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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 - 르네상스 호텔

수행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황제국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황제국 대표님. 통화 가능하십니까?”

“네, 물론입니다. 말씀하세요.”

“내일 회장님께서 한국 IT 기업인들과 비공개 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내일 오실 수 있습니까?”

“네, 가능합니다. 언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역삼 르네상스 호텔 아시나요? 아침 9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오셔서 전화주세요.”

“르네상스 호텔, 9시요? 네, 알겠습니다.”

“몇 장짜리 간단한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만 준비해 오시면 됩니다. 요점만 보는 걸 좋아하십니다.”

“워낙 바쁘신 분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채 1분도 되지 않는 통화였다. 하지만 황제국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창업 이후 실망만 안겨주었던 투자 유치에 드디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잠깐, 근데 가서 어떻게 얘기하지?”

황제국은 박동이 느껴질 만큼 심장이 두근거리고, 흥분으로 머리에 피가 쏠려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샤워부터 했다.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였다.

“아직 이루어진 건 아무것도 없어. 침착하자. 침착하게 생각하자. 생각부터 하자.”

황제국은 차가운 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스스로를 타일렀다. 손정인이라니. 전생에서도 감히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던 업계의 거물이었다.

‘일단 손정인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확실히 알아야 해.’

오버히트 되었던 CPU를 찬물 샤워로 강제로 식힌 황제국은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약력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그의 일생이나 스타일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황제국은 당장 학교로 달려가 도서관으로 향했다. 손정인에 관련한 책을 검색했지만 고작 두 권뿐이었다. 아직 소프트펀드와 손정인이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았다.

급한 대로 두 권을 빌린 황제국은 도서관에 앉아 책을 빠르게 독파했다. 맨손으로 소프트펀드를 일으켜 일본 최고의 부자 대열에 오르기까지 손정인에게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엄청나게 공부하고, 수많은 전략을 세웠지만 결심이 서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추진하는 행동파였다. 특히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과감한 결정이 인상적이었다.

황제국은 그의 인생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IT 세계에는 수없이 많은 천재가 있다. 천재 중 대부분은 엔지니어다. 엔지니어 천재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환상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지만 기업을 이끌고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가는 못 되는 경우가 많다.

당장 그와 일하는 이진수도 오직 코딩, 오직 소프트웨어 개발만 하길 원한다. 그는 분명 천재적인 인재지만 황제국처럼 벤처 기업을 창업하고, 서버 비용을 고민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은 그에게 맞지 않는다.

반면 손정인은 IT 분야에서 돋보이는 기업가형 천재였다. 그는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하기보다는, 창조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수많은 M&A(기업 인수/합병)로 사업을 확장하고, 활발한 투자로 뛰어난 기술이 꽃필 수 있게 도왔다. 인터넷에 올인하고, 제품보다 인프라를 선택한 그의 전략은 그를 일본 제일의 부자로 만들었다.

어느 정도 파악을 마친 황제국은 동방으로 돌아가 손정인에게 발표할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었다. 수행원의 말대로 최대한 간단하게, 장표 하나에 하나의 메시지만 꾹꾹 눌러 담았다.

다음날, 황제국은 아침 일찍 역삼역으로 향했다. 강남 르네상스 호텔은 테헤란로에 ‘르네상스 호텔 사거리’가 있을 만큼 랜드마크였었다. 98년에 갓 지어진 얼마 되지 않은 특급호텔이다.

역삼역에 내린 황제국은 깜짝 놀랐다. 생각해 보니 그는 98년으로 돌아온 이후 강남 테헤란로에 처음 와보는 것이었다. 2000년대의 테헤란로는 게임을 비롯해 성공한 IT 기업이 모두 모여있는 별들의 거리였다. 황제국도 판교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테헤란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역삼역을 나오면 국내 최고의 오피스 빌딩으로 위용을 떨치는 강남 파이낸스 센터(구 스타타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강남 파이낸스 센터 건물은 한창 건축 중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감탄하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입주하는 테헤란로의 대표 오피스 빌딩이 지어지는 모습을 보니 황제국도 감회가 새로웠다.

