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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훈련장에 이는 따뜻한 바람

영욱이 우혁이를 받아들인 것은 매우 객관적인 결정에 기인한다. 그의 잠재력 때문이다. 그 날 어쩔 수 없이 그를 테스트 해 보았고, 그는 이 스무 살의 까칠한 남자에게 큰 가능성을 느껴 버렸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 하지만 손을 좀 봐준다면 대단히 크게 성장할 것 같았다.

물론 지난날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객관성에 근거해서 그를 테스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을 했기에.

미래가 그를 데리고 왔을 때에는 신체조건으로만 판단을 했었다. 그리고 전혀 모르는 얼굴. 대한민국에서 수영 잘 한다는 유망주들 중 그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생소하다는 것은 어디서 어중이떠중이 하나를 데리고 온 것으로 생각했다.

“진짜 수영을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된 것 맞아?”

다음날부터 그에게 훈련을 하러 오라고 말한 영욱. 그리고 지금 유소년들과 같이 그는 훈련을 받고 있다. 유소년들이라고 하지만 미래가 촉망되는 인재들이다. 제 2의 박태원을 꿈꾸는 아이들. 그래서 연맹이 투자 차원에서 각 초등학교의 인재들을 수업까지 빼서 데리고 와 훈련을 시키고 있다.

영욱의 옆에는 미래가 기쁨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서있다. 자신을 향한 질문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목소리에는 한껏 흥분감이 섞여 있다. 마치 자신의 일인 양.

“맞아요, 대단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혀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 역시 다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코치 하나가 그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이 맞는 게 교정을 하는 즉시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완벽한 자세가 되었다. 나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가 저렇게 빨리 교정이 된다는 것은 아예 습관이 없었다는 말과 같다.

“흠. 그렇다면 정말 아쉽군.”

“뭐가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했다면 태원이 못지않았을 텐데…”

20세. 많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은 나이이다. 하지만 수영선수에게는 아니다. 이십대 중반이 은퇴시기인 그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나마 이런 평가를 하는 이유도 그의 잠재력이 뛰어나서이다.

“미스테리야, 정말. 호흡이 그렇게 긴 사람은 처음 봤단 말이야…”

“맞아요. 재보지는 않았는데 2분은 넘지 않았나요?”

“2분이 뭐야? 5분은 된 것 같았어.”

“에이, 설마…”

실제로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 과장이 섞였긴 했지만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2분이든 5분이든 참았다는 게 중요하니.

“스타트는 잘 가르쳤네. 정말 깨끗한 폼이야. 군더더기가 없어.”

“그죠? 나 선수생활 끝나고 지도자도 잘 할 것 같지 않아요? 히히.”

밝게 웃는 그녀의 모습. 그 역시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농담인 것을 알지만 진짜 그녀가 가르친 것이라면 인정을 해야 했다. 둘 중 하나다. 그녀의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습득력이 뛰어난 것인지.

그러다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의 임의대로 여기서 훈련을 받게는 했지만 아직 산이 몇 개나 더 남아있었다. 국가대표나 그에 준하는 선수들이 연습하는 곳이다. 전혀 생소한 인물이 여기서 연습을 시작하면 당연히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할 수밖에 없다. 벌써 다른 선수들이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누군지 묻기도 했다.

“그냥 아는 친척…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잠시…”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수영 코치 중에서는 그가 가장 권한이 높다. 하지만 그 위의 감독이 있고, 아직 모르는 상태다. 임의로 사람을 들인다는 것을 허락 받지 않았다. 오늘 감독을 만나서 이야기할 예정인데 잘될지는 모르겠다. 자신 역시 처음에 그를 거절하지 않았던가?

“미래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또 있다. 박빛나. 그를 아는 또 하나의 여자. 오늘 오전 스케줄이 있던 그녀는 이제야 도착했는데, 우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 코치와 미래가 있는 곳으로 와서 이렇게 물으니 둘은 화들짝 놀랐다.

“빛나야, 이리 와봐. 잠시만…”

결국 미래가 그녀를 데리고 라커룸으로 향한다. 감독의 허락이 있을 때까지 선수들은 모르는 게 낫다. 먼저 이상한 소문이 터지면 큰일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를 쉽게 치고 들어오는 낙하산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테니…

“뭐? 진짜?”

“응. 일단 코치님이 훈련을 허락하셨어. 친척인척 하고 있어. 나중에 감독님께 따로 허락을 받을 거래.”

“그 정도야? 조코치님 눈에 들 정도란 말이야?”

빛나는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알기로도 영욱은 인망이 좋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융통성도 있었고 카리스마 또한 갖췄다. 차기 감독으로 물망에 오르기까지 한 그가 인정을 했다고 하니 안 믿을 수도 없었다.

