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36회 - 온라인 마케팅 퍼포먼스

미국판 <영건 블러드> 목소리 녹음을 마치고, <영건 블러드>는 발매를 향해 성큼성큼 움직였다. 타쿠르, 로렌스, 앤소니 등 팔로 알토 사무실의 새 멤버들도 차츰 뉴퀘스트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일하려니까 힘들지 않아요?”

“음, 글쎄요? 클래스랑 에세이가 마케팅 업무로 바뀌긴 했는데, 나머지는 대학 다닐 때랑 비슷한데요?”

황제국의 질문에 마틴 로렌스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뿌리가 대학 동아리였고, 게임하면서 일하는 문화가 팔로 알토까지 이어지다 보니 뉴퀘스트는 여전히 대학 느낌이 남아있었다. 기후 좋고, 겉으로 보기엔 여유롭지만, 안에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가 이를 한층 부추기는 것 같았다.

꼭 좋다고만 할 수는 없는 문화였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 회사가 더 성장하면 서서히 사라질 문화였다. 지금은 덕분에 새로운 멤버들이 회사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으니 황제국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멤버가 일에 빨리 적응해야 황제국도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진짜 20대 초반으로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미리미리 운동해서 30대 이후를 대비하자고 올해 초 스키장에서 다짐했지만 작심삼일이었다. 눈앞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미룰 수가 없었다.

그러나 황제국은 이제 사람도 늘었고, 더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침에 딱 30분만 먼저 일어나 조깅을 시작했다. 씻지도 않고 모자 하나 눌러쓰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팔로 알토를 뛰었다.

처음에는 숨이 차고 힘들었지만 조금씩 적응하자 달리고 나면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30분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꼭두새벽도 아니었다.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멤버들과 같이 게임 몇 판 하다 보면 항상 열두 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뉴퀘스트 팔로 알토 사무실은 오전 열 시 무렵부터 일을 시작했다.

일과 놀이가 뒤섞여 있어도 결코 느슨하지는 않았다. 황제국은 일을 할 때도, 게임을 할 때도 집중했다. 어차피 야근할 게 뻔하니 낮에는 슬슬하다가 밤이 돼야 본격적으로 일하는 건 질색이었다.

보스가 바로 옆에서 그렇게 일하니 옆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몸에 익었다. 일단 집중하면 모두 각자의 일에 충실했다. 그러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게임을 하다가 각자 필요하면 알아서 일하곤 했다.

박선호는 물론 새로 합류한 세 사람은 오직 <영건 블러드>라는 게임 하나만 보고 뉴퀘스트에 입사했다. 그들은 당연히 게임을 좋아하고, 또 <영건 블러드>를 좋아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게임에 관해 얘기하는 것도 좋아했다. 주방에서 피자에 맥주 한 모금 마시며 게임 수다를 떨다 보면 한두 시간은 훌쩍이었다.

“최고의 RPG는 역시 울티마 시리즈죠. 로드 브리티시(Lord British, 울티마 시리즈를 개발한 리처드 개리엇의 별명)는 신이에요.”

“<울티마 8>은 해보고 그런 소리 하는 거죠? RPG는 위저드리(Wizardry) 시리즈가 진짜예요.”

“또또 태곳적 RPG 얘기하고들 있네. 결국 <디아블로>가 나오면서 다 끝났어요. 울티마고, 위저드리고 다 과거의 영광이죠.”

“과거의 영광이 어때서? <듄 2>가 없었으면 <커맨드&컨커>도 없는 거고, 마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워크래프트 2>도 없어요.”

“아~, <듄 2>, . 웨스트우드 정말 대단한 회사였죠. 난 <키란디아의 전설> 해보고는 더이상 시에라나 루카스의 어드벤처 게임을 하지 않았어요.”

“왜요? 누가 뭐라 해도 어드벤처 게임의 최고는 <원숭이 섬의 비밀> 시리즌데?”

“헤이, 보스도 그 게임 해봤어요? 한국에도 있었어요?”

“또! 또! 한국 무시하네. 당연히 해봤죠. 지금 얘기 나온 게임들 안 해본 거 없어요. 윙코맨더 시리즈, 하드볼 시리즈, 킹스 퀘스트 시리즈, <태평양의 에이스들>, <스타워즈 엑스윙> 등등등. 다 해봤죠.”

“당연하지. 그러니까 제국이가 <영건 블러드> 같은 게임을 만들었지. 아무렴 이런 게임이 그냥 솟아나겠어?”

