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148화 단거리, 그리고 계영
오늘은 혼계영이 있다. 한국 대표로는 우혁과 접영, 평영, 배영에 각 선수들이 참가를 한다. 최근에 그는 재미 삼아 배영과 접영, 그리고 평영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재미삼아서다. 하지만 그를 경계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 종목에 대표 선수들.
수영에는 40여개의 세부 종목이 있다. 그 모든 것을 한 사람이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참가 자격의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인 이상 가능할 리가 없다. 하루 종일 물에서 수영만 하다가 나올 생각이 아니라면.
다만 그는 나중에 개인 혼계영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아직까지 구체화 된 것은 아니다. 영욱에게 호기심을 나타낸 정도다. 그의 재능이라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스승. 그리고 제자는 충분히 겸손하지 않으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곧 이어 벌어진 예선 수영의 저변이 매우 넓어졌다고 하더라도 역시 자유형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다른 나라에 밀린다는 점이 이번 대회에서 증명이 되었다. 겨우 턱걸이. 8위를 통해 결승에 진출했지만 사실 그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결승이다. 배영으로 나가는 선수가 역시나 꼴찌로 들어온다. 다음은 평영. 그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간격이 더 벌어진 것 같았다. 세 번째는 체력이 필수적인 접영. 아무리 우혁이 자유형에 강자라 할지라도 그는 상대적으로 장거리에 강하다. 100미터 안에 그나마 7위까지 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수고했다.”
“휴우, 이건 참 힘드네요.”
“그래서 팀워크, 그리고 팀원이 중요한 거다.”
영욱은 그에게 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요즘 들어서 우혁의 머릿속에는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해야 하는 것을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까칠한 성격도 거의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방금 전에 혼계영을 했을 때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 점.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하루의 일과가 또 끝났다. 이제 그에게 남은 종목은 단거리 두 개. 그리고 계영 두 개. 몇 개의 메달을 딸 것이고, 그 메달의 색깔이 어떤 색인지는 명확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잊지 않고 있다. 단거리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는 걸 보고 싶다는 영욱의 꿈. 그것을 실현시켜주고 싶었다.
아직은 힘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그 가능성만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날 실시 된 50미터 자유형 경기에서 그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스타트대에 섰다. 그가 단거리에 약한 것은 수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강점 또한 명확하다. 스타트. 이 부분에서 그는 동물적인 감각을 항상 뽐내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그 누구보다도 빠른 스타트. 50미터 단거리에서는 가장 중요한 그 스타트를 그는 가장 빠른 반응으로 해내고 있었다.
자유형 팔 돌리기를 할 때 선수들이 가장 짜증내 하는 들숨. 몇 회를 돌리느냐에 따라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여섯 번에 들숨을 한다고 한다. 그럴 때 들어오는 물.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최대한 빨리 뱉어내야 하기 때문에 흉측한 표정이 된다.
그런데 우혁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들숨을 할 때 그냥 물을 마셔버리면 된다. 수중호흡의 장점. 인간이라면 당연히 고민스러워야 할 그 상태가 그에게는 강점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가 빠르게 수영 강자가 될 수 있었다. 만약 호흡만으로 수영의 최고를 가린다면 그는 항상 최강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호흡이 아닌 온 몸의 근육이 속도를 결정하기도 한다. 더 성장할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근육이 미흡하다. 그 미세근육들이 꿈틀거리며 그의 속도를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해온 선수들을 따라잡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래서 좋은 스타트와 호흡을 가졌음에도 그는 단거리에 취약한 것이다.
장거리는 체력이 관건이다. 그가 가진 싱싱함. 혹사당하지 않은 팔과 다리 근육이 그를 장거리 스타로 만들고는 있다. 50미터에서는 그것이 크게 작용을 하지 않는다. 작용을 하더라도 결정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50미터를 석권한 선수와 1500미터를 제패한 사람들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가끔 초인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거리와 단거리 모두 다 석권한 사람들. 국내나 아시안 게임과 같이 지역적으로 볼 때에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세계로 넓혀보면 결국 그들은 한 쪽만을 선택하고 집중을 해야 한다.
