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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동아수영대회 첫 날

동아수영대회가 막이 올랐다. 선수등록을 마친 우혁. 단 한 종목에 출전한다. 자유형 1500 미터. 아직까지 그가 단거리를 하기에는 속도가 기존 선수들에게 미치지 못했다. 다만 오래 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호흡의 문제를 그가 극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도 그 사정은 모르지만…

“힘들었다. 참가 자격에서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대회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영욱은 그에게 다가왔다. 그가 준 종이. 참가 자격에 대한 7번 조항에 이런 게 있었다.

7. 참가자격

1) 전년도 선수등록을 필한 자.

2) 외국국적자인 경우 본 연맹으로 선수등록 신청한 자.

3) 대한수영연맹 선수등록규정에 하자가 없는 자.

4) 위항의 해당자로서 해당학교장 및 소속장의 대회출전 승인을 받아 시.도수영연맹 확인을 받은 자.

그는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1번 조항에 걸린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다. 어떻게 해결했냐는 물음은 할 필요는 없었다. 대회에서 그동안 노력한 것을 보여주는 게 최선의 보답일 것 같았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도 되는데…

“짜식, 꼭 이렇다니까…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도 되는데 말이야.”

오히려 머쓱한 것은 영욱이다. 사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해결한 것은 소속팀도 있었기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소속팀이 없으면 전년도 선수등록에 대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그는 실업팀 하나에게 전화를 걸어 급하게 집어넣었다. 유령선수가 된 꼴이었다.

그래도 그가 이렇게까지 한 것은 그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장거리에서는 어쩌면 대회의 파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감독에게 책임을 진다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야, 너무 조카를 챙긴다. 이러다가 우리 찬밥 되는 것 아냐?”

“그러게, 나중에 따져야겠어. 낙하산보다는 우리가 먼저여야 하는데…”

뒤에서 수근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혁은 돌아보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본 것은 미래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그녀. 안 들릴 수가 없다. 들으라고 한 말인데.

“조용히 좀 해줄래?”

“왜 그래야 하는데?”

“거슬리니까…”

“우리도 입이 달려있는 사람이야. 아닌 걸 아니라고 말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같은 일반부. 그리고 같은 스무살. 뒤에 앉아 있는 김훈과 박찬규는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혁이를 말이다. 그들도 알고 있다. 그의 재능을. 왜 모르겠는가? 훈련장에서 여자들은 그의 외모에 그리고 남자들은 그에 대한 질투로 항상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미래야, 됐다. 그만 해라.”

“무슨 소리야? 저런 소리를 듣고도…”

“나중에 이길 거야. 걱정 마.”

우혁은 참 단정적으로 말을 한다. 그러다보니 적이 많았다. 안 그래도 질투의 시선이 장난이 아닌데, 그의 표현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대 여섯 살 아이마냥 항상 승부욕으로 불타오른다. 자신이 이길 거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쓰니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피대상이다. 지금도 그렇다. 뒤에 앉아 있는 그들은 기분이 나쁘다.

“이 새끼가…”

“좋아, 나중에 보자. 진짜 네가 이기는 지…”

이빨을 가는 그들. 미래는 약간 조심스러운 얼굴이 된다. 늘 이렇게 적이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 언젠가 그의 능력이 만개하면 동료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그는 항상 이런 표현을 써서 적을 만들고 다녔다.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실갱이는 옆에 있는 빛나의 귀에도 들렸다. 그녀는 오히려 우혁이 편이다. 항상 실력 없는 사람들이 저렇게 말만 앞세운다. 그리고 뒤에서 쑥덕거리고. 미래보다는 그녀가 이런 상황을 더 많이 겪어 봤다. 그리고 더 강한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의 편에 설 수 있다. 오히려 그가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를 바랐다.

요즘 들어서 우혁에게 신경이 계속 가고 있다. 그 때부터다. 남아서 훈련을 했던 그 순간. 그리고 자신과 물속에서 경쟁을 하다가 그만 실수로 자신의 가슴을 만졌던 그 시간부터 그에게 마음이 갔다. 때로는 미래가 그의 곁에 머무는 것을 보며 이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감정을 질투라고 해야 하는지…

여러 사람의 마음이 담긴 버스가 드디어 도착했다. 이번에 개최는 서울이다. 경기장에 관중은 매우 적었다. 박태원이 곧 은퇴를 할 예정이라는 보도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싸늘해져 갔다. 국민들도 알고 있다. 아마도 그의 뒤에 그를 이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아마 대한민국 수영은 암흑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첫 날. 우혁은 구경만 잔뜩 하고 왔다. 1500미터는 대회 3일 째 열린다. 그리고 일반부는 8명만이 참가한다. 그게 끝이다. 결국 예선전 없는 결승전 단판 승부이다. 물속에서 30분 넘게 수영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스피드를 끌어올리면서.

대한민국의 수영저변도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그의 선수등록이 쉬웠던 것이다. 8명 중에 3명은 심지어 국군 체육 부대 출신이다. 나머지 5명 중에 국가 대표 2이 김훈과 박찬규. 다른 실업 팀에서 둘이 참가했고, 우혁도 실업팀 소속이기는 하지만 연습은 국가대표들과 같이 한다는 명분으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저변이 좁다 보니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각 실업팀이 아니라 국가대표를 한 곳에 몰아놓고 연습을 시켰다. 외국과는 완전 딴 판이다. 각 지역에 팀이 있고 그 팀끼리 훈련을 하는데, 한국은 여건상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개인 훈련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게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수영 연맹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주곤 하지만 예산을 보았을 때 진짜 유망주이거나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람만 이에 해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태원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수영 연맹과 척을 지고도 최고에 자리에 올랐던 신화를 이룩했으니, 더욱 높이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래? 박태원 선수도 실업팀을 구하지 못한 적이 있었어?”

