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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무리한 훈련

실랑이. 새로 개관한 인터내셔널 풀에서 S 생명 소속팀만 사용할 수 있는 훈련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영욱과 우혁이다.

“너 뭐해? 이리 나와라.”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말 안 들어, 진짜? 속 터져 죽는 꼴 보고 싶어?”

무리한 훈련. 저녁 식사도 하지 않고 아직도 물속에 있는 그를 목이 터져라 설득하고 있다. 빛나도 일수도, 그리고 가희도 가지 못하고 있다. 그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틀 후면 시합이 벌어진다. 이번 일정은 그리 길지 않다. 대회 기간 3일. 그래서 한 사람이 모든 종목을 출전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일본의 쇼타 스카이도 단거리만 그리고 장치앙린도 중장거리만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진짜 괜찮다니까요.”

“무리야, 우혁아. 그만 해.”

이번에는 빛나가 말을 하고 나섰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이후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려 했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신 수영에 열심히 몰입을 했다. 실연의 상처. 우혁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 정리는 그렇게 노력으로 극복하는 중이었다.

“오라버니! 자꾸 그러면 내가 들어가서 방해 놓는다.”

“그래요, 형. 이제 나오세요.”

가희와 일수도 그에게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다. 도무지 연습 벌레라는 말도 그에게 해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연습하고 또 연습. 대회가 가까워 올수록 더 그렇다. 이러다가 부상이 온다.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장치앙린의 연습장면을 보았다.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아마도 최선을 다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 유연함은 타고난 것 같았다. 세계 랭킹 3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양에서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양이라는 게 얼토당토 하지 않는 이야기다. 상대의 어린 시절 훈련한 기간까지 계산을 해버렸다. 그러니 하루에 그의 훈련보다 몇 배를 하면 격차를 줄이는 시간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무리하게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우혁아, 넌 이미 페이스에 말려든 거야. 그 놈이 원래 그래. 혹시 너를 보며 웃지 않았니? 기분 나쁘게? 항상 그랬어. 태원이한테도. 넌 너만의 스타일대로 가야해.”

“그래서 제 스타일대로 가는 겁니다. 딱 한 시간만 할게요. 모두들 들어가세요. 부담이 되어서 훈련이 안 된단 말입니다.”

결국 마음 약한 사람들부터 퇴장을 한다. 일수가 나가고 그 뒤를 이어 가희가 퇴장한다. 빛나는 그를 지켜보다가 걱정스런 눈빛을 잔뜩 하고 귀가를 결심했다. 영욱만 남았다. 그는 끝까지 함께할 모양인가 보다.

그가 말했던 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두 시간. 이제 힘이 드는지 물 밖으로 나왔다. 사실 경련이 일어나려고 한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몸에 무리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 와. 몸 풀어 줄게.”

“아닙니다. 혼자 할…”

“이럴 거야? 제발 말 좀 들어. 이리 와!”

언성이 약간 높아졌다. 결국 영욱의 뜻대로 몸을 맡겼다. 팔부터 다리까지 마사지를 실시한다. 고집불통인 그의 뒤통수를 째려보면서.

“만약 몸이 안 좋으면 숨기지 말아야 해. 알았니?”

“네…”

그래도 말투는 부드럽게. 그는 우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강하게 나오면 더 강하게 버틴다. 차라리 이렇게 타이르는 것이 낫다. 그를 가르쳐본 경험으로 잘 알 수 있다.

“지금은 어때? 이정도 하면 분명히 쥐가 날 텐데…”

“약간 그렇긴 합니다.”

“거 봐라. 그리고 더 무리하면 근육에 손상이 간다. 인대가 문제가 생기면 더 큰일이지. 뭐가 어떻든 간에 겉으로 보이는 외상보다 안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더 무서운 거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나 부담감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라. 사람들은 원래 그렇다. 과정은 잘 모르고 결과에 대한 비난을 하기 마련이지. 이만하면 됐다는 것은 절대 없다. 그것은 신인 때나 봐주는 거야. 너는 너무 빨리 신인 티를 벗었다. 그러니 사람들의 기대를 절대 만족시킬 수 없어.”

“…….”

그의 말을 듣고 그는 스스로 자문을 해 보았다. 과연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러고 있는지를. 대답은 예스다. 알게 모르게 그런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의 두 어깨에 대한민국의 명예가 달려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하는 초청대회입니다. 제가 입상을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습니다.”

“네가 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데? 언제부터 네가 남을 생각해 줬다고? 그냥 네 생각 먼저 해라.”

“남 걱정이 아닙니다. 그냥… 그냥… 쪽 팔리기 싫습니다.”

“휴우.”

