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4화 야릇한 스트레칭
첫 날 대비되는 성적. 모든 종목에서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신 미래와 자유형 100미터 그리고 400미터에서 우승한 빛나. 전자는 침울해져서 오늘은 쉬고 싶다며 집에 일찍 들어갔다. 그녀를 달랠 방법도 없고 모르기도 한 우혁은 그녀를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빛나 역시 우승은 기뻤지만 친구의 추락으로 반감이 되어 버렸다. 훈련장에서 회복훈련을 하고 잠시 앉아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축하를 받아도 그렇게까지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다. 멀리서는 여전히 우혁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을 치고 있다. 아무도 없는 훈련장에서 그렇게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그를 보니 깊은 인상을 받고 있는 그녀.
“우혁아! 너무 무리 하지 마!”
갑자기 일어서서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것이다. 저렇게 훈련을 하다가 지친 몸으로 출전을 할까봐. 물론 내일까지 그의 경기는 없다. 대회 3일째 경기가 있기에 오늘쯤은 풀로 연습을 할 기세인데 그것을 말리고 있는 빛나였다.
풍덩. 그녀가 물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그에게 다가가서 훈련을 자제시키려고 한 것이다. 기다리면 되는데 굳이 그에게 갈 것은 뭔가? 요즘 그녀의 멘탈도 불안정해져서 그렇다. 사람이 마음속에 점점 들어오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다가가서 그를 잡는 그녀. 강하게 잡으면 자칫 엉킬 수 있기에 살짝 터치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찌르르. 피부와 피부가 맞닿으니 그 느낌이 늘었다. 흔히 전기가 온다는 표현. 몸이 아닌 가슴으로 전해진다.
“응? 왜?”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그녀는 그것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좋았다. 그의 손을 붙잡고 있는 이 감촉이. 처음 느껴 보는 심정이다. 사춘기 때에도 훈련만 했었는데…
물론 짝사랑은 있었다. 아니 동경이었었나? 박태원 선수. 나이 차가 10살이나 나지만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를 좋아했었다. 그는 곧 결혼을 한다. 배신감이 들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만이다. 원래 연예인을 좋아하는 기분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아… 이게 너무 무리한 건가? 몰랐네. 그러고 보니 어깨 근육이 뭉친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빨리 물 밖으로 나가. 요즘 수영만 그렇게 해대니 그렇지.”
그녀의 말. 원래 수영선수들이 일반인보다 물속에 많이 있는 것은 맞지만 항상 물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근력 운동도 해야 하고 유연성 운동도 필요하다. 여러 가지 기초 체력 운동은 오히려 수영장 밖에서 많이 이루어지는데, 그는 달랐다. 그것을 다 소화하고서도 하루 종일 물속에만 있었다. 이점이 우려스러웠다. 모든 일은 정도가 있는 것이다. 사람의 근육이 버틸 수 있는 한계. 그것이 무너지면 부상이 찾아온다.
“그… 그래.”
그녀의 재촉에 그는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그러느라고 그녀의 손이 풀어졌다. 그 순간 아쉬운 감촉. 그녀는 왜 그런지는 몰랐지만 다시 그의 몸을 만지고 싶었다. 이상하다. 누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녀였다. 특히 스트레칭을 할 때 가끔 눌러주는 남자 코치들의 손길이 싫었다. 왠지 딴 마음이 느껴지고 했기에.
“이리 와봐. 어깨 좀 풀어 줄게.”
“응?”
“여기 이렇게 누워. 그리고 팔을 쭉 펴.”
수영장 밖에 있는 매트를 가리키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어깨의 결림. 사실 너무 무리한 훈련의 결과다. 좋아하는 것을 너무 무리하게 해도 이렇게 부작용이 올 수 있다. 그는 겁이 덜컥 났다. 막상 대회를 앞두고 아프면 안 되지 않는가? 그래서 그녀의 말에 따랐다. 아무래도 이쪽 분야에서는 그녀가 경험이 많지 않겠는가?
