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00. 만날 수 없어 (1)

유월은 신의 심판자와 싸우지 않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일부러 무기를 손에서 놓는 행동을 다른 뜻으로 착각하기도 어려우니까.

두 번째 공격을 하는 대신 심판자는 이쪽으로 날아와 무기를 회수했다.

“@#@[email protected]?”

“못 알아듣습니다.”

유월이 대꾸했다. 의건 씨랑 계약을 한 성좌라서 이쪽 말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역시 모르겠네.

딱 한 번 말을 던지고 자신이 이해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심판자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유월도 다시 칼을 주워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런데 뭔가 아직 찜찜하다.

“잠깐만요.”

아까부터 꺾인 날개가 거슬리던 유월이 심판자를 따라가 툭 쳤다.

날개를 건드리자마자 심판자가 놀랐는지 펄쩍 날개를 확 펼쳤다.

꼭 벌레 등딱지 건드린 거 같네.

바로 목 앞까지 날아온 칼 대신 구겨진 깃털을 본 유월이 포션 병을 흔들었다.

“치료.”

“…….”

심판자는 날개가 치료되자 더는 유월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가까이 따라오게 내버려 두었다.

날개가 복구된 심판자는 아까보다 빨리 다시 신전으로 날아 들어가더니, 웬 여자 한 명을 끌고 나왔다.

“@##[email protected]%@!!”

습관적으로 다시 검을 꺼내려던 유월은 끌려나온 여자가 누굴 해칠 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악당이면 죽이려나.

신의 심판자이니 알아서 해결하겠지 싶어 유월은 구경만 했다.

열심히 심판자의 손을 벗어나려고 콩콩 팔뚝을 때리는 곱슬머리의 저항은 정말이지 별 볼일 없었다.

“@#$?”

“#@@[email protected]!!”

대화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봐도 모르겠네. 유월이 미간을 찌푸리는 동시에 확하고 귓가에 숨결이 불어 넣어졌다.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알려줄까?”

큐라였다.

드디어 말이 통하는 존재가 등장했지만 유월의 반응은 썩 달갑지 않았다.

“당신이 나올 때마다 심판자가 바로바로 쳐다보는데요?”

“괜찮아, 죽기 전에 도망칠 수 있는걸!”

큐라가 빠르게 속닥거렸다.

“원래 같았으면 내가 이렇게 도망쳐도 신성 마법으로 도로 붙잡아서 죽여 버렸을 텐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뭘 알아야 이상하죠.”

“어떻게 된 건진 몰라도 지금 심판자의 힘이 사라져버린 게 틀림없어!”

그러고 보니 날개도 다쳤었지.

아무래도 유월이 오기 전에 누군가와 싸워서 큰 부상을 입은 것 같긴 한데.

난 왜 그게 꼭 승지 씨 같을까.

유월이 살짝 턱을 눌렀다.

합리적 의심이긴 하다.

그들이 오기 전에 저 신전까지 먼저 다다른 존재는 분명히 채승지였으니까.

하지만 승지 씨가 뭐하러 신의 심판자와 적대한단 말이야? 아무런 이득도 없고, 함께 마왕까지 잡은 우리 편이잖아.

유월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다시 짚어보았다.

우리 편…….

유청의 잘린 팔이 갑자기 떠올랐다.

“마왕님이 이 소식을 알면 당장이라도 온 군대를 보내서 심판자를 잡으려고 하실 텐데!”

“안 돼.”

급발진 하려는 큐라에게 유월이 경고했다.

“승지 씨를 찾는 임무부터 성실하게 끝내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미쳤다고 마왕한테 좋은 일을 하도록 놔두겠는가.

신성 스킬은 없었지만 유월도 각성자 생활 하면서 모아둔 아이템이 꽤 있었다. 서큐버스 하나쯤은 손가락 하나로 때려잡을 수 있다.

큐라가 쿡쿡거렸다.

“어머나,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은 가봐? 그렇게 애타게 찾는 걸 보면.”

“?”

유월이 미간을 찌푸렸다.

“임무잖아.”

“그래그래~.”

큐라가 다 안다는 듯이 말꼬리를 늘였다. 어쩐지 기분 나쁜걸.

류의건도 그렇고 유청도 그렇고 자신이 채승지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오는 반응들이 이상했다.

유월은 자신이 채승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았다.

