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85화 인어 속옷 입히기
순빈은 우혁이 쇼핑을 한다고 해서 같이 따라 붙었다. 그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잘 사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약간 이상했다. 어쩌면 귀국 준비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귀국 준비 하는 거야?”
“아니요, 아직.”
“그래?”
그렇게 따라가다 보니 우혁이 머뭇대는 곳이 있다. 언더웨어를 파는 곳. 순빈은 속으로 그가 미래의 선물을 사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자신도 가끔 여자 친구 속옷을 살 때가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사이즈를 알아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 산다면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정확해야 한다.
“뭐야? 쑥스러워서 그래? 내가 같이 들어가 줄게.”
“그… 그런 게 아니라…”
“괜찮아. 짜식, 순진하기는. 알았다. 이 형아가 알아서 다 해주… 음. 독일어를 잘 못하니 그냥 네가 하긴 해야겠다.”
그렇게 들어간 그들. 우혁은 얼굴을 약간 붉히고 있다. 이런 데서 당연히 남자 점원은 없겠지만 여자 점원 앞에서 말하기가 참 민망했다. 그래도 그녀는 친절하게 그를 대하고 있다. 사실 그의 마스크가 글로벌하지 않은가?
“어떻게 오셨나요?”
“저… 저기, 여자 속옷을 사러…”
“여기요, 골라 보세요. 브라? 팬티? 아니면 둘 다 원하시나요?”
“두… 둘 다요.”
“우혁아, 험. 나도 이 김에 사려고 하는데 75B다. 그렇게 말하면 돼.”
“헉 사이즈를 말해야 해?”
“당연하지. 너 혹시 몰라?”
“크기는 알지만 그게 어떤 사이즈인지 나도 알 수 없지. 그것을 지칭하는 사이즈가 어떤 식으로 가는 거야? 75B? 그게 어느 정도의 크기야?”
“야, 그거 내 여자 친구 사이즈인데 너한테 말하기 좀 그렇다.”
“그… 그렇지? 미안.”
그 둘의 대화를 지켜만 보고 있는 점원. 둘 다 얼굴을 붉히며 심하게 당황해 한다. 그래도 역시 친절하다. 우혁의 얼굴. 순진하게 붉히고 있는 것에 꽂혔나 보다. 미소를 지으며 기다린다.
“저… 사이즈를 모르는데…”
“아, 그러시군요. 눈으로 확인할 수는 있나요?”
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 며칠 동안 봐 왔던 그녀의 크기. 보고 싶지 않아도 눈을 통해 그의 머릿속에 완전히 저장되었다. 당연히 알 수 있다. 점원은 그를 데리고 갔다. 요즘 이런 언더웨어 가게에서는 충분히 안내할 수 있는 마네킹이 있다. 가슴만 있는.
“어때요? 골라 보세요.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저… 저기요.”
“네, 언더와 탑을 보니 대단한 글래머네요.”
그녀의 말. 사실 그 마네킹 중에 가장 큰 것을 골랐다. 작지 않은 크기. 완전 글래머다. 순빈은 속으로 그를 부러워했다. 미래가 글래머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크기인 줄은 몰랐다. 하긴 그녀의 벗은 몸을 상상할 수는 없다. 우혁에게 죄책감을 느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분홍색을 샀다. 왠지 그녀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덩달아 구입한 순빈. 차를 타고 시동을 걸자 우혁이 방향을 집이 아닌 로렐라이 언덕으로 요구했다. 요즘 너무 자주 간다. 그리고 거기 있는 시간이 너무 오래다. 마지막은 젖어서 온다.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뭐야? 너 거기서 진짜 수영 연습 하냐?”
“응?”
“그렇잖아. 한참 후에 나오고, 젖어서 오잖아. 내가 수영 연습 못하게 할까봐 그러니? 무리하게 하지만 않으면 괜찮아. 강에서 한다는 것 찝찝해. 더럽잖아.”
우혁은 피식 웃었다. 순빈이 그렇게 오해할 만했다. 하지만 엉뚱하게 사실과 다른 일을 상상하고 있으니 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 강물이 더럽기는 하다. 세균이 적지 않을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한 번도 더럽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그랬다. 그가 호흡하기 위해서 마시는 물. 더럽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다리를 낫게 해주면서 세균에 관련된 내성까지 선물을 해준 것일 수도 있다. 여러모로 고마운 존재다.
“야, 그거 왜 들고 가?”
“쓸 데가 있어?”
“뭐?”
“그런 게 있어. 묻지 말아 줘.”
