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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화 선수촌 생활

밤이 되면 선수들은 하루의 힘든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다. 가장 큰 휴식은 남자라면 게임이 있다. 정신적 스트레슬 풀 수 있는 비디오 게임. 우혁은 일수가 재미있다고 하면서 격투 게임을 하자는 통해 세실리아와의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오래 전화기를 붙잡았다. 1시간씩 통화를 하니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은 답답할 수밖에.

“형, 여자한테 그렇게 전화 안 하잖아요?”

“응? 내가 그랬나?”

“무슨 입에 사탕을 발라 놓은 것 같던데? 어쨌든 자, 제가 형을 게임의 세계에 초대할 게요.”

그가 하는 게임. 격투 게임이다. 서로에게 타격을 입혀서 쓰러트리는. 당연히 지금까지 해왔던 일수가 이길 수밖에 없다. 몇 번 그렇게 지다보니 약간 올라오는 승부욕. 천성을 어떻게 버리겠는가?

“야아, 또 이겼다.”

“음. 한 판 더.”

“에이, 형 안 돼요. 오늘은 여기까지.”

“그런 게 어디 있어? 한 판 더.”

“이제 자야 해요. 내일 해요. 내일…”

“딱 한 판 더.”

“그럼, 딱 한 판만 더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내는 우혁. 역시 승부욕에 불타고 있다. 일수는 약간 후회가 되었다. 어쩌면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그래서 선택한 일. 져주기다. 그걸 눈치 못 챌 우혁이 아니다.

“너 지금 나 무시 하냐?”

“아, 그게 아니라…”

“다시 한 판.”

“내일, 형 내일 해요?”

도리도리. 그의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고. 그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간절한 그의 설득 끝에 한 시간 후 게임은 종료되고 말았다. 수면은 취해야 다음 날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일수의 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날로 미루었다, 그의 진정한 첫 승을 말이다.

다음 날에도 밉상 셋은 나와 있었다. 도무지 저렇게 하다가 주전으로 뛸 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부상은 다 나은 것 같은데. 하긴 당당하게 여자의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비켜들 봐.”

“응?”

“뭐지?”

그들의 앞에 나타난 우혁. 굳이 그 곳이 아니라도 다른 곳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그들보고 비키라고 말을 한다. 그가 나타났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했던 밉상 3인방. 도끼눈이 되어 그를 째려본다.

“비키라고. 나 여기서 훈련해야 해.”

“저기 돌아서 가면 되잖아.”

“싫어. 여기서 한다니까.”

“뭐 이런 게 다…”

“안 비키면 관 둬. 대신 다쳐도 모른다.”

그렇게 말을 끊고 난 후 우혁은 갑자기 점프를 했다. 그들의 머리를 넘어서. 깜짝 놀라 그들은 두 손을 머리로 가지고 갔다. 갑작스럽게 자신들한테 덮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저… 저 미친놈이…”

우혁은 신경 쓰지 않고 팔을 교차하며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는 가희의 눈. 하트가 뿅뿅 나오기 시작한다.

“와, 오라버니 멋있다.”

“아냐, 싸우면 어떻게 하라고…”

옆에서 일수는 불안하다. 왠지 충돌을 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영욱이 이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다. 오히려 잘 했다는 표정이다. 제자를 닮는 것인가? 그 역시 감정대로 행동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었는데 우혁이 그들을 자극하니 오히려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그렇게 오전 훈련이 시작이 되었다. 선수들은 저마다 각자의 영역에서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 준비운동과 수영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리 선수들이라도 기본을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다.

수영 선수들은 물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케줄에 따라 수영장 밖에서의 훈련도 병행을 해야 한다. 오후에는 그래서 체력 훈련 실에서 이들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들의 지시에 따라 훈련을 받았다. 어제 처음 입소한 우혁. 그 우월한 외모가 지나갈 때마다 태릉에 있는 여자 선수들의 눈이 돌아가고 있다.

“이… 이게 뭐야?”

“최우혁 선수 줘.”

“이걸 왜 나한테?”

“너랑 같은 방 쓰잖아.”

가끔 일수는 참 상실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줄 알고 받았다가 우혁에게 전달할 물건이라고 들으면 그게 더 배가 된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초콜렛. 발렌타인 데이도 아닌데 뭐 이런 것을 선물해 주는지. 자신의 나이 또래 소녀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인가 보다. 편지글도 손수 적었나 보다.

“공부도 안했던 것들이 갑자기 문학소녀가 되네…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우혁에게 전해준다. 물론 그래 봤자 그는 그 여자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을 텐데. 그래서 불쌍한 마음도 있다.

“형, 어제 전화 한 것 여자 친구였어? 미래 누나는 아닌 것 같던데…”

“응. 여자 친구 맞아.”

“그래? 다른 여자가 있었어? 난 몰랐네.”

