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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새로운 영법

100미터 경기. 스타트로부터 잠수거리가 대락 3에서 5미터. 그리고 얼굴을 내밀고 앞을 향해 물살을 헤친다.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 잠수거리라는 게. 중요한 것은 초반은 그 잠수 거리에 따라서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더 갈 수 있는지, 아니면 덜 갈 수 있는지가.

엄청난 거리. 이미 스타트가 완벽했기에 그 잠수 거리가 꽤 길다. 바로 우혁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물 속에서 호흡을 할 수 있기에 더 오랫동안 잠수 할 수도 있다. 물론 호흡을 못하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물리적인 운동능력을 하면서 버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문제다.

고글을 끼고 하얀 수영 모자를 쓴 그의 모습이 드디어 수면 위에 돌출 되었다. 그 누구보다도 앞에 나섰다. 그리고 왼 팔부터 힘차게 젓는다. 다리는 엄청난 속도로 교차를 한다.

“꺄아아아악!”

“와아아아아!”

관중석의 울림. 드디어 자신들이 응원하는 사람이 얼굴을 내밀고 선두에 치고 나오자 소리를 지르고 있다.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관중들이 우혁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원래 잘 듣지 못한다. 귀마개를 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착용한 그 귀마개를 뚫을 것 같았다. 어디 아이돌 콘서트에서 부르짖는 듯한 이들의 목소리.

그 기를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 해 나간다. 고개를 살짝 살짝 돌린다. 저항을 받지 않으려는 모습. 실제로 물의 저항을 최소화 하는 그의 영법이 효과를 보고 있다.

그는 잘 알고 있다. 남보다 늦게 시작하기도 했거니와, 오랫동안 휠체어에 있었기에 근육을 아무리 빨리 키운들 기존 선수들을 쉽게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나마 장거리는 호흡에 대한 유리함이 있었기에 상관이 없다. 그러나 단거리는 이야기가 다르다. 초반에 뒤처지면 나중에 역전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거리이다.

50미터 턴을 향해 질주해가는 그가 그래서 뒤에 쫓아오는 선수들을 뿌리치고 가려는 최고의 영법이 바로 지금처럼 저항을 최소화하는 머리의 움직임이다. 이것을 위해서 얼마나 연습을 했겠는가? 아예 머리를 담그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더 나을 수도 있다. 머리의 운동 능력이 속도를 증가시켜주기는 하지만 반대로 저항도 증가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 지금도 사실 충분히 놀랄 만하다. 새로운 영법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도대체 저렇게 좌우 간격이 좁은데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 거지?”

감독은 영욱의 옆에서 혼잣말을 한다. 그 말을 듣는 사람 또한 놀라움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 저 영법은 개인 훈련 때 완성한 것이리라.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았으니. 바로 지금을 위해서 발휘한 그의 비밀 병기. 그것이 통하고 있다.

사실 나중에 물어보고 싶다. 지금 우혁이 사용하는 영법의 비밀을. 하지만 안다고 해도 사용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쩐지 그 때 호흡이 길더라니…’

결국 호흡의 문제다. 물리적인 운동은 숨을 차게 만들고 그렇게 되면 산소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것을 잘 이겨내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결국 스피드야 남보다 뒤쳐질 수 있지만 호흡이 긴 우혁이 장거리에서 강점을 가지는 이유가 호흡이 길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것을 영욱은 잘 파악했다. 그래서 지난 대회에서는 1500미터에 도전을 하게 했다. 이번에 전 종목을 도전 시킨 것은 단지 경험의 측면이다. 나중을 위해서 다른 종목도 해 봐야 하기에.

그런데 기대 이상이다. 그가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50미터 턴을 하면서 그가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팔 꺾기의 각도. 다리의 움직임. 심지어 턴을 하는 그 동작까지 유연하지 짝이 없다.

“저… 저건…”

더 깜짝 놀라는 일이 턴을 하고 나서 깊숙이 그리고 길게 잠수를 한다는 점이다. 벽의 반동을 이용하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있는 힘껏 벽을 차고 최대한 잠수로 멀리 가는 게 선수들의 바람일 텐데. 그런데 그는 보통 선수들보다 1.5배는 더 멀리 잠수를 하고 있다. 처음에야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50미터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호흡은 많이 가빠올 텐데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는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기에. 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그는 이 방법을 고안했다. 빛나가 옆에서 도왔다. 그녀는 그가 이 영법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매우 놀라워했다. 그 상태, 그 자세에서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저도 같이 연습을 했는데 정말 놀랐어요. 물속에서 오래 있을 수 있다는 것. 보통 사람과는 달리 폐가 몇 개나 달려 있나 봐요. 킥킥.”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그녀 또한 놀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그의 실력 때문이다. 아까와는 또 다르다. 결승점에 다다라는 그의 손. 이미 2위와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기록. 49초 43. 일수의 최고 기록보다 0.03초 앞섰다. 그는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 올린다. 쇼맨쉽인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괴물 신인이라고 했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건 진짜…”

기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말을 하면서 플래쉬를 터트리기 바빴다. 그들의 귀에 들리는 환호성. 관중들 또한 많은 사진을 찍어야 했다. 단 한 사람으로 일어나는 수영 붐을 예측해 본다. 어쩌면 내일 스포츠 1면에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이야기가 없을 수도 있다.

