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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기다린 자 (2)

사사삭. 풀숲이 흔들렸다. 바람에 스쳐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승지가 홱 고개를 돌렸다.

이 별에서 몸을 숨길만 한 나무, 숲, 바위, 그딴 건 없다. 누구를 쫓아온다면 자신도 모습을 드러내는 수밖에.

벌판 위에 허수아비처럼 서있는 추격자가 승지의 시선을 받고 멈췄다.

“거 참, 지치지도 않고 쫓아오는구만.”

“잠깐 멈췄다 갈까요?”

“아냐.”

어차피 쫓아가서 때려눕혀봤자 슬금슬금 다른 인간으로 대체될 뿐이다.

이미 몇 번 그렇게 해본 승지는 그냥 뒤따르는 추격자를 무시했다. 말없이 쫓아다니는 인간은 꽤나 섬뜩했지만, 승지에게 그런 쪽 공포심은 없었다.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도 처음엔 무서워하더니 승지가 몇 번 잡아주자 금세 안심했다.

이제는 모두가 추격자를 그림자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승지에겐 상대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렌지 드실래요?”

“먹을래.”

성좌가 알아서 인벤토리에서 오렌지를 골라내더니 사람들의 손에 툭툭 떨어트렸다.

이제 인벤토리에도 익숙해진 곱슬머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렌지 껍질을 벗겼다. 시큼달달한 과육을 씹어 먹으며 승지가 물었다.

“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 신전까지 갔다가 돌아왔는데 배가 없으면 어떡하냐?”

“괜찮아요. 저한테 있는 위대한 드래곤의 눈물로 별을 떠날 수 있거든요.”

땋은 머리가 옷 밑에 넣어뒀던 목걸이를 살짝 빼냈다. 뾰족하게 빛을 표현한 작은 별 모양이었다.

“돌아갈 때는 승지님이 이걸 쓰면 돼요.”

“와!”

갑자기 곱슬머리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었다.

“저길 좀 보세요!”

[!]

아무것도 없어 넓은 하늘에 푸른빛이 커튼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예뻐라! 오로라네요!”

땋은 머리가 감탄했다. 승지는 오로라를 보고도 감흥 없이 갸웃거렸다.

저런 빛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이상하다. 아직 이 별에서 오로라가 보일 만큼 멀리 오진 않았는걸?]

성좌도 갸웃거렸다. 그들의 의문은 너울거리는 오로라가 하나의 선으로 모여드는 걸 보고 더욱 커졌다.

“어어?”

“합쳐져요!”

오로라는 더 이상 하늘에만 있지 않았다. 길을 트듯 모아진 빛은 눈이 부시도록 푸른 광선을 뿜어냈다.

기시감이 승지의 시신경을 때렸다.

“아! 생각났다!”

저거 류의건이 스킬을 쓸 때랑 똑같은 빛이잖아.

쿠르릉…!

빛을 타고 무언가 내려왔다. 갑자기 뒷덜미가 곤두서며 본능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초자연적인 존재라는 직감이 들 때가 있다.

2m를 족히 넘는 키에 철퇴처럼 생긴 어깨는 강제로 누가 붙인 것처럼 거대하게 돌출되어 있었다. 기묘하게도 그의 등에는 날개 한 쌍이 달려 있었는데, 흔히 천사라고 하면 생각나는 거대하고 흰 깃털 날개였다.

흉흉한 기세를 피어 올리는 그 자는 얼굴에 단단한 철가면을 쓰고 있었다. 눈구멍이나 숨구멍조차 뚫려있지 않은 가면은 두터운 턱과 이마에 걸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저게 신의 심판자냐?”

[어? 뭐어? 저 사람이 류의건의 성좌란 말이야?!]

뒤늦게 그의 정체를 알아차린 성좌가 경악했다.

“심판자님!”

그때까지 뒤를 쫓아오던 습격자들이 모두 달려 나와 바닥에 엎드렸다. 분명히 저들이 불러냈을 텐데도 막상 심판자를 눈앞에 두자 공포에 떠는 것처럼 보였다.

“저 자가 신성한 임무를 방해하였습니다! 드래곤의 수하를 돕고 있어요!”

쩔꺽.

그가 움직이자 양쪽에 묵직하게 매달린 검 집이 부딪치며 쇳소리를 냈다. 방금 전까지 오로라를 보며 좋아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떨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도 무쇠로 이루어진 심판자의 얼굴이 이쪽을 향하자 무시무시하게 보였던 것이다.

