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회 - 게임 그래픽의 세대교체
이진수는 겨우 존 카맥이 내민 손을 잡고 악수했다. 존 카맥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반갑네. 근데 혹시 우리 만난 적이 있나?”
“아, 아, 아, 아니요.”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낯이 익은 것 같지? 자네가 퀘스트 엔진 2를 만들었다고? 듣자니 처음 엔진을 만들 때 그래픽 부분은 혼자서 했다지? 옛날 생각이 나네. 나도 예전에 그랬거든. <울펜슈타인>을 만들 때도, <둠>을 만들 때도 게임을 만들 때마다 엔진을 새로 만들었지. 그땐 컴퓨터랑 피자, 콜라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었는데 말이야.”
비현실적인 몽롱한 상태에서도 이진수는 신기하게 카맥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진수가 겨우 더듬거리며 짧게 대답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인정 안 할 수가 없군. 퀘스트 엔진 2는 대단해. 사람들이 하도 떠들길래 형편없으면 까주려고 왔는데. 이렇게 빛을 빠르고 과감하게 다루는 게임 엔진은 내가 아니면 만들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고, 고맙습니다.”
“오늘 행사 끝나면 뭐 하나?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한데.”
“그건 이드에서 저희 퀘스트 엔진 2를 라이선스 하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황제국이 농담하자 카맥이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었다. 황제국과 이진수는 저녁에 존 카맥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세 사람은 <어둠 속으로> 부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기자들이 뉴퀘스트와 이드 소프트웨어 대표가 함께 있는 걸 보고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별일 아닙니다. 좋은 데모가 있다고 해서 와봤어요. 듣던 대로 나쁘지 않네요.”
카맥은 기자들의 질문에 적당히 대답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진수는 카맥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존 카맥은 수많은 게임 프로그래머들에게 우상이었다. 황제국과 이진수가 만난 수업도 <둠> 게임 엔진을 분석하는 이광철 교수의 수업이었다. 뉴퀘스트의 시작점이 되었던, 쫓아갈 수 없는 별로만 보였던 존 카맥을 E3에서 만나 칭찬까지 듣자 황제국 역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뉴퀘스트를 시작한 지 5년. 황제국과 이진수는 어느새 그들의 우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음을 실감했다.
황제국, 이진수가 존 카맥과 만난 장면은 기자들에게 포착되어 곧바로 게임 웹진에 올라갔다. E3 관람객들도 뉴퀘스트 부스에서 세 사람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인터넷 태동기를 지나 확장기를 거치고 있는 2002년에는 이슈 확산 속도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 이제 게임 그래픽도 세대교체 타이밍인가? 존 카맥에서 황제국으로?
- 노노, 황제국은 대표고 퀘스트 엔진 2 개발은 이진수라는 남자임. 사진 맨 오른쪽. 별명이 바이너리라고 하네.
- 그래? 난 카맥이랑 묘하게 닮아서 카맥 동생인 줄 알았네.
- 10년 동안 게임 그래픽에서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는데, 카맥도 이번에는 좀 위기를 느낀 듯. 라이벌로 여기는 것 같은데?
- 이번 <둠 3>는 그래픽이 완전 차원이 다르다던데. <둠 3> 하다가 다른 게임 보면 3년 전 게임으로 보일 정도라고.
- 뉴퀘스트 신작도 차원이 다름. <어둠 속으로>라는 중세 배경 RPG인데 횃불 하나 들고 동굴로 들어감. 빛 퍼지고 반사하는 효과가 예술임. 심지어 전부 실시간.
- <어둠 속으로>가 그렇게 대단한가? 암만 그래도 아직 <둠 3>에 비교할 정도는 아닐 거 같은데?
- <영건 블러드>나 <젤리 러쉬> 생각하면 안 돼. 퀘스트 엔진 2 나오면서 급이 달라져 버림. 전에도 나쁘진 않았는데 지금은 <둠 3> 말고는 비교할 만한 게임도 없을 정도.
- 그 정도라고? 하긴 카맥이 직접 확인하러 와 볼 정도면.
- 게다가 중요한 게 <둠 3>는 지난번 애플 행사 때 공개한 것도 그렇고 전부 기술 데모야. 아직 직접 해 볼 수 있는 데모는 공개하지 않았어. 전부 영상이지. 분명 멋지고 대단해. 하지만 우리가 언제 해볼 수 있는지, 진짜 저렇게 나올지는 아직 몰라. 그런데 뉴퀘스트는 E3에서 실제 플레이 가능한 데모를 깠지. 자, 그럼 이제 누가 더 앞서있지?
- 맞아. 이 차이 무시 못 해. 그래픽이 아무리 뛰어나도 우린 게임을 하려는 거니까. 애니메이션을 보려는 게 아니라.
- 저 사진이 그럼 이제 게임 그래픽의 황제가 바뀌는 대관식 사진인가?
- 너무 앞서가네. <둠 3>랑 <어둠 속으로> 실제로 나오면 그때 얘기하자.
- 앞서가긴. 언제적 <둠>이야. 이제 옛날얘기 좀 그만하고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여.