그는 그녀의 지시대로 매트에 엎드려 누웠다. 그리고 팔을 위로 향해 뻗었다. 몸에 물이 묻었기에 매트에 닿는 감촉이 무척 축축하다. 편하기는 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수영을 시작한 후 중간에 휴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남들 쉴 때에는 그는 물속에서 계속 헤엄을 치고 있었다. 이런 휴식도 훈련의 일종이라는 게 이제야 납득이 갔다. 긴장이 풀어지니 이렇게 조금 쉬게 되면 다시 재충전이 되어 또 물속에서 팔을 휘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스트레칭을 도와줄게. 사실 부상을 당했을 때 나중에 재활 치료를 받았던 거를 시도해 보는 거야.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을 하지 말아 줘. 지금부터 너와 나는 남자와 여자가 아니야. 알았지?”
“응? 응…”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거창하게 설명을 하는 것일까? 그냥 이대로 쉬어도 괜찮아질 것 같은데 그녀는 재활 치료까지 운운하며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헛!”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자신의 등 위로 올라탔다. 왜 그녀가 남자와 여자를 언급했는지 알 것 같았다. 등에 닿는 그녀의 ‘Y'중심부. 매우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매우 야릇한 그 감촉에 그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그의 얼굴은 일순 붉어졌다. 물속에서는 안정된 호흡이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아니다. 호흡도 약간 거칠어지려고 한다. 심장박동은 어떤가? 엎드려 있기에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중심부. 그 남자의 상징이 꿈틀거렸다. 기분 좋은 고통.
“자 이제 손바닥을 위로 해봐. 그리고 팔꿈치를 접고 위로 올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목소리가 거침이 없는 것을 보니. 다행히 이렇게 엎드려 있으니 자신의 얼굴이 그녀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보았다면 홍당무가 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그녀의 얼굴이 약간 상기된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도 비슷하다. 온 몸의 근육이 뭉친 것을 풀어준다고 이렇게 했지만 막상 그의 등에 올라타니 너무나 기분이 이상야릇했던 것이다.
그가 손바닥을 들어 올린다. 그녀는 그 손바닥을 자신의 손을 대고 깍지를 꼈다. 그리고 엉덩이에 무게중심을 잔뜩 주고 팔에 힘을 주어서 그를 끌어 올렸다. 그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끙…”
자연스럽게 그의 입에서 나는 소리. 그렇게 허리가 강제로 들어 올려 지면 누구나 그런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나고 다시 그녀는 팔 힘을 뺐다. 그는 다시 엎드려 쭉 편 자세가 되었다. 몇 번을 반복했다. 자신의 물기가 이제 땀처럼 느껴진다. 몸이 뜨거워져서 몸의 땀구멍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뜨거워진 원인이 이 스트레칭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살과 맞닿아 생기는 열기 때문이지는 알 수가 없다.
“어때? 후아, 후아.”
그녀 또한 힘이 들 것이다. 여자의 힘으로 남자를 들어 올리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니. 아무리 운동을 했다지만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일정정도의 열량 배출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몸은 뜨거워진다.
그를 들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쓸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 살과 그 안쪽, 그리고 종아리의 내부가 그의 양 옆구리에 밀착이 된다. 그는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는 말. 그게 말처럼 쉬운가? 생물학적으로 그는 남자고 그녀는 여자다.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욕망은 본능이니 자세히 알지 않아도 가빠오는 호흡만큼 그의 정신도 새하얘진다.
“헛, 너무 좋아… 끙.”
그래도 이렇게 좋다고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성을 들여서 자신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려고 그녀가 애쓰고 있는데 말이다. 끙끙거리면서도 그는 대답을 한다. 그것이 그녀의 얼굴에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시원하지? 시원할거야. 킥킥.”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걸까? 그녀의 얼굴에 배어있는 미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소리. 그녀는 왠지 모르게 이 시간이 즐거웠다. 힘은 약간 들지만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스트레칭을 해준다는 것. 나쁘지 않았다. 아니면 대상이 우혁이라서 그럴까?