일수는 갑자기 궁금해 졌다. 빛나의 마음을 가져간 남자. 그리고 가희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 거기다가 미래와 약간 미묘한 관계였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여자가 있단다. 누굴까? 혹시 연예인이 아닐까?

“저번에 양세희라는 신인 탤런트랑 스캔들 터졌던데, 혹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한 번 밖에 안 본 여자인데…”

“그렇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역시 형은 인기가 많아. 부럽다. 부러워. 난 왜 이렇게 생겨 가지고.”

애꿎은 자신의 외모 탓을 한다. 그 역시 여자에게 한참 관심이 가는 나이이다. 내년이면 성인이고. 거기다가 가희랑 같은 학교다. 주변에서는 부러워한다. 그녀와 같이 다니는 그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매번 우혁이 이야기만 한다. 짜증나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가희 슬퍼하겠네.”

어디 그녀뿐이겠는가? 빛나도 슬퍼할 것이고, 그를 아는 모든 여자들도 슬퍼할 것이다. 전 여자 친구인 미래는 어떤가? 요즘 그녀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다. 드라마, 영화, 그리고 CF. 예능도 엄청 나오고 있다. 다 우혁이 때문이다. 실연의 상처를 잊는 방법. 일단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을 하는 것 밖에 더 있겠는가?

저녁 식사를 할 때면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 그는 묵묵히 자신의 식사만 한다. 연예인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가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원래 선수촌은 연애촌이라고도 공공연히 선수들에게 불리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이곳에서 만나 결혼까지 한 많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리는 것이다.

지금도 서로에게 끌려 몰래 사귀는 선수들이 많다. 한번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이 있으면 그렇게 커플들이 마구 탄생한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우혁이가 등장을 했다. 여자들의 방심은 마구 떨리고 그녀들을 좋아하는 남자들은 분노로 떨린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사귀고 있는 여자들이 자꾸 그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뜻하지 않게 또 적들을 양산해 낸다. 이럴 때 둥글둥글한 성격이면 좋을 텐데, 그는 말도 별로 없다. 여자들한테 이 부분은 시크한 매력으로 다가갈 텐데, 남자들한테 이것은 싸가지 없음으로 다가온다.

팔자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남자들에게는 적의를 갖게 하는 운명.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 생겨 먹은걸. 그는 정작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밥을 다 먹고 나가는 그의 모습. 그 뒷모습을 보는 두 가지 시선. 그 어떤 것도 그는 다 무시해 준다.

하지만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그렇게 무시 할 수 없다. 태릉에 입소하면서 남과 원만하게 지내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아까 보았던 그 밉상 축구 3인조를 제외하고는 친절할 생각이다. 물론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저기요?”

“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옆에 있는 일수를 본다. 자신에게 말을 붙인 여자. 누군지를 몰라서이다. 그래서 혹시나 그가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돌아본 것이다. 귓속말이 들린다.

“배구선수 김꽃지. 얼짱으로 유명한데 모른단 말이야?”

당연히 모른다. 그의 관심은 수영과 세실리아. 이 둘 밖에 없으니. 물론 어제부터 일수와 하던 격투게임도 하나 더 생기긴 했다.

“아, 네. 하십시오.”

“아니, 단 둘이…”

그는 고민했다. 많이 겪어봐서 그렇지만 이건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자세히 보았다.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시선을 다른 의미로 보고 있다. 관심. 엉뚱한 오해다.

배구선수라면 무조건 커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170센티미터의 키다. 세터를 맡고 있으니 그 포지션이라면 키가 작아도 문제는 없었다. 그런 그녀가 늘씬하고 건강한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된 게 작년.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 그녀의 인기는 엄청났다. 많은 남성 팬들이 생긴 것이다.

“죄송하지만, 제가 여자 친구가 있네요. 관심은 고맙지만 여자 친구가 싫어할 것 같아서요. 그럼 훈련 열심히 하세요. 꼭 이번 아시안 게임에 선전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리는 우혁. 일수는 떨떠름하게 그를 따라 나섰다. 김꽃지는 자존심 상한 상태에서 멍하니 서있다. 그리고 하는 말.

“누… 누가 사귀자고 했나? 별꼴이야! 흥.”

자존심의 방어막이 발동 되었다. 인간은 그렇게 살아간다. 남이 나를 거절한 게 아니라 자신이 거절할 이유와 핑계를 만든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차인 게 아니라 그가 오해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형,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바뀌셨네요.”

“응?”

“저렇게 말 시키면 대답도 안 해 주셨잖아요.”

“내가 좀 친절해지려고 마음을 먹었거든.”

그 말에 일수 역시 멍한 표정이 된다. 마치 이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형, 그게 더 나빠요. 그냥 예전처럼 차가운 게 상처를 덜 줄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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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 Splash-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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