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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어제와 다른 오늘

안타까운 결과. 그것은 일수의 눈에서 나오는 눈물로 알 수 있었다. 간발의 차이. 그것이 우승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에서 힘없이 나오는 그를 우혁이 다가갔다.

“잘했다, 일수야.”

일수는 그 말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세계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면 매우 잘한 결과다. 그것도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접전이고 최선을 다한 무대였다. 마지막 터치 한 순간에 0.01초의 반응 속도로 우승과 준우승을 가르기에는 냉정한 평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자도 있어야 하며 준우승도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경쟁 스포츠의 백미인 것이다.

일수는 다른 사람들이 잘 차려 놓은 밥상을 자신이 잘못해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팀원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는지.

우혁 역시 마찬가지다. 알게 모르게 일수에게 부담을 줘 버린 꼴이 되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료. 그래서 편하게 생각을 하고 말을 한 것이다. 종수와 병묵에게는 자신감을 준 이유가 아무래도 같이 생활하는 정도가 그보다 덜했기에, 그래서 그들에게는 격려를 그리고 지금 나온 자신의 친인에게는 살짝 부담을 주는 것으로 선택한 것인데 그가 힘들어 하고 있다. 후회가 되었다.

“일수야, 진짜 너 잘한 거야.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그래? 부담 주려고 한 것 아닌데.”

“형, 진짜 고생하셨어요. 제가 더 격차를 좁혀버리는 바람에…”

이번에는 병묵까지 나섰다. 그 역시 격차를 약간 좁혔기 때문에 자신 때문에 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마지막 주자였다면 아마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하지 못했을 거예요.”

“맞아요. 형, 우리 넷 중에 제가 제일 떨어진다는 것 알아요. 우혁이 형이 격차를 벌렸을 때 제가 조금만 더 벌렸다면…”

“이것들이? 그만 해. 다 못 했다네. 하하하. 내가 속상해 하는 줄 알았지? 이런 표정하면 진책임을 좀 벗어날 것 같아서 연기했다, 크크큭.”

일수의 반응. 역시 성격이 좋다. 자신 때문에 모두들 이렇게 반응이 있자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줄 요량으로 일부러 표정을 밝게 하고 있다.

“뭐야? 속았잖아요. 하하하.”

“에이, 난 또, 걱정했네요.”

우혁만이 알고 있다. 그가 일부러 저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아마 자책감은 안으로 새기고 있을 것이다. 그의 그 자책감이 힘이 되어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속으로 바라는 그다. 어쨌든 일수는 훌륭한 경쟁자이자 동반자이기 때문에.

일단 더 말은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사람을 잘 다루는 일은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니다. 어설피 말을 했다가 그의 자존심을 더 건드리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후에 역시 영욱이 나섰다. 그리고 그와 만나고 온 일수는 한층 기분이 나아진 상황이다. 뭘 어떻게 마술을 부렸는지는 몰라도 우혁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감독의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형, 내일 나 100미터 우승할 거유.”

“응?”

“조심하라고요. 아마도 100미터 금메달 딸 사람은 나니까.”

“그… 그래.”

“어? 그건 형의 원래 모습이 아닌데. 좀 더 시크하게 대답을 해야 하는데?”

장난까지 걸 정도이다. 어떤 조화를 부렸을까? 부럽기 그지없다. 자신도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태생이 이런 걸 어찌하겠는가? 남을 잘 달랠 줄도 모른다.

다음날 선수단에 찾아온 사람. 100미터 예선을 치르고 온 우혁은 지미를 보게 되었다. 걷는 것은 불편했지만 매우 큰 부상은 아니란다.

“얘가 응원을 하러 왔단다. 그러니까 얘 몫까지 좀 부탁해.”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웠던가? 그리고 태원은 엄한 모습에서 약간 태도를 내려놓으려고 했는지 선수단에 지미의 의지를 전했다.

지미는 어제의 결과를 보고 대단히 감명을 받았다. 팀으로의 모습. 그는 제 잘난 맛에 살아왔는데, 서로 어우러져 우승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거둔 그 성적이 더 값어치 있게 보였다. 그리고 보탬이 되고 싶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물론 그런 것을 표현해낼 줄 모른다. 다만 우혁보다 나은 상황은 그가 훨씬 어리다는 점. 그래서 더욱 그 성격을 고치기에는 쉬운 시기다. 이런 시기에 태원이 엄하게만 다가가고 꾸짖고 있으니 모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영욱이 충고를 한 것이다. 한 번 부드럽게 다가가 보라고.