그가 작은 게임 회사에 다닐 때 사장들이 입버릇처럼 “꼭 성공해서 스타타워 들어간다”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이제 황제국이 그들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황제국은 약속 시간 15분 전에 르네상스 호텔에 도착했다. 그는 로비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수행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행원이 황제국에게 소규모 컨퍼런스 룸으로 오라고 안내했다. 가보니 스무 명 정도 들어가는 회의실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황제국 대표님? 여기서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혹시 언제쯤 차례가 돌아올까요?”

“글쎄요. 미팅 시간이 천차만별이라 언제쯤 될 거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정중했지만 대단히 사무적이었다. 황제국은 일단 빈 자리에 가서 앉았다. 황제국 외에도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마치 꼭 입사 면접을 기다리는 것 같네. 하긴 크게 다를 것도 없나?’

이렇게 생각하자 황제국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긴장도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았다.

황제국은 컨퍼런스 룸에 준비된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그는 예정에 없이 끼어든 인물. 순서는 여기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가 다 끝나서야 차례가 돌아올 것 같았다.

그래도 기다리는 건 역시 지루했다. 점심때가 다 되어 갔지만 컨퍼런스 룸에 모인 사람은 절반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모인 사람들 중 황제국이 제일 어린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호기심에 황제국에게 말을 걸었지만, 게임을 개발한다는 말에 대화가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12시가 되자 컨퍼런스 룸에 샌드위치가 들어왔다. 황제국은 샌드위치도 먹고, 유희철의 OST 데모 테이프도 듣고, 잠시 로비도 거닐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무렵, 드디어 황제국 차례가 왔다.

“황제국 대표님?”

“네, 네!”

기다리다 지치고 진이 빠지던 황제국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수행원을 따라갔다. 당연히 다른 컨퍼런스 룸으로 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방으로 올라갔다. 황제국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용한 복도를 지나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이다.’

황제국은 한눈에 손정인을 알아봤다. 겉보기에는 작은 체구에 회색 정장을 입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길을 가다 마주쳤을 때 억만장자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손정인도 오랫동안 미팅을 해서인지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Good to see you(굿 투 씨 유).”

“Me, too(미, 투).”

수행원이 황제국이 누군지 알려주자 손정인이 먼저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가 영어로 인사하자 황제국은 엉겁결에 ‘미투’ 한마디만 하고 악수를 나눴다. 손정인이 조금 어이가 없었는지 웃었다.

“Do you need a translator(두 유 니드 어 트랜스레이터)?”

“No, I can speak English. Thank you for asking(노, 아이 캔 스피크 잉글리쉬. 땡큐 포 애스킹).”

손정인이 통역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통역이 필요하냐고 묻자 황제국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거실에 있는 큰 테이블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있었다.

황제국이 플로피디스크를 건네자 수행원이 먼저 바이러스 체크를 했다. 드라이브가 드드득 거리며 디스크를 읽자 이진수 생각이 났다. 별거 아닌 과정인데도 혹시 에러가 나면 어떡하나, 바이러스가 걸려 있으면 어떡하나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수행원은 곧 검사를 마치고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황제국은 놀랍게도 손정인 바로 옆에 앉아서 노트북 화면을 보며 발표했다. 당연히 프로젝터로 큰 화면을 보며 설명할 줄 알았던 황제국은 조금 당황했다. IT계의 거물과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로 나란히 앉아 <영건 블러드>를 발표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힌 황제국은 짧고 간결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그가 준비한 자료는 심플했다. 그는 먼저 <영건 블러드>의 컨셉을 설명하고, 왜 뛰어난 게임인가를 하나씩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장표는 타이틀을 포함해 10장에 불과했다. 모든 장표에는 키워드 하나와 스크린샷 한 장씩만 담겨 있었다.

