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151화 팀워크
아프다는 것. 특히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몸의 이상은 항상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대회 마지막 날. 우혁에게 이상 증세가 찾아왔다. 어깨 통증. 일어나자마자 계속 어깨를 돌려보는 그가 이상했던지 일수가 물어본다.
“어디 아프세요?”
“응. 어깨가 좀 아프네.”
“그래요? 그럼 안 되죠.”
부상의 악령. 예전에 한 번 그의 고집으로 인해 작은 것이 큰 아픔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기에 일수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그의 눈치를 본다. 말리면 듣지 않는 형이라는 사람.
“감독님께 말씀 드려야겠지?”
“그럼요. 당연하죠.”
잠시 후 선수 단 주치의가 찾아왔다. 그의 증세를 물어보고 어깨를 살펴본다. 왼쪽 어깨가 살짝 부어올랐다. 본인은 잘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의사라는 존재는 쉽게 찾아내니 신기했다.
“정확한 것은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무리를 한 것 같아. 그러니까 전 종목 참여가 항상 좋은 게 아니야. 집중해야 할 것만 집중하라고 말했잖아.”
“경기는요?”
“안 돼.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했다가 부상이 찾아 올 수도 있어. 차라리 병원으로 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우혁의 관심사는 오직 경기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다. 말을 듣지 않다가 크게 당해본 상황이니 영욱도 그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일단 쉬어라. 우리 팀에 너만 있는 게 아니잖아.”
“지미도 부상인데…”
“그렇다 할지라도 안 돼.”
개인 경기였다면 포기하기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800미터 계영이다. 10시 30분에 예선이다. 병원에서 사진 찍고 아무리 결과가 빠르게 나온다고 해도 경기의 참가는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우혁은 계영 참가를 포기하고 만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의 말을 쉽게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고집이 아주 쎈 사춘기 소년과 같은데,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며칠 치료 받으면 상관이 없지만 더 무리를 하면 인대가 늘어날 수 있으니 당분간은 조심하십시오.”
병원에서 진단이 나왔다. 역시 너무 무리를 했다는 것. 그래도 그가 어렸을 때부터 혹사당하지 않아서 싱싱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더 무리를 한다는 것은 몸을 혹사시키기 시작한다는 증거다.
“지금 가면 예선을 참가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의사로서 말씀드리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선택은 선수의 몫입니다.”
강한 반대는 아니다. 의사의 눈치를 보니 그가 좀 더 강하게 나가면 될 것 같았다.
“하고 싶습니다. 만약에 한다면 큰 부상이 올까요?”
“의사는 사람의 몸에 대해서 확신하지 않습니다.”
“의사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렬한 눈빛. 우혁의 의지를 읽은 의사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그가 무리를 할 것이라는 것을 의사는 잘 알고 있다. 옆에 따라온 선수단 주치의, 김환수. 그 역시 CT 사진을 보더니 애매한 이 상황에 말을 아끼고 있다.
“선생님, 말씀해주시면 따르겠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저는 하고 싶지만 무리라고 하신다면 포기하겠습니다.”
“하게.”
“……!”
환수는 자신을 보고 있는 우혁의 눈빛을 보았다.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그 간절함. 분명 무리이기는 하지만 큰 부상은 올 것 같지 않았다.
“저… 그래도 좀 쉬는 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명색이 선수단 주치의니까 계속 관리하겠습니다. 아이싱 철저히 하고 예선 뛰고 나서 상황 보고 결승을 준비해야 할지 결정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영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몸을 풀었다. 그를 보는 시선. 모두 걱정이다. 한 번 비슷한 상황이 있었기에 우려 섞인 얼굴을 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우혁은 밝았다.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
“걱정 마. 한 번 당했는데, 내가 또 미련한 짓 하겠어?”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 게…”
“김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다니까… 예선 한 번 해보고 진짜 심해지면 그만 할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당겨진 화살을 다시 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일수다.