황제국도 종종 게임 수다를 함께 떨었다.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심도 깊은 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용선은 남들만큼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게임을 종종 아마존에서 구매했다.

그걸 본 황제국은 아예 미국 게임 패키지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거실에 큰 책장을 마련하고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좋은 게임이 싼 가격에 올라오면 곧장 사들였다. 책장에 게임 패키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영건 블러드> 미국 출시 준비가 착착 이뤄지고, 나름대로 미국 생활의 즐거움도 느끼고 있을 무렵, 한국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오종석이 <영건 블러드>가 본편과 확장판 합쳐 통합 35만 장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35만 장? 벌써? 우리가 미국 오기 전이 얼마였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가 본편 13만, 확장판 12만으로 25만 장 정도였어요. 두 달 좀 안 됐는데 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네요?”

“그러게. 그 정도면 한국에서 올해 50만 장 찍는 건 문제 없겠는데?”

“올해 11월이 <영건 블러드> 발매 1주년이니까 1년에 그 정도면 제법 괜찮네요. 미국에서는 3개월 안에 달성해 보죠.”

“뭐? 한국에서도 1년 만에 한 걸 아무 기반도 없는 미국에서 3개월 만에 하자고?”

“대신 미국 시장이 훨씬 크잖아요. 우리는 아주 공격적인 자세로 나가야 해요. 올 연말에 <퀘이크 3 아레나>와 <언리얼 토너먼트>가 동시에 나와요. 두 게임 모두 FPS 역사에 남는 명작 시리즈고, 장르까지 겹쳐요. 물렁한 마음이면 <영건 블러드>는 여기서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묻히고 말 겁니다.”

황제국이 단호하게 말했다. 99년 연말은 인터넷을 지원하는 FPS 게임이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격전의 무대였다. <퀘이크 3 아레나>와 <언리얼 토너먼트> 모두 인터넷 데스매치 방식을 내세운 게임인 데다, 이미 퀘이크와 언리얼은 3D FPS 게임의 대표작으로 어마어마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격전의 한복판에 <영건 블러드>가 뛰어드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왜 지금 이렇게 쏟아지냐?”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그만큼 인터넷 멀티플레이 FPS가 대세라는 뜻이니까요. 어차피 저 게임들하고는 계속 경쟁해야 해요.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게임이 더 나올 거구요. 여기선 피할 틈이라는 게 없어요.”

99년을 피한다고 해도 2000년이면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나온다. 게다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화제작 <디아블로 2>가 출시한다.

물론 <디아블로 2>는 장르가 달라 직접적인 경쟁작은 아니지만, 게임 업계의 이슈를 어마어마하게 빨아들이는 괴물이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2>를 출시하면서 초도물량을 200만 장이나 풀었다. 그리고 200만 장은 몇 주 지나지 않아 모두 팔렸다.

<디아블로 2> 정도로 인기 있는 게임이 나타나면 다른 게임은 상대적으로 게이머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미국 게임 시장이 크고, 게이머가 많다고 해도 그들이 쓸 수 있는 시간과 비용, 관심은 정해져 있었다.

게임 시장이 큰 만큼, 경쟁하는 게임도 훨씬 더 많고, 게이머들의 기준도 높았다. <영건 블러드>가 한국에서 대히트를 치고 있는 이유에는 ‘한국 게임’이라는 애국심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하지만 황제국은 미국에서는 ‘South Korea’라는 국적을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직 미국 사람 대부분은 한국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한국의 존재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 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여기서 만약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강조하면, 오히려 해보지도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키워드 광고에도 스팀펑크 오리엔탈/만주 웨스턴 FPS라는 컨셉만 강조했다.

현재 온라인 데모의 동접자는 일평균 2~4만 정도. 키워드 광고를 시작한 이후 쭉 올라가던 수치는 이제 조금씩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었다. 로렌스가 매일매일 키워드 효율을 점검하며 클릭률이 높은 키워드 위주로 검색 광고를 조정하고 있었지만 초반만큼의 효율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 거 같아요?”

“타쿠르가 뽑아준 서버 데이터랑 비교해 보면 현재 <영건 블러드>는 온라인 데모지만 충성 고객은 확고한 거 같습니다. 리텐션이 대단히 높아요. 그런데.”

“그런데?”

“광고를 클릭한 사람 중에 홈페이지에서 게임을 다운하지 않는 사람, 다운받고 실행은 하지 않는 사람, 로비에서 좀 둘러보다 나가는 사람 비율도 꽤 높은 편입니다. 생소한 컨셉이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게 아닐까요?”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황제국은 로렌스가 정리한 데이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영건 블러드>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게임이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었다. 특히 30년대 만주라는 익숙하지 않은 오리엔탈 스타일이 분명 장벽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죠?”