- 웃기지 마! 둠 가이(Doom Guy, 둠 시리즈의 주인공)가 그냥 이대로 물러날 것 같아? 우린 여전히 <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 <어둠 속으로>가 이대로 나와주기만 하면 게임 끝나는 거지. 뉴퀘스트는 더 이상 증명할 것도 없어. 이제 새 시대의 횃불을 들어라!
인터넷에서는 <둠> 시리즈의 두터운 팬덤과 뉴퀘스트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다. 저마다 근거를 들어 <둠 3>와 <어둠 속으로>가 최고라고 주장했다. 게임 웹진에서 게임 팬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을 다시 발 빠르게 기사로 썼다. 게임팬들 사이에서 세대교체 논쟁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지난번 카맥과의 만남이 게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에 관해 어떤 생각이신가요?”
“우리가 존 카맥과 <둠> 시리즈에 비견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저 역시 <둠>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샷건과 로켓포는 제 영혼의 양식이었죠. 대학에서 둠 엔진을 뜯어보고 개조하는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카맥과 따로 만났다는 제보가 있었는데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저와 이진수 본부장님은 카맥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부분은 게임과 그래픽 기술에 관한 내용이었죠. 앞으로 GPU는 어떻게 발전할까, 우리가 어떻게 하며 더 효율적으로 렌더링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을까, 게임 엔진은 어디까지 발전할까?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대관식’이라고 부르던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쎄요. 사실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우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올라왔지만 만족하는 순간 뒤처지는 게 게임 업계입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왕관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저보다는 퀘스트 엔진 개발을 총괄하는 이진수 본부장님에게 어울리는 왕관이죠.”
뉴퀘스트 부스를 방문한 기자들은 황제국에게 논쟁에 관해 물었다. <어둠 속으로>와 <둠 3>, 퀘스트 엔진 2와 id tech 엔진 비교는 하루 만에 E3 최고의 화두가 되었다.
이진수는 비교 자체를 어처구니 없어 했고, 카맥도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뉴퀘스트 입장에서 세대교체 논쟁은 엄청난 호재였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게임을 홍보하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게임 팬들이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논쟁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아무리 많은 관람객이 E3에서 <어둠 속으로>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해도 오프라인 행사는 접근성에 한계가 있었다. 게임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려면 최대한 많이 언급되어야 한다.
‘대관식’이라는 단어가 어그로성이 강한 탓에 세대교체 논쟁은 그만큼 홍보 효과도 대단했다. 뉴퀘스트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게임팬들도 <둠 3>와 비교되는 그래픽이라는 말에는 흥미를 보였다.
2002년 E3에 <둠 3>라는 엄청난 경쟁작이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황제국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퀘스트 엔진 2와 <어둠 속으로>의 퀄리티에 자신은 있었지만, 자칫하면 <둠 3>의 명성에 파묻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늘도 줄이 어마어마하네요.”
“어제보다 더 길어졌어. 마지막 날이라 더 그런 가봐.”
E3 행사 마지막 날, 민소영은 던전 부스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줄이 뱀 꼬리처럼 이어져 다른 부스의 입구를 가릴 정도였다.
동시에 <둠 3> 영상을 보기 위해 액티비전 부스를 방문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게임의 미래를 확인하는 E3에서 새로운 화제와 라이벌의 등장은 게임쇼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황제국은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이제는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 게임 기자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이진수는 퀘스트 엔진 2의 특징을 설명하고, 황제국은 네이트, 올슨과 함께 <어둠 속으로>를 기자들 앞에서 시연해 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스를 오가고, 황제국은 쉴 틈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극심한 피로로 황제국은 입 안이 헐고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민소영이 그런 황제국을 보고 손에 무언가를 챙겨 주었다.
“이게 다 뭐야?”
“영양제랑 피로회복제요. 미국 오기 전에 혹시 몰라서 상비약이랑 이것저것 챙겼거든요. 저 의대 준비했었잖아요.”
“어······, 그랬지. 고마워.”
민소영은 자기 입으로 농담하고도 민망해서 웃었다. 황제국은 민소영이 챙겨준 피로회복제를 먹었다. 당장 효과가 날 리는 없지만 그래도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어둠 속으로> 소식은 한국에도 전해졌다. 인터넷 덕분에 L.A. 상황이 늦지 않게 한국에도 전해졌다. 이제는 한국에도 게임 웹진이 제법 생겼다. 비디오 게임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자회사로 게임 웹진을 만들어 실험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한국 웹진 기자들은 인터넷의 장점을 살려 미국 현지에서 기사를 올렸다. 조회수를 올리려면 남들보다 먼저 기사를 올려야 하는 시간 싸움이었다. 내용을 제대로 편집할 시간이 없어 다량의 사진과 뉴퀘스트 임직원들 인터뷰, 현장 관람객 인터뷰 등을 쓰는 대로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성이 차지 않은 게이머들은 직접 미국 게임 웹진이나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황제국이나 뉴퀘스트 신작에 관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긁어왔다.