“얘들아, 우혁이 형 편하게 우리 쪽에서 격차를 좀 벌려야 해.”
“네, 지난번보다 더 잘해야겠네요.”
그가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하에 출전한 계영이다. 뛰는 순번도 조정했다. 우혁이 2번. 1번이 병묵이고 4번이 일수다. 우혁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서는 다른 쪽에서 더 뛰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예선이 시작이 되었다.
그래도 예선이다. 물론 세계 대회라서 누구 하나라도 만만한 팀이 없었지만 스타트를 맡고 있는 병묵은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2위와의 격차를 한참 벌려 놓은 그는 기진맥진이다.
“어? 저렇게 벌려 놓은 게 무리하시지 말라고 하는 거였는데, 무지 빨리 가시네.”
“그러게. 사람 간 떨리게 말이야.”
우혁의 차례.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와 같은 모습일 뿐. 그래도 왠지 모르게 그가 팔을 휘저으면 불안했다. 어깨가 좋지 않다고 하니 모두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나보다. 덕분에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수월한 것은 그가 아니라 다음 선수인 종수였다.
바빠진 것은 환수다. 그는 우혁을 앉히고 어깨를 점검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라 어깨를 돌려보고 통증의 정도를 말하고 있다.
“괜찮은 것 같아요. 조금 통증은 느껴지지만 근육통 같은 느낌인데요.”
“아까랑 비교해서는 어때?”
“오히려 움직이니까 더 괜찮아졌어요.”
“그건 몸의 착각이야. 원래 아픈 사람이 움직이면 그 때에는 괜찮다고 생각되거든. 그러다가 밤에 엄청 앓아눕게 되는 거지. 부상이 아니더라도 오늘 앓아누울 생각을 하게.”
아이싱을 시작한다. 관중들도 무슨 일인지 지켜보고 있다. 치료진이 그의 근처에 있으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것이다. 영욱 역시 옆에서 근심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우혁 하나였다.
“아, 최우혁 선수 어디가 안 좋은 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부상이 왔나요?”
“원래 수영 선수의 어깨는 자주 부상을 당하는 곳입니다. 아마도 그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요?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우혁 선수가 빠지면 결승 상대들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선주와 태원도 우려 섞인 음성으로 경기 중계를 하다가 화면에 비친 그의 치료 모습에 멘트를 날리고 있다.
“얼굴 표정은 밝네요. 통증이 심했다면 저런 얼굴을 할 수 없습니다.”
“진통제 같은 것을 사용한 것은 아니겠죠?”
“요즘 그럴 정도로 무리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태원의 말은 약간 어폐가 있었다. 사실 선수들은 잦은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다반사다. 본인도 그랬다. 자신이 빠지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씩 무리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방송에서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 그냥 안심시키는 쪽으로 간 것이다.
마지막 주자인 일수. 정말 한결 편하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그렇다고 대충 하는 게 아니다. 우혁의 부상 투혼. 아픈 사람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슬슬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가 아팠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홀히 했던 사실. 바로 기록을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
“어? 이거 조금만 더 하면 세계 신기록이 나오겠는데요?”
“그런가요?”
“50미터만 남겨두고 있는데 대단히 빠른 속도입니다. 우리 한국 선수들 너무나 자랑스럽군요.”
태원이 그것을 상기시켰다. 이제야 인식한 선주. 그의 눈이 기록으로 가고 있다. 1초 1초가 정말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았다. 시간과의 싸움. 물론 물속에서 팔을 젓고 있는 일수는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빨리 자신이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분명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우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6분 57초 56.
드디어 또 하나의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수영이 개인 종목이라고 해도 이렇게 계영에서 서로의 감정이 교감이 되고 최선을 다해주면 좋은 기록이 나온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기록이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의 환호성. 그리고 그것을 뒤로하고 예선 1위를 하며 결승에 진출한 한국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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