“자아, 이제 서비스를 해주는 김에 아래쪽으로 갈게. 발을 들으시오.”
말투에 음률까지 넣는다. 그리고 그의 등을 탄 엉덩이를 비비면서 몸을 180도 회전한다. 그 느낌. 이제 정신 상태를 완전히 놓칠 것 같은 우혁. 자신의 등에 마찰이 되면서 회전이 되는 그녀의 그 부위가 자꾸 연상이 되는 것을 왜일까?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발 들으라니까? 빨리 빨리.”
그녀의 재촉에 엉겁결에 든 발. 다시 보드라운 그녀의 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방법은 같았다. 허리에 그녀의 무게를 잔뜩 실고 접힌 발을 위로 꺾는다.
“끙…”
다시 그의 신음소리. 시원함과 고통이 같이 동반이 된다. 그리고 야릇한 느낌까지. 몸이 호강한다. 그녀와 맞닿은 피부가 호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래쪽에 그 놈은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자신의 몸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워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뜨겁다. 자신의 몸이. 그리고 그녀와 맞닿은 허리 부분이.
“휴우… 다 했다. 어때? 시원하지?”
“으… 응. 아주 시원해.”
그녀는 그렇게 끝을 낸다. 약간 아쉽다. 시원한 그 느낌을 계속 받고 싶었다. 다만 아직까지 자신의 등에 올라탄 그녀. 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무거운 것은 전혀 없다. 다만 그녀의 그곳에 맞닿은 감촉으로 인해 그의 욕망이 가라앉지 못할 뿐이다.
“내가 예전에 받았을 때에는 이보다 더 시원한 자세를 알고 있는데, 차마 그것은 못하겠다. 아마도 영원히 해주기는 힘들 거야, 킥킥.”
무엇일까? 어떤 자세일까? 그녀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여러 가지 자세가 상상이 되었다. 별의 별 그 자세. 언젠가는 받고 싶다. 그녀의 말대로 영원히 받기 힘들다면 차라리 이야기를 꺼내지 말던가?
이윽고 내려온 그녀.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우혁. 그런데 엎드린 자세 그대로다. 빛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보게, 끝났네. 킥킥.”
남자 같은 말투. 빛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을 줄 전혀 몰랐다. 어쨌든 끝났다는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이제 일어나도 된다는 의미인데, 그는 그럴 수 없었다. 텐트 친 자신의 물건. 수영복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자세에 수그러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그녀는 그것도 모르고 다시 그를 재촉했다.
“뭐해? 이제 끝났어. 설마 더 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아… 아니! 괜찮아. 아주 고마워. 그냥 이렇게 있는 게 편해서 그래.”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녀는 왜 그가 그렇게 크게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일어났다.
“자, 이제 가자.”
“으… 응. 먼저 가.”
“왜? 또 연습하게. 안 돼. 너무 연습 많이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오늘은 여기서 끝내. 내가 집에 바래다줄게.”
그녀는 자신의 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를 태워다 준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정도 모르고 재촉하는 꼴이다. 지금 그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야, 빨리 일어나, 자아, 빨리.”
결국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그는 신경이 쓰여서 자신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 놈은 수영복을 입은 게 민망할 정도로 그렇게 커져 있었다. 당연히 그의 시선을 따라 빛나 역시 눈을 반사적으로 내린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그 흉측한 튀어나온 꼴을.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왜 그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때에는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상책이다.
“가… 가자. 데려다 줄게. 옷 갈아입고 와.”
“으… 응.”
아직까지는 순수한 그들. 이런 장면에서 서로의 얼굴만 붉힌다. 완연한 봄이다. 여자의 마음이 두근거리기에 충분히 따뜻한.
============================ 작품 후기 ============================
이 글의 장르는 스포츠 로맨스입니다. 어떤 분이 러프를 이야기 하셨는데 어쩌면 그 분위기 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 보다는 약간 진할 수 있겠네요^^
일요일입니다. 즐거운 휴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