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37. 보스를 부탁해 (4)

[왜?]

“나는 밥이 있어야 살거든.”

꼬르륵.

때맞춰 울리는 배에 승지가 허리를 수그렸다. 죽다 살아나느라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배가 고팠다.

“나 이제부터 뭐 먹고 사냐?”

인간 없음. 식량 없음. 던전 박살남. 심지어 몬스터도 학살해서 남은 건 시체뿐이다.

실화냐.

갑자기 생존이 엄청난 문제가 되어버렸다.

[뭐야아! 난 또 큰일 난 줄 알았잖아!]

“큰일이거든. 난 애벌레만 먹으면서 버티고 싶지 않다고.”

[꺄아악! 벌레라니! 끔찍해! 끔찍해! 다행이다! 난 안 먹어도 살 수 있어서!]

“약 올리냐?”

[히잉, 그럼 어쩌려고 승지야!]

“일단 뒤져봐야지.”

승지가 한 손으로 항아리를 질질 끌며 숲으로 향했다.

숲은 그 흔한 새 소리나 벌레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과일은커녕 못 먹겠다고 질색한 벌레마저 보이지 않았다.

심각해진 승지는 혹시나 싶어 땅까지 파보았다. 다행히 풀처럼 생긴 건 있었지만 먹어도 되는 건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아… 쌀밥 먹고 싶다.

지금이라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다가 김치 한 장만 얹어줘도 그릇을 싹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작하게 졸아든 국물이 기름진 제육볶음도 생각나고, 그냥 스팸 한 장 구워서 계란 후라이를 얹어도 좋았다.

바삭하게 튀겨낸 돈까스, 진하고 새콤한 소스를 흠뻑 찍은 탕수육, 하다못해 계란 고명이 올라간 잔치국수를 멸치국물까지 싹 다 마셔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젠자앙!”

승지가 공허한 소리를 내는 배를 움켜쥐었다. 온통 풀밭이라 음식이 더욱 간절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찾을 수 있는 건 풀뿌리가 고작이었다.

사각 사각.

단검으로 뿌리 겉면을 벗겨낸 승지가 착잡한 표정으로 입에 털어 넣었다.

[힉, 독이 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먹어?]

“몰라. 뒈질 거 같으면 성수 먹고 뻗으련다.”

명색이 성순데 이런 잡초 독 하나 해독을 못 하겠냐.

풀뿌리는 묘하게 시고 달아서 삼키기가 쉬웠다.

승지는 간신히 허기만 달래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던전에 들어오는 빛은 해가 아니었는지 시간이 지나도 어두워지지 않았다.

햇빛 하난 죽이네.

상황만 좋았다면 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다.

쉴 때는 미친 듯이 게임만 하고, 일할 땐 진상만 보다가 아무것도 안하려니 이상했다.

성좌도 기분이 좋은지 대기모드처럼 귀여운 이모티콘을 띄워놓았다.

[๑❛ᴗ❛๑~]

띠링!

[ 성좌 연결도가 올랐습니다! ]

느긋하게 있던 승지가 고개를 들었다.

“아, 맞아. 너 떨어진 성좌 연결도 복구해야지.”

[으응? 해줄 거였어?]

“떨어졌는데 어떻게 그냥 두냐.”

저번에 뭐랬더라. 서로 아는 게 많아질수록 성좌 연결도가 늘어난댔나.

“그러고 보니 아직 네 이름도 모르네.”

[…….]

재깍 대답해줄 줄 알았던 성좌는 뜻밖에도 잠잠했다.

물론 추진력을 위한 침묵이었지만.

[흐윽!!! 세상에!!(˃̣̣̣̣︿˂̣̣̣̣ )!!! 감동이야…! 승지가 먼저 내 이름을 물어볼 줄이야!!!]

“어, 뭐.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좋아하니까 오히려 민망하다.

[(◞♥ꈍ∇ꈍ)◞♥]

[❣ (●❛3❛●)]

[⎝⎛♥‿♥⎞⎠]

“이모티콘 그만 쏘고 이름이나 말해!”

승지가 벌컥 승질을 내자 그제야 성좌가 얌전해졌다.

[헤헷, 반대역이라고 불러줘!]

“반대역? 사람이름이 뭐 그러냐?”

[승지네 식으로 하면 그렇게 읽는 걸!]

광대라더니 이름도 특이하게 짓는다.

“그럼 대역이라고 불러야 하나?”

[뭐라고 불러주든 좋아! 승지가 불러주는 거라면!]

