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159화 해피엔딩
일본의 도쿄 올림픽. 우혁은 기억한다. 이곳에서 자신의 첫 국제무대가 시작이 되었던 때를. 이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목표는 자신이 출전하는 종목에서의 전관왕.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세계 선수권 이후에 많은 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국내에 있는 그의 라이벌부터 해외에 있는 수많은 강자들까지 모두 다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한국에 계신 수영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선주입니다. 오늘은 수영으로 찾아뵙게 되겠군요. 해설은 대한민국의 수영 영웅인 박태원 위원을 모셨습니다. 이제 수영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메달밭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동안 실력들이 또 얼마나 늘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되죠?”
“그렇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인들, 그리고 일본에서 열리니 당연히 홈팀의 어드밴티지가 존재할 것이고, 기존 강자들도 아마 지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팀의 선전으로 꽤 견제가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이 됩니다.”
“오늘 첫 날입니다. 주목할 만한 선수들 좀 소개해 주시죠.”
첫 날은 100미터에서 시작이 된다. 작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일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외에도 한국의 선수들이 나름 만만치 않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선수들과 호주, 독일 선수들이 우승후보다. 더구나 일본과 중국 선수들도 있다. 새롭게 급부상한 신성들과 기존의 강자들이 싸우는 곳. 바로 100미터이다.
“예선부터 만만치 않겠네요.”
“그렇습니다. A조에는 기병묵 선수가 속해 있습니다.”
병묵과 쇼타 스카이의 대결로 100미터 A조의 스타트가 신호에 따라 시작이 되었다. 올림픽에서는 예선을 거쳐 준결승을 하고 결승을 치른다. 따라서 세 번의 경기에서 마지막 승자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이다.
시작이 그였다는 것. 그는 부담을 가졌나 보다. 평소 자신의 기록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쇼타 스카이는 달랐다. 홈에서 마음 편히 할 수 있다는 것. 지난 광주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도 나타났듯이, 그는 충분히 홈 이점을 살리면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다음 조들을 지켜봐야 하지만 병묵이는 힘들 것 같은데…”
“긴장을 많이 했나 봐요.”
“그러니까 모두들 몸에 힘들을 빼라. 그냥 우리나라에서 한다고들 생각해. 지금까지 흘려온 땀이 너무 아깝잖아.”
영욱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일수가 부연을 했지만 그에게 하는 말이 아닌 모두에게 하는 충고를 하는 이유.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다. 부담감이 그들을 억누르고 있었다. 지난 대회 거둔 좋은 성적. 이번에는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그 압박감. 지금 병묵이 보여주었다 시피 그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구슬땀을 흘려가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한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아, 기병묵 선수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안타깝네요. 그래도 이번 예선에서 많은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그렇죠. 이번 대회 올림픽 출전권은 사상 최대로 따낸 것이 우리 메달 전선에 유리하게 돌아가겠죠?”
“맞습니다. 100미터만 해도 최우혁 선수를 필두로, 방금 경기를 마친 기병묵 선수와 원종수, 장일수, 그리고 지미 오 선수가 있으니까요.”
“점점 수영강국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그들의 말대로 수영 출전권은 나라마다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랭킹이나 세계 대회 입상으로 뽑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꽤 많았다. 예전에는 몇 명의 선수들만이 수영에 출전하는 상황이라서 메달 구경은 단 한 두 선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B조에 속한 우혁. 이제 스물세 살이 된 이 청년은 스타트에서 매우 강점을 보였다. 그리고 그가 세운 목표. 출전 종목 전관왕. 그 시작이다. 신호에 따라 돌고래처럼 튀어나가는 그의 몸. 입수를 하고 앞으로 가는 모습이 매우 안정적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이제 적지 않다. 그래서 앞 조에서 경기를 치른 병묵과는 사뭇 달랐다.
더군다나 거침이 없다. 노련한데다가 패기까지 있다. 신인과 베테랑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 모습. 이제 그에게 예선은 통과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최종 터치 후 기록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 그리고 고글을 벗고 손을 흔들고 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한 여신을 향해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우혁의 2세에게 행여나 무슨 일이 있을까봐서. 그렇다. 그녀는 드디어 잉태를 했다. 어렵게 한 만큼 하루하루가 기쁨의 연속이다.
책임감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우혁이 그랬다. 좀 더 완성형으로 간다고 해야 할까? 그의 모든 것이 변해만 갔다. 물론 좋은 쪽으로.
