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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회 - 스토리는 누가 써?

“우와! 이게 다 뭐야?”

새 컴퓨터와 게임 콘솔을 설치한 뉴퀘스트 동방을 보자 차현주가 탄성을 질렀다. 새로운 장비와 함께 동아리에도 새로운 활력이 돌았다.

전에는 주로 황제국과 이진수가 일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 오종석과 차현주도 동방에 자주 나타났다. 오종석은 집에 없는 콘솔 게임을 하느라 바빴고, 차현주는 새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다. 다 같이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도 개통했다.

그렇지만 책상 2대에 컴퓨터 4대와 TV까지 올려 두려니 자리가 좁고 불편했다. 책상과 바닥은 온갖 전선과 코드가 뱀처럼 꼬여 어지러웠다.

결국 참지 못한 차현주가 황제국과 함께 재활용 센터 몇 군데를 돌아 TV 받침대, 장식장, 책장 그리고 작은 소파까지 마련했다.

차현주는 조금 낡은 장식장을 미술용 스프레이로 까맣게 칠했다. 그러자 낡은 오디오 장식장이 완벽한 콘솔용 랙(rack, 선반)으로 변신했다. 말끔해진 장식장을 보고 황제국도 감탄했다.

“오, 차현주. 역시 미대 포스.”

“훗, 내가 쫌 하지?”

동방 구석에 따로 콘솔 존이 마련되었다. 새로 산 29인치 티비 옆에는 랙에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64, 드림캐스트가 차례대로 놓여 있었다. 차현주는 내친김에 ‘뉴퀘스트’ 동아리 명패까지 만들어 달았다.

오종석은 애지중지하는 게임 타이틀을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견출지를 붙여 번호를 매겼다. 그는 엑셀로 ‘뉴퀘스트 자산 및 회계 관리’ 파일을 만들고 새로 구매한 것들의 목록과 구매 가격까지 빠짐없이 적었다.

동방 중앙에는 큰 책상 두 개를 마주 보게 붙여놓고 컴퓨터 4대를 놓았다. 개발을 담당하는 황제국과 이진수가 한 책상을 쓰고, 콘텐츠를 담당하는 오종석과 차현주가 반대편 책상을 썼다.

“이제야 진짜 게임 개발 동아리방 같네.”

“그러게. 역시 뭐든 장비 세팅이 중요해.”

몇백만원이 한꺼번에 나갔지만, 황제국은 동아리방을 보며 몹시 만족했다. 뉴퀘스트 멤버들도 모두 대만족이었다.

게임 엔진에 골몰하고 있던 이진수에게 콘솔 게임은 새로운 자극이었다. 그는 오종석이 드림캐스트로 <버추어 파이터 3(Virtua Fighter 3)>를 하면 뒤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화면을 유심히 관찰했다.

황제국은 오직 당대 최고의 3D 그래픽을 구현한 <버추어 파이터 3> 하나 때문에 드림캐스트를 구매했다. 96년에 나온 <버추어 파이터 3>는 움직임에 따라 옷이 펄럭이거나 땋은 머리가 흔들리고, 사실감 넘치는 질감과 텍스처에 표정 변화까지 만들어 내는 등 엄청난 기술을 선보였다.

“드드득.”

“으악! 깜짝이야.”

이진수는 화면을 보다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자기 자리로 돌아가 코딩을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이진수가 보고 있다는 걸 모른 채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오종석은 깜짝 놀라곤 했다.

이제 뉴퀘스트는 스팀펑크 만주 웨스턴 FPS의 본격적인 설정 작업에 들어갔다. 황제국은 정규 개발 회의에서 가이드라인부터 정했다.

“이건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야. 그만큼 만주와 그 시대 느낌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해. 그런데 동시에 이 게임은 SF 판타지를 가미한 스팀펑크야. 1930년대는 물론 현대에도 없는 오버 테크놀로지가 등장하지.”

“뭔가 극과 극이네.”

“<천공의 성 라퓨타>는 19세기 서양을 배경으로 스팀펑크를 자연스럽게 연출했지. 그런데 우린 동양에, 만주가 배경이라 더 어려울 거야.”

“산 넘어 산이구나.”

“그래도 유리한 점은 있어.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판타지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멋지게 총싸움을 벌이는 게 핵심이야. 진짜 1930년대 만주를 재현하는 게 목표가 아니야. 만주는 만주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상의 공간이지.”

“실존하지만 가상의 공간이다?”

“그래.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은 최소한의 모티브로만 삼아야 해. 30년대 만주는 만주국, 일본 관동군, 여러 지역 군벌들, 그리고 러시아 군대와 우리 독립군이 짬뽕 된 어수선한 시대였어. 그런 특징적인 요소 몇 가지만 취하고, 나머지는 우리만의 상상력으로 채우자.”

