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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화 증명

우혁의 아파트 근처에서 그의 아파트를 보는 눈이 있다. 슬픈 눈이다. 바로 미래의 눈. 그녀가 결별을 통보 받은 지도 벌써 이주가 흘렀다. 그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일단 받아들인 이별. 친구로라도 남아야 그를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시간이 가끔 나서 매니저와 함께 차 안에서 이렇게 머물러 있을 때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미 그의 어머니와는 통화를 했다. 그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는 말. 특히 인어와 사귀고 있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웬만하면 자신이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통 스케줄이 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의 집에 강제로 들어가서 병원에 가자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가자, 미래야. 시간 됐어.”

매니저의 말이 그녀의 귀에 들리고, 차가 출발한다. 먼발치에서라도 그의 모습을 보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가 여유가 있는 시간에 우연이라도 그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그런데 나오다가 본 그의 모습.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우…”

그녀의 입에서 목소리가 다 나오지 않았다. 그의 옆에 있는 여자. 눈부신 미모를 가진 그녀를 보았기에. 이제야 알았다. 그녀가 바로 그가 지칭한 인어라는 것을. 진짜 그렇게 불러도 좋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 컴컴한 밤에 그들은 어디를 갔다 오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오늘 밤을 같이 지새우는가? 이 모든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그려지니 그녀는 그냥 슬플 뿐이다.

“가요, 오빠.”

안쓰럽게 그녀를 실내 거울로 보는 매니저. 그녀의 말을 듣고 출발을 한다. 아마도 미래는 맘대로 슬퍼하지도 못할 것이다. 연예인의 삶이란 늘 그렇다. 아파도 안 아픈 척, 슬퍼도 안 슬픈 척.

미래가 본 우혁. 이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늦은 밤중에 잠시 산책을 갔다 왔다. 어쩌면 그 누군가가 잠복할 수도 있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노리는 파파라치는 아직까지 있어본 적은 없다. 언젠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은 그의 차례가 아니라서 걸리지 않은 것이다. 한 번 데이면 이제 그 때부터 조심할 것 같다.

둘은 집으로 들어가 좋은 밤을 보낼 것이다. 요즘은 그렇다. 이게 일상이다. 마치 부부가 된 양.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그녀와 꼭 붙어 다녔다. 아쉬운 것은 백주대낮에 데이트 한 번 못한 다는 것.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 그가 유명한 탓이다.

다음날 일찍 우혁은 순빈과 함께 공항에 나선다. 그곳 역시 붐비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부모님을 모시러 가는 것이다. 오늘 휴가를 받아서 귀국을 한단다. 약, 일주일간 머문다고 하는데, 그는 이번에 세실리아와의 일을 다 말할 참이다.

늘 그렇지만 공항에 도착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점점 심해진다. 하지만 점점 태연하다. 이제 냉정하게 그들의 시선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흔들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눈까지는 맞추어 준다.

“여기에요…”

잠시 후 그의 부모님이 짐을 끌고 나왔다. 그의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그를 보며 기쁨과 걱정이 섞인 눈빛을 띤다. 당연하다. 그가 인어와 사귄다느니 그런 말을 할까봐. 그래서 전화로 물어보지도 않았다. 직접 보고 판단하려고 왔다.

“저, 어머니, 아버지.”

“뭐? 우리를 그렇게 부르다니? 너 달라졌구나.”

“이제 그렇게 불러야죠. 나이도 들었으니.”

“그래? 바뀌는 게 좋기는 하지만 우리는 네가 변함없으면 한다.”

존칭에 대한 대화. 뭔가 뼈가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당연히 아들이 철이 든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바뀐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어머니, 이지연.

“변할 때는 변해야죠. 이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그래야죠.”

“우리 아들 철이 들었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여보?”

그의 아버지, 최은환. 그는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들은 이야기로 아들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보니 멀쩡하다. 더구나 철이 드는지 자신들에게 효도까지 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들이 진 빚. 그가 거의 다 갚았다. 물론 우혁 때문에 진 빚이지만 그래도 어떤 아들이 선뜻 부모님의 빚을 그렇게 다 갚으려고 하겠는가? 철없는 이는 오히려 부모님의 재산을 노리는데 말이다.

“무슨 이야기 들으셨어요? 제가 왜 이상해요?”

“아니, 미래가 전화를 했어. 네가 좀 이상하다고.”

