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59화 안 좋은 소식
갑작스런 호출. 모든 선수들이 훈련을 하다가 영욱이 부른다는 소리에 집합을 했다. 약 스무 명이다. 국가대표 상비군도 모두 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을 수는 없다. 대체적으로 예산에 알맞은 인원만 가능하다.
“안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정부 예산이 내년부터 줄어들어서 더 이상 상시 훈련이 힘들게 되었다. 내년 이전 까지만 이곳에서 훈련이 가능하다. 그 다음 부터는 대회를 앞둔 한 달 시점만 이곳 아니면 규모가 큰 대회일 경우 선수촌에서 모이게 될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 수영의 예산이 거의 끊기게 되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국제 대회를 한 번씩 참가할 때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예산 삭감은 그 인원들의 숙박비 및 기다 경비를 잘 쪼개서 써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이곳의 상시 유지가 왜 힘든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스타 선수 하나가 있기에 정부로서는 발을 빼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동아시아 오픈 챔피언쉽. 금메달은 우혁의 것 하나. 수영계는 나름 희망을 보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니었나 보다. 결국 확정된 예산을 다른 종목도 분산 배치해야 하고 내년에는 월드컵도 있다고 해서 축구 예산이 많이 책정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월드컵만 있나? 아시안 게임도 있는데…”
“비인기 종목이 서러운 거지. 그나마 우리보다 더 못한 종목도 있을 걸?”
납득한다는 표정이기는 하지만 거의 모두다 이 현실에 대해서 암담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훈련장에서 연습을 해왔기에 그나마 이정도의 기량 향상이 있었다. 만약 이게 중단이 되면 암흑기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어디서 서로 경쟁을 하는가? 각 지역에 수영 센터에서?
실업팀에서 후원하는 금액은 택도 없다. 사실 정부보조금이 있기에 기업들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팀을 구성한 것이다. 수영 실업팀으로 이익을 얻을 방법은 기업이미지 재고와 홍보뿐인데 스타 선수가 거의 없는 이 분야에서 광고 효과가 있을 리는 거의 없다. 따라서 불 보듯 뻔하다. 이들의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고난이.
훈련장을 나오면서 거의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수영 선수의 삶에 대한 회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오빠! 나 이름 바꿨어요. 유가희.”
“응.”
“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답이 너무 짧다.”
그렇지만 그나마 좋아진 것이다. 처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 할 말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차에 탔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았는가?
“일수야, 가자!”
완전히 바뀐 말로 일수에게 외치고 있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당분간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그와 훈련 후 같이 가자고 요청을 했다. 그는 원래 예쁜 여자에 약하니 당연히 승낙을 했었고. 그 덕분에 그녀의 졸로 변해 버린 것 같은 느낌? 아무튼 그렇게 둘이 붙어 다니고, 그 모습을 또 지켜보는 빛나가 있었다.
그녀는 우혁에게 친구 선언을 한 후 홀가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사실 고민이 많다. 그는 완전히 자신을 정리한 것 같이 보였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남자는 그런가? 아니면 그가 특히 심할 수도 있다. 원래 냉정하지 않은가? 방금 전에 가희에게 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냉정함이라는 무기로 몸을 감싼 것 같다.
“친구라…”
그녀는 살짝 입을 열며 혼잣말을 한다. 친구라는 단어. 과연 그와 그녀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명사일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선언을 했으니 끝까지 지켜야 할 사이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맞아. 친구로 지내는 거지 절교한다는 의미가 아니지. 그렇잖아?”
누구에게 묻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갑자기 그렇게 스스로 답하며 묻는 기괴한 행동을 연출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최종 목적지는 우혁의 집. 그리고 곧 도착한 그녀의 차. 내려서 바로 그의 집으로 올라갔다. 아마도 자신보다 먼저 출발했으니 지금쯤 들어왔을 것이다. 어쩌면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배고프네.”
초인종을 누른 다음 기다리면서 하는 말. 그런데 여자 음성이 났다.
“누구세요?”
전혀 처음 듣는 목소리다. 잘 못 찾아왔을 리가 없다. 동호수가 자신이 아는 것과 완벽하게 들어맞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새로운 여자를 친구로 만들었단 말인가?