- Young Gun Blood : Future of FPS (영건 블러드: FPS의 미래)

- Game Concept : Steam Punk Manchurian Western (게임 컨셉 : 스팀펑크 만주 웨스턴)

- Quest Engine : Revolutionary Game Engine (퀘스트 엔진: 혁신적인 게임 엔진)

- Internet Mutiplayer Game on Quest.Net (퀘스트넷을 통한 인터넷 멀티플레이)

- Realistic Full 3D Graphic (현실적인 3D 그래픽)

- an Epic Story (대서사시 스토리)

- Magnificent Music by ‘Future’ (퓨처의 웅장한 음악)

- Attractive Characters (개성 넘치는 캐릭터)

황제국이 각 장표마다 짧게 설명을 이어갔다. 마지막 캐릭터를 설명하려는데 갑자기 손정인이 손을 들어 발표를 막았다. 그리고 물었다.

“이 게임 지금 있습니까? 해볼 수 있어요?”

“여기서요?”

“네, 지금.”

“아니요. 하드디스크는 가지고 왔지만 이 노트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3D 가속기가 필요합니다.”

“고사양 컴퓨터가 필요한 게임이면 판매가 어렵지 않습니까?”

“우선은 한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PC방을 중심으로 판매할 겁니다. 그리고 최신 게임은 언제나 더 높은 사양의 컴퓨터 판매를 가속화 시켜 왔습니다.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황제국의 설명에 손정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90년대 오리진에서 개발한 <윙커맨더(Wing Commander)>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당시 최고사양 컴퓨터를 요구했다.

사람들은 게임을 욕하기보다는 최신 컴퓨터를 사는 쪽을 선택했다. <윙커맨더> 3편과 4편은 94년, 96년 게임인데도 유명 영화배우를 고용해 촬영한 영상을 게임에 삽입할 만큼 앞선 기술을 선보였다.

“아주 흥미롭네요. 우리 오늘 나머지 일정이 어떻게 되지?”

손정인은 잠시 수행원과 일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스케줄을 확인한 그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오늘 저녁은 어렵겠네요. 내일 시간 괜찮습니까? 미스터 황?”

“내일이요? 물론입니다. 언제든 가능합니다.”

이야기는 급물살을 탔다. 손정인은 <영건 블러드>를 플레이하기 위해 S대를 비공식 방문하기로 했다. 약속을 잡은 황제국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르네상스 호텔을 나왔다. 그가 호텔에서 손정인과 얘기를 나눈 시간은 길어야 20분 정도였다.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허무할 정도로 짧은 만남이었지만 강렬한 시간이었다.

황제국은 저녁 무렵에야 동방에 돌아왔다. 마침 저녁을 시키려던 오종석이 황제국에게 중국집 메뉴판을 내밀었다. 황제국은 메뉴판을 받아들고 말했다.

“종석아, 그리고 여러분.”

“응? 왜?”

“무슨 일이야?”

“내일 손정인이 동방에 방문하기로 했어요.”

“엥????”

“무슨 소리야? 누가 온다고?”

“손정인? 소프트펀드?”

황제국은 혹시라도 실패할까 봐 손정인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일이 있어서 좀 늦을 거라고만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손정인이 찾아온다고 하자 뉴퀘스트 사람들이 뒤집어졌다.

“뭐야? 전에는 유희철이더니, 이번에는 손정인? 제국이 너 무슨 유명인 끌어들이는 사주라도 있는 거야?”

“어, 그럼 어떡하지? 우리 뭘 해야 해?”

“아무것도요. 그냥 평소처럼 있으면 돼요. 아마 게임만 잠깐 해보고 갈 거예요. 저도 오늘 하루종일 기다려서 20분 만나고 왔어요.”

황제국은 르네상스 미팅에서 손정인을 만나고 온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뭐야? 그럼 오늘 바로 올 기세였다는 거야?”

“응, 뭐든 바로바로 행동하는 사람 같았어.”

“신기하네. 진짜 보통 사람은 아니다.”

뉴퀘스트 멤버들은 당장 내일 손정인이 온다는 말에 얼떨떨했다.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비공개 방문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해주세요.”

“태, 태권 선배만 모르게 하면 돼. 드드득.”

이진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저녁을 먹고 방학 마지막 산책을 했다. 손정인이 방문한다는 말에 다들 마음이 붕 떠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일찍 헤어졌다.

황제국은 복잡한 심정으로 잠을 청했다. 내일은 2학기 개강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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