“응. 수영 연맹이랑 틀어져서 누구도 그를 스폰하지 못했지. 사실 팀이라는 게 그래. 훈련이 목적이 아니라 스폰의 목적이지. 훈련은 항상 우리끼리 합동으로 하고 있잖아.”

미래와 우혁은 항상 이렇게 붙어 다닌다. 공식적인 커플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녀가 그에게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선수들 간에 연애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감독과 코치들은 구두로 이를 엄금하고 있다. 사적인 감정들이 서로 뒤섞인다면 훈련 기강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이 둘의 사이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영욱이다. 처음에 그를 들였던 것은 그녀의 요청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그가 자신의 조카로 되어 있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알렸다. 먼 처조카 된다고. 성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미래랑 너무 붙어 다닌다. 나중에 문제가 될 상황이기에 몇 번 그녀에게는 언급을 했었다. 하지만 늘 저렇다. 효과가 별로 없는 것이다.

“미래야, 너 준비해야 하는 것 아냐? 곧 예선이 있어.”

“아, 네.”

그래도 밝게 대답을 하며 그녀는 일어섰다. 이미 빛나는 출전준비를 끝냈다. 그녀는 뒤늦게 가서 요란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미래에게 결국 한 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충고를 한다.

“너 예선에서 떨어지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

“에이, 걱정 마. 호호.”

친구의 마음을 느낀 미래. 마음속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나 살짝 불안하다. 그녀가 생각해도 이번 훈련은 제대로 소화를 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 불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금세였다. 그녀가 예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자유형 100미터. 주 종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선 탈락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다음에 잘하겠지.”

그래도 우혁은 그답지 않게 위로를 했다. 그로서는 누군가를 격려하고 위로한다는 게 영 어색하다. 항상 받기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위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지나고 보니 후회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동안 연습을 게을리 한 것. 누구 핑계를 댈 필요도 없다. 남자에게 빠져 있었기에 어쩔 수 없던 것 아닌가? 그렇다고 앞으로도 개선이 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이미 그에게 푹 빠져버렸다. 지금의 이 충격이 무소용이다.

“그… 그렇겠지?”

“그럼. 항상 네가 나를 도와줬으니까, 이제 내가 너를 도와줄게. 오늘 남아서 나랑 훈련하고 가자.”

“그럴 수는 없어.”

그의 제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빛나였다. 그녀는 실망했다는 눈초리로 다가왔다.

“대회 기간에는 적당량의 훈련만 하는 거야.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훈련을 많이 해 봤자 역효과만 나.”

“아, 그런 거야? 몰랐어.”

“미래야, 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처음이야. 네가 예선 탈락한 것을 보는 것.”

그녀는 간략하게 나머지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다시 미래에게 시선을 두었다. 절친한 친구다. 그녀의 추락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래서 사실 그녀에게 하는 경고는 자신에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절대 남자에게 빠지지 말자는 다짐.

“그만 해라. 미래도 그러고 싶어서 못한 것은 아니잖아.”

“시끄러. 다 너 때문이야. 네 훈련을 도와주느라 쟤는 자기 시간도 갖지 못했어.”

“뭐?”

“그만해, 빛나야. 그게 왜 우혁이 탓이야? 내가 자청해서 훈련을 도와준 거야. 그만해.”

미래의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제야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결국 그녀는 탈의실로 들어간다. 여기서 눈물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남은 둘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우혁은 억울했다. 사실 도와달라고 말을 해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예선 탈락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말을 하는 빛나가 미웠다.

그녀는 그의 눈을 점점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분명히 방금까지 자신에게 하는 경고를 미래를 통해 하고 있었는데…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얼마 전에 일이 떠오르기까지 해서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니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는 그녀.

“미안해… 그래, 네 탓이 아니야. 내가 잘 못 말했어.”

결국 고개를 숙인 그녀. 의외로 그녀가 버티지 않자 속으로 놀란 것은 우혁이다. 한 마디 더 쏘아 붙이면 자신도 막 퍼부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실탄을 총에 넣고 안전핀을 풀었는데 상대가 항복을 선언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럴 때 그는 약해지고 많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더 강하게, 그리고 약해지면 한 없이 약해지는 게 그가 가진 성격의 집합체이다.

“아냐, 네 말이 맞아. 미래가 떨어진 것은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어쨌든 충고 고마워. 그리고 대신 네가 우승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숙인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삼각관계의 시작인가? 복잡해지는 인간관계의 숲 속에서 우혁이의 고난의 길이 예상된다.

============================ 작품 후기 ============================

자, 자 이제 그만들 하십시오~ 여기 마지막 5연참 나갑니다. 튜브로 치약을 짜내듯이, 그리고 후드러 까셔서 어쩔 수 없이 중노동을 하였나이다. 이제 좀 쉬었다가 분데스리가 코리안 매치 보고 저는 잘까 합니다. 안녕히들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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