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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화 경기 첫 날

성의 자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윤리가 모호해진다. 점점 세상은 성에 대해 대담해지고 노출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흐른다. 국가와 국가가 교류를 하면서 이 현상은 더욱더 빨라진다. 특히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처럼 스포츠의 경쟁이 일어나면서 각국의 가치관들이 혼재되고 이로 인해 자극적인 성의 관념이 유교 전통주의를 침범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2년 전 치러진 올림픽에서는 주최 측이 선수들에게 뿌려진 콘돔이 15만개라고 했다. 이러니 섹스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번에 베트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성년자를 제외한 성인 남녀들에게 뿌려진 콘돔은 7만개라고 한다.

혈기왕성한 선수들은 타국의 선남선녀들을 보고 주체하지 못하는 욕망에 광란의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그 이외에 베트남 현지의 여성들과 밀애를 나누기도 한다. 어느 나라에서는 이게 가쉽거리도 안 될 만큼 국민들이 잘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국민정서가 아직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해 선수들은 은밀하게 탐색전을 벌이며 즐긴다.

“또 왔다, 또 왔어.”

“정말 잘생기고 봐야해.”

수영 훈련장. 많은 외국의 여자 선수들이 운집해 있다. 곧 점심시간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 선수들이 하는 일은 그야말로 국적 불문 이성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수영 선수들이 배정받은 훈련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여러 나라의 국가 대표 여자 선수들이 첫 날부터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 우혁을 보러 온 인파들이다. 마성의 외모.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통하는 그의 마력에 여자 선수들이 그를 어떻게 해보려고 접근을 했다. 한국의 코칭스태프는 자국 선수들을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물론 아랍계 나라도 통제하기는 하지만 그 쪽에는 여성 선수들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나라들의 경우 이들을 통제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니 훈련을 맡은 대한민국의 수영 코칭스태프는 머리만 아플 뿐이다.

다행인 것은 우혁은 전혀 관심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시안 게임 중에는 훈련을 과하게 하지 않는다. 컨디션 조절 겸 살짝 몸을 푸는 정도로 훈련을 끝내고 수영장 가장 자리를 통해 나온 그를 보고 많은 여자 선수들이 소리를 지른다. 자신들을 봐 달라는 게 분명하다. 여러 언어가 섞여 있다. 그러나 그는 곧장 라커룸으로 가서 몸을 닦고 나와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며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에는 자체적으로 응원도 하니 그 역시 따라가서 목청껏은 아니지만 박수를 치기도 한다. 탁구를 하고 있는 실내 경기장에 나타난 우혁. 그를 보는 타국 여자 선수들이 그의 주변 자리를 선점했다.

“귀찮네, 정말.”

“행복한 고민 하고 있네. 좋겠다, 인마.”

김훈은 부럽다는 듯 그의 말을 받는다. 실상 우혁은 정말 귀찮을 따름이다. 벌써 자신을 호기심의 눈으로 보는 여자들.

“뒤쪽에 있는 애들이 우즈베키스탄 여자들이다. 예쁘지 않냐?”

“몰라.”

“하긴 여자 친구가 여신이니 예뻐 보일 리가 있나.”

그의 말. 아예 세실리아를 그의 여자 친구로 확정을 짓고 있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둘이 연인이라는 것을. 원래 표현을 하지 않으니 그렇지 일수의 입에서 그의 어머니가 그 때 찍힌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증언이 나온 후에 거의 모두들 확신했다.

“복도 많은 놈. 아 난 왜 이렇게 태어나가지고…”

그 말을 듣고 우혁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 김훈과 찬규는 그의 곁에 붙어 다닌다. 자신도 약간씩 마음을 열고는 있다. 예전에는 견원지간 같았는데, 어느덧 동료 의식이 생겨 버렸다. 특히 이런 외국에 나오면 서로에 대한 없던 팀워크도 생긴다.

