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86화 종족 번식의 행위
우혁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이 닿았다. 향긋한 내음. 인어는 자체적으로 향을 발산하나 보다. 어쨌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자신의 위에 올라탄 그녀를 향해 그는 가까스로 외쳤다.
“멈춰, 세실리아! 멈춰!”
한 가닥 이성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명령어를 배우 적이 없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 그녀가 받아들이는 것은 흥분의 언어. 더구나 그의 심호흡도 거칠어졌다. 이게 무슨 뜻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녀의 혀가 밀고 들어온다. 그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대로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드디어 자신이 인어와 연분을 맺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이상야릇하게 흥분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미래에게 미안했다.
“이게 뭐 하는 거지?”
그러다 듣게 되었다. 의미 모를 목소리. 그리고 분노가 담겨 있는 목소리를. 그도 그녀도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일어나 목소리의 방향을 보니 그 곳에 또 다른 인어가 하나 있었다. 인어의 로드. 바로 그녀다.
“세실리아. 지금 뭐 하는 거지? 누가 허락도 받지 않고 인간과 사랑을 나누라고 했지?”
지금 이 말은 세실리아만 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당연히 인어의 말은 모르기에. 하지만 레지나가 말하는 내용은 몰라도 어감은 느낄 수 있다. 분노한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혹시 세실리아의 어머니가 아닌가 하고.
물론 아니다. 세실리아의 어머니는 죽었다. 아버지는 누군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인간이다. 인어는 여성체만 남았다. 그래서 인간과 교미해서 종족을 번식시켜야만 했다. 어쨌든 레지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헉…”
우혁을 향하는 손. 그 끝에서 투명한 무언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몸이 마비된다. 그 끔찍한 느낌. 정신도 혼미해지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지만 입만 벌린 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로드! 제발!”
“시끄럽다. 넌 당분간 근신해라. 네가 규칙을 어기다니? 그동안 너를 아꼈는데 배신감이 드는구나.”
“그게 아니라…”
레지나 혼자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다른 인어들도 등장했다. 세상에 열여덟만 남은 종족 수. 그 중 하나는 얼마 전에 태어난 유아다. 만약 남성체였다면 좋았을 걸 역시 또 여성체다. 신기하다. 수천 년간 남성체 인어가 태어난 적이 없다.
“저 놈을 데리고 가라. 종족 번식을 위해 이용한 뒤 죽이고 말겠다.”
“안 돼요. 안 돼요!”
세실리아는 후회했다. 조금만 참을 걸. 이 장소를 알려주지 말 걸. 그냥 먼 곳에서만 지켜볼 걸.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이제 그는 끌려가서 지독하게 종족 번식을 위해서 이용된 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자신의 동족에게 잡혀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슬픈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눈빛.
잠시 후 그가 의식이 들었을 때 그는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다만 감각은 다 찾았다. 몸만 움직일 수 없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하체에서 누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 느끼고 있다. 누군지는 모른다. 인어라는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인어에게 잡혀왔으니.
“세실리아?”
대답은 없다. 다만 그 인어는 하던 짓을 계속 할 뿐이다. 그의 하물을 빠는 행위. 경험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종족 번식을 위해 많이 하던 일이다. 잉태가 쉬운 게 아니다. 인간과의 교미. 이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성행위가 아닌 번식을 위한 일이기에, 짐승에게 쓰는 언어일지라도 교미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어쨌든 그 교미를 몇 번, 또는 몇 십번을 해도 잉태를 못할 수도 있다.
잉태가 되면 인간은 죽음을 맞이한다. 어차피 거의 자살을 하기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인어가 인간을 위해 동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간들은 과거 그들의 생태계를 파괴했으며 그들을 거의 멸족 위기로 몰고 갔다. 지금은 근근이 개체수를 유지하며 겨우 살아가고 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소리를 더 크게 내 보았다. 하지만 인어는 하던 행동을 멈출 생각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그의 하물을 빨던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다가 충분히 타액을 묻혔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물건은 작지 않다. 그 큰 물건을 위에서 아래로 집어넣는다. 인어의 가슴. 흔들린다. 아래위로. 그녀의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헉, 헉.”