순빈은 순간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릴 때 그가 들고 가는 것은 아까 샀던 여성의 브라와 팬티다. 저걸 어디다 쓴단 말인가? 진짜 바람이라도 피우는 것일까? 갑자기 미행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그가 우혁을 뒤따라 가봤자 한계가 있다. 그는 물속에서 호흡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저 자식이 진짜 바람을? 에이, 설마. 그런데 속옷은 왜 들고 가지? 저게 미래 게 아니었나?”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그의 머리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인어를 만나고 온다는 사실을.
오늘도 역시 세실리아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떤 날은 그가 아무리 빨리 와도 그녀가 와 있다. 혹시 그 어떤 육감으로 그의 등장을 알 수 있는 것일까? 나중에 더 의사소통이 되면 물어볼 말이 하나 더 추가가 되었다.
“세실리아, 안녕.”
“우혁, 안녕.”
이제 이정도 간단한 인사는 할 수 있다. 그는 며칠 전 그가 인어의 말을 배워보려고 하다가 포기해 버렸다.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모든 언어에는 발음의 범위와 영역이 있다. 그런데 그녀의 언어는 그것을 넘어서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어차피 그녀가 급속도로 그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 빠른 발전 속도다. 이대로 한 달이면 많이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이거 입어.”
그는 그녀를 만나자 마자 준비한 속옷을 꺼냈다. 젖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내밀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를 보았다.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눈빛이다.
“음. 이거 참. 또 곤란하게 되었군. 어떻게 입힌다?”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은 행동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착용하다가는 이 작고 연약한 것들이 찢어질 것 같았다. 이제 그의 체격도 많이 발달했다.
“다시 그곳에 갈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내가 입혀줘야겠네.”
그는 다시 속옷 가게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녀에게 속옷을 입히려고 했다. 요 며칠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눈은 호강했지만 욕망이라는 놈은 정말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 무슨 일이야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집에서 그의 손이 힘들어졌다. 안 그래도 여자를 아는 몸이다. 당연히 그의 욕망의 배출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했다.
“이리 와봐.”
손가락을 까닥인다. 그러자 푹신. 그녀가 또 안겼다. 가끔 이런 의사소통의 오작동이 벌어졌다. 안기는 것은 양호했다. 그녀는 자꾸만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고 있다. 이게 인어의 인사법인지 한참 고민을 한 적도 있다.
“아니, 이게 아니라…”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몸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일어섰다. 약 170센티미터 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키가. 자신과 약 10센티 차이. 재보지는 않아서 진짜 그 정도 차이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일어서!”
“하하. 맞아. 이게 ‘일어서’야.”
이 명령어는 그녀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다. 잊지 않고 사용을 한다. 그는 만족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자꾸 그녀 앞에서 웃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쪽.
“크으, 또 뽀뽀하네. 자, 자. 오늘은 일단 이것부터 착용하자.”
그는 그녀의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브라를 먼저 입혔다. 쉽지가 않았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확인을 하면서 해야 했다. 그냥 대충 차면 될 줄 알았는데, 그 봉우리가 잘 못 걸리면 뒤집어진다. 지금도 그랬다. 다시 풀고 다시 차고 그 과정 속에서 그의 눈이 실컷 호강을 했다.
“휴우. 이제 팬티야. 다리 좀 들어줄 수 있어?”
알아들을 리가 없다. 이 명령어는 절대 해 본적이 없다. 그가 가르치는 말. 마치 개와 같은 애완동물에게 하는 투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복잡한 말은 아직 무리니 최대한 단순한 말로 명령어를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이제 그녀도 가끔 사용한다. 가령 ‘이리와’라든지, ‘잘 가’라든지.
“이런, 어쩔 수 없네.”
그는 결국 그녀의 다리를 만졌다. 그리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곧 실패했다. 그녀가 넘어지려는 것을 겨우 잡았다.
“아, 정말… 세실리아. 미안해.”
“미안해? 뭐가?”
“음. 곧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이해해 줘.”
그녀는 눈을 깜박였다. 그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 방금도 ‘미안해’라는 말만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가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가 앉아 있는 그 상황에서 다리를 들었다. 그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녀의 야릇한 중심 부위가 한 눈에 그의 눈 안으로 들어왔다.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
“우혁…”
그녀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을 그녀가 모르지 않다. 이미 종족 번식을 위해서 다른 인어들이 인간들과 하는 과정을 지켜 본 일이 있다. 그 때 그녀는 아주 어렸지만 지금은 그 행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혁이 자신의 다리를 들어서 벌리니 당연히 그 일이 연상이 되었다. 갑자기 그녀가 그에게 덮친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필연적인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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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