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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선물 공세 (1)

시작은 간단한 선물바구니였다.

덜컹.

누워서 뒹굴 거리던 승지의 방에 누군가 바구니를 슬쩍 밀어 넣었다.

“오, 먹을 거다!”

천으로 덮인 바구니를 열어보니 처음 보는 알록달록한 과일들로 가득했다.

“흠, 역시 시작은 과일 바구니부터인가.”

역사와 전통의 뇌물 사과 박스!

위는 사과로 깔고 밑에는 돈을 넣어두는 추잡한 짓거리를 떠올린 승지가 과일을 까먹으며 바닥을 뒤집어보았다.

“없네.”

아쉽게도(?) 이세계인들의 뇌물은 그 지경까지 다다르지 않았는지 바닥은 깔끔하게 비어있었다.

승지가 입맛을 다셨다.

“성좌야.”

[잠깐만 나아 지금 초 집중 중! 승지한테 먹을 과일의 껍질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까야해!]

승지야 묻히고 먹든 말든 아무려면 상관없었지만. 조종하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신경 쓰였나 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성좌를 따라 승지의 손가락이 제 맘대로 움직였다.

곧 루비처럼 영롱한 속살을 드러낸 과일에 뿌듯해하며 성좌가 승지에게 먹였다.

[됐어! 자 먹어!]

어차피 내가 까서 먹는 건데 기분 묘하네.

아삭아삭.

맛은 있군!

“아무튼 봐라. 누가 보냈는진 모르지만 벌써 뇌물이 시작됐잖아? 다 계획대로 되고 있는 거지.”

[꺄아! 멋져! 그럼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제일 좋은 건 배에서 내리기 직전에 팔고 각자 찢어지는 거야.”

성좌가 넣어주는 대로 우물거리던 승지가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승지는 잡혀있는 거 아니었어? 만약에 비싼 값에 옥새를 팔기로 해도 이 사람들이 풀어주지 않기로 하면 어떡해?]

“그것까지 옥새를 팔 때 조건으로 포함시켜야지.”

승지가 꿀꺽 과일을 삼켰다.

“우리가 볼 건 딱 두 개다. 제안과 담보.”

[제안과 담보?]

“나한테 얼마나 줄 수 있느냐. 그리고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게 하느냐.”

이 두 조건을 만족시킬 때 승지는 손 털고 떠날 수가 있을 것이다.

[아하, 알겠어! 나도 이세계 사람으로서 제대로 확인해줘야겠는걸!]

“기대하고 있으마.”

승지의 마음은 느긋했다. 자신을 가둬둔 작자들이 좀 더 엄격하고 철저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도 바로 유월한테 연락해 탈출할 준비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엉성한 재판이 끝났는데도 그를 다시 부르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거야 원, 제국이란 놈들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어떻게 저렇게 인간이 많아도 신의 심판자 한 명 보다 덜 무섭냐.

그 놈한테 잡혔으면 지금처럼 조건은 못 걸었을 텐데.

승지가 문득 물었다.

“참, 우리 성좌 연결도 다 채워서 얻은 스킬 새로 얻었었지? 그것 좀 보자.”

[알겠어! 크흑, 승지랑 나랑 드디어 사랑의 연결도를 100% 채워버린 거야!]

“씁! 성좌 연결도라고 해!”

승지가 벌컥 성질을 냈다. 아직도 몽봉스 때 당했던 호감도 조작을 떠올리면 닭살이 돋았다.

띠링!

[ 역류 : 성좌 연결도를 소모해 생전에 성좌가 갖고 있던 힘을 각성자에게 전이할 수 있다. 능력 선택과 지속시간은 소모 연결도에 따라 다르다. ]

승지는 신중하게 스킬을 읽었다. 그리고 단정 지었다.

“……쓰레기 아니냐?”

[뭐엇?!! 너, 너무해!!( ≧Д≦)!!]

“아니… 지금까지 네가 광대랍시고 보여준 일들 중에 쓸모 있는 건 하나도 없었잖아.

[왜 없어! 왜 없어! 광대의 균형 얼마나 잘 썼어! 얼마나 유용해!]

“그리고 광대의 축복 덕분에 지금 난 내 손으로 밥도 못 먹지.”

[우웃…! 광대의 소환은 어때! 그건 좀 유용했잖아!]

“나 아직도 광대의 영역 쓸 때마다 쪽팔려서 이가 갈리거든?”