“1차 각성자들의 성좌는 모두 살아있다더니…!”

과연 영웅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모습이긴 했다. 낮게 혀를 찬 승지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당신 류의건 알지!”

“…….”

승지가 심판자에게 직접 말을 걸자 습격자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설마 간이 두 개 있지 않은 이상 저런 모습의 심판자에게 대화를 시도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심판자는 물끄러미 승지 쪽으로 머리를 들었다.

“당신이랑 계약한 각성자 말이야! 나도 류의건이랑 같은 편이라고!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후웅!

갑자기 뜨거운 공기가 스쳐지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간을 찌푸린 승지가 귀를 만졌다.

안쪽 살점까지 베여 난 귀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이 새끼가?”

“그런 이름 따윈 모른다.”

심판자는 그저 뽑지도 않은 검을 들어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날아온 풍압은 사람을 가르기에 충분했다.

위협을 받은 승지는 제대로 빡치고야 말았다.

오냐, 싸우자 이거지?

승지가 임전태세로 들어갔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철컹. 굳게 다물려있던 검집이 실낱같은 틈을 보이며 내려갔다.

“죽어라.”

검집이 터지듯이 폭발하며 날을 드러냈다. 그의 칼날은 쇠가 아니라 빛이었으며, 곧게 뻗는 게 아니라 마구 꺾이며 점점 더 크고 넓게 뻗어갔다.

심판의 푸른 일섬이 대지를 박살 냈다.

콰과과광!

오로지 고요함만 간직하고 있던 들판이 순식간에 쩍 갈라지며 깊고 검은 절벽을 드러냈다.

“모르긴, 젠장!”

승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서있던 자리를 내려다보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류의건이랑 쓰는 기술이 똑같잖아!

승지가 프레임 컨트롤로 자신을 가속했다. 아직까지 심판자는 승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단판 승부다!

“하아아압!”

승지가 바로 기 모으기를 발동했다. 메모라이즈 해둔 필살기를 바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아아앗! 죽이면 안 돼!]

“미친!”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온 성좌의 대화창에 승지가 기겁했다.

[류의건의 성좌잖아! 죽였다간 류의건까지 영향을 받고 말 거야!]

승지의 필살기는 강력했지만 반드시 대상을 제거한다는 조건이 달려있었다.

상대가 완벽한 악당이었다면 쌍수 들고 환영할만한 스킬이었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에라이, 썅! 어쩌라고 그럼!”

[반만 죽여!]

말이 쉽지. 결국 필살기를 포기한 승지가 가속한 상태에서 자세를 바꿨다.

“소류겐!”

빠악!

기 모으기가 발동된 상태에서 들어간 일격이라 조금은 기대했다. 그러나 턱을 가격한 주먹은 예상했던 타격감 대신 찌르르한 격통을 선사했다.

망할 철가면.

턱과 연결된 쇳덩이에 제대로 부딪친 손등에서 화끈한 고통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손가락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크윽!”

승지가 재빨리 주먹을 회수하는 걸 보며 심판자는 턱을 움찔 하지조차 않았다.

대신 정확한 목표를 따라가듯 손바닥을 승지의 머리까지 치켜들었다.

승지가 다음 공격을 대비해 양 팔로 가드를 올렸다.

번쩍!

푸른빛이 또 다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폭발적이었던 검의 빛과는 달리 그대로 몸을 통과해서 사라져버렸다.

의도했던 결과가 아닌지 심판자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푸른빛을 받고도 승지는 잔뜩 얼굴만 찌푸리고 있을 뿐 멀쩡했다.

“넌 마왕을 따르지 않는군.”

“그래서?”

“비켜라.”

“웃?!”

공기를 치워버리듯 그가 손을 한 번 휘적거렸을 뿐인데도 중지 끝에 걸린 승지가 투웅 밀려났다.

성문을 박살내는 공성무기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묵직한 일격이었다.

그그그극!

튕겨 나간 승지의 몸이 들판에 갈리며 마구 흙과 뒤섞였다. 너무 멀어지기 전에 간신히 온 몸으로 밀려나는 걸 멈춘 승지가 숨을 몰아쉬었다.

“저 괴물 새끼…!”

저런 놈이 성좌라는 걸 알고 보니 더더욱 뼈저리게 느껴진다.

성좌에 비하면 류의건은 ㅈ나 약한 새끼였잖아.