성좌 이름은 광대1이더니 아무래도 이세계에서 원래 엑스트라 신세를 면치 못하는 조연인 것 같았다.

이름부터가 대역이라니, 이 불쌍한 놈.

그래도 성좌랑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연결도는 꽤 많이 올랐다.

[좋아하는 음식은?]

“음… 고기면 다 좋지.”

[머리는 왜 빨갛게 염색한 거야?]

“이게 멋있잖아.”

[술은 왜 안 마시는 거야?]

“넌 마시냐?”

[엄청 잘 마시지롱!]

“그걸 자랑하는 건 진짜 바보 같다.”

큭큭 웃은 승지가 팔베개를 했다. 시답잖은 대화를 하다 보니 졸렸다.

[나한텐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

“있지.”

승지가 동동 떠있는 대화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까 나 살릴 때 받은 페널티 뭐냐?”

[!]

“많이 심각한 거냐?”

승지가 진지하게 물었다. 상태창이 어쩔 줄 모르고 우물쭈물 움직였다.

[…승지는 모르는 게 나아.]

혹시나 해서 자리를 깔아줬는데, 역시 말해줄 생각이 없군.

승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 한 번에 성좌가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여서 그는 안심시키듯 대화창을 툭툭 두드렸다.

“괜히 혼자 앓지 마라. 네가 없어지면 이제 나도 힘들어질 것 같으니까.”

[…….]

호들갑을 떨 줄 알았던 성좌는 잠잠했다. 이번에는 진짜로.

대답을 기다려보던 승지는 늘어져라 하품을 하고는 그냥 그대로 잠들었다. 햇빛이 적당히 몸을 데워주었던 것이다.

한참동안 승지 앞에 떠 있던 대화창은 승지가 완전히 잠든 뒤에야 딸깍 움직였다.

[미안해, 승지야.]

포르르.

대화창이 날아갔다.

성좌가 도착한 곳은 거대 라미아의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 겉면에 있던 물이 말라 흉측하게 피부가 쪼그라들고 있었다.

[아… 싫어. 징그러……!]

성좌는 훌쩍거리듯 한참을 동동거렸다. 하지만 더 오래 기다렸다간 단순히 마르는 게 아니라 썩기 시작할 것이다.

할 거라면 지금밖에 없다.

성좌는 곧 결심했는지 거대한 공간을 열었다.

새까만 공간은 강제로 잡아당기듯 팽팽해지더니 거대 라미아의 시체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우웩.]

대화창이 파르르 떨렸다.

아까 승지가 드물게 상냥한 모습으로 자신을 걱정했을 때는 하마터면 모든 걸 털어놓을 뻔했다.

차라리 승지가 욕을 하고 화를 냈더라면 쉬웠을까?

성좌는 침울해졌다.

[…이런 모습 승지한테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

띠링!

[ 성좌 연결도가 올랐습니다! ]

성좌는 자신과 똑같은 상태창으로 나타난 메시지를 보더니 힘없이 승지에게 돌아갔다.

연결도가 오른 걸 보면 승지가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런 성좌의 바람과 달리 다시 일어난 승지의 기분은 최악을 달렸다.

사람은 돌바닥에서 자는 게 아니다.

“끄으윽… 내 허리…….”

척추가 계단형으로 꺾인 것 같다.

[좋은 아침이야, 승지야!]

“좋기는 개뿔이….”

[헤헤, 그래도 배불리 먹고 난 다음 날이니까 기운이 나지 않아?]

성좌의 말에 승지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뭐? 배불러어?”

[헉… 실수, 아, 아니. 난 배부를 일이 없지이! 무, 물배가 찼다는 뜻이었어! 뿌리 한 입~ 성수 한 잔~! 안 배불러? 하핫!]

성좌가 급하게 수습했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승지는 기운이 없어서 그냥 관뒀다.

저놈 헛소리가 하루 이틀인가.

“어라? 라미아 시체가 없어졌잖아?”

[그, 그러게? 우와. 신기하다!]

승지가 미묘한 표정으로 거대 라미아가 있던 자리를 관찰하는데, 용이 다시 나타났다.

“어우, 씨!”

놀래라. 이놈은 기척이란 게 없냐.

용은 처음 보았을 때처럼 무미건조한 얼굴로 승지를 응시했다.

[알은?]

“어? 아, 그새 바닥 뒤집어서 글씨 썼냐. 봐라. 여기 안에 들어있다.”

승지가 항아리를 보여주었다. 가만히 그 안을 들여다보던 용은 다시 접어놨던 날개를 펼쳤다.

승지가 다급히 소리쳤다.

