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화 로렐라이 언덕
물보라가 튀긴다. 라인강의 유람선을 타고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갈 때 쯤 배는 잠시 멈춘다. 관광객들에게 풍경을 보라고 잠시 시간을 내어준 것이다.
최우혁. 그의 눈에 비친 로렐라이 언덕. 인어의 전설. 동화 속 이야기이다. 그는 판타지 세계에서 늘 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실 세계는 그에게 너무나 고통이기에.
하반신 마비가 찾아 왔을 때 그는 세상을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아니다. 당연히 그의 손과 발이 되어 지금까지 살아 왔다. 아버지의 직업이 외교관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세계를 다니며 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직업.
‘훗, 그런데 어떻게 고친다는 거지?’
그의 입술이 비틀려 올라갔다. 세상을 향한 조소. 이미 그의 하반신 마비는 고치기 힘들다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작은 희망도 없었다. 그는 잘 알고 있지만 부모님은 아닌가 보다. 작은 희망에 희망을 거듭해서 그를 절대 포기 하지 않았다.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1프로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찾아서 자식에게 베풀고 싶으리라. 지금이야 자신들이 그의 곁에 머물 수 있지만 자신들의 수명이 끝나는 그 때쯤 그의 곁에 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게 걱정이다.
‘그러니까 돈을 차라리 모아요. 나를 위해 유산이라도 남겨 두어야 하지 않겠소?’
그는 다시 비릿한 조소를 뿌린다. 자신의 뒤에 있는 부모님은 그의 이 표정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그는 가끔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몇 번을 그렇게 표현을 했어도 그의 부모는 요지부동이다. 그를 위한 투자. 특히 병을 고치기 위해서 1퍼센트의 확률에 투자하는 돈은 장난이 아니다. 그게 아깝기도 하거니와 나중에 그들이 떠난 뒤, 이 세상을 살 때에는 너무나 불안하기도 하다.
유람선의 끝자락.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뛰어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상체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뛰어내리려면 하체의 힘이 필요했다. 고작해야 몸을 숙이는 정도. 그것도 약간이다.
“너무 숙이지 마라. 떨어질라…”
뒤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반항으로 시작해서 반항으로 끝나는 그의 행동이다. 그가 삐뚤어진 것. 당연하다. 몸이 말을 안 듣는데, 어찌 자신이 그들의 말을 들으리오.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강물을 본다.
그의 부모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다. 로렐라이 언덕을 보며 눈을 정화시키라는 뜻인데. 어릴 적 읽어 주었던 동화를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보라는 뜻인데.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그의 생각은 달랐다.
당연하다. 그가 읽었던 동화. 인어공주에서 인어는 언덕이 아닌 바다 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판타지 세계에서 산다. 누군가 자신을 고칠 수 있다면 의사가 아닌 미지의 존재라고 생각을 했다.
“자, 이제 들어갈까?”
불안했나 보다. 그의 아버지의 목소리. 그가 너무 숙이고 있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느꼈다. 자신이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유람선의 난간이 유일하게 없는 곳이 눈에 보였다. 보수 공사도 안 했는가? 왜 하필이면 그 곳이 없단 말인가?
그래서 잡았다. 난간이 없어지는 마지막 난간을. 휠체어의 힘이 앞으로 갈 때 자신은 그것을 꽉 붙잡아서 생명을 끝내는 작업을 드디어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손. 그러고 나서 두 손. 부모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억겁의 시간처럼 느리게 시간이 가고 있다. 하지만 죽어야 한다. 누군가 구조하기 전에. 결국.
스플래쉬! 풍덩 소리가 나며 그는 물에 빠졌다. 성공했다. 미지의 세계로의 탈출. 그것이 죽음이 될지라도 그는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
============================ 작품 후기 ============================
저는 어렸을 적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수영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도 극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은 좋아해서 언젠가는 우연한 기회에 기연을 얻게 되어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며 이 글을 써 봅니다. 그럼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