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84화 언어를 가르치다
그 다음날 병원에서는 또 하나의 기적을 확인해야 했다. 의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 이건 완치되었네요.”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생활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수영을 하는 데에도.”
“감사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그렇습니다.”
“제가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건… 설명하기 힘듭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당신은 정말 신비한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는 다시 한 번 우혁의 얼굴을 본다. 불과 한 달이다. 약 이 삼 개월 정도의 치료 기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 나았다고?”
“그렇다니까요.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세요.”
“정말이야? 정말 다 나았어?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아이 참, 엄마는. 정말 괜찮다니까요.”
그의 어머니는 우혁의 얼굴을 천천히 살핀다. 설마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빨리 돌려보내기 위해서 하는 말은 아닌지 확인하려고 하는 작업이다.
“정 못 믿겠으면 병원 한 번 가보세요. 아, 여기 있네요. 의사 소견서. 여기에 이렇게 적혀 있잖아요. 이 환자의 근육 손상은 모두 다 정상적으로 완치되었음.”
그녀는 의심쩍은 얼굴이었지만 납득을 했다. 이것이 위조된 소견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녀가 일단 믿는 눈치를 보이자 그는 순빈을 데리고 로렐라이 언덕으로 갔다. 차에서 내리며 그에게 말을 한다.
“형, 나 오래 걸리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 전화 할게.”
“응? 어제도 젖어 오더니, 설마 너 이 강에서 수영이라도 한 거야?”
그랬다. 어제 밤 그는 깜짝 놀랐다. 우혁의 온 몸이 물에 젖어 있었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서 감기가 걸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니 그것보다도 아직 완치도 안 된 다리로 수영이라도 하고 온 게 아닐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웃기만 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오늘 아침에 완치가 되었다는 말.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말만 한다.
차에서 내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순빈. 뭔가 기분 좋은 것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았다.
“저 녀석이 숨겨둔 애인이 생겼나?”
물론 그럴 리가 없다. 미래와 사귀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우혁의 성격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함부로 바람이라도 피울 성격은 절대 아니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회복에 즐거워하는 것이라 여기며 차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순빈을 보낸 우혁.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12시를 갓 넘은 시각이다. 낮이라서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관광객들도 보인다.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서 말이다. 물속으로 들어가서 잠수를 하는 것은 그에게 일도 아니다. 수온은 어젯밤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그녀와의 의사소통. 언제 그리고 몇 시에 만날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냥 장소만 정했다. 그것도 확실치 않다. 그냥 느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하는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어? 벌써 와 있네.”
그는 그녀가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왠지 모르게 기뻤다. 큰일이다. 바람이 난 것 같다. 한국에 여자 친구가 있는 우혁. 도대체 어쩌려고 이런 만남을…
문제는 정신을 차리게끔 그녀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 그가 오자마자 안겼다. 그것도 알몸으로.
“이것 봐. 남자는 늑대라고. 내가 지금 한국에 있는 여자 친구 때문에 참고 있는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널 어떻게 했을지 몰라.”
그는 이미 여자를 알고 있는 몸이다. 미래와의 관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의 집을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날은 서로를 탐했다. 자주 못 만나니 더욱 불같이 그들은 사랑을 나누었다.
“에고,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미치겠군.”
그의 물건에 반응이 있다. 당연하다. 매혹적인 몸이 그를 안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 반응도 없다면 고자다. 그렇다고 그녀를 범할 수는 없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자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오히려 그들이 미친 거다. 정욕에 말이다. 모든 남자가 다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자제력이 강한 사람도 있고 지켜야 할 의리로 무장된 사람도 있다. 한 방향으로, 그리고 한 시각만으로 사람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그런 인간들. 그들이 바로 짐승이요, 잘 못 하면 성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휴우, 오늘은 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나? 그래 일단 네 이름부터 확인하자. 세실리아!”
“우혁!”
그가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녀 역시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확실하다. 이름이 맞는 게. 그리고 그녀도 자신의 이름을 인지한 것이 의심할 바 없이 확실하다.
“오호라, 이제 이름은 확실히 알겠군. 세실리아란 말이지. 그래, 알고 있었어.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언어 공부를 시킬 속셈이다. 하긴 이런 식으로 만남을 지속하면서 의사소통은 반드시 해야 했다. 그 뒤는? 그렇게 서로의 말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할 마음인가? 의외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최우혁이라는 사람. 계획성이 철저하다기 보다는 목표감이 남다르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죽어라고 하는 유형. 아마 학창시절을 겪었다면 공부도 잘했을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과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니.
그래서 언어를 가르치는 목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그저 기쁘다. 염원했던 일을 이룬 것 같았다. 즉, 이 자체가 그의 목표였다. 그가 왜 금메달을 따려고 했는가? 바로 그녀 때문이다.
예상치 않은 만남. 이 때문에 혹시 그의 목표가 수정이 되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미 승부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장치앙린에 대한 복수. 그가 그에게 그렇게 심한 짓을 했는가? 뭐, 생각의 차이에 따라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를 자극했고 부상을 당했으며, 그 몸으로 승부를 결심하게 만들었으니.
하지만 장치앙린은 결코 그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을 한 적은 없다. 즉, 그가 결정하고 판단해서 실행한 일이다. 원망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수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 반드시 다음 대회 때 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지 않으면 두 발을 펴고 자지 못할 것 같았다.
“자, 이거는 팔.”
“팔.”
“그렇지 잘한다. 너 똑똑하구나. 자 이것은 배.”
“배.”
“맞아. 하하하.”
저절로 웃음이 났다. 훌륭한 제자를 둔 것 같았다. 의외로 잘 알아듣는다. 일단 무언가를 가리키며 그것을 지칭하는 명사를 말할 때 확실히 그녀가 알아듣는다. 기억력이 문제인데 나쁘지 않다. 아니 꽤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당황했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 것이다.
“그… 그거?”
척하면 척이다. 이제 그녀는 질문을 한다. 아마도 팔에서 배까지 그냥 간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낸 것 같았다. 즉, 가슴을 그냥 넘어갔다. 일부러 그랬다. 그곳의 명칭을 알려주는 게 쑥스러워서.
“가… 가슴.”
“가가슴.”
“아니야. 가슴.”
“가슴.”
더 환장할 일이 생겼다. 그녀가 자신의 젖꼭지를 잡았다. 그 부분의 명칭을 알고 싶은가 보다.
“커헉. 이거 계속 해야 하나?”
“응?”
이제 그녀는 그 표현도 한다. ‘응?’이라는 표현. 잘 못 알아들을 때 쓴다는 것을 눈치 챘다. 오늘 그가 가끔 그녀에게 표현한 것을 포착해서 그에게 사용한 것이다. 잘 모를 때 의문형으로 표시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것은 젖…꼭…지.”
“젖꼭지.”
“그래. 맞아. 다음으로 넘어가… 지 말자.”
그는 잠시 중단을 했다. 상체가 끝나고 하체로 가야 하는데 무엇을 더 미묘한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이다. 도무지 그 곳의 명칭과 뒤쪽의 둔부, 그리고 또 다른 그 부분은 뭐라고 말을 할 것인가? 성교육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그는 명사 편에서 동사 편으로 넘어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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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