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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 - 두 얼굴의 뮤지션(2)

“네? 정말이세요?”

짜장면을 먹던 황제국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닦았다. 게임 음악 작업에 적당한 사람을 추천해 달랐는데, 본인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다.

“응, 마침 지금은 좀 쉬고 있던 참이기도 하고. 내가 게임 진짜 좋아하는데 게임 쪽은 아직 기회가 없었거든. 근데 여기서 딱 너를 만났네? 스팀펑크 만주 웨스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암튼 엄청 흥미로워 보이고, 게임 해보니까 딱 감이 왔어.”

유희철이 손가락을 부딪쳐 딱! 소리를 냈다.

“분야는 달라도 음악이나 게임이나 흥행 비즈니스잖아? 삘이 딱 와. 이건 터진다! 그것도 완전 대박이다.”

입가에 춘장이 묻은 상태였지만, 유희철의 눈빛과 목소리, 태도는 아주 진지했다. 황제국은 그가 결코 빈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저야 형이 <영건 블러드> 음악 작업을 해주신다면 완전 좋죠. 발라드에서 락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음악 천재잖아요.”

“천재는 무슨. 야, 이런 게임을 만드는 니가 천재지. 그럼 콜이야?”

“물론 콜이긴 한데요. 근데 저희가 형이 만족할 만큼 보수를 챙겨드릴 수가······.”

“에헤이, 야!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섭섭하지. 내가 지금 너 데리고 돈 벌려고 이러는 거 같아? 내가 그렇게 보여?”

“아니요. 그건 전혀 아니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아무 대가도 없이 음악 작업을 부탁드리기는 너무 죄송하잖아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유희철이 눈썹을 까딱거리며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그가 황제국을 보며 말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야. 제국이 너도 내 말 명심해라. 프로는 말이지, 뭐든 절대 공짜로 하는 법이 없는 거야.”

“그럼요. 돈을 받으니까 프론데요.”

“그렇지! 역시 말이 통하네. 내 사전에 공짜 공연이나 공짜 작곡은 없어. 봉사활동이나 기부는 해도 말이지.”

“그럼 저희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음, 내가 이렇게 제안하지. <영건 블러드> 배경 음악 작곡을 해 줄게. 전자음악을 베이스로 하겠지만. 필요하면 녹음도 하지 뭐, 까짓거. 스튜디오나 세션 비용은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책임질 테니까.”

“정말이세요?”

“당연히 정말이지. 대신 너희가 꼭 해줘야 할 게 있어.”

“뭐든 말씀해 보세요. 뭐든지요.”

황제국은 갑자기 로또에 맞은 기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음악 작업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행운이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는 게임 내용에 손대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황제국에게 유리한 제안이었다. 그런데 유희철이 황제국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날 저 게임에 넣어줘. 나 유희철을 딴 캐릭터를 말이야.”

“네?”

황제국은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 유희철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었지만, 황제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어때?”

유희철이 콜라를 한 잔 마시고는 그제야 입을 닦았다. 그의 눈은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짧은 시간, 황제국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냥 눈 딱 감고 OK 할까?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새로운 캐릭터가 끼어들면 다 잡아 놓은 게임 내용이 뒤틀리는데?

하지만 아이돌급 인기를 끄는 유희철이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면 그게 더 이득 아닌가?

심지어 홍보랑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득일 텐데?

그래도 갑자기 유희철 캐릭터가 등장하면 몰입이 깨질 수도 있는데?

황제국의 내면에서 유희철의 제안을 놓고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양쪽 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 판단을 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는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한 번은 그가 입사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황제국은 이번에야말로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게임을 출시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회사를 방문해 게임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고치자, 저렇게 고쳤으면 좋겠다, 감 놔라 배 놔라를 시전했다. 투자자는 게임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게임을 하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투자자의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었던 사장은 거기에 휘둘려 게임을 계속 뜯어고쳤다. 그런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성 될 리 없었다. 결국 게임은 엎어지고, 투자자도 돈을 날렸다.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던 황제국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콘텐츠가 흔들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자기한테 비슷한 일이 닥치자 생각처럼 단칼에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유희철은 그냥 놓치기엔 너무나 대어였다. 그러나 아무리 큰 기회라고 해도, 거기에 휘둘리게 된다면 그건 기회가 아니었다. 유혹이었다. 황제국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죄송하지만 형님,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왜?”