어제 둘은 대화를 많이 했다. 입원실에서 태원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타박이 아니라 보살핌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마침 지미의 어머니도 와서 알게 된 사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삐뚤어지기까지 그 상황을 알게 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상한 것이 인간관계에서 한발자국 물러서면 다가오는 게 상대편이다. 다가올 틈을 준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태원이 마음을 비우고 그와 대화하자 의외로 여린 면이 많았다. 그리고 남들에게 한 행동은 결국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라는 것을 느꼈다. 그 관심을 받고자 시선을 끄는 게 별로 좋은 방법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100미터 결승이 시작이 되었다. 4번 레인이 미국의 조이 로덕션. 역시 예상대로 예선을 1위의 성적으로 결승에 올라 왔다. 3번 레인이 우혁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5번 레인이 일수였다. 하루 사이에 그를 변하게 한 영욱의 마법. 역시 스포츠에서 멘탈은 대단히 중요한 것 같았다. 한 번의 껍질을 또 깬 그의 분전이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오늘 분위기 좋죠? 예선 2위와 3위가 다 한국 선수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계영을 할 때에도 보니까 미국의 조이 선수를 최우혁 선수가 눌렀습니다. 비록 개인 경기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것을 증명한 거죠.”

“장일수 선수도 오늘 좋은 결과를 낼 것 같은데요. 저 선수가 원래 제 2의 박태원 선수라고 불렸지 않습니까?”

“하하하. 쑥스럽네요. 뭐, 어쨌든 제 2의 라는 말은 이제 요즘에 더 이상 통용되는 말이 아닌 것 같아요. 모두들 제 1의 최우혁, 제 1의 장일수죠, 뭐.”

“하하하. 겸손하시네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출발했습니다.”

요즘 이들의 대화가 서로 재미있나 보다. 자꾸 출발신호까지 놓치면 방송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100미터 출발의 신호에 맞추어 그들은 다시 집중 모드로 바뀌며 게임의 진행을 하고 있었다. 1500미터와는 달리 빨리 끝나기 때문에 김선주의 말이 더 빨라지는 것 같았다.

“최우혁 선수가 앞서나갑니다. 앗, 다시 미국의 조이 러덕션 선수에게 역전 당했습니다. 아아, 장일수 선수, 장일수 선수가 갑자기 힘을 냅니다. 장일수 선수, 장일수 선수. 50미터 턴까지 가장 앞섰습니다.”

“대단하네요. 하루 만에 더 성장한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무대에서 활약을 하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네요.”

“그렇습니다. 선두는 계속 장일수 선수. 앗, 최우혁 선수가 장일수 선수의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미국의 조이 로덕션 선수가 쳐지고 있습니다. 금메달이 보입니다. 둘의 경쟁. 어쨌든 한국 선수들의 경쟁으로 금메달, 그리고 은메달까지 둘 다 가지고 올 것 같습니다.”

“누가 이길지 도저히 알수가 없습니다.”

“30미터 앞입니다. 아직은 장일수 선수가 더 앞서있습니다. 최우혁 선수의 막판 분전. 그러나 쫓아가지 못하느냐? 아아, 따라 붙습니다. 거의 비슷합니다. 20미터 남았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기쁩니다. 정말 기쁩니다. 우리나라 선수끼리 우승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10미터 남았습니다. 과연 누가… 아아, 5미터, 터치했습니다. 1위는 누군가요?”

“장일수 선수네요. 장일수 선수가 금메달입니다.”

우혁으로서는 아쉽지만 기꺼이 축하해주었다. 서로 포옹을 하는 일수와 그의 모습. 한국 수영 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은 어제와 다른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스포츠다. 어제 우승을 맛보았던 주인공 조이 로덕션. 그리고 그가 포함된 미국 팀에 승리를 다시 빼앗아온 한국의 두 수영 영웅. 오늘의 이 결과는 앞으로의 밝은 내일을 예고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점심 식사 맛있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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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ash! - Splash-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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