100미터 예선을 통과하고 나서 그 날 이어진 준결승, 그리고 결승에서 그는 우승을 거머쥔다. 드디어 새로운 전설이 시작이 되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많은 이들이 수영 경기장에 주목을 하게 되는 이유. 바로 그로 인한 것이다. 경기에 참여만 하면 기록을 양산하며 금메달을 따고 있다.
올림픽이 끝날 때쯤 그는 드디어 자신이 참여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일궈 내었다. 물론 이는 그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그를 도와준 모든 이들과 합심하여 계영과 개인혼영까지 우승을 하게 된다.
매스컴과 방송은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데 바빴다. 그렇게 한 여름에 도쿄에서 벌어진 모든 꿈과 열정이 지나가고, 드디어 그는 세실리아와 원하던 결혼식을 올린다. 그런데 부케를 받은 것은 미래다.
그녀가 원했다. 부케를 받고 싶다고. 그녀에게 결혼 예정인 사람이 있는가? 언론은 그녀의 행적을 수소문하지만 결코 발견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미스테리. 그렇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문을 가져다주며 그녀는 신비한 미소만을 짓고 있다.
우혁과 세실리아는 드디어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예전에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것을 짧게 탔지만 이번에는 반대 방향이다. 일정도 50일로 잡았다. 여행다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 잡은 행복한 시간. 둘만의 달콤한 신혼여행이 끝나고…
그들이 만난 사람. 세실리아의 종족, 인어다. 태초에 인류와 유사인류가 같이 어울려 살았던 그 곳을 결국 이들이 찾아내었다. 아이를 낳기 위함이다. 그녀가 인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릴 수는 없다. 태어날 아이는 어떤 형태일지 알 수 없기에. 그래서 찾은 곳이다. 그들을 레지나는 예전과는 다르게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우혁이 지킨 약속. 그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아이를 잉태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른다.
“우리 종족의 명맥이 여기서 끝날 줄 알았다.”
그녀는 그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로렐라이 언덕을 떠나 올 때 더 이상 인간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온 것은 그녀의 의지였다. 사실 그녀는 매우 지쳤기 때문이다. 종족의 번식에 대한 회의감. 그렇게까지 해서 종족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에 질려 버린 것이다. 그녀가 죽은 후에 누군가가 그녀의 뒤를 이어서 다시 인간 세상을 찾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는 억지로 자신의 종족들에게 인간과의 관계를 맺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사랑으로 맺어진 그 둘이 너무나 반가웠다. 인간이 인어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첫 번째 대상. 우혁에게 속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다.
한 달의 시간. 드디어 세실리아가 아이를 낳았다. 모두가 놀랍게도 남자 아이였다. 아이를 보고 우혁과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인어들도 기뻐한다.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없었던 남자 인어의 존재. 드디어 탄생을 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인어들은 가끔 우혁과 세실리아와 동반해서 인간 세상에 나아간다. 그리고 순빈은 반대로 이들을 따라 들어와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그렇게 맺어지게 되는 인연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지게 되는 그들만의 이야기들. 사람들의 욕망 때문에 세상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어들은 점차 인간 세계의 적응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제 멸족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인어들은 꿈을 꾸게 되고…
우혁과 세실리아는 두 번째 아이를 갖게 된다.
“이번에는 딸이면 좋겠는데…”
“아니, 안 돼. 인어는 남자가 희귀하다고…”
“그런데 인간과 인어가 아이를 가지면 항상 인어인 거야?”
“그야 모르지. 그래서 어쩌면 이번에 인간 남자 아이를 낳게 될지도 몰라.”
“그렇군.”
그들은 다시 크루즈를 탔다. 이번에는 세계 일주다. 그의 은퇴에 맞추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 때문에 둘은 또 합의를 보았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크루즈는 아닐 것이다. 아니 또 타고 싶다. 아이를 가질 때마다 타기로 그들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몇 번을 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그녀는 힘닿는 대로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는 끝맺게 된다.
============================ 작품 후기 ============================
이야기를 더 늘리는 것은 단지 그냥 늘리는 것에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여기서 끝을 맺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중간에 여러 이야기를 틀어보고 싶었지만 몇 가지 두려운 요소가 있었기에, 그리고 손가락 상태도 좋지 않아서 여기서 완결을 짓겠습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애독해주신 분들께 실망을 안겨 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더 많이 준비해서 좋은 작품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