그에게 장거리만 파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기는 싫다. 어느 새인가 그는 영욱의 꿈을 대리로 수행하고 싶어진 것이다. 결승점에 손이 닿는 이 짜릿한 단거리의 느낌을 맛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다. 그가 단거리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그 감촉.
3위. 미국의 두 선수에 이어 그가 이룬 성과다. 일수가 7위를 했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둘의 승부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우혁이 더 좋은 몸 상태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박수를 친다.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거 100미터도 기대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
그를 맞이하는 선수들. 다 한 마디씩 한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그가 기대가 된다는 표현. 그는 그 칭찬을 웃음으로 반긴다.
다음 경기는 빛나의 경기다. 이번에 우혁은 선수에서 응원을 하는 동료로 탈바꿈을 한다. 50미터 여자 자유형 경기 결승. 그녀 역시 놀라운 성장으로 3위의 입상을 하고 만다. 그리고 배영 200미터.
“가희가 금메달 하나 더 따주면 그래도 이번 대회 성공적인데 말이야…”
4차원 소녀. 그녀의 금빛질주를 기대하고 있는 영욱. 우혁이 따낸 금메달 하나도 값어치가 있지만 그가 감독으로서 첫 국제대회를 맞이한 상황에서 여자 쪽에서 하나 더 따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녀가 들어오자 관중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그녀는 그 환호에 역시 특유의 제스처를 보내며 반응을 한다. 두 손을 입에다 키스하며 관중들에게 보내는 몸짓. 글래머러스한 그녀의 몸매와 어우러져 관중들은 더 신나하고 있다.
경기 시작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 100미터까지는 3위를 마크하고 있지만 더 힘을 내고 있다. 그리고 150미터에서 200미터 구간. 그녀의 체력은 아직 다 소진되지 않았다. 경기를 보고 있는 우혁도 일어서서 응원을 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인지 그녀가 박차를 가하고…
우승. 드디어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선사하는 가희. 나름 한국 진영에 경사가 났다. 남자와 여자가 하나씩 금메달을 물고 오니 개최국의 체면은 세운 셈이다.
“내일은 계영이다. 알다시피 지금 지미가 빠졌으니 그 자리에 종수가 들어간다.”
그날 저녁 소집된 회의. 아무리 팀이라지만 결국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메달 색깔이 결정이 되는 상황이다.
“1번이 우혁이다. 그리고 2번이 종수. 3번이 일수. 4번이 병묵.”
400미터에서 각각 100미터씩 뛰는 상황. 1번을 우혁이 자리한 이유는 스타트가 좋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더 차별화를 주는 그의 스타트. 영욱은 다른 말은 안했지만 그를 한 번 보는 것으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병묵이가 요즘 부쩍 실력이 늘었으니 막판 스타트를 기대해볼게.”
병묵은 영욱에게 이야기를 듣자 약간 부담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포인트는 종수였다. 만약 우혁이 격차를 벌리고 종수가 그것을 유지한다면 금메달도 가능한 상황이다. 남자 계영에 대한 전략 회의가 끝나고 여자 계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감독.
“형, 나 잘 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 주자는 늘 우혁이 자리했다. 그런데 이번에 스타트를 그가 맡아 버렸으니 병묵이 부담스러웠는지 그에게 물어본다. 그 답변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는 믿음의 표시를 했다.
“휴우, 떨리네.”
그 못지않게 떨리는 것이 종수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동년배들. 국제무대에 처음 서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안 게임과 세계 선수권 대회의 선수 면면이 다른 것을 이번에 느꼈다. 예선 통과가 쉽지 않은 모습. 그래서 더 몸이 떨려온다.
“전국에 계신 수영팬 여러분, 여기는 어제 유가희 선수가 금메달을 딴 바로 그 장소, 광주 수영 경기장입니다. 어제 통쾌했죠?”
“그렇습니다. 개최국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할까봐 마음을 졸였는데, 우리 최우혁 선수와 유가희 선수가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계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개인이 아닌 네 명의 호흡을 통해서 승부가 결정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예전과는 달리 우리의 팀 멤버가 탄탄해서 저도 기대가 됩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의 이야기. 그들이 말하는 한국 팀 네 명의 선수들이 드디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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