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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화 P%26A, 계속되는 도전

수영 자유형 100미터 예선. 우혁은 예선 2위를 했다. 1위가 병묵이다. 3위가 일수. 매우 촘촘한 기록으로 결선에는 한 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예전에는 태원을 제외하고 다들 못해서 종이 한 장 차였는데, 이제는 세계무대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록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있다.

“병묵이 대단한데요? 진 거 안 분하세요?”

“어차피 조가 달라서…”

“같은 조였다면 1위를 했을 거란 이야기죠?”

우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수가 느끼기에는 긍정의 대답이나 마찬가지다. 점점 거목과 같아 보인다. 예전에 단거리에서는 자신이 그를 압도했었는데, 이제는 그의 뒤를 쫓고 있는 모양새다.

“그것보다 계영은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만만치 않아요. 우리 중에 단거리에 강한 사람은 형하고 저 뿐이잖아요. 훈이형이랑 찬규형은 아예 그 종목 출전도 안 했으니…”

그의 말대로 P&A와 계영 경쟁은 오히려 그 쪽이 더 유리해 보인다. 400미터 계영과 800미터 계영. 오전에 800미터 그리고 오후에 400미터 계영이 있다. 여성부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경쟁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섰다.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개인 능력 또한 각각 뛰어나야 한다. 그나마 800미터는 좀 낫다. 각각 200미터인데, 100미터에서 김훈과 찬규는 확실히 실력이 떨어진다. 일단 800미터를 이겨 놓고 봐야 한다. 계영은 곧 바로 결선이 열린다. 실업팀의 숫자가 많지 않고, 거기다가 계영에 참가할 만한 선수를 갖추고 있는 곳도 별로 없다.

1번 주자가 일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직 개인대회 우승이 없다. 그래서 계영이라도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어 했다. 800미터 첫 번째 주자로서 그가 상대할 사람이 바로 지미다. 다크호스. 그리고 신성. 그를 일컫는 많은 별명들이 요즘 생겨났다.

‘짜식, 까칠하네.’

꼭 누구를 보는 것 같았다. 웃음이 별로 없고 눈빛이 독해 보인다. 정면만 보고 있다. 그것을 살짝 보다가 일수는 다시 집중력을 높인다. 한눈을 팔다가 스타트가 느리면 누구 탓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부저 소리에 맞추어 튀어 나가는 선수들. 막상막하. 용형호제. 뭐라고 해도 이 두 팀의 대결은 이 네 자의 사자 성어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 선수들에게 바통을 넘길 때에는 거의 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주자는 김훈. 그리고 P&A는 종수다. 다른 실업팀들은 이미 첫 번째 주자 때 격차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 번째 주자가 돌기 시작했을 때에는 꼴찌와 1위의 간격이 무려 반 바퀴나 났다.

김훈은 최선을 다했다. 그는 잘 알고 있다. 계영에서 자신과 찬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승과 준우승이 정해진다는 것을. 짐이 되기는 싫었다. 이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분전으로 활약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종수가 그를 이겼지만 격차는 몸 하나 정도의 차이다.

찬규 역시 최선을 다해서 물살을 갈랐다. 그의 상대도 P&A에서 가장 레벨이 떨어지는 이였다. 격차를 좁힌 상태에서 우혁이에게 넘겨주니 마지막 대결은 그와 병묵의 대결이 펼쳐졌다.

역전이 충분한 거리이다. 그것도 현재 최강이라고 불리는 우혁에게는. 만약 100미터 만이었다면 힘들었을 수가 있다. 하지만 100미터를 지나는 지점에서 그는 결국 역전을 이루고 말았다. 아쉬워하는 P&A의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 반면 환호하는 반대편 진영.

그렇게 역전을 시키고 리드를 하는 우혁은 줄기차게 속력을 저하시키지 않으며 들어오더니, 결국 마지막 터치를 했다. 800미터 계영. S 생명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더불어 우혁도 또 하나의 트로피를 올려들고 있으니 진짜 전관왕을 이루려는지 기세등등하다.

