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회 - 미래를 향한 포석
박수 소리가 조금 잦아들자 황제국은 다시 마이크 앞으로 움직였다. 그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상은 저는 물론이고 <토템 워> 개발팀, 그리고 저희 뉴퀘스트와 한국에 있는 게임팬분들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렇게 올해의 게임에 오르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분이라면 저와 똑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만드는 일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 제작은 괴롭기도 합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미리 알 수도 없고, 재밌고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 명확한 방법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과 팀을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상식 방청객들도 대부분 게임 개발자였다. 그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저는 정말 운이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개발자 여러분들은 아마 게임에 관해서라면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일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퀘스트 이전에 어떤 한국 게임이 있었는지 아마 전혀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예전부터 게임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살아야만 했습니다.”
황제국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오로지 꿈과 열정만으로 살았던 90년대 한국의 게임 개발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당시 한국에선 몇 달 동안 힘들게 게임을 개발해도 유통사에서 겨우 푼돈이나 받는 일이 흔했습니다. 월급은 밀리기 일쑤고, 돈 대신 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분들은 오직 게임이 좋아서, 게임 개발이 좋아서 자기 삶을 바쳐가며 게임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경제적 보상이라곤 없었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했습니다. 그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게임 개발 문화를 이어가고, 지켜오셨기 때문에 오늘의 저와 뉴퀘스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청석에서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야근과 박봉에 시달리며 어렵게 게임을 개발하거나, 월급이 밀리거나 하루아침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해고되는 등 어려움 속에서 오직 게임에 관한 꿈으로 살아가는 게임 개발자들이 많이 있었다.
“저는 운 좋게 인터넷 시대에 게임을 개발해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마음껏 만들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항상 이 행운을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게임 문화 발전을 위해, 더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연설을 마친 황제국이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했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방청객들이 모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황제국이 세레모니로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최고의 순간이었다.
뉴퀘스트가 GDC에서 4관왕에 오르고 GOTY까지 수상했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많은 웹진에서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GOTY를 수상한 <토템 워>를 낱낱이 분석하는 기사를 냈다. 퀘스트.tv의 바람을 타고 순항 중이던 <토템 워>는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한국에서는 게임 개발자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GDC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데 뉴퀘스트 덕분에 오히려 GDC와 GOTY가 유명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 무엇으로 게임을 평가하는가? 소비자 평가? 중요하지. 웹진 리뷰? 물론 중요함. 하지만 역시 게임을 제일 잘 아는 건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 아닐까?
- 그럼그럼. 영화제도 보면 심사위원들은 영화감독들이고, 신춘문예도 보면 유명 소설가들이 심사해서 뽑잖아요. 그럼 게임은? 당연히 업계 사람들이 보는 눈이 제일 정확하죠.
- 근데 이건 누가 봐도 <토템 워>였죠. 그냥 그래픽만 보기 좋은 MMORPG도 아니고.
- 그러기엔 경쟁작들도 워낙 만만치 않아서. 경쟁작들이 쫌 후졌으면 운 좋았다 소리 할 수도 있겠는데 이번엔 아니지 ㅎㅎㅎ
- 미국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게임으로 뽑힌 거니까 아예 얘기가 다르다고 봅니다. 이건 뭐랄까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이런 거 탄 거랑 비슷한 거라.
- 오~~, 그렇게 얘기하니까 바로 알겠네요.
- 혹시 나중에 진짜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상 타고 하는 날이 올까요? 막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도 타고?
- 꿈 깨세요 ㅋㅋㅋㅋ 한국 영화가 무슨 아카데미????
- 그러게요 ㅋㅋㅋ 아카데미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 게임으로 상 탔는데 왜 영화에다 비교해요. 왜요? 아예 빌보드 차트에서 막 1위도 하고 그러지?
- 그러게 ㅎㅎㅎ 한국 영화계에 갑자기 황제국이 나타나면 모를까. 앞으로 100년은 걸릴 듯?
- 모르죠. 황제국 같은 천재가 또 태어날지도 ㅎㅎㅎ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GDC GOTY 수상 이후 <토템 워>는 새로운 게이머 유입이 대폭 늘어났다. 동시에 매출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신이 난 건 하워드였다.
“올해 <토템 워> 2차 글로벌 진출까지 성공하고 이대로 쭉 이어간다면, 진짜 매출액 1조 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유럽, 그리고 중국과 일본, 그다음이 대만, 러시아, 인도네시아죠?”
“네, 차곡차곡 준비 중입니다.”
2004년 <토템 워> 런칭과 마케팅에 공을 들였던 황제국은 2005년에는 본격적으로 <토템 워>를 세계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했다. 그전까지는 유럽에서도 모두 영어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토템 워>는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다.