그는 땀을 흘렸다. 그녀가 위에서 요동을 치는데 자신의 몸이 맘대로 되지 않으니 이대로 당해줄 수밖에 없다. 인어의 신체 구조. 지느러미가 없을 때는 인간과 같다. 성감대마저도. 그래서 그녀의 동굴에서는 애액이 흘러내린다. 그와의 결합이 될 때마다 그의 물건을 뱉어내면서 잔뜩 묻어 있는 윤활유.
그녀는 자신의 클리토리스에 손을 가져다 놓는다. 그것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당연히 즐기고 있다. 비록 종족 번식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지만 쾌락을 느끼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다만 지정된 인어와 지정된 순서가 있다. 그것을 어길 시에는 징계를 받는다. 그리고 로드의 명령 없이 성관계를 인간과 자유롭게 가져서도 안 된다. 인어가 사랑에 빠지면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잘못하면 진짜 멸족을 면치 못한다. 그 위험을 알기에 금한 것이다.
“아흑, 아아…”
인어가 드디어 교성을 내고 있다. 둔부를 세차게 흔들면서.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열심히 문지르면서. 머리끝까지 쾌감이 흐르고 있다. 자신의 동굴 안에 가득 찬 우혁의 물건. 보기 드문 대물이다. 그래서 더욱 꽉 찬 느낌.
“좋아… 너무…”
좋다는 것을 표현할 만큼 쾌락에 몸을 떨고 있다. 한손으로는 자신의 유두를 비틀고 있다. 주체를 못하는 것이다. 다른 한손으로는 여전히 클리토리스의 자극을 계속하고 있다. 거기서 느껴지는 희열이 말도 못하게 온 몸으로 퍼진다.
그의 하물은 그렇게 먹히고 있다. 인어의 동굴에 의해. 검붉은 기둥이 보인다. 그녀가 그것을 뱉어낼 때마다. 힘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동굴 밖으로 나올 때마다 보인다는 것은 완전하게 발기되었다는 증거다.
“아하악… 하악…”
인어는 엉덩이를 더 세차게 흔든다. 골수까지 미치는 그 열락. 드디어 한계가 온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사정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쾌락의 끝에 도달할 것이라고.
“아아아악… 아아아악…”
결국 끝을 보았다. 인어의 눈. 눈물까지 맺혀져 있다. 얼마나 좋았길래. 잔뜩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 엉덩이의 놀림은 계속해서 진행이 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의 정액을 안에다 품고 나와야 한다.
“끄으… 끄으윽…”
결국 그는 사정을 하고 말았다. 인어의 동굴 깊숙이. 그 느낌. 몸을 부르르 떨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인어가 일어설 때 흘러내리는 하얀 액체. 그의 씨앗들이다. 인어는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 그러다가 보게 되었다. 그녀의 앞에 나타난 존재를.
“세실… 리아.”
“미안해, 크로니.”
크로니라 불렸던 인어. 쓰러지고 만다. 머리에는 피가 흘러 내렸다. 세실리아가 잡고 있는 것. 작은 돌이다. 결국 사랑 때문에 동족을 해치고 말았다.
“죽지 마, 미안해. 제발 죽지 마.”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구하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 아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실리아가 이와 같은 행동까지 저지를 것이라고.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를 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다시 치유능력을 발휘한다. 그의 마비를 풀기 위해서. 빨리 떠나야 한다. 누가 눈치 채기 전에.
“세실리아?”
“이리와. 이리와.”
그나마 몇 개 배운 말. 써먹을 게 있어서 다행이다.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고 나섰다.
잠시 후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인어. 아직까지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일어선다. 그리고 곧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세실리아! 세! 실! 리!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