“누구세요?”
“아, 저… 혹시 우혁이네 집 아닌가요?”
“아니에요. 아유 정말 많이 찾아오네, 여자들이. 도대체 여기 누가 살았던 거야?”
끊으면서 들려오는 인터폰 안의 목소리. 이사를 갔나 보다. 왜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잔뜩 들었다.
“친구잖아. 아무리 그래도 친구한테 이 정도는 알려주는 게 좋지 않아?”
거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우혁이의 옛 집 앞에서 있는 빛나. 발걸음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처량해 보였다.
한편, 우혁이는 순빈이에게 전국에 있는 모든 수영대회를 참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수영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네 몸이 따라줄까?”
“괜찮아요. 해보고 싶어요.”
그는 실전을 많이 치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많은 관중들이 수영을 보러 올 수도 있고, 이는 저변의 확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해보지 않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매니저의 역할이 또한 중요했다. 언론 기관에 이 정보를 흘려서 자주 기사로 보도를 내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다.
전국의 수영 대회. 이름 없는 것까지 포함하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것을 다 참가하겠다는 것은 그의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에서 내린 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한 계획. 물론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을 하는 우혁.
밤은 깊어가고 자신이 까메오로 나오는 드라마가 할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나왔는지 인간인 이상 그 역시 궁금하다. 그래서 그는 채널을 그 드라마가 하는 곳으로 돌렸다. 중간쯤 봤을 때 드디어 물귀신 역을 한 그가 등장했다.
“음, 하나도 안 무섭네.”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며 효과음이 나왔는데 그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울리는 전화 소리. 미래였다.
- 봤어?
“응.”
- 어때?
“뭐, 난 그냥 하라는 대로 했는데…”
- 저런 연기는 매우 잘할 것 같은데?
“그런가? 근데 저것도 연기라고 볼 수 있나? 그냥 평상시의 표정으로 있었던 것인데 말이야.”
- 근데 자세히 보니 너 물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아.
“응? 그… 그게 무슨 소리야?”
- 아니, 착각인가? 어쨌든 그렇게 보여. 말도 안 되지, 뭐. 호호.
그는 등에 땀이 흘렀다. 그녀가 봤다는 그것. 사실이다. 그는 무심코 물속에 있을 때 호흡을 한다. 눈에 뜨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습관이 되었다. 그녀가 보았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방송을 보고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게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 그렇지. 말도 안 돼지. 아, 참. 물어볼 게 있었는데…”
- 뭔데?
“그 한수연이라는 여자, 나한테 봉투를 줬잖아. 근데 그 안에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 놨어. 이게 무슨 뜻이지?”
- 진짜야? 와아, 진짜 그 여자. 연하 킬러라고 소문이 났었는데, 어떻게 처음 본 너한테 껄떡 대냐?
“아, 맞다. 그 때도 들었는데, 연하 킬러가 무슨 뜻이야?”
그녀는 그 말의 의미를 그에게 풀이 해 주었다. 그것을 듣고 그는 그녀가 전화번호를 적은 의미를 잘 알게 되었다. 다음에 만날 기회는 별로 없겠지만, 만약 만나게 되더라도 웬만하면 그녀와 눈빛도 마주치지 않을 결심을 하고 있는 우혁.
- 참, 너 이사했다며? 어딘지 알려줘야지.
“아, 현도아파트 109동 902호야.”
- 거기서 거기네.
“맞아. 이 동네에 익숙해졌는데 떠나기 싫어서.”
- 알았어. 언제 한 번 놀러 갈게.
“응. 근데 나 당분간 바쁠 것 같아.”
- 어? 왜? 큰 대회는 다 끝났잖아?
“응. 지방 작은 대회들을 다 참가해 보려고…”
- 아유, 너 그러다 지친다, 지쳐.
“괜찮아. 어쨌든 그러니까 놀러 오기 전에 연락은 필수다.”
그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은 늘 당황스럽기 때문에. 특히나 미래는 그렇게 찾아오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그런데 전화를 끊은 그는 왜 그런 방문이 갑자기 그리운 걸까? 외로움 때문이리라. 요즘 참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남자의 계절. 고독한 계절. 그래서 사람이 늘 그립다. 그렇게 하루가 또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