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102화 오래 참았어
그 날도 다른 날과 평범한 하루였다. 일상은 이제 정형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성욕이라는 놈이 계속 시비를 걸어서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그는 샤워하는 내내 커진 물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나 오래 참았어.’
생각해보니 세실리아와 재회한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7월로 접어들고 있으니 이제 5개월째. 그럼 정말 오래 참은 것 아닌가? 더구나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란 동물이 이것을 참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흠, 흠. 세실리아?”
“응?”
“요즘은 잘 때 잘 자고 있지?”
“응. 잘 자.”
“음. 이제 적응 잘 했나 보네.”
아주 의미 없는 이야기로 일단 간을 보는 우혁. 아무리 시크한 남자라도 성욕을 주체할 수 없으면 이렇게 된다.
“불편한 곳은 없지?”
“없어. 왜?”
“아냐, 불편하면 뭔가 조치를 취해줘야지. 예를 들면 잠자리를 바꾼다거나…”
세실리아는 이제야 눈치를 챘다. 그녀 역시 기다려왔던 것. 그가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하게 던지는 말이지만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둔하지 않다. 말을 배우고 있고, 인간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고 해서 천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둔해 보이고 백치미를 발산한다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좀 불편해.”
“아, 그래? 그렇지? 그 방이 원래 부모님이 임시로 와서 주무시고 가시는 곳이라 좀 그래. 침대도 별로고. 그럼 어떻게…”
“응. 나 우혁 방에서 잘래.”
“그… 그럴까? 아, 어쩔 수 없군.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침대 좋은 것으로 바꿔 줄게.”
“응.”
세실리아는 미소를 짓는다. 만들어진 대화. 그가 하는 설정이 다 그렇지 않은가? 처음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잘 수 없다고 말할 때부터 잘 못된 설정이다. 이제 자신이 만든 틀을 깨려고 하니 얼마나 오류가 많겠는가?
잠시 후 그녀의 베개를 들고 오는 우혁. 그리고 자신의 침대에 올려놓는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자신의 설정을 뜯어 고쳐야 할지 막막하다. 머리를 굴려 봐도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 챈 세실리아.
“여기 같이 누워, 우혁.”
“응?”
“같이 누워서 이야기 해. 나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 그렇지. 맞아. 같이 누워서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지. 맞아.”
그녀가 도와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그가 둔치다. 그런데 누우니까 할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원래 항상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다. 억지로 만들어 내려니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가 않는다.
“우혁, 나 뽀뽀 해줘.”
“응?”
“내가 항상 먼저 해. 우혁이 먼저 해줘 이제.”
그녀의 부탁. 듣고 보니 그랬다. 지금까지 항상 그녀가 마무리로 뽀뽀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에도 나갈 때 뽀뽀로 그를 보내주었고. 그녀의 부탁. 당연히 할 만하다. 그래서 고개를 들고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을 얹는 우혁.
“헙.”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뒷목에 두 손으로 자신을 잡아당겼다.
“우혁, 나 이제…”
그녀의 말. 여기까지만 들어도 알 것 같다. 그는 뽀뽀에서 긴 키스를 그녀에게 주고 있다. 굳이 아직까지 모든 표현력을 알지도 못하는 그녀가 그것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아도 이 쯤이면 적극적으로 나서도 되는 것이다.
서로의 타액이 교환이 되고 잠시 입을 떼어서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있다. 미소를 짓는 그들. 이제야 한 몸이 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는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그녀의 상의를 벗겼다. 그가 사준 잠옷. 땡땡이 무늬가 인상적인 그 귀여운 상의. 그것을 벗기자 역시 그가 사준 브라가 그녀의 가슴을 가리고 있다.
“뭐야? 이거 아직 하고 있는 거야?”
“우혁 사준 거야. 이거 하고 자고 있어.”
“헉,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잘 때는 이거 안 하고 자도 돼.”
“정말? 몰랐어. 이제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풀러 줘.”
