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109화 금메달을 목표로
북한의 대남도발. 우혁으로서는 다행이도 국가로서는 안타깝게도 미사일을 또 쏘았다. 국민들의 관심은 다시 그 쪽으로 쏠리면서 그와 세실리아의 스캔들 기사는 삽시간에 묻히고 말았다.
“엇, 뭐야, 저 자식.”
“이 미친…”
또 한 번 축구 3돌이들의 머리를 향해 몸을 날려주는 우혁.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반응하는 몸을 원망한다. 그러다가 한 명이 빛나에게 접근한다. 아까부터 그렇게 슬픈 눈으로 수영장 가장자리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었다.
“이봐. 저 녀석하고 사귄 거였어?”
정필호. 국가대표 백업 수비수다. 그녀에게 껄떡대는 이의 이름이다. 자신에게 말을 붙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귀찮을 뿐이다. 그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진짜 여자 친구가 생겼는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그럼, 미래는?’
얼마 전부터 연락이 잘 안 된다. 바쁘거니 했지만 그래도 한동안 연락을 못했다. 어쩌면 그와 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 안 들려? 응? 나 무시 하는 거야?”
여전히 필호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것에 반응을 하는 것인가? 그녀가 일어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래서 그는 이제야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는가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의 뒤에 접근한 우혁을 본 것이다.
“야, 비켜. 자꾸 걸리적 거리지 말고.”
“이…이게…”
필호는 그가 자신을 향해 한 말에 당연히 분노했다. 그리고 그의 아군이 도착했다. 드디어 삼인조 구성. 하지만 수영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판단했는지 선수들이 모여 들고 있다.
“뭣들 하는 거야? 거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드디어 태형광 감독이 나섰다. 항상 자리를 비워두는 감독. 오늘은 이곳에 나왔다. 오랜만에.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충돌을 보게 될 줄이야.
“이 자식이… 이 자식이… 시비를 걸잖아요.”
고자질쟁이의 전형. 필호가 우혁을 가리킨다. 형광은 그를 보고 움찔한다. 냉정한 눈빛. 그는 잘 알고 있다.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다고. 바로 이래서 김훈과 찬규가 그가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종류의 사람.
“싸우지 마라. 알겠지?”
그는 그 정도만 하고 뒷짐을 지고 간다. 덕분에 필호를 비롯한 삼인방은 멍한 표정이다.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이 그냥 후퇴를 하다니.
“수영장은 수영선수들만 사용하게 될 테니, 아닌 사람들은 나가 줬으면 좋겠다. 뭐 안 나겠다면 할 수 없고. 대신 나도 어떻게 나갈지 몰라. 같이 잠수를 해도 좋고… 여기 물 맛 좋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것도 깊이. 그리고 보이는 발을 잡아당긴다.
“허억…”
필호가 물속에 잠겼다. 아니 계속 끌려간다. 준비도 안 된 상태라서 물을 좀 먹었다. 어디까지 끌고 갈지 모르겠지만 벌써 30초밖에 안 지났는데 숨이 막혀 왔다. 그의 친구들이 물속에서 그를 찾으러 왔다. 그러자 그의 발을 놓는 우혁. 유유히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푸핫. 콜록. 콜록. 헉. 헉.”
“무력행사를 하겠다 이거야? 응? 분명히 먼저 시작했어?”
“이 새끼, 물속에서 나오기 만해봐. 가만 안 두겠어.”
기침을 하며 숨을 몰아쉬는 필호. 그리고 그의 두 친구는 벼르고 있다.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하지만 말과는 달리 수영장 가장자리를 통해서 나가고 있다. 또 끌려갈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어차피 부상도 나았어. 쳇, 이런 곳에서 놀아봤자 시궁창이 되는 거지. 가자.”
필호가 그들을 끌고 나간다. 물 밖에서 얼굴을 내밀고 그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우혁의 눈과 마주쳤지만 감히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항복 선언을 한 셈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대에게 이미 기가 죽은 상황이다.