“방법은 하나에요. <영건 블러드> 데모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거죠. 계속할 사람과 절대 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계속할 사람을 더 많이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럼 고투닷컴 키워드 검색 비용을 더 늘릴까요, 보스?”

“일단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세요. 데이터를 좀 더 뽑아보고 전체 마케팅 플랜과 예산을 새로 짜보죠.”

“그때 말씀하신 야후 배너 광고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지금 키워드 검색 광고는 게임이나 FPS 게임을 검색하는 사람이 대상이라 아무래도 수가 적어요. 한 번 확실하게 사람을 끌어모을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야후 배너 광고가 제일인데, 예산 상황을 좀 살펴봐야죠.”

“네, 이미 들어간 키워드 광고랑 앞으로 나갈 비용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마틴, 지금까지 얘기한 마케팅 관련 수치들을 종합해서 클릭당 충성 고객 기댓값을 계산해 주세요.”

“클릭당 충성 고객 기대값이요?”

“네, 물론 키워드 광고랑 배너 광고는 성격이 달라서 완전한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예산을 짜려면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키워드 광고에서 클릭 후 단계마다 우리 고객이 되는 비율과 이탈률이 나오죠?”

“네, 키워드 클릭, 홈페이지 접속, 데모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로비 접속, 게임 플레이, 재접속. 이렇게 여러 단계가 있죠.”

“키워드 클릭과 홈페이지 접속은 하나로 봅시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각 단계마다 이탈률을 종합하면 키워드 광고에서 클릭당 충성 고객 비율이 나올 테니 그걸로 기댓값을 계산해 보세요.”

“아! 그러면 역으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소 얼마만큼의 클릭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그만큼 클릭을 만들기 위한 비용도 어느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어요. 만약 클릭당 충성 고객 기댓값이 0.1이라면 우리는 만 명의 고객을 만들기 위해 약 10만 번의 클릭이 필요하다는 뜻이니까요.”

“클릭당 평균 비용을 20센트라고 가정하면 10만 클릭이면 최소 2만 달러 이상은 필요하겠네요.”

“네, 하지만 온라인 데모의 충성 고객이 반드시 패키지를 구매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최후의 허들인 패키지 게임 구매까지 고려하면 아마 실제 필요한 비용은 더 많을 겁니다. 그래도 온라인 마케팅 가설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다시 짜는 데는 기댓값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야후 배너 광고의 클릭률도 중요하겠네요.”

“배너 크리에이티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배너 광고는 클릭률 1%를 넘기는 힘들다고 봐야죠.”

“하, 이것도 참 어려운 도전이네요.”

“11월에 컴퓨터 게이밍 월드에 기사, 광고, 번들에 데모가 나가는 걸 시작으로, 몇몇 잡지에도 광고가 나갈 겁니다. 그걸로 유입 만들고, 12월 패키지 발매 전에 야후 배너 광고 때려서 최대한 효과를 만들어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기댓값 계산하면서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해서 마케팅 예산을 재조정해보겠습니다.”

“네, 수고해 주세요. 우리는 현재 수입이 없으니까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합니다. 게임 인지도와 성공이 온라인 마케팅에 달려있어요.”

“예스! 알겠습니다, 보스.”

마틴 로렌스는 처음부터 이렇게 중요한 롤을 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뉴퀘스트는 작은 회사니까 대기업보다는 큰일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황제국은 로렌스가 입사하자 고투닷컴 미팅에 데려가더니 일을 통째로 맡겨 버렸다.

덕분에 로렌스는 인터넷 마케팅 업계 용어부터 시작해서 빡세게 공부해야 했다. 처음에는 업무를 익히느라 힘들었지만 다행히 황제국의 오더와 피드백은 언제나 명확했다. 로렌스는 입사하자마자 회사의 운명이 달린 온라인 마케팅 캠페인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역시 뉴퀘스트에 오길 잘했어.’

로렌스는 들어 본 적도 없고, 한국 대학생이 만든 게임 회사에 정말 들어가도 될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게임이 워낙 좋았고, 실리콘밸리에 있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입사 이후 그는 오직 어떻게 하면 <영건 블러드>를 띄울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황제국과 미팅을 마친 로렌스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엑셀을 띄웠다. 마케터인 그에게는 엑셀 시트가 곧 그의 전장이었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36화
[136 / 총265]

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36화

연재 총 2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