황제국의 목표는 뚜렷했다. 독창적이면서 재미있는 FPS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고증은 최소한의 느낌이면 충분했다. 또한 30년대 만주는 여러 나라와 민족이 얽혀 있어서 자칫하면 게임과 상관없는 역사적 논쟁에 휘말릴 우려도 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역사는 최소한의 껍데기만 남기는 것이 좋았다.

황제국은 구상 중인 게임의 대략적인 시스템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내 생각대로라면 사람들은 우리 게임을 주로 멀티플레이로 하게 될 거야.”

“늘 얘기하던 PC방에서 말이지?”

“그래. 방식은 이래. 사람들이 PC방에서 우리 게임 서버에 접속해. 그리고 3:3이나 5:5, 혹은 10:10 등 원하는 인원수를 정해서 팀을 맞추면, 서버가 알아서 비슷한 수준의 다른 팀을 찾아서 매칭해주지.”

“그럼 죄다 모르는 사람들하고만 하는 거야?”

“그건 아니야. 친구를 설정해서 팀 전체나, 팀 일부를 친구랑 할 수 있지. 아예 친구들끼리 팀 대항전을 할 수도 있고.”

“오, 그거 재밌겠다. 우리 경영학과에도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 좀 있는데. PC방에서 5:5로 붙으면 완전 이 악물고 하겠는데?”

“내가 바라는 게 바로 그런 거야. 혼자서도 참여할 수 있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할 수도 있고. 한 게임은 10~15분 정도로 너무 길지 않게, 게임 진행이 빠르고 박진감 넘쳐야지.”

“질문! 그럼 이 게임은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개발하는 거야?”

차현주가 물었다.

“<퀘이크> 해보니까 멀티플레이면 싸우는 공간이랑 무기 정도만 좀 특색있게 꾸미면 될 거 같은데? 난 좀 더 다양한 거, 비행선이나 증기 기관으로 움직이는 전차 같은 거도 스케치하고 있는데, 그럼 다 배경으로만 쓰이는 거야?”

“좋은 질문이야. 답을 하자면 그렇지 않아. 네가 구상하는 기계 장치들은 게임에 적합하다면 싱글 플레이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일 거야.”

황제국은 차현주의 우려를 씻어주며 말했다.

“게임이 자리를 잡으면 대부분 멀티 플레이를 즐길 거야. 하지만 멀티플레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싱글 플레이를 해봐야 해. 그래야 캐릭터의 특징과 관계를 이해할 테니까.”

“캐릭터?”

“응, 다들 이번에 <판타지 삼국지> 설정 작업했던 거 기억나지?”

“응, 당연하지.”

“아직 한 달도 안 됐어.”

“거기에 보면 관우, 장비, 여포 같은 영웅들이 등장하잖아. 그리고 영웅을 선택해서 스테이지에 불러내서 싸울 수 있고.”

“응, 그랬지.”

“우리 FPS도 마찬가지야. 우리 게임은 멀티 플레이를 할 때 게임 캐릭터를 선택하게 할 거야. 내가 간단하게 예를 들어볼게. 이 지우개를 캐릭터라고 생각해 봐.”

황제국은 책상 위에 놓인 차현주의 지우개 더미에서 지우개를 몇 개 집었다. 그는 지우개를 일렬로 줄을 세워놓고 그중 파란색 지우개를 집어 들었다.

“자, 여기 이 깨끗한 지우개를 주인공이라고 해보자. 주인공 A는 현상금 사냥꾼일 수도 있고, 민병대나 보안관일 수도 있어. 아니면 사연이 있는 마적일 수도 있겠지? 그는 젊고, 잘 생겼고, 엄청나게 빨라. 이 시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무기인 라이플의 명수야.”

“흐음.”

“주인공이니까 무기 스타일도 중요하겠지? 그의 라이플은 리볼버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동그란 특수 탄창을 써. 탄창 크기도 큼직하지.”

“오~, 그거 좋다. 라이플에 리볼버같은 탄창을?”

“음, 이런 느낌일까나?”

차현주가 즉석에서 가운데 커다란 리볼버식 탄창이 달린 19세기 느낌의 소총 하나를 스케치했다. 스케치를 본 황제국이 감탄했다.

“멋진데?! 내가 생각하던 게 바로 이런 거야!”

멤버들이 스케치를 돌려보며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국이 이번에는 한쪽이 시커먼 반쪽짜리 분홍색 지우개를 집었다.

“자, 이놈은 악당이야. 주인공과 상극이고, 성격이 괴팍하고 잔인해. 그는 군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세력 있는 군벌일 수도 있어. 아니면 유명한 열차 강도이거나. 성격은 드럽지만, 힘이 아주 강하고 체력이 좋아. 라이플보다 화력이 강한 기관총을 들고 다니는데, 대신 속도가 좀 느려.”

“그런 식으로 캐릭터마다 능력을 달리하는 구나.”

“그거보다 왼손을 아예 기관총으로 해버리는 건 어때?”

“그것도 가능하지. 그런 식의 신체 개조도 얼마든지 환영이야.”

황제국이 캐릭터 아이디어를 던지면 멤버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 나갔다.