남은 수영선수들. 말은 안했지만 이 장면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다. 만약 우혁이와 그들이 맞붙어 싸우려는 상황이었으면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기세를 보이자 밉상 3형제가 그냥 나간 것이다.
영욱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웬만하면 말렸을 텐데 애초에 먼저 빛나를 희롱한 것은 그들이다. 만약 우혁이가 가만히 안 있었다면 그가 죄를 물어 징계 위원회에 회부를 했을 것이다. 이런 것까지 참을 필요는 없다. 운동선수는 감정을 통제할 때 해야지 필요할 때까지 참으면 바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정작 빛나는 여전히 슬픈 눈이다. 그녀는 알고 싶었다. 그가 진짜 포털 사이트의 그녀와 사귀는 사이인지. 사실 이성적으로는 거의 확실할 것 같았다. 우혁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 여자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본인에게 물어보면 간단하지만 대답을 듣기가 무섭다.
“자, 자. 다시 훈련 하자. 오전 훈련 시작.”
영욱의 말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선수들. 빛나도 다시 훈련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을 잊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다른 사랑을 찾거나, 그게 잘되지 않는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더 몰두하면 된다.
“오라버니? 말해 봐. 진짜 그 백여우가 오라버니 여자 친구야? 응? 말해 봐.”
훈련을 하는데 옆에서 계속 얼쩡거리는 가희. 그녀는 또 다른 타입의 여성이다. 집요하다. 포기하지 않는다. 이게 귀찮은 우혁. 그래도 무시한다. 무시하고 앞으로 물을 헤치며 나아간다. 그녀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오전 훈련이 끝나면 점심 식사가 있다. 선수들의 식단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 전문 요리사들이 맛있고 영양 가득한 식사를 준비했다. 우혁의 등장. 항상 모든 사람들이 그를 한 번씩 쳐다보는 것이 식당에서의 관례 행사 같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는 그 누구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밥을 먹는다. 아니 주변의 동료들하고는 눈을 마주친다.
“병묵아, 너 아까 팔 너무 높이 들더라.”
“아, 저… 저요?”
“응. 그렇게 하면 스피드가 죽어.”
기병묵은 단거리에 강한 고등학교 1학년 수영 선수다. P&A에 소속되어 있다. 일수와 우혁 다음으로 그가 강자인데, 나이를 생각하면 엄청난 유망주다. 그를 S 생명이 낚아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우혁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작년부터 짝사랑하던 가희가 그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업팀도 P&A를 선택한 것이다. 목표로 삼은 것은 당연히 우혁이다. 연습량도 많고 재능도 있어서 요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아… 그래요? 고마워요, 형…”
그는 얼떨떨해 한다. 거의 처음으로 우혁이가 말을 걸어 주었다. 싫어했다는 것은 그가 솔로였을 때였다. 지금처럼 임자가 있는 경우면 굳이 싫어할 일이 없지 않은가? 거기다가 자신에게 말까지 붙여주었다.
“종수는 발차기가 좀 어설퍼. 나 지는 거 싫어한다. 이번에 계영도 기대하고 있거든. 우리 잘해보자.”
이거였다. 그가 동료로 인식하는 경우. 자신의 금메달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지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전관왕이 목표. 물론 무리일수도 있지만 그 어떤 대회에서도 그는 항상 이렇게 정신무장을 하고 참가했었다. 그래서 지게 되면 아까워하고 억울해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럴까? 마인드 컨트롤.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장치앙린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긴다. 여유 있게…’
그의 목표. 밥을 넘기면서 눈빛이 빛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뛰는 것. 금메달을 들고 목에 걸어줄 사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실리아다. 그녀에게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 사실 그녀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스스로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 그래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금메달의 개수가.
이제 약 50일 남았다. 아시안 게임의 시작이. 한 달 정도 태릉에서 생활하고 베트남의 하노이로 떠난다. 그 곳에서 적응 훈련 후에 승부를 시작할 것이다. 우혁의 마음은 벌써 그 곳에 가 있다.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있다. 아마도 세실리아의 응원을 받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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