수영장 밖으로 나오는 그의 모습. 매우 당당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찍는 기자들. 이렇게 화제를 몰고 온 게 박태원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아니 그 때와는 다른 게 있다. 구름 관중. 오빠 부대. 매력적인 그의 얼굴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꽉 찬 경기장.

“이리로…”

이제 그의 전담 트레이너가 정해져 있다. 그를 보호하는 것처럼 선수 대기실로 간다. 그의 얼굴에도 자부심이 차 있다. 어쨌든 선수가 잘하면 자연스럽게 코칭스태프도 주목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흰색 수영모에는 AK 스포츠의 로고가 푸른색으로 잘 박혀 있다. 아마도 기자들이 양산해 내는 수많은 포토 스크랩에 꼭 박혀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스폰서를 구하지 않은 소속사. 일부러 그랬다. 오늘과 같은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서.

그가 입상할지 안할지는 아마도 예측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그들은 엄청난 화제를 그가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일단 오빠 부대를 만든 것도 이들이 물 밑에서 지원을 한 덕분이다. 그가 인기가 있기는 했지만 조직력이라는 부분에서 쉽게 탄력을 받은 데에는 소속사의 보이지 않는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AK 스포츠는 단지 그 정도까지만 예상을 했다. 그의 상품성, 즉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외모. 그런데 대박을 맞았다. 아마도 여성들이 아닌 전 국민적인 관심이 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 2의 박태원 탄생은 이제 시간문제다.

선수 대기실은 북새통이다. 기자들은 못 들어오지만 코칭스태프와 수영 연맹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가 다 그를 보러 왔다. 그러나 그가 좀 까칠하다.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로 예의를 표시한다. 높은 사람들 보기에 영 못 마땅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대한민국 수영계에서 한 획을 그을 지도 모르는 유망주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과거가 있다. 박태원 사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그래서 욕을 많이 먹은 사건. 이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최소한 변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수영 연맹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할 테니.

어깨를 두드려 주는 높은 사람들. 그렇게 그들의 차례가 다 지나가니 승헌이 나타났다.

“우혁씨, S 그룹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어. 아마 후원을 해 줄 것 같아. 그리고 광고 전화도 오고 있어.”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역시 웃음기 없는 얼굴로. 굳이 그것들을 거절할 필요는 없다. 그의 목표는 수영으로 최고의 자리에 앉는 것이지만, 돈을 버는 것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많이 벌어서 자신을 위해 전 재산을 쓴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

“그리고 기자들이 아마 인터뷰를 할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수영모는 계속 써 줄 수 있겠어?”

간접 광고. 이쯤 되면 거의 직접 광고다. 모자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은 답답한 일이지만 소속사와 척을 지고 싶지는 않다. 계약서에 있는 임의 해석에 의해 이 정도는 그가 도와야 할 일이기도 하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영 붙임성 없는 친구구먼.’

그의 태도에 쓴 웃음을 짓는 승헌. 그래도 상관없다. 사실 더 싸가지 없는 선수들도 많다. 자신의 실력만 믿고 안하무인인 태도. 그것에 비해 우혁은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다. 성격이 까칠할 뿐. 저 성격을 차도남과 같은 이미지로 포장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의 임무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러 가는 그의 뒤에 빠짝 쫓아간다.

비록 그 다음 경기로 치러진 고등부 남자 100미터에서 일수의 자체 최고 기록인 49초 17에 의해 남자 수영 선수 중 가장 빠른 타이틀을 빼앗기긴 했지만, 그는 신인이다. 이번 KBC배 수영 대회.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질주하는 그의 앞길이 상당히 기대되는 대회가 아닐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불모지에서 박태환 선수가 탄생하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수영 인구가 15만명이랍니다. 중국은 50만명. 한국이 4천명;; 더구나 일본은 정규 교과 과목 같이 일주일에 두 번씩 수영을 의무로 하는 현도 있답니다. 그러니 저변 자체가 틀린데...

이런 것 보면 정말 우리 나라 선수들 대단한 것 같습니다. 수영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종목에서도. 불굴의 투지. 정신력. 이런 것들이 그들을 잘 하게 해주는 것일까요?

모르겠네요. 일단 글을 쓰는 게 참 재밌네요. 그들에 대해서 계속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대단하다는 느낌과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 오타나 띄어 쓰기는 가끔 발견해 주시면 저도 고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전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쓰다 보면 잘 발견을 못 하거든요. 대신 발견해 주신다면 고마운 일이죠.

그럼 안녕히들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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