승지가 흙이 섞인 침을 퉷하고 내뱉었다.

[꺄아악! 승지야! 어떡해! 지금 바로 포션 꺼내줄게!]

“그럴 때가 아니야!”

승지는 팔꿈치로 겁에 질린 땋은 머리와 곱슬머리를 가리켰다.

“저것들 삼켜어어!”

승지가 소리쳤다.

심판자가 그들을 향해 두 번째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꺄아아악!”

“아가씨이!!”

급박한 순간에 성좌가 비로소 기지를 발휘했다. 승지의 말대로 날아가 인벤토리에 그들을 넣어버린 것이다.

쿠구구궁!

목표를 잃은 공격이 다시 한 번 대지를 박살냈다. 이번 공격으로 지평선이 절반쯤 아래로 꺼져버리게 되었다.

심판자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두 사람을 찾는 대신 똑바로 승지를 쳐다보았다.

“구했냐?”

[응!]

“그럼 튀자!”

승지가 바닥을 긁으며 일어났다.

망할 놈! 류의건 놈 성좌라 내가 참는다!

“꺄악, 꺄악 뭐죠?”

“승지 님? 거기 계세요?”

도망치는 승지의 귀로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자신의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안에 들어간 사람의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거 같았다.

왠지 속이 거북해진 승지가 입에 남은 모래알을 씹으며 달렸다.

지금까지 왔던 방향의 반대로 뛰는 셈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의 심판자가 나올 줄도 몰랐고, 저렇게 막무가내일 줄도 몰랐으니까.

심판자가 쓴 철가면에 푸른빛이 흘렀다.

“마왕을 돕는 자는 똑같이 사악하다.”

“누가 마왕 따위를 도와주냐!”

마왕을 믿는 놈들이 하필 인간이라서 이러는 거지!

뒤쪽에서 번쩍이는 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반사된 청광이 앞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젠장,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이 뭐가 있지?

승지는 닥치는 대로 있는 스킬을 끌어다 썼다.

“소환!”

펑!

달그락거리며 큰 인형이 떨어졌다. 물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아오, 광대 놈아! 쓸 만한 것 좀 소환해봐라! 소환! 소환!”

[히잉 이건 내 맘대로 안 되는걸!]

펑펑 꽃가루가 터졌다가 장난감이 떨어졌다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세 번째 일격이 터졌을 때도 소환을 외친 승지가 반사적으로 소환된 물건을 움켜쥐고 몸을 숨겼다.

“크윽!”

뻐어엉!

가죽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터졌다. 이번에 소환된 물건은 축제 때나 쓸 법한 큰 북이었다.

스킬로 소환된 물건이라 쉽게 부서지진 않았지만 심판자의 공격은 그걸 압도할 정도라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가죽이 터지면서 충격이 흡수된 덕분에 급소는 무사할 수 있었다. 승지가 귓가에 윙윙거리는 이명을 무시하며 소리쳤다.

“광대의 영역도 켜!”

띠링!

[ 광대의 영역 발동 조건을 확인합니다!

☆무대 확인! 배경 : 마무자의 별 배역 : 신의 심판자 (선역)

☆관객 확인! 스무 명의 관객이 관람중입니다.

관객의 숫자가 적어 일반적인 수준으로 발동됩니다!

공연 중 스탯 30% 상승! ]

퍼펑! 이번에는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 법한 복장에다가 날개달린 거대한 신발이 신겨졌다.

역시나 광대다운 우스꽝스러운 몰골이었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었다. 승지가 힘껏 신발 밑을 짓눌렀다.

티잉!

굉장한 반탄력이 느껴지며 승지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밀려 나갔다.

“우왓?!”

[이번 변신엔 광대의 소환 스킬까지 합쳐져서 제대로 나왔어! 딱 지금 필요한 거야! 그치?]

“그래, 매번 이렇게만 해라!”

한 발씩 멀리 뛰기를 하듯 달리자 쏜살같이 거리가 벌어졌다. 풍경이 너무 빨리 멀어져서 조금 어지러웠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싸울 실력이 안 돼도 전심전력으로 도망갈 정도는 된다는 건가!

하긴 현 랭킹 2위도 다 소화하지 못한 성좌의 힘이다. 승지는 여기서 얌전히 신의 심판자라는 성좌의 본체가 떨어져주길 바랐다.

“…….”

그러나 심판자에겐 날개가 있다. 두터운 깃털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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