서구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동양 판타지 컨셉이니 언어부터 최대한 현지화에 신경 쓴다는 전략이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토템 워>의 텍스트는 보통 게임보다 분량이 몇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뉴퀘스트는 이제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큼 성장했다. 다양한 언어 지원은 차후 중남미 대륙까지 진출하기 위한 대비이기도 했다.
황제국은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서비스 레벨도 계속 높여나갔다. 뉴퀘스트는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유명 서체 디자인 회사와 계약을 맺고 게임에서 사용할 전용 폰트 개발에도 착수했다.
폰트가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데도 보기 좋은 한글 폰트가 너무 부족했다. 황제국은 <토템 워> 분위기에 맞는 서체는 물론, 게임에서 채팅할 때 작은 크기로도 또렷하면서도 예쁘게 보이는 채팅용 폰트까지 개발을 의뢰했다. 모든 것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끝없는 과정이었다.
황제국은 <토템 워> GOTY 수상을 자축하는 의미로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경험치 두 배 이벤트 및 매일 접속 보상을 늘리고, GOTY 기념 의류를 판매하고, 새로운 미니 레이드 컨텐츠를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2005년 4월이 되자 <토템 워>를 출시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토템 워>는 출시 6개월 만에 1,500만 회원을 넘어서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게임이 성공하자 연관 사업도 늘어났다. 스토리랩은 작가를 고용해 <토템 워> 신화와 방대한 설정집은 물론, 중요 캐릭터와 레이드에 기반한 소설을 준비했다. 장경일 역시 비주얼 아트북과 만화를 준비 중이었고, 오공실업은 다양한 캐릭터 피규어와 캐릭터 액세서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한동안 <토템 워>에 집중하느라 다른 게임을 상세히 살피지 못했던 황제국은 2005년 1분기를 지나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는 다른 IP들의 상황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놓치고 있던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발굴할 생각이었다. 마침 유필승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영건 블러드 2>요?”
“네, 대표님. 전디(전유진 디렉터)님이랑 얘기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인데 괜찮은 것 같습니다. 게임 무대를 유럽으로 옮기는 겁니다. <영건 블러드>의 스팀펑크 세계가 유럽이라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걸 상상하다 보니까 새로운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뉴퀘스트는 <어둠 속으로>를 개발할 때 사이드 프로젝트를 잘 활용해 큰 효과를 봤다. 이후 PM의 허가를 얻으면 누구나 업무 시간에서 최대 20% 한도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PM 유필승은 라이브팀 사람들 몇 명과 스토리랩의 도움을 받아 퀘스트 엔진2 기반으로 <영건 블러드 2> 기획안을 만들고 있었다.
“장건은 다시 독립군의 의뢰를 받게 됩니다. 파리에서 열강들끼리 평화회의가 열리는데 여기에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게 임무입니다. 장건, 황산, 이수련과 왕소현 등 주요 캐릭터가 다시 등장합니다. 스팀펑크 스타일로 꾸민 파리, 런던, 베를린 등 유럽의 도시를 배경으로 새로운 캐릭터도 다수 등장하구요. 물론 스킬과 모션 등도 훨씬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헤이그 밀사 사건을 모티브로 하셨군요. 무대를 스팀펑크 스타일의 유럽으로 옮긴다. 아이디어 괜찮은데요?”
황제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건 블러드>는 부분 유료화를 도입하며 다시 게임에 피가 돌고 있었지만, 이제 출시한 지 7년이 넘어 그래픽과 시스템 등이 많이 뒤처져 있었다.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대도 바뀌고, 새로운 엔진과 시스템으로 훨씬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어요. 계속 발전시켜 보죠. 그리고 기왕 2편을 기획하는 김에 그 뒤까지 생각해 보세요.”
“3편까지 동시에 말씀인가요?”
“아니요. <영건 블러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MMOFPS를 만드는 겁니다. MMORPG처럼요. 한국, 일본, 만주, 러시아, 유럽 등 거대한 스팀펑크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게임을요.”
“MMOFPS요?”
“게이머는 장건처럼 자유로운 해결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독립군에 가담하거나, 중국 군벌 혹은 마적이 될 수도 있죠. 심지어 일본군이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철저히 게이머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스팀펑크 오픈월드 MMOFPS를 만드는 겁니다.”
“아아아···!”
감탄하던 유필승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토템 워> 개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토템 워> 개발에 얼마나 큰 공력이 들었는지 옆에서 지켜보며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오픈월드 MMOFPS라면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듯했다. 황제국도 유필승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눈에 보였다.