[( o̴̶̷̥᷅﹏o̴̶̷᷄ )]

승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자 성좌가 서러운지 눈물 이모티콘만 띄웠다.

너무 뭐라고 했나.

솔직히 성좌한테 도움받은 건 많았지만 광대가 아니었더라면 더, 매우, 몹시 고마울 것 같단 말이지.

오히려 광대 성좌인데도 이만큼이나 봐주게 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나 원래는 이렇게 쪽팔린 일 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갑자기 겸연쩍어진 승지는 괜히 서브미션의 내용까지 떠올라 민망해졌다. 미션에 성공하면 얻는 스킬이름이 하필 또 광대의 친구다.

성좌는 단단히 삐졌는지 흥흥거렸다.

[나도 원래 엄청 대단한 사람이거든! 승지가 알면 깜~짝 놀랄걸!]

“그럼 말해줘.”

[…어?]

이번에도 장난스러운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던 성좌가 당황했다. 승지가 웃음기를 빼고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면 나 두근거리는데….]

“어차피 대충은 알고 있잖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는 건 싫다며.”

승지가 할 수 있었으면 어깨를 까닥였을 것이다.

“마침 내가 갇혀 있어서 할 일도 없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성좌가 마지막 말을 듣고는 넘어갔다.

[좋아, 승지야. 으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지.]

“그냥 중요한 것만 말해도….”

[처음부터 보는 게 빠를 거야!]

“!?”

갑자기 승지의 눈이 뒤로 뒤집혔다. 누군가 이마 정중앙을 꿰뚫은 것처럼 강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 스킬 역류 발동! ]

[ 성좌 연결도 5%를 소모합니다. ]

그대로 승지가 뒤로 고꾸라졌다.

* * *

“공주를 웃게 하는 자에겐 금 한 상자를 내린다 하였소!”

승지가 번쩍 다시 눈을 떴다. 아니, 떴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육체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뭐야?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넓게 펼쳐진 캠핑장 같은 곳이 보였다. 좀 더 낡고 여기저기 마차가 부려져 있었는데, 구깃구깃 실어놓은 천을 펼치면 제법 큰 천막이 될 거 같았다.

불가에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고리를 돌려보거나 공을 던지며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유랑극단이구나.

보이는 건 알겠는데 정작 자신이 처한 상황은 몹시 낯설었다.

내가 성좌의 기억 속으로 들어온 건가?

“공주를 웃게 한다니. 그냥 가서 네가 방구 한 번 뀌면 되는 거 아니냐?”

“에잇 지저분해라!”

“까르륵!”

애들에게 둘러싸인 털보 여자가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얘기로 농담 따먹기를 꺼냈다. 거기 있던 애들은 꺄륵거리며 좋아했지만, 소식을 전한 덧니는 심각했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정말로 그런 방이 나붙었다니까!”

“에이?”

“정말이래두! 이 왕국의 공주가 안식의 제국 후계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결혼식까지 통 웃지를 않는대! 곧 제국에서 온 사신이 올 텐데 속이 까맣게 탄 왕이 이렇게 전단을 내건 거라니까.”

“왕국에 웃기는 사람이 그렇게 없나?”

“아 모르지. 그래도 우리 같은 광대들한텐 절호의 기회잖나! 가서 당당하게 공주를 웃기고 애들 배에 기름칠 좀 해주자고!”

“그래, 그래. 가서 나쁠 건 없겠지.”

털보 여자가 애들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중에서 앞니 하나가 없는 꼬맹이가 좋다고 까르륵 뒤집어졌다.

왜지. 이상하게 시선이 가네.

다른 곳은 말랐는데도 볼살만 토실토실하게 오른 꼬맹이는 허수아비처럼 헝클어진 금발 머리였다.

제법 귀엽긴 한데… 혹시 네가 내 성좌냐?

승지가 소리 없는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기억 속에선 성좌도 없이 오로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입장인 것 같았다.

계속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이네. 바꿀 수는 없나?

승지가 생각하자마자 누군가 화면을 잡아당기듯 세상 풍경이 확 내려갔다.

아하, 자동 조정? 편리하네.

성좌도 지금까지 이렇게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거였나.

가까워진 시점에서 앞니 나간 꼬맹이가 키득거렸다.

“내가 공주님을 웃게 할래!”

음, 확실하다. 네가 내 성좌야.

승지가 미래의 성좌, 웃고 있는 광대1을 묘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성좌가 있는 유랑극단은 전단을 따라 성으로 입성했다. 성은 이미 그들 말고도 공주를 웃기러 온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자! 다들 와서 번호표를 받아 가시오! 왕께서 부르지 않은 자는 절대 들어오면 아니 됩니다!”