“야, 야 잠깐! 용! 떠나기 전에 한 가지만 해주고 가!”

길에서 마주친 짐승처럼 용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다시 시선을 마주쳐왔다.

마주칠수록 보통 짐승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지는 걸 보니 보스 몹은 보스 몹이다.

그러나 승지는 꿋꿋하게 요구했다.

“알 키우려다가 내가 먼저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여기 던전에 먹을 만한 것 좀 만들어주면 안 되냐.”

“…….”

“네가 여기 던전 주인이라며.”

용은 승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꼭 인간의 뻔뻔함을 노려보는 것처럼.

잠시 후, 용의 몸통에서 가지가 하나 뻗어져 나오더니 바닥까지 늘어졌다.

돌바닥에 가지가 닿자 순식간에 뿌리를 뻗더니, 흰 잎사귀를 피워냈다. 황금색이 된 가지에 붉은 열매가 자라났다.

오오.

[우와아… 근사해애……!]

열매 몇 개를 따먹어 본 승지는 식량으로 아주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맛있다. 팔아도 되겠는데?

따도 따도 다시 자라나는 과일 나무가 생긴 후로는 훨씬 일이 쉬워졌다.

알을 담가놓고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 50콤보! ]

휘리릭.

저절로 발목이 돌아가며 세워놓은 나뭇가지를 타격했다.

이 자세는…! 봉익선이다!

오른발 일곱 번, 왼발 일곱 번, 마무리 하이킥까지!

봉익선으로 채워진 15콤보를 확인한 승지가 콤보를 끊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졌다.

“허억… 헉.”

[고생했어, 승지야! 점점 실력이 느는걸!]

“아직 부족해.”

승지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던전에 있는 동안 승지는 스킬의 연계를 시험하는 중이었다. 모라타를 잡을 때 느꼈던 콤보와 스킬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특정한 행동을 하면 스킬이 나가는 예스 커맨더와 콤보가 쌓이는 완벽한 콤보.

둘이 연계되어 10콤보마다 쓸 수 있는 새로운 스킬이 발생했다.

“콤보 없을 때도 나가는 건 승룡권, 10콤보는 아직 못 찾았고, 20콤보는 다운 어택, 30콤보는 가드 크러시, 40콤보는 발경이었지.”

[응! 그리고 이번 50번째도 스킬이 있다는 게 확인됐어!]

방금 보았던 것처럼 50콤보는 하체 기술인 봉익선이었다.

앞으로 60, 70, 80, 90, 그리고 99콤보까지 정해진 스킬이 있을 게 분명했다.

두 스킬이 연계되면서 가장 큰 장점은 콤보에 따른 제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스 커맨더로 콤보를 스킬로 전환해 공격하면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승지는 다시 한번 나뭇가지를 땅속 깊이 밀어 넣었다.

“콤보가 끊기기 전에 스킬을 발동시키는 커맨드를 찾는 게 어렵네.”

[그래도 요 며칠 동안 꽤 많이 알아냈잖아!]

콤보를 달성하자마자 바로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콤보가 끊겼다고 판단해 페널티가 발생했다.

승지는 일부러 높은 콤보를 미뤄뒀다가 숫자가 채워지면 알고 있는 모든 격투게임 커맨드를 입력해보았다.

그 덕분에 이번엔 50콤보 스킬을 알아냈지만, 다른 콤보는 아직 성과가 없었다.

추측컨대 30콤보의 가드 크러시처럼 특정한 미션을 달성해야만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미 스킬을 찾느라 여러 번 페널티를 받았던 승지의 체력은 많이 소진되어 있었다.

[승지야! 내가 생각해봤는데 99콤보 스킬은 따로 안 찾아도 될 거 같아!]

“왜?”

[일단 10단위가 아니구, 99콤보를 채우는 순간 완벽한 콤보가 되어 목표가 달성되어 버리잖아?]

“흐음.”

승지는 다시 세워둔 나뭇가지를 천천히 99콤보까지 때려보았다.

[ 99콤보! ]

파스스.

마지막 공격이 닿는 순간 나뭇가지는 마치 톱으로 갈아버린 것처럼 잘게 분해되어 떨어졌다.

[봐봐! 완벽하게 사라졌지? 99번째는 예스 커맨더랑 연계될 필요조차 없는 거야!]

“확실하게 99번을 다 맞출 수만 있다면 제일 좋은 스킬이긴 하지.”

승지가 흘러나온 땀을 닦았다.

벌써 여기 며칠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37화
[37 / 총200]

광대라면 99콤보까지 - 광대라면 99콤보까지-37화

연재 총 2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