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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화 어쩔 수 없는 해결법

돈암동 국제 수영장. 드디어 며칠 휴식을 끝내고 선수들을 소집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제 대회도 있지만 국내 대회도 적지 않다. 수영 대회는 이제 적지 않게 생겼다. 선수들이 취사선택해서 골라야 할 만큼.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도전자의 입장이 아니라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될 것이다.”

영욱은 다시 한 번 정신력을 강화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선수들에게 이번에 열리는 대통령배 수영 대회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많은 도전자들이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아시안 게임 이후 첫 번째 대회. 한 달 후에 열린다. 그 때까지 동기부여가 없으면 훈련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팀 관계자가 일일 강사를 부탁하셨다. 사실 수영팀 하나로 돈을 벌기는 힘들다. 거의 투자나 사회 환원의 목적인 것이지. 프로 야구나, 축구와 같이 자주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것을 나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도 후련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도 동감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맞는 말이다. 수영장 운영비는 거의 S 생명에서 충당을 한다. 야구나 축구처럼 리그를 하는 것도 아니니 관중 수입은 대회가 아닌 한 거두어들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수영장 자체 내에서 운영하는 수영 교실 같은 것으로 수입을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에게 일일 강사로 뛰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한, 수영 인재 발굴을 하는 것도 앞 선 세대의 몫이다. 태원이 이후 찾아온 공백기. 그게 왜 논란이 있었는지 다들 알고 있을 거야. 저변이 넓지 않아서 그렇다. 난 우혁이한테 미안하지만 독보적인 1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혁이에게 필적할만한 인재들이 계속 나와 줘야 우혁이도 발전할 수 있는 거야.”

구구절절이 맞는 말만 한다. 그의 말에 이의를 달 수 없을 정도로. 따라서 바로 실행된 일일 강사. 가장 첫날은 우혁이가 자청을 했다. 그 역시 자신에게 도움을 준 소속팀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수영교실은 아동부, 어린이부, 청소년부와 성인부가 있다. 그리고 그 이외에 여성부가 따로 있는데, 이것은 연령과 성에 따라 구분을 한 것이다. 각 부문에서도 초보자 및 중급, 그리고 고급 과정이 있다. 우혁이 초보를 가르칠 수 없다. 차라리 비용을 많이 받는 고급 과정에 그가 투입이 되었다.

상업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가 나선 곳은 여성 고급반. 엄청난 신청자가 몰렸다. 단 하루를 그의 지도를 받는 것뿐인데 새벽부터 와서 기다렸다. 한 달에 두 번 일일 강사로 나선다는 광고지가 뿌려지자마자 온라인 신청은 서버 폭주가 되고, 한 반 신청자는 열 명에서 삼십 명으로 늘려야 했다. 그 정도 인원을 교육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는 해보기로 했다.

“팔은 이렇게 해서, 이렇게 꺾으면 됩니다.”

교육 당일. 역시 가르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만약 그가 은퇴할 나이가 되어서 코치를 한다고 하면 썩 좋은 지도자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일단 형용사보다는 대명사를 너무 많이 써서 매우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이 되었다. 그리고 직접 몸으로 실행하다 보니 따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조언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좋단다. 여성들의 열렬한 환호. 어떤 여자들은 대놓고 그에게 자세 교정을 부탁했다. 그와 피부 접촉을 조금이라도 해보려고. 또한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부원들도 있었다. 그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 자신의 SNS에 올릴 예정이란다.

그는 그런 부탁을 싫은 내색 없이 다 해주었다. 자신의 소중한 팬들이다. 원래 까칠하기는 하지만 팬 관리는 특별히 승헌이와 순빈이가 그에게 부탁을 했다. 안티로 만들지 말라는 조언. 그는 그것에 충실했다.

그렇게 하루 일정을 끝내고 오면 집에서 반기는 세실리아. 사생활 침해는 더 이상 없었다. 아니 어쩌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훨씬 생활하기가 편했다. 그의 집이 어디인지 조사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았다.

