?”

번태의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너무 무모하네! 거길 어떻게 혼자 가는가!”

“댁도 알러트 본진 혼자 들어갔죠?”

“그땐 백정민이 미리 잠입해 있었잖나!”

“어차피 혼자 싸운 건 맞잖아? 결과적으로 그 놈도 배신자였고.”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승지의 말에 번태가 입을 쩍 벌렸다.

“그게 어떻게 지금이랑 같나!”

“왜 지금 나는 댁보다 약해 보인다는 소리를 돌려서 하는 건가?”

일부러 비꼰 소리라 주춤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번태가 망설임 없이 긍정했다.

“그렇다네!”

“와, 역시 랭킹 1위.”

승지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더 세거든?”

승지가 무대 매너를 번태에게 걸었다.

“!”

쩍 하고 굳어버린 번태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원래였다면 절대 걸리지 않았을 테지만 확실히 성좌를 잃은 뒤에는 그저 힘 약한 민간인에 불과했다.

지켜보던 큐라는 흥미롭게 승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자기 언제 저 번개 인간보다 강해진 거야? 멋있어~.”

아, 저건 번태가 지금 성좌가 없는 상태라는 걸 모르겠군.

승지는 큐라가 오해하도록 내버려 둔 채 계속 말했다.

“봤지? 누가 더 센지?”

“……!”

번태는 그저 눈만 크게 뜬 채 버둥거리려고 노력했다. 시체처럼 꼼짝없는 꼴이었지만.

승지가 냉정하게 내뱉었다.

“혹시 나 말고 범윤오 위치 알아낼 수 있는 인간 있다고 하면 돌아온다.”

번태의 동공이 흔들렸다.

알러트가 그렇게 민간인을 납치해가고 계속 랭커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져가면서도 그들은 범윤오의 흔적 조차 잡지 못했다.

그것이 각성자들을 향한 비판이 더욱 커져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ㅅ발. 그 꼴을 계속 보느니 차라리 내가 끝내지.

승지가 도장을 찍듯 되물었다.

“없지?”

나 말고?

그래도 자네 혼자 가는 건 말도 안 되네! 하는 눈빛이 되돌아왔다.

“걱정할 거 없어. 댁한테서 배운 팁도 있고.”

승지가 은근히 돌려 말하자 그제야 번태의 눈이 번쩍였다.

여차하면 순간이동으로 튈 수 있다.

이렇게 말해줘야만 알아듣는 인간은 아닐 테니까.

그제야 번태의 눈이 마비된 몸처럼 얌전해졌다.

계속 그들 머리 위에서 어슬렁거리던 큐라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불러놓고 이렇게 오래 세워두다니. 날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거야?”

“어차피 안 불렀어도 내 주변에서 계속 날아다닐 거면서 말이 많아.”

“후훗. 자기는 한 번도 나한테 숙여준 적 없더라. 여자한테 그러면 미움 받아.”

…별로 효과 없던데.

유월한테 한 일을 떠올렸던 승지가 눈을 굴리며 큐라의 팔을 붙잡았다.

곧 빠르게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 들며 낯이 익은 마왕성이 승지의 앞에 나타났다.

언제 봐도 음산하구만.

검게 구름이 낀 하늘에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승지를 향해 긴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가자. 마왕님이 기다리고 계셔.”

승지는 예전에 한 번 왔었던 복도를 익숙하게 걸어갔다.

클랩 마왕은 전에 봤던 알현실이 아니라 긴 탁자가 놓인 응접실에 있었다.

식탁에 가득 차려진 음식은 모두 화려했지만 김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 죄다 식어버린 게 분명했다.

벽에서 타오르는 푸른 불이 탁자 끄트머리에 앉은 클랩 마왕을 비추었다.

여전히 소녀 모습을 한 클랩 마왕이 높이 쌓인 땅콩 그릇에서 땅콩을 하나씩 빼먹고 있었다.

마왕성에 오기 전에 기대했던 장면이 전혀 아니었다.

뭐 인간을 고문하거나 괴물이라도 죽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평범한 인간처럼 땅콩을 먹는 걸 보니 더욱 느낌이 이상했다.

마왕이 자신을 쳐다보자 승지는 큐라가 소개하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왜 부른 거냐.”

“…….”

클랩은 승지도 목적이 있으면서 온 주제에, 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승지를 보면서 껍질을 까지도 않은 땅콩을 그대로 입 속에 집어넣었다.

“먹으려고.”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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