영욱은 한숨을 내쉰다. 성격이 문제다. 지금 그가 달래고 있는 우혁이란 놈은. 한도 끝도 없는 승부욕은 물론 모든 것을 혼자 다 하려고 한다. 조금은 약한 모습 그대로 보여줘도 되건만.

문제는 설득이 잘 안 된다는 거다. 그는 도대체 말도 안 되는 고집을 가끔 부릴 때가 있고, 그것이 발동 될 때에는 아무도 제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 것 같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답답했다.

“이제 내일 모레가 시험이다. 내일은 정말 다른 훈련 하지 말고 기본적인 컨디션 점검만 해야 해. 알았지?”

“네…”

신뢰가 안가는 대답을 듣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 정도로 말을 해야 그가 마음 먹은 것에서 조금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기서 끝이다. 우혁도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집으로 귀가했다. 늦은 저녁 식사. 식사를 하면서 TV를 본다. 그의 여자 친구가 나오는 드라마다. 제목은 별에서 온 당신. 외계에서 몇 백 년 전에 온 초능력 외계인에 대한 내용이다.

재미있다. 그가 딱 상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어를 본 사람이 외계인을 인정 안할 리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그의 여자 친구가 주연급 조연을 맡았다. 요즘 그녀는 연기력에 대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신인답지 않다고. 그 뿐 아니다. 베이글녀 김미래하면 드라마가 나오고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곤 한다. 그야말로 인기가 천정부지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 연인 관계라는 것을 밝히지 못했다. 부담이 되었다. 서로에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리고 소속사에게. 잘 못하면 매출과 관계되는 광고들도 있다. 어느 순간 알려야 한다는 것은 동의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에 잠정적으로 합의를 했다.

우혁의 집에 이제는 찾아오지도 못한다.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버렸다. 파파라치들. 이제 당당히 톱스타라고 부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 어떤 아이돌과도 비견될만한 두 남녀의 인기. 그래서 더 문제다. 가끔 가다 통화나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그가 아닌 그녀가 해야 한다. 이런 경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연락을 주로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하지 않는 연예인. 그래서 지금 울리는 전화벨이 반갑다.

“여보세요?”

- 우리 자기? 보고 싶어 죽겠다.

“촬영 없나 보지?”

- 잠시 짬이 나서. 아 추워.

“뭐야? 밖이야?”

- 응. 오늘 야외 촬영이라서.

아직 2월이 다 가지 않았다. 매우 추울 수밖에 없다. 그는 걱정이 되었다.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이제 그녀는 그의 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부분이다.

“감기 조심해.”

- 너나 조심해. 빛나한테 들었어. 오늘 너 무리했다며?

“응? 아니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러지마.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빛나와 미래의 우정. 오히려 그의 연인 관계를 그녀가 알고 나서부터 화해 무드로 변했다. 그로서는 다행이다. 사실 그가 먼저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자신이 그를 차지하게 되어 미안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문제는 빛나의 마음이었다. 자칫 조심스럽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의 마음에 또 하나의 상처를 낼 수 있으니. 미래는 인간관계가 원만하다. 눈치도 있고. 다행히 그녀가 수그리고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그러고 나서 서서히 눈 녹듯 둘의 냉전이 종식이 되었다. 일단은 표면적으로.

잠재된 것은 아직 있다. 빛나가 호시탐탐 그를 노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로라도 그의 옆에 있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미래 역시 잠재적인 가장 큰 라이벌로 그녀를 생각하고 있다. 둘은 모른다. 진짜 큰 적은 우혁을 살려준 인어, 세실리아라는 것을.

- 어떻게 걱정이 안 돼. 자꾸 그러면 나 촬영이고 뭐고 간에 수영장으로 간다.

“알았다니까. 그리고 며칠이면 끝나. 너무 걱정하지마.”

- 아아아아, 보고싶다아아아.

“이번 드라마 하고 좀 쉬어.”

- 왜?

“보고 싶다며?”

- 넌 안 보고 싶어?

“나도 보고 싶어. 그러니까 쉬어.”

- 듣기 좋은 걸? 그럼 우리 어디 여행이라도 가는 거야?

“그러든지. 어쨌든 좀 쉴 수는 있는 거야?”

- 이 바닥은 좀 쉬면 안 되는 곳이야. 하지만 며칠 빼 봐야지. 어쨌든 나 지금 가 봐야 하니까 훈련 또 무리하게 하면 너, 나중에… 아무튼 끊어.

생각해 보니 그를 협박할 무기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통화. 어쨌든 그의 입장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나서 잠에 들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여겼다.

“오늘은 좋은 꿈 좀 꾸자.”

꿈나라로 가고 있다. 하루가 피곤하니 이렇게 눕자마자 잠이 든다. 그의 얼굴이 평온하다. 진짜 그의 말대로 좋은 꿈을 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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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 Splash-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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