“근데 엄마, 일본 안 가세요? 계속 여기에 계실 거예요?”

“왜? 내가 갔으면 좋겠지?”

“그게 아니라 아버지 혼자 쓸쓸하실 것 같아서…”

“됐다. 그냥 솔직하게 말을 하지, 원. 어쨌든 지금은 안 간다.”

그는 피가 끓어오르는 젊은 청춘이다. 그런데 세실리아와 같이 보내는 밤을 그의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자주 보냈다가 현재 불도에 심취한 고승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랴? 이렇게 넌지시 어머니의 향후 행보를 가끔 체크하는 수밖에.

“그나저나 세실리아가 너무 안쓰럽구나. 매일 집에 쳐 박혀 있으려니 걱정이 된단다. 얼마나 답답하겠니? 그렇다고 사람들 시선 무서워서 나갈 수도 없고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해답이 없었다. 아무리 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된다는 여론이 그를 둘러싸고 있어도 세실리아가 출현하는 순간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소속사도 당분간은 두문불출하기를 바랐다. 대신 그 다음날 승헌이 찾아왔다.

“지금으로서는 국적을 획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게 현실적으로는 적법한 절차를 밟기는 힘들 것 같아.”

“적법한 절차가 아니면?”

“결국 제 3국에서 세실리아 씨의 관련 문서를 위조해서 가져와야지. 그리고 귀화를 하려고 하는데 네 동의가 필요할 것 같아서 들른 거야. 아니면 꼭 귀화할 필요 없는 국적을 획득할 수도 있긴 한데…”

결국 위법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건 예전에 우혁이 고려했던 방법이다. 다만 그가 직접 알아보았다면 그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 되었을 게 뻔했다. 이렇게 승헌이 발 벗고 도와준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의 아버지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 반대를 할 것 같았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그가 그런 일을 한다고 하니 다른 방법을 알아보자고 했던 것이다.

“내가 네 아빠를 설득하마. 나도 더 이상 세실리아가 불쌍해서 못 보겠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지연이 드디어 나섰다. 우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머니의 설득이라면 은환이 묵인할 수도 있었다.

“먼저 그냥 추진하고 나서 설득하는 쪽으로 가자. 내가 책임질 테니.”

드디어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신분을 조작하는 일은 태국의 암시장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신분위조가 좋은 방향은 아니지만 원 소속 국가가 없는 세실리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혼이라는 방법이 해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알았을 때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일이 흘렀다. 9월의 아시안 게임의 열기가 걷혀 가고, 이제 가을로 접어들었다. 그는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영욱의 말이 맞았다. 동기 부여가 없으면 도태될 수 있다. 그리고 슬럼프도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경우가 그럴 수 있었다. 복잡한 세실리아의 신변 문제를 기다리느라 초조해진 그가 훈련이 손에 잡히지 않은 것이다.

10월에 펼쳐진 대통령배 수영 대회. 내심 전관왕을 노린 그는 50미터에서 일수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둘째 날은 800미터. 심지어 자신 이외에 별 다른 적수가 없다던 이 종목에서도 그는 김훈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그는 심기일전했다. 실력이 퇴보한 게 아니라 정신이 분산이 되어 일시적으로 부진한 것이다. 훈련량도 그 어느 때보다 모자랐다. 자꾸 정신이 다른 데 가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100미터와 200미터 까지 그는 죽을 쓰고 있었다.

1500미터를 앞두고 그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비록 적법한 절차는 아니지만 세실리아의 국적이 생긴 것이다. 독일 국적. 한국을 무비자로 올 수 있는 나라. 위조였지만 여권이 마련되었고, 순빈이 그녀를 데리고 외국인 등록증을 만들었다. 갱신만 하면 충분히 한국에 머무르는 데 제한이 별로 없었다.

그는 이 소식을 경기장에서 듣게 되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그 날 우승을 차지했다. 1500미터와의 남다른 인연을 또 한 번 이어가게 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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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 Splash-1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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