유희철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는 황제국이 거절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황제국에게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 드리면 좋을까요?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볼게요.”

“그래, 한번 들어나 보자.”

“형이 새 음반을 내기로 했어요. 근데 이게 기획이 어마어마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올 수가 없는 기획이라 돈이 엄청나게 필요한 작업이에요. 그래도 형이 정말 하고 싶은 프로젝트였는데 마침 투자자가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런데, 이 투자자는 이익금은 필요 없데요. 원금만 돌려줘도 된다는 거예요. 대신 자기가 앨범 중에 한 곡을 부르고 싶데요. 딱 한 곡을.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뭐? 그 사람 음악가야?”

“그럴리가요. 노래는 그냥 노래방에서 한국 사람들 부르는 평범한 수준 정도에요.”

“미쳤냐? 절대 안 되지. 그 돈을 왜 받아? 한 곡, 한 곡이 앨범에 얼마나 소중한데. 사람들이 타이틀만 힘주고 정성을 쏟는 줄 아는데, 곡 만드는 사람한테는 다 똑같아. 어딜 감히 내 앨범에······!”

유희철은 상상만 해도 화가 나는지 씩씩거리다가 아차 싶었다. 지금 그가 요구하는 내용이, 게임에 자기 캐릭터를 넣어달라는 요구가, 황제국에게는 똑같이 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반쯤 먹다 만 짜장면에 젓가락을 꽂아 둔 채 잠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하하, 아하하하하! 하하하! 나 이거 참.”

유희철이 갑자기 큰소리로 통쾌하게 웃었다.

“나 이거 완전히 한 방 먹었네. 그것도 크게.”

그는 신나게 웃고는 황제국에게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창작자한테 창작물은 자존심인데. 내가 그걸 돈을, 아니 돈은 아니지, 음악을 미끼로, 아니야, 결국 돈 드는 일을 해준다 했으니까 돈이 맞나? 뭐, 하여튼.”

그는 헷갈려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네 게임에 불쑥 날 넣어달라고 한 건 같은 창작자로서 예의가 아니었네. 미안하다. 사과할게.”

“아닙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화를 내면 어쩌나 했는데요.”

“화를? 내가? 무슨 소리야. 만약 내가 너였으면 얼굴에 콜라를 부었을지도 몰라. 제국이 너는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유희철은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그들은 다시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하, 그럼 그나저나 뭘 해달라고하나? 별로 돈은 받고 싶지 않은데.”

“제가 후배라서요?”

“아니, 꼭 그래서라기보다는. 네가 학생이라서. 대학생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만든 게임에 음악 작업하는데, 나 유희철이 돈을 받는다? 아, 그건 모양 빠지지. 안 돼, 안 돼.”

“하지만 저희 게임은 돈을 받고 팔 건데요. <삼국지:공성전>하고는 달라요. 정식으로 유통할 거에요.”

“그래? 그럼 다음 게임은 돈을 받아야겠네. 그때는 동아리가 아니라 정식으로 회사가 돼 있을 테니까.”

“아마도요.”

황제국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희철은 작업과 보수에 관한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자 오히려 황제국은 유희철을 어떻게 등장시킬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쿨할 줄은 몰랐네. 작업에 참여한다고 콘텐츠에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은 아닐 것 같은데?’

간짜장을 먹으면서 황제국은 생각에 잠겼다. <영건 블러드> 본편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기 어려웠다. 시간도 너무 빡빡하고, 싱글 플레이는 내용이 이미 확정되었다. 멀티 플레이는 모두 싱글 플레이에 등장하는 캐릭터여서, 아무 이유 없이 하나를 추가하기는 생뚱맞았다.

하지만 본편이 아니라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국은 그릇을 다 비우고 마지막 단무지 5개를 한꺼번에 집어 먹는 유희철에게 말했다.