“제가요?”

“둘이 헤어졌니?”

“네…”

점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원래 이 말은 이따가 세실리아를 보고 말을 하려 했다. 직접 보고 설명하는 게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치 않을 테니 말이다. 순빈이도 그 의견에는 동의했다. 그 역시 듣는 것으로만 절대 믿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네가 인어랑 사귄다는 말을 했다고, 네가 좀 이상하단다.”

“여보, 그게 말이 돼? 미래가 아무래도 상처를 받았으니까 그런 말을 한 것 같아. 우리 우혁이가 그런 황당한 말로 이별을 했겠어. 자식을 믿어야지.”

지연의 말에 은환이 약간 언성을 높인다. 둘 다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부모들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이 되줄 거라는 믿음이 다시 생긴 그는 그래서 잠자코 있다. 지금 말해봤자 믿지도 않으실 테니.

그렇게 해서 그들은 그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세실리아.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가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있으니 정말 아름다웠다. 오기 전에 이미 한복을 맞추었고, 교육도 다 시켜 놓았던 우혁. 그녀는 잘해내고 있다.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반면 지연과 은환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의 새 여자친구. 아마도 그렇게 보이는 세실리아인데 한복을 입고 자신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그녀의 미모를 보니 확실히 그 누구라도 매혹될 것만 같았다. 미래와 헤어진 것이 이해는 되지만 그들은 갑자기 아들에게 화가 났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아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수영으로 이끈 것은 이전 여자 친구다. 그들의 입장에서 굴러온 돌이 곱게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배운 사람들이다. 표정으로만 그렇지 일단 인사를 받고나서 우혁에게 따로 이야기 좀 하자고 말을 한다. 거실에 남은 순빈과 세실리아.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다. 눈치라는 게 없을 수는 없다. 당연히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이 아니라를 것을 파악한 것이다. 아무래도 면전에 대고 세실리아가 맘에 안 든다는 말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혁아, 우린 너를 사랑으로 키웠다. 비록 어릴 때 하반신 마비가 왔지만 삐뚤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무슨 말씀 하실지 다 알아요. 미래랑 통화했다면서요. 저도 그녀에게 미안해요. 진심으로.”

우혁은 지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고 있다. 아무리 미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해도 질질 끌고 가는 게 오히려 더 그녀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이다.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가 그러면 못 쓴다. 나도 네 엄마를 만나기 전까지 연애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네 엄마 이후 절대 다른 여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남자가 지조가 있어야지, 그게 뭐냐? 먼저 만난 여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서로 마음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는 것은 바람을 피우는 것이란다.”

“아버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맞아요. 바람피운 것. 보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먼저 만났다는 말은 오히려 세실리아에게 해당되는 거예요. 전 그녀와 먼저 만났어요. 오히려 미래와 사귀기 전에 이미 전에 만났던 여자가 있었다고 했고,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다고 표현을 했어요. 그러니까 선후를 따지자면 아버지가 잘 못 알고 계시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는 다시 되묻는 은환의 질문에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쭉 말했다. 이 방안에는 그와 부모님 둘 뿐이다. 숨겨서 무엇을 하겠는가? 순빈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으니 그의 부모님은 이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그 때 네가 목숨을 버리려고 했었을 당시 네 목숨을 구해준 게 바로 밖에 있는 저 아이라는 말이지?”

“맞아요, 그리고 그녀로 인해서 제 하반신도 치유가 되었고, 물속에서 호흡도 가능하게 되었어요.”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소리니?”

“그럼 어떻게 해야 증명을 할 수 있죠? 아, 좋아요. 그녀가 인어라는 게 믿기지가 않으시는 거죠? 그걸 증명하면 되나요?”

============================ 작품 후기 ============================

여기까지입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글을 쓰다가 보니 저도 모르게 제 글에 집중을 한 것 같습니다. 직업도 있는데 요즘은 글만 쓰게 됩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글에 오류에 빠지고 그것을 수습하다보니 또 글이 꼬이고... 일단 여기까지 방출하고 나서 독자님들의 신랄한 이야기를 듣고 뒤의 이야기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리메이크 같은 것은 안하겠습니다. 수습불가능하지 않으면 수습은 해볼 생각입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읽어주시느라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독자님들의 지적좀 받고 머리좀 식힌 후 다시 쓰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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