착한… 지는 잘 모르겠다. 착한 사람은 팔을 안 잘라.

악한 사람은 절대 아니지만.

언뜻 평범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막상 찾으려고 하면 보기 힘든.

…알 수 없는 사람.

유월의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 * *

목숨을 다해 세상을 구하는 영웅에는 관심 없다.

애초에 세계 같은 거창한 말도 싫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딱 한 명의 사람이고, 상대할 수 있는 것도 딱 한 명의 사람이다.

17 대 1의 전설 같은 건 처 맞는 1인 쪽에선 거지같을 뿐이다.

진짜 양심도 없냐. 17 대 1로 싸우게 시켜놓고 심지어 이기라고 부추기다니?

그러니까 난 한 놈만 패.

한 놈만 이긴다.

[ ROUND 1! ]

[ FIGHT! ]

흠칫.

링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승지가 번쩍 눈을 떴다. 격투 게임기 스틱을 잡고 있듯이 구부러져 있던 손가락이 가볍게 떨렸다.

꿈이었나?

살면서 게임하는 꿈을 꿔보긴 또 처음이다.

“끄으응….”

몸을 일으키려던 승지가 바위라도 얹어놓은 것처럼 꼼짝도 않는 몸뚱이에 도로 엎어졌다.

야, 이거. 힘 하나도 못 쓰겠네.

간만에 페널티를 극심하게 받았더니 잊고 있던 고통과 피로가 마구 밀려왔다.

승지가 누운 채 눈알만 굴려보았다.

좋아. 일단 가장 큰 거. 하늘이 파란색이다.

이 말인즉슨 거지같은 피우 마왕의 물길에서 탈출해 어느 별이로든 내려왔다는 뜻이 되었다.

와, 씨. 진짜 다행이다. 개 끔찍한 경험이었다.

진짜 물벼락 맞으면서 세상이 깜깜하다는 걸 착실하게 재현해줬다니까? 우주는 까맣고 얻어맞을 때마다 별이 떠.

젠장.

어쨌든 살아 돌아왔으면 만만세다.

지금 누워있는 갑판도 제법 햇볕에 따끈따끈하게 말렸는지 나무의 촉감이 보송보송했다.

크게 흔들리지도 않는 걸 보니 물결도 잔잔하고, 안전한 항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승지야….]

“오 성좌야!”

승지가 반갑게 대화창을 맞아주었다. 안 그래도 눈 뜨자마자 달려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나타나서 걱정했다, 인마.

죽을 고비를 살아 돌아왔더니 성좌 녀석도 귀여워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울고불고 울며 생환을 축하할 줄 알았던 성좌가 우물쭈물 대화창을 띄웠다.

[저어 그게, 말해줘야 할 게 하나 있는데에….]

“뭔데?”

[승지도 알다시피 방금 있었던 스킬로 페널티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을 거잖아?]

“엉.”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하고 있던 일이다. 왜 이렇게 뜸을 들여?

[사실 배가 탈출하고 나서도 승지의 상태가 너무 심각했던 거 있지? 페널티가 엄청나서… 보다 못한 내가 살짝, 아주 살짜쿵, 광대의 축복 스킬을 대신 썼거든?]

광대의 축복이라면 페널티를 다른 걸로 변환하는 스킬이다.

꽤나 위험한 지경까지 갔던 건 사실인가보군. 그래서 지금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건가?

대충 이해가 갔다.

사지 마비라니. 꽤 심각한 페널티긴 했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면 끝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무모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고.

“야, 괜찮아. 그 정도는 이해 가능….”

[그런데 페널티 때문에 당분간 내가 승지의 몸을 조종해서 움직여야 해!]

……어?

휘둥그레진 승지의 눈을 본 성좌가 이해를 못 했다고 판단했는지 헐레벌떡 말을 이었다.

[자아, 내가 시범으로 보여줄게!]

“야, 야, 잠깐마와악!”

그때까지 꼼짝도 못 하고 있던 승지의 허리가 위로 휙 들렸다.

“끄악!”

[꺅 이게 아닌가!]

성좌가 허둥지둥 대화창을 날리더니 이번에는 승지의 머리를 헤비메탈처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무, 머, 뭐하는 짓이야!”

[꺅 난 몰라! 이거 조종 어떻게 해!]

성좌가 뭔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승지의 팔이 차렷 자세로 휙 치켜 올라갔다.