“너무 앞서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MMOFPS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제 생각에 퀘스트 엔진2로 <영건 블러드 2>를 만들고, 퀘스트 엔진3가 나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MMOFPS를 추진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제목은 일단 가칭으로 <영건 블러드 월드> 정도로 할까요?”
“아, 네. 좋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영건 블러드 2>와 함께 <영건 블러드>를 MMO 게임으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에 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건 블러드 2>는 2007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영건 블러드> 10주년인 2008년에는 MMO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제 뉴퀘스트에서 신작 기획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황제국이 하자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기획, 개발, 네트워크, BM, 재무, 마케팅, 홍보, 라이선스 제품화, 게임 커뮤니티, 출판/영상화 등 미디어 믹스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관련 팀과 사전 논의가 필수였다.
그만큼 속도는 느려지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게임을 검증해 볼 수 있었다. 각 부서는 자기들의 눈으로 게임의 재미를 평가하고,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물론 프로젝트의 성사 여부는 결국 황제국의 판단과 의지에 달려있었지만 그만큼 참고할 수 있는 의견도 늘어났다.
새로운 맵개발 툴을 공개해 사람들의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젤리 러쉬>는 전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민소영은 안경을 쓴 펭귄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손을 잡고 <젤리 러쉬> TV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었다.
“<젤리 러쉬>는 전연령에게 사랑받는 게임이지만 영상물을 만든다면 역시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젤리 러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조금 크면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TV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면 아이와 부모, 청소년, 성인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선택이네요. 제작사도 믿을 수 있고. 영화 단계까지 성공하면 다음에는 늘 꿈꾸던 걸 만들어 보죠.”
“설마··· 젤리 러쉬 랜드를요?”
민소영의 질문에 황제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칭 ‘젤리 러쉬 랜드’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 <젤리 러쉬>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였다. 민소영이 젤로 운동회 이후 늘 꿈꾸던 기획이었다.
게임 속에서 인기 있는 맵을 아이들이 직접 달리면서 몸으로 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어트랙션으로 만들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입구에는 코엑스에서 전시했던 초대형 젤로를 세우고, 모든 가게와 거리를 <젤리 러쉬> 스타일로 꾸민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테마파크를 만드는 건 게임을 제작하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부동산이 얽혀 있기 때문에 투자자금 규모가 어마어마했고, 어트랙션 설계와 제작은 물론, 테마파크 운영까지 생각하면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렇지만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황제국은 게임은 물론 TV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통해 <젤리 러쉬> IP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 파악해 보기로 했다. 게임 인구가 아무리 늘어도 TV 시청 인구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애니메이션은 <젤리 러쉬>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데려다 줄 비밀 무기였다.
황제국이 <토템 워>에 매진하는 사이, 회사에서는 다른 IP들도 그에 못지않게 커다란 프로젝트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 뉴퀘스트는 황제국이 이진수와 머리를 맞대고 퀘스트 엔진을 만들고, 고개만 돌리면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동아리 시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구성원도 훨씬 늘어나 스타타워에 오피스를 추가로 빌리고, 그것마저 부족해서 주변의 다른 건물까지 빌려야 했다.
“이제 우리도 슬슬 사옥을 마련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네요.”
“동감입니다. 임대료가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다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일하는데 효율이 너무 떨어집니다.”
“신사옥 추진팀 만들어서 바로 추진해 주세요.”
하워드가 중심이 되어 신사옥 추진팀이 만들어졌다. 하워드는 비밀리에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만나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사옥 부지를 보러 다녔다. 그는 몇 개의 후보지를 선정했고, 황제국은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는 700평대 부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대표님은 새로운 기업 문화와 게임 문화까지 선도할 수 있는 사옥을 원합니다. 건축비는 1,500억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사옥을 원하는 만큼 설계비 역시 아끼지 않을 겁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황제국은 그가 그리는 신사옥의 밑그림이 뚜렷했던 만큼 그에 걸맞은 건축설계사를 찾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뉴퀘스트 서울 신사옥은 지상 20층, 지하 8층 규모의 초특급 프라임 오피스 빌딩을 목표로 설계를 시작했다.
뉴퀘스트는 회사 안팎으로 새로운 시대를 향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황제국에게 정부기관에서 미팅 요청이 들어왔다.
“대표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표님을 뵙고 싶다며 미팅 요청을 해왔는데요.”
황제국은 듣자마자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아, 이제 시작할 때가 됐나 보네요.”
“네?”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미팅 잡아 주세요.”
며칠 후, 황제국은 문화체육관광부 사람들과 만났다. 황제국이 받은 명함에는 ‘지스타(G-STAR) 조직위원회’라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