“응. 잠재력만. 아직까지는 한참 못 미치지. 그러나 두고 봐. 이번 대회에서 큰일을 내게 만들 거야.”

그녀의 의지에 가득 찬 눈. 하지만 빛나는 그녀가 아슬아슬하다. 본인이 더 급한데 남을 챙기는 것 같아서 말이다.

“너는? 너는 이번에 큰 일 안 낼 거야?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너야말로 급해.”

“그… 그렇지? 맞다. 연습하러 가자. 자, 고고씽.”

급하게 나가는 미래를 보며 빛나는 고개를 젓는다. 남자에 푹 빠져 있는 자신의 친구. 사실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근근이 국제대회를 같이 나갔는데, 이번에는 정말 불안하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도 많은데 말이다.

‘다행인 점은 있네.’

밖으로 나가보니 방금 우려했던 그 후배들이 훈련을 하다가도 우혁을 쳐다본다. 힐끔 보는 여자들도 있지만 대놓고 보는 이들도 많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데 그녀들을 탓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중고등학교 나이 때에는 한창 잘생긴 남자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런 시선에도 우혁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지금 오직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있다. 수영을 배우는 것. 그리고 세상에 인정을 받는 것. 그것 하나를 위해서 배우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유소년들과 같이 배우는 것은 창피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 입문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이들은 선배가 아닌가? 그가 겸손한 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그 이상의 중고등부 또는 일반부와 같이 연습한다는 것도 자신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는 다리가 찢어진다. 나중에 황새로 변하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물살을 가르리라.

“자, 오늘 훈련 끝!”

호루라기를 불며 코치의 해산 명령이 떨어졌다. 유소년들이 기쁘게 물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성장기이니 훈련은 짧고 강하게 끝마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부족하다. 그는 더 훈련을 하고 싶어 했다.

유소년을 가리키는 코치는 그에게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휴식 시간이다. 영욱이 시켜서 그를 약간 봐주는 거지만 자신의 개인 시간을 더 빼앗기고 싶지는 않았다. 남아 있는 그를 두고 나가는 코치.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물 밖으로 나가자 이제 홀가분하다. 자유롭게 물살을 헤칠 수 있는 시간. 앞으로 나아가는 우혁. 왼팔을 돌리고 오른팔로 위 젓는다. 양쪽 팔이 교대로 물 안과 물 밖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다리는 자연스럽게 물장구를 치고 있다.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이 안정적인 자세다. 멀리서 그것을 보는 영욱. 우혁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무릎을 굽혔다. 아직 턴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잠시 수영장 가장자리 끝에 와서 그는 얼굴을 내밀었다.

“이 봐, 이제 그만 하지.”

“더… 하고 싶습니다.”

“휴식도 훈련이야. 일단 쉬어. 오후에는 내가 봐줄 테니…”

그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휴식을 취하면서 해야 한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고집 센 그라도 이 충고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물 밖으로 나오니 역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문제는 그 시선에 질투와 시기도 담겨 있다는 점이다. 기분 나쁘게 너무 잘생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얼짱인 미래와 같이 다닌다. 당연히 그녀를 속으로 짝사랑하는 남자 선수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지금도 그렇다. 미래는 절친인 빛나와 함께 그에게 다가갔다. 오전 훈련이 끝난 이들. 이제 점심 식사시간이다. 한시도 그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나 보다. 이번에는 그녀들에게 질투의 시선이 쏘아진다. 하루 만에 이 수영장 대부분의 여인들이 마음을 빼앗겼던 사내다. 우혁에게 붙는 두 여인들에게 고운 시선이 가겠는가?

“밥 먹으러 가자, 우혁아.”

그는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 그녀를 향해 웃었다. 너무나 환상적인 미소다. 곁에 있던 빛나조차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마구 심장이 떨렸다. 그녀는 드디어 비로소 미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왜 그녀가 그에게 푹 빠졌는지…

억지로 돌린 시선. 그의 웃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왜 그가 다시 보고 싶을까? 봄바람. 훈련장의 여인들에게 훈풍이 분다. 한 남자로 일어난 따뜻한 바람이다.

============================ 작품 후기 ============================

어이쿠. 쿠폰까지... 힘 닿는 대로 연참을 해야겠네요^^

그리고 이 소설은 실제 인물과, 사건, 그리고 집단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반드시 알아주시고 읽어주십시오^^

때문에 훈련장에서 이루어지는 훈련이 정상적인가? 또는 이렇게 모이는 게 가능한 것인가? 요런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현실에 맞추려고 해 보겠지만, 국가 대표가 아닌 한 전혀 모르고 있으니 그냥 상상력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것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또 쓰러 가겠습니다. 이따가 연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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