오늘은 두 종목이 더 남아 있다. 오전 일과를 이대로 마치고 점심을 먹는 도중. 우혁 이외에 우승을 체험한 일수와, 김훈, 그리고 찬규의 얼굴에 웃음이 매달려 있다. 그들의 표정을 보는 것. 즐거웠다. 이렇게 자신의 노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역시, 우혁이야. 난 가슴 졸였다니까. 지면 어떻게 하나? 나 때문에 지면 죽고 싶었을 거야.”

김훈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했다. 일수가 넘겨준 두 번째 자리에서 격차를 주었으니 당연히 그런 심정이 들었을 것이다.

“오후 계주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우혁이 운을 띠웠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너무 부담들 갖지 마라. 어쩌면 우리가 질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무슨 소리야?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이겨야지. 이기고말고.”

“이기면 좋고. 내 말은 져도 속상해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김훈과 찬규가 가지고 있는 부담을 그는 알아챘다. 자신들 때문에 계영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일수와 우혁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는 그러지 말라고 하고 있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라서 그런 것이다. 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 어느 날인가 그는 우승의 자리에 서 있었고, 그 자리를 전혀 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러는 아니겠지만 누구든지 그 자리를 앉아보기를 원하는 상황일 때 같이 앉게 해주고, 혹시라도 힘이 들면 같이 내려갈 각오도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듣고 오히려 선수들은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실 800미터보다는 400미터에서 오히려 P&A 선수단이 더 강해보이기는 했다. S 생명 수영단보다 더 강해보이는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니? 확실히 그들이 달라지기는 했다.

그 이전. 100미터 결승이 먼저다. 예선 1위 기병묵이 4레인을 선점하고 있었다.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모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과연 우혁이 전관왕을 향해 이번 100미터마저 우승을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신예들에게 그 자리를 내줄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50미터보다 단지 50미터 더 길뿐이다. 따라서 우혁이 비록 예선전에서 2위를 기록했다지만 그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만약 병묵이 그와 같은 조에 배정을 받았다면 결국 예선 1위를 하지 못했을 거라는 예측.

입수는 매우 깨끗했다. 예전 한국 수영 계에서 보였던 매끄럽지 못한 출발은 하나도 없었다. 거의 전 선수가 좋은 출발을 했으니 50미터 턴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전 선수가 비슷하게 턴을 하고 잠영을 한다.

얼굴을 내놓는 선수들. 3, 4, 5레인 선수들이 약간 앞서 있었다. 만약 자로 잰다면 이들이 거의 같은 선을 그리고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벌어졌다.

긴장감. 긴박감.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 짜릿함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수영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미처 사람들은 예전에 몰랐던 것이다. 직접 수영장에 와서 자신의 원하는 선수, 그리고 원하는 팀을 응원하니 그만큼 즐거움이 배가된다. 바야흐로 수영 전성시대를 맞이하였다.

이제 10미터를 앞두고 있는 지점. 아직도 승부는 모른다. 이번에도 0.01초를 두고 우승과 준우승이 가려질 것 같았다. 더구나 셋이다. 우혁과, 일수는 S 생명의 명예를 걸고, 그리고 P&A에서는 한 번이라도 우승컵을 빼앗아 오기 위해 병묵에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

손이 닿았다. 누구의 손이 먼저일까?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붉은 글씨로 찍혀 있는 기록을 보았다. 누군가의 얼굴에는 실망이, 그리고 누군가의 얼굴에는 환희가, 그리고 누군가는 축하의 악수를 내밀고 있었다.

준 우승자가 우승한 이에게 내민 손.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일수, 축하한다. 이번 대회 첫 우승…”

“고마워요. 형.”

============================ 작품 후기 ============================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저린 이유. 컴퓨터 자판 'ㅇ'에 해당하는 손가락이라서. 역시 가장 많이 치는 곳이라 그렇군요. 좀 쉬어가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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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 Splash-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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