“<영건 블러드>는 지금 손을 볼 수가 없어요. 캐릭터 하나가 새로 생기면 모든 게 어그러지니까요. 대신.”

“대신?”

“저희가 <영건 블러드> 본편을 끝내면, 확장판을 기획하고 있거든요.”

“확장판?”

유희철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황제국은 간단하게 확장판이 생겨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유희철은 황제국의 기획력에 또 한 번 놀랐다. 도저히 대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닌 것 같았다.

“대체 넌 누구야? 대학생이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지?”

“뭘요. 형도 대학생 때 데뷔해서 우리나라 음악계를 평정했잖아요?”

“어? 하긴 그런가?”

그는 황제국의 말에 곧바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현주가 있었다면 쌍으로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장면이었다.

“본편은 불가능하지만, 확장판이라면 동아리 멤버들이랑 얘기를 해 볼게요. 게임 시나리오 쓰는 유진 선배라고 있는데, 아마 적당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네, 대신 저희도 조건이 있어요.”

“뭔데?”

“희철 형님을 게임에 넣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저희가 정해요. 배신자나 찌질이 역할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전혀 상관없어. 영화배우가 어디 자기 입맛에 맞는 영화만 찍나? 어차피 캐릭터고, 배역인 건데. 안 그래?”

유희철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 그것이 그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를 넣는 데 필요한 절대적인 조건이었다. 이것만 지켜진다면 뉴퀘스트와 유희철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그렇죠. 딱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돼요. 그리고 또 하나. 형님을 모티프로 캐릭터를 만들어도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름도 살짝 바꾸는 게 좋을 거 같아요. 30년대가 배경인데 ‘유희철’이 너무 티 나게 들어가면 몰입이 깨질 테니까요.”

“아유~, 그건 디렉터님 마음대로 해주세요.”

유희철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능청을 떨었다.

“음, 유희철이니까······. 줄여서 유철 어떨까요? 저희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름이 외자거든요. 장건, 이록, 황산. 그리고 유철.”

“유철, 유철. 좋은데? 강해 보이고. 대신 내 얼굴은 닮게 해 주는 거지? 누가 봐도 나라는 걸 알 수 있게끔?”

“그래픽이 허용하는 한 최선을 다해 볼게요.”

“좋아, 믿는다. 난 제국이 너 하나 믿고 이거 하는 거다?”

“영광입니다, 선배님.”

두 사람은 웃으면서 악수했다. 게임 엔진을 수정하려고 출근했던 일요일, 황제국은 생각지도 못하게 음악 감독과 작곡가와 연주자를 동시에 얻었다. 원맨 밴드와 락 밴드로 동시에 활동하면서, 다양한 폭으로 활동하는 유희철은 <영건 블러드> 프로젝트에 완벽한 조각이었다.

심지어 그는 현재까지 <영건 블러드>에 참여하는 사람 중 세상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이었다. 그가 작곡하는 음악은 물론, 확장판에 그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하면 마케팅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올 것이 확실했다.

유희철이 반납할 그릇을 신문지에 싸고, 황제국이 그릇을 1층에 내놨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바로 <영건 블러드> 음악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렇게 게임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황제국은 새삼 깨달았다.

“아, 그리고요. 이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황제국은 회의 중에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어, 뭔데?”

“혹시 형이 리더로 있는 ‘퓨처’에서 <영건 블러드> 주제가를 불러 주실 수 있어요? 한 곡만요.”

“게임 주제가? 게임에도 그런 게 있어?”

유희철은 되물었다. 영화나 드라마 OST는 익숙해도 게임 주제곡은 생소했다.

“게임이라고 주제가 없으라는 법 있나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하긴, 그렇지. 게임은 주제가 있으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 그거 재밌겠네. 근데 음악이야 개인적으로 하는 거니까 상관없는데, 주제곡은 나도 장담 못 해. 멤버들이랑 얘기해 봐야 해.”

“그럼요. 당연하죠. 그럼 저는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황제국은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는 이왕 다가온 행운을 철저하게 활용하고 싶었다. 잘하면 꿩도 먹고, 알까지 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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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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