누리웹은 뉴퀘스트가 E3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E3 2002 게시판을 만들었다. 누리웹 E3 게시판에는 뉴퀘스트 보도자료와 한국 웹진 기사 외에도 미국 웹진 자료와 미국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 자료, E3에 구경 간 개인 블로그 등 관련 내용이 쉴 틈 없이 올라왔다.
미국에서 게임 그래픽의 세대교체 얘기가 나온 지 거의 하루도 되지 않아 누리웹에도 대관식 논쟁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퀘스트 엔진 2와 <어둠 속으로>가 <둠 3>와 비견되자 잔뜩 흥분했다.
- 드디어! 우리나라 게임이 둠에 비교될 정도로 성장했구나ㅠ.ㅠ 내가 살아서 이런 날을 보다니 진짜 눈물이 나네.
- 미국에서 <둠> 나올 때 우리는 횡스크롤 액션게임 <폭스 레인저(Fox Ranger)> 만들고 있었는데. 그걸로도 대단하다고 박수치고 그랬는데! 불과 10년 사이에 둠에 비견할 게임을 만들다니! 진짜 대단하다! 너무 자랑스러워ㅜ.ㅜ
- 저도 기억나요. <폭스 레인저>, <그날이 오면 3>. 어릴 때 참 재밌게 했었는데.
- 진짜 10년 사이에 한국 게임 몰라보게 달라졌죠. 뉴퀘스트가 진짜 대단하긴 한데 다른 게임도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어요.
- 아··· 넘모넘모 해보고 싶다. 인투더다크 얼마나 멋있을까? 얼마나 재밌을까?
- 기사만 봐도 진짜 내 가슴이 막 두근거림. 분명 RPG 형식인데 전투는 웬만한 액션 게임보다 더 정교하고 짜릿하다던데.
- 그냥 클릭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공격 범위를 제대로 못 맞추면 힘만 빠진다니. 싸울 때마다 대전 게임할 때처럼 간격이랑 타이밍이랑 봐가면서 스킬 쓰고 해야 하나 봄.
- 뉴퀘가 미국에서 갑자기 싱글 플레이 RPG 만든다고 해서 엥??? 뭔 헛짓거리하는 거야~~~ 이랬는데 역시 제가 멍청했나 봅니다.
- 그래픽이 이 정도로 발전한 거 보면 이진수 본부장이 진짜 모든 걸 갈아 넣어 만든 듯요. 퀘스트 엔진도 대단한 수준이었는데.
-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에서 최고 레벨 개발자들 영입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이건 뭐 말 다 한 거죠.
- 진짜 졸라 멋찌다. 황제국! 이진수! E3에서 존 카맥이 찾아오고······. 나 진짜 둠 나왔을 때 하루에 10시간씩 하고 그랬는데. 처음 했을 때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미국에서 게임 그래픽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오다니. 근데 그 상대가 한국 게임회사라니···! 내가 지금 무슨 세계에 살고 있는 거냐고?!
- 카맥이 퀘이크가 아니라 다시 둠을 들고나왔다는 거 자체가 엄청나게 준비했고 의미심장한 일인데. 실제로 미국에서도 <둠 3> 그래픽 보고 난리 난 상황이고. 그런데 뉴퀘스트가 이미 그 수준까지 올라왔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미국만큼은 아니여도 한국에도 <둠> 시리즈 팬은 많았다. 그들은 인생 게임에 비견되는 한국 게임 회사의 등장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찌할 줄 몰랐다. 뉴퀘스트 게임이 미국에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이제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한 것이다.
“미치겠네. 어디에 투표하지?”
매년 E3에 참가하는 게임 중 분야별 최고의 게임을 뽑는 미국 게임 잡지 기자들은 <어둠 속으로>와 <둠 3>의 등장에 머리를 싸매야 했다. <둠 3>를 보는 순간 많은 기자들이 이번 E3는 <둠 3>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 속으로>를 보자 기자들의 마음은 흔들렸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두 게임은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많은 기자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투표를 마쳤다. 기자들도 결과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E3 행사가 끝나고 마침내 어워드가 발표됐다. 2002년 E3 최고의 게임으로는 <둠 3>가 뽑혔다. <어둠 속으로>도 많은 표를 받았지만, 게임 기자들의 ‘둠’을 향한 두터운 팬심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둠 속으로>는 베스트 RPG에 뽑혔다. 뉴퀘스트 부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맙소사!”
“축하해요, 네이트!”
“축하합니다, 올슨!”
네이트와 올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를 얼싸안았다. 네이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E3 2002 최고의 게임 그래픽에는 <어둠 속으로>와 <둠 3>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어둠 속으로>는 베스트 RPG와 베스트 게임 그래픽 두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많은 기자들이 고민하다 표를 던졌지만 결국 <어둠 속으로>와 <둠 3>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E3에서 공동 수상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형, 축하해요! 형이 해낼 줄 알았어요!”
황제국이 이진수를 격하게 끌어안고 등을 두드렸다. 비록 최고의 게임은 놓쳤지만 황제국은 솔직히 최고의 게임 그래픽에 오른 것이 더 기뻤다. 이진수와 퀘스트 엔진의 진가를 이제야 제대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이진수를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이진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이진수의 입술이 천천히 비틀어지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마디였다.
“드···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