“쓸 데 없는 이야기 하지 말고 응원이나 해.”

그의 말에 실내 체육관 탁구장을 지켜보는 김훈. 그가 갑자기 일어서며 환호성을 지른다. 한국 선수들이 그 작고 가벼운 공을 스매쉬해 상대 진영에 꽂아 넣은 것이다.

같이 응원을 한다는 것. 그 의미를 이제야 깨닫고 있는 우혁. 사실 한 번도 이렇게 우리나라를 친구들과 응원해 본 적이 없었다. 사회화 과정이 약했던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번 아시안 게임이 정말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 역시도 아마 같은 한국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가질 것이다. 바로 내일부터.

내일은 50미터 경기가 있다. 드디어 출격이다. 단거리는 그가 상위권에 입상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벼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로 무장이 되어 있다.

물론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여유를 가진다. 예전처럼 조급하지는 않다. 승부욕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지금 이 상태라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나 세실리아의 응원을 받는다면 말이다.

오늘도 그녀와 통화를 했다. 집에서 몹시 답답한 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틀 전에 술을 먹고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맥주를 먹인 모양이다. 깜짝 놀랐다. 그녀가 술을 먹다니?

그러다가 걱정이 되었다. 그녀가 아프면 제대로 치료나 받을 수 있을까? 불법체류자 신분. 생각보다 더 제약이 많다. 그러나 그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녀에게는 치유력이 있으니 자신의 몸 정도는 잘 관리할 수 있다.

‘그래도 빨리 해결해야 할 텐데…’

은환과 통화를 하다가 내린 결론. 결국 결혼 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한 무국적자면 귀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이번에 아시안 게임이 끝나고 그는 결심했다. 그녀와 법적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을 거라고.

너무 어린 나이이기는 하다. 그리고 인어와 결혼이라니? 만약 그들의 결합으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과연 인어일까? 아니면 인간일까? 나중에 세실리아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다. 그녀는 알 수도 있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 인간을 이용했다는 인어. 그렇다면 인간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실내 체육관에서 돌아오면서 그는 계속 상념에 젖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 앞으로의 삶. 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그를 더 강하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경기 당일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나 곧 예선이야.”

- 알아, 우혁. 파이팅.

“어? 그 말은 누구한테 배웠어?”

- 엄마. 엄마가 알려주셨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우리말이 늘고 있다. 발음도 비교적 정확하다. 어쨌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내는 우혁. 선수대기실에서 스타트대 앞으로 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기록에 따라 그는 3레인에 배정 받았다. 예선에서도 4레인이 아니라는 것. 그가 단거리에 약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스타트대에 오르니 관중석에서 동요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각국 여자 선수들이다.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국 선수들이 그와 경쟁하지 않을 경우 단연 응원의 대상은 우혁이다.

- 삐익.

드디어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스타트로 시작을 한다. 50미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게 스타트일 수도 있다. 시작이 좋다. 깊고 빠른 잠영으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의 좌우는 다 그의 어깨 밑으로 쳐졌다.

오른팔. 왼팔. 다시 오른팔. 왼팔. 한 번 휘저을 때마다 앞으로 가는 그의 몸. 가볍게 헤치는 물살. 전보다 더 커진 그의 신장도 그가 장착한 무기이다. 턴 동작은 필요가 없다. 50미터는 단 한 순간의 터치로 끝이 난다.

21초 33.

아시아 신기록이 나왔다. 영욱도, 일수도, 빛나도, 가희도 그리고 모든 한국의 수영 선수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입은 벌어져 있었다. 전광판에 기록된 21초 33. 그는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고글을 뺀 채 손을 올렸다.

“와아아아아!”

“최고다! 최고다, 우혁!”

동료들의 환호. 관중들의 함성. 시작이다. 아시안 게임. 그가 내딛은 아시안 게임의 첫 행보는 이렇게 아시아 신기록으로 시작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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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 Splash-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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