“이 잠자리 지우개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야. 권총의 달인인데 손재주가 워낙 좋아서 부비트랩을 만들어. 화력은 좀 약할 수 있지만, 달리기는 제일 빨라.”

“여자 캐릭터는 없어?”

“당연히 만들어야지. 여기 동그란 지우개를 여자 캐릭터라고 하자. 여자 캐릭터는 기관단총처럼 좀 작은 무기를 쓰는데 무기를 예쁘게 개조해서 다녀. 화력은 살짝 약한데 총알이 빨리 나가고 총의 흔들림이 적어. 그리고 부스터를 차고 다녀서 위급할 때 재빨리 도망칠 수 있어.”

“오, 그런 특수 능력 괜찮다.”

“다른 건 몰라도 여캐는 우리 라라 누나처럼 예쁘고, 섹시해야 해. 그것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어.”

오종석이 엄숙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차현주는 혀를 끌끌 찼지만, 황제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캐릭터도 중요해. 남자들은 게임 캐릭터에 쉽게 감정이입을 하잖아? 여성 게이머들도 분명 예쁜 여자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현주가 잘 부탁해. 대한민국 여성 게이머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뭐, 알았어. 그런 의미라면 내가 최대한 예쁘고, 아름답게 디자인해 볼게.”

차현주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종석이 차현주 눈에 띄지 않게 황제국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이렇게 캐릭터마다 능력에 차이를 둘 거야. 전투 타입을 기본형, 파워형, 스피드형, 부비트랩형 등등 몇 가지 특징으로 나누면 팀을 짤 때도 구성이 다양해 지겠지.”

“그러게. 이런 식이면 조합을 맞춰서 싸우는 게 유리하겠다.”

“누군가는 파워형 10명을 선호할 수도 있어. 이건 우리가 얼마나 발란스를 절묘하게 맞추느냐에 달렸어. 캐릭터 발란스가 엉망이면 다들 제일 유리한 캐릭터만 할거야. 아마 발란스는 발매하고 나서도 계속 수정해야 할 거야. 어쨌든 이런 캐릭터 특징과 관계는 싱글 플레이 스토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할 거야.”

“뭔지 알겠다. 주인공이 만주를 누비면서 저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된다는 거지?”

“정확해. 멀티플레이만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싱글 플레이를 하면 캐릭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까 더 재미있지. 그리고 멀티 플레이를 하는 공간은 싱글 플레이에서 봤던 다양한 무대를 변형시킬 거야. 만약 싱글 플레이 중에 비행선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면, 멀티플레이에서는 비행선 안에서 싸우는 식이 되겠지.”

“음, 이제 어떤 시스템인지 알겠어. 대충 감이 와.”

오종석, 차현주, 이진수가 모두 이해 완료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가 게임 시스템 문서를 정리할게. 내가 방금 지우개로 예를 든 건, 어디까지나 그냥 생각나는 데로 얘기한 거야. 캐릭터 설정이나 디테일은 앞으로 더 잡아야 해.”

“당연하지. 이제 그 정도는 알아. 근데 난 기초 설정이 나쁘지 않은데?”

“나도. 뭔가 대전 게임에서 나올 법한 캐릭터 분류를 FPS로 바꾼 거 같아.”

“그래? 그럼 일단 제일 중요한 주인공이랑 악당, 둘 중심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 여러 가지 설정들 이리저리 섞어가면서. 현주도 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케치해 주고.”

“알았어!”

씩씩하게 대답한 차현주가 삭삭삭삭 소리 내어 연필을 깎더니 곧장 스케치북을 펼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이 움직일 때마다 텅 빈 도화지에 새로운 선이 쌓여 나갔다.

오종석은 옆에서 회의록을 정리하고, 황제국도 게임 시스템 문서를 작성해 나갔다. 그런데 한창 키보드를 두드리던 오종석이 갑자기 생각난 듯 황제국에게 물었다.

“아, 근데 말이야.”

“응? 뭔데?”

“이렇게 우리끼리 만주를 배경으로 설정을 짠단 말이지. 근데 그럼 싱글 플레이 게임 시나리오는 누가 쓰는 거야? 설마 내가 쓰는 건 아니지?”

오종석의 질문에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오종석에게 쏠렸다. 그 눈빛들이 사뭇 진지했다. 오종석은 몹시 당황했다.

“아니지? 나 아닌 거지? 이건 <삼국지:공성전> 스테이지 짜는 거랑은 다르잖아. 스토리를 완전히 새로 쓰는 건데. 내가 썼다가 우리 다 망하면 어떡해? 빨리 나 아니라고 말해 줘! 제국아, 빨리!”

오종석이 황제국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자 황제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넌 아니야.”

“후···, 십년감수 했네. 그럼 제국이 네가 쓰는 거야?”

“아니, 나도 아니야.”

“응?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야? 당연히 차현주나 진수 선배님도 아닐 테고. 그럼, 스토리는 누가 써?”

오종석의 질문에 이번에는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황제국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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