“그럴게, 당연히 그럴게…”
말을 하면서 그는 감격한다. 항상 세실리아는 이랬다. 자신이 베푼 것을 모두 다 소중히 여긴다. 정작 그녀는 자신에게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생명을 주었는데 말이다.
그의 손이 그녀의 뒤로 가서 호크를 풀고 자연스럽게 그의 입은 그녀의 가슴을 찾는다.
“옛날 생각나? 내가 여기 부위를 다 알려줬잖아. 이건 가슴이고, 이건 젖꼭지라고, 하하.”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웃는다. 아득한 옛날도 아니다. 불과 4개월 전이다. 그 때 그에게 배운 명사. 창피한 줄도 모르고 물어본 그녀.
“너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뭐든 물어봐.”
“입으로 여기를 하는 거 뭐야?”
“빤다. 빠는 것. 상대에게 요구할 때는 빨아줘 하는 거야.”
“그럼 젖꼭지 빨아줘.”
바로 응용을 하는 세실리아. 그리고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그녀의 유두를 한 입에 물었다. 입 안으로 굴린다. 오늘 그는 그녀를 즐겁게 하기로 잔뜩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아, 아아… 좋아, 나 우혁이 빠는 것 좋아.”
그녀가 표현을 한다. 때로는 성행위를 하면서 언어의 교감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솔직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좋아. 네 온 몸을 다 빨아 줄게.”
그는 젖꼭지에서 입을 떼고 밑으로 내려간다. 복부를 지나 배꼽. 그리고 그 밑으로는 그녀의 하의가 있다. 그것을 벗겨내었다. 브라와 같은 색의 팬티. 그 분홍색의 얇은 속옷을 같이 벗겨내는 그의 손. 세실리아는 다음에 올 장면을 생각하며 흥분에 떨고 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로드에 의해서 보아 왔다. 인간의 남자와 인어의 교합을. 그러나 대부분 인간은 마취 상태였기에 발기를 시키고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은 인어의 몫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장면이 새롭다. 신선하다. 그리고 그것은 흥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티를 쭉 벗기고 나서 그는 그녀의 발바닥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 발가락을 거쳐서 발등. 점점 밑으로 내려간다. 가장 위쪽부터 내려오더니 이제 가장 아래쪽부터 올라가고 있다.
“아아…”
세실리아의 입에서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잘해내고 있다. 그는 눈으로 그녀의 반응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 기대 이상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로서는 그녀가 세 번 째 여자. 미래가 처음이었고, 그 때는 서툴렀다. 두 번째에는 일방적으로 당했던 상황. 그 인어는 지금쯤 잘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그가 능동적으로 일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하악!”
그녀가 갑자기 큰 호흡을 들이 쉬었다. 그녀의 중심부. 그 미지의 동굴을 그가 침범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입으로. 아름다운 금발의 털 밑에 있는 그 동굴. 분홍색이다. 인간의 것과 조금도 다르게 생기지 않았다. 아니 더 자극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 곳을 그의 입과 혀가 신비를 벗겨내고 있다.
그녀는 약간 몸을 일으켰다. 기쁘기도 하지만 그가 하는 것을 보고도 싶었다. 과연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나중에라도 그녀가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장면을 상상해 왔다. 그것은 다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고 그녀의 경험은 다른 인어들이 인간 남자의 물건을 발기시키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 쪽으로만 시각화되고 있는데, 지금은 전혀 그녀의 상상과 상반된 경험을 그가 시켜주고 있다.
그녀의 눈에 보인다. 그가 그녀의 동굴을 빨고 있다는 것을. 팔꿈치로 자신의 상체를 지탱한 채 그렇게 그의 행위를 보고 있다.
“좋… 아. 우혁, 좋아…”
응원을 하는 것인가? 진짜로 좋아서 그렇다. 아직까지 많은 표현 법을 배우지 못했다. 다만 아까 배운 것을 응용할 뿐.
“거기 빨아줘… 그렇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