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30화 곁에 있게 해줘
“빛나야, 잠시만.”
밖으로 나오면서 미래가 빛나에게 말을 건다.
“응?”
“잠시 시간 있어?”
“응. 그런데 참, 우리 너무 그렇다. 시간 있냐고 물어볼 사이는 아니었잖아.”
맞는 말이다. 예전에는 그냥 내키는 대로 이야기도 하고 집도 서로 멀지 않아서 둘이 여기 저기 걸으며 시간도 같이 보냈다. 어쩌다가 이렇게 멀어지게 되었을까? 물론 주범은 우혁이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두 여인을 멀어지게 한 것이다.
미래는 빛나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은 다르다. 훈련을 같이 하고 차를 태워 준다는 명목 하에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상대편이다. 자신이야 요즘 연기 연습 때문에 바빠서 거의 만나지 못한다. 만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한 가득인데.
“혹시 아까 우혁이가 말했던 사람, 알아?”
“누군지는 정확히 몰라.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래?”
미래는 의외의 연적을 알게 되고 나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가 라이벌이라고 생각을 한 사람은 빛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동병상련이다. 결국 그의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 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뭔가 결심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랬구나. 어쨌든 알려 줘서 고마워.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응? 응. 나중에 데뷔하면 꼭 연락해 줘. 그 전에. 챙겨 볼게. 잘 가.”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어색했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서로의 집을 왕복해서 몇 번이나 걸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는데, 이제는 여기서 끝이다. 빛나는 이게 아쉬웠다. 그녀의 입장에서 더 그런 게 그녀의 인간관계가 더 협소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미래가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특히 여자들에게.
빛나는 아니다. 그녀는 특히 여자 선수들의 공공의 적이다. 그리 친절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접근하기도 힘들다. 태원과 같은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 인지도가 있다. 물론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거기다가 요즘 우혁과 붙어 다닌다. 예전에 빛나가 그와 있었을 때에는 그래도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지금은 다르다. 얌전한 고양이 운운하는 말이 들려 나왔다.
‘쟤가 혹시…? 에이, 아니겠지…’
미래의 뒷모습을 보는 빛나. 살짝 불안하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집으로 가는 척 하면서 다시 되돌아 올 느낌이다. 그래서 차에 시동을 켜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에효, 내가 뭐 하는 거야? 바보짓 하지 말고 그냥 가자…”
친구를 감시하는 여인. 사실 그녀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미래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의 차가 나오기를 한참 기다렸다. 혹시 빛나가 다시 우혁을 만나러 들어가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한참을 그렇게 기다려도 나오지를 않자 들어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차가 나왔다. 빛나의 차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혹시나 자신의 모습이 발각되었을까봐 걱정이다.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자신을 발견했다면 저렇게 차를 몰고 갈 리가 없다.
“계집애, 왜 이제 나오는 거야? 혹시 올라갔다 온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녀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우혁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녀는 오늘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무래도 불안하다. 늘 빛나가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으며,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과거가 있다고 한다. 끝난 과거가 아닐 수도 있다. 자신도 한 번 건드려보지 못한 그의 입술에 누군가가 입을 맞추었다고 하니 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미지의 적을 향해 전의를 불태웠다. 적극적인 성격. 여기서 다시 드러난다.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도 그녀를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
평소에 그녀의 스케줄은 장난이 아니다. 수영은 몸을 고되게 하는 육체노동이라서 지치면 휴식을 취하게 한다. 그리고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오히려 개인 훈련을 늘리면 늘렸지 이렇게 까지 혹사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소속사는 달랐다. 하루 종일 연습, 또 연습. 연기만 하는 게 아니다. 노래도 하고, 춤도 배운다. 공부도 해야 한다. 발음 교정을 위해 소리 내어 책도 읽고, 몸매 관리를 위해 운동도 필수다. 숨 쉴 틈 없이 바빴다. 그러니 지금이 아니면 그에게 여유를 주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 딩동…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누구세요?”
“나야, 미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녀가 그에게 뛰어들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안았다. 무슨 향수를 뿌렸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향이 그의 코에 잔뜩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이 그녀의 가슴에 의해 압박을 당한다.
“미래야…”
“너무 보고 싶었어, 너무…”
그에게 안겨 있는 미래. 그리고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그 음성에 몸이 울려온다. 풋풋한 향은 사라지지를 않는다. 거기다가…
“흡…”
그는 그만 그녀에게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적극적인 미래. 그가 과거에 누군가에게 입술을 주었다고 하니 이제는 자신이 빼앗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키스. 점점 그의 정신도 몽롱해져 간다.
예전에 인어와 키스를 했을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 때에는 죽을 고비였다. 그래서 사실 애틋한 느낌보다는 절박한 느낌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스무 살 청춘. 본능적인 움직임이 자신을 이끌고 있다.
혀와 혀가 만나고, 타액을 교환한다. 부드러운 육질이 입 안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심호흡이 커진다. 그는 눈을 뜨고 있지만 그녀는 감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감은 두 눈에 화장기가 그의 눈 안에 가득 들어온다. 하지만 보고 있다고 해서 관찰한다는 말이 아니다. 생각은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다. 그녀의 코로 숨 쉬는 호흡이 자신의 안면을 계속해서 간질이기 때문에.
그렇게 둘의 키스는 프렌치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본능에 충실한 움직임은 그 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엉덩이로 움직인다. 강하게 그를 끌어당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하체도 그에게 밀착을 시켰다. 당연히 무언가의 느낌을 그녀는 얻을 수밖에 없다. 하반신을 콕콕 찌르는 느낌. 물론 그가 키가 더 크기에 그가 가진 것이 그녀의 배를 찌르는 형태가 되었다.
자신을 보고 느끼며 본능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를 보는 것. 그것만으로 그녀는 행복해 한다. 어쨌든 자신이 섹스어필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여기서 끝내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오산이다. 그러려고 친구가 가는 것을 감시하며 다시 올라온 것이 아니기에.
그녀는 그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눈을 뜨고 한참 그를 바라본다. 두 손으로는 그의 얼굴을 잡는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얼굴이다.
“사랑해… 사랑해, 우혁아…”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정말 이렇게까지 적극적일 줄은 몰랐나 보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어폐가 있다. 사실 그녀가 좋았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빛나에게도 똑같은 마음이라는 것. 그 크기가 어느 하나로 기울어질 수가 없기에 그는 수영에만 몰두할 뿐이다. 아직은 여자를 사귈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해 버렸다.
“곁에 있게 해줘… 응? 우혁아… 나 오늘 네 곁에 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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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