나팔을 든 신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돌을 나눠주었다. 돌에는 하얀 돌로 긁어서 새긴 숫자가 적혀있었다.

“이야, 엄청나게 몰려왔구만.”

“우리 앞에서 누가 먼저 웃겨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공주님 구경이나 하다 와야지.”

사람들이 와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꼬맹이 성좌는 그동안 양 손에 공을 쥐고 기우뚱 기우뚱 줄을 타고 있었다.

…애한테 저런 걸 시키냐.

승지가 괜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았다.

멀리서 볼 때 성에 모여든 작자들의 수준은 고만고만했다. 옛날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광대가 웃겨봐야 얼마나 웃기겠냐마는.

대부분은 좌절한 표정으로 돌아 나오기 일쑤였다.

“가자! 우리 차례다!”

꼬맹이 성좌가 폴짝 줄에서 뛰어내리더니 어른들을 따라 뛰어갔다.

“다음!”

승지는 아까 성좌가 발버둥 치며 보겠다고 떼를 썼던 그림 속 주인공을 다시 한 번 만났다.

다나우 공주, 라 이거냐.

다나우는 그림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앳되어보였다. 앞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데도 공주의 입은 꾹 다물린 채였다.

“폐하를 뵙습니다!”

“인사는 됐다. 빨리 공연이나 해보 거라.”

“예, 예에!”

왕이 시큰둥하게 지시했다. 그래도 유랑극단이 막 하프를 들고 연주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공주가 벌떡 일어났다.

“도저히 못 보겠습니다.”

“공주야!”

“다 돌려보내세요.”

예상치도 못하게 공연이 중단되자 꼬맹이 성좌는 당황했다. 막 던지려던 공을 손이 아니라 얼굴로 받아버린 성좌가 울상이 되었다.

“아야!”

꼬맹이 성좌는 얼른 자기를 달래달라는 듯 어른들을 쳐다보았지만, 다른 어른들도 갑자기 공주와 왕이 떠나버리자 어쩔 줄 모르는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꼬맹이 성좌는 혼자 훌쩍이면서 굴러간 공을 주우러 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때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다시 유랑극단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시작하기도 전에 끝내다니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낸들 왕이 저러시는 걸 어쩌겠나! 오늘은 여기까지야!”

“어서 나가!”

병사들이 극단의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으로 시야에서 벗어난 꼬맹이 성좌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지켜보던 승지가 다 조마조마해질 지경이었다.

아니, 아오, 저걸 못 집냐! 꼬맹아!

집을 만 하면 본인이 발로 차서 공을 보내버리고, 다시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다 헛손질을 해서 굴러가고. 저러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승지는 현타가 왔다.

역시 내 성좌는 멍청이였어.

멍청한 과거가 창피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승지가 정신적인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지켜보지 않을 수도 없어서 승지는 계속 꼬맹이 성좌의 뒤를 따라갔다.

마침내 공을 집은 꼬맹이 성좌는 움찔 몸을 숙였다.

그 앞에서 왕과 공주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웃기만 하라는 데 왜 그것 하나를 못 하는 게냐!”

“싫다고요! 웃음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웃으란 말이에요!”

어라, 얌전한 공주님이 아니었나?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다나우는 보통 성격이 아닌지 발을 바닥에 쾅쾅 굴러댔다.

“다 나가라고 해요! 제국도 오지 말라고 해요! 난 아무 데도 안 가!”

“공주야!”

“놔요! 놔아아악!”

성질을 못 이기고 패악을 부린 다나우를 못 버틴 왕이 결국 다나우를 놓쳤다.

씩씩거리던 다나우가 승지가 지켜보던 방향으로 뛰어왔다.

야, 거기로 가면!

공주랑 꼬맹이 성좌가 딱 마주친다.

“!”

놀란 두 사람이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너어…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그, 그게….”

마음 약한 꼬맹이 성좌가 벌써부터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띄웠다. 그러자 가뜩이나 화가 나있던 다나우의 표정이 더욱 무시무시해졌다.

“울지 마!”

“히끅.”

“너 울기만 해. 그럼 때려줄 거야.”

겁에 질린 꼬맹이 성좌가 억지로 씨익 웃었다.

승지는 어이가 없었다.

…성좌야, 너 정말 저런 애를 다시 만나고 싶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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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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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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