“아! 멈춰! 미친!”

여전히 몸의 절반이 누워있는데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대는 몸 때문에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미친! 페널티가 없더라도 그 개고생을 한 뒤인데!

피우 마왕을 상대할 때보다 더 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승지가 소리를 질렀다.

“눕혀! 그냥 도로 눕혀!”

[눕혀? 눕히는 건 어떻게 하는데?]

“뭐든 네가 하고 있는 짓을 당장 멈추면 되잖아! 끅!”

얼른 승지의 말대로 성좌가 하던 짓을 멈추자마자 조종자를 잃은 승지의 몸이 쿵 떨어졌다.

…혀 깨물었다. 빌어먹을.

[꺄아앙 어떡해! 승지야 괜찮아?]

“…너 이거 도려놔 봐.”

[도려?]

“돌리라고! 하, 나 혀 씹혀서 발음이…!”

승지의 혈압이 수직상승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페널티를 감수하겠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감당하겠다는 거지.

저런 팔푼이 성좌한테 몸을 맡기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이게 돌리는 건가?]

성좌가 움찔움찔 조심스럽게 뭘 건드렸는지 어깨가 슬슬 돌아갔다.

“……하. 쓰발.”

[으앙, 어떡해…. 됐어?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다.”

머리는 이제 하늘을 보고 있었지만 나머지 부위는 여전히 옆을 바라보고 있다.

살면서 한 번도 취해보지 못한 자세로 누워있는 승지가 깊은 분노에 빠지기 전에 침착해지기 위해서 숨을 억만 번 들이쉬어야 했다.

빡 돌지 말자. 빡 돌면 이, 이 거지 같은 꼴을 못 벗어난다. 심호흡. 후우.

인내심을 끌어낸 승지가 물었다.

“일단… 일단 그 조종이란 거 어떻게 하고 있는 건데?”

[으음…! 이상하게 생긴 막대기가 하나 있고 납작하게 생긴 단추가 여섯 개 있어! 누를 때마다 각각 동작이 나가.]

스틱이랑 버튼.

번뜩 그림이 그려진 승지가 포효했다.

“젠장 이것마저 격겜 패드냐고!!”

[어? 어어?]

성좌만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승지는 타오르는 분노에 기어이 휩싸이고 말았다.

내가 게임 한 게 그렇게 죄냐? 죄야? 어? 성좌랑 계약 하나 했다고 아주 온갖 걸 다 갖다 붙이냐!

게다가 성좌의 반응을 보면 단순히 스틱을 움직이면 알아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게 아니라 정말로 단추마다 동작을 연동해 놓은 게 분명했다.

이제는 분노를 떠나 섬찟할 정도였다.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되고, 성좌가 컨트롤하게 되는 거면…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스틱 조종법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거야?

등골이 오싹해졌다.

초심자에게 가장 악랄하기로 유명한 장르가 바로 격투 게임 아닌가.

어찌어찌 움직이는 건 가르쳐도 커맨드를 써야 하는 동작들은?

그게 밥 먹는 거나 싸우는 동작이면?

제대로 지뢰 밟았다.

“…….”

까마득한 앞날에 승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너… 절대 아무거나 누르지 마.”

[어? 왜?]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봐.”

원래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막 누르다가 가끔 상대를 이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얘기지! 이쪽은 인생이라고!

승지는 이미 혈관 몇 개가 터진 것 같은 속내를 억눌렀다.

언제까지 이 꼴로 누워있냐. 뭐든 일어난 다음에 좀 가르치든가 해볼 수 있겠지.

머리를 싸매고 싶은 심정으로 승지가 말했다.

“스틱을 위로 올려 봐.”

[위로?]

달칵달칵. 기분 탓이지만 정말로 게임 패드가 움직이는 특유의 소리가 난 것 같았다.

[안 움직이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스틱을 위로 올리는 거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 기상 동작이다.

페널티가 제대로 격투게임처럼 변환되었다면 통해야 할 텐데?

승지의 의아함을 성좌의 해맑음이 박살냈다.

[막대기가 위로 안 뽑혀!]

“뭐?”

너 지금 스틱을 위로 올리라는 걸 진짜 3차원 방향의 위로 생각한 거니?

…그렇구나. 그렇겠지.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은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니까?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오나 보다.

“하하. 하하하.”

ㅈ됐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00화
[100 / 총200]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00화

연재 총 2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