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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회 - 축제의 메아리

커다란 함성과 함께 시작한 <영건 블러드> 게임 대회는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그저 친구끼리 재미 삼아 출전한 사람도 있었지만, 입상을 노리고 진지하게 참여한 사람도 많았다. 그들 중에는 <영건 블러드> 온라인 데모가 설치된 PC방을 찾아가 연습하고 온 경우도 있었다.

“아, 저기서 코너를 나올 때 신중하지 못했어요.”

“무기고는 시야가 좁은 구역이 많아서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델리만주’ 팀의 마지막 선수가 쓰러집니다. 상자 위에 올라가서 스나이퍼 모드로 끝을 냈네요.”

“스나이퍼가 잘 쓰면 정말 강력하죠.”

“네, 하지만 조준하는 순간 무방비가 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숫자의 우위를 제대로 살렸어요.”

황제국과 오종석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숨 가쁘게 전개되는 게임을 보는 사람이 알기 쉽게 중계했다. 경기 중에는 아직 조작이 미숙해 어이없이 자기가 던진 다이너마이트에 폭사하거나, 몰려다니다 순식간에 궤멸당하는 등 싱겁게 끝나는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코너 하나를 두고 끈질긴 신경전을 벌이거나, 뒷길을 이용해 적의 뒤로 돌아가 일망타진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재미있는 경기도 많았다.

5대5 섬멸전에서는 한 사람이 상대편 다섯 명을 모두 죽이는 괴물 같은 실력을 자랑하는 참가자도 등장했다. 본래 장건으로 ‘개틀링 건’ 스킬을 쓰면 리볼버 탄창을 교체하느라 잠깐 무방비가 되는 순간이 있다. 만약 스킬을 썼는데 상대방을 죽이지 못하면 도리어 위험해진다.

그런데 그는 스킬을 쓰자마자 보조 무기인 권총으로 바꾸더니 남은 적까지 섬멸해 버렸다. 관중들의 감탄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와, 저건 뭐야?”

“그러게, 저런 건 나도 생각 못 했는데?”

개발자인 황제국과 오종석은 그의 플레이에 감탄했다. 게임을 만드는 건 개발자지만 플레이어는 개발자가 유도한 방식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창의적인 플레이어들은 정해진 룰 안에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개발한다.

황제국은 대회를 진행하면서 <영건 블러드>가 e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행사라 어설픈 점도 있었다. 토너먼트 대진표를 만드느라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고, 팀을 헷갈리는 작은 실수도 있었다. 대회 참가자는 중계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헤드폰을 준비했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S대 축제는 3대3, 5대5 대회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각 1위 팀에는 부두 3D 그래픽 가속기, 2위에는 사운드블래스터 64 사운드 카드, 3위에는 56K 모뎀을 상품으로 제공했다. 또한 <영건 블러드>가 출시하면 입상자 모두에게 증정하기로 했다.

황제국은 상을 받은 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상식과 기념사진 촬영까지 마치자 마침내 행사가 모두 끝났다.

“후아~~, 끝났다!”

“진짜 수고 많았어, 종석아.”

“그러게. 나 진짜 고생했다. 이번에는 증말이야. 근데 아직 끝이 아니네. 행사장 철거도 해야 하고, 이제 난 또 다른 대학으로 가야지.”

황제국이 행사를 위해 수고한 오종석을 다독여 주었다. 오종석은 금방 팔을 걷어붙이고 행사장 철거를 도왔다. 행사 장비는 그대로 다른 대학에서 사용할 예정이었다.

“모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행사는 대성공입니다.”

“제 예상보다도 훨씬 더 호응이 좋았어요. 다행이네요.”

“진짜 아까 제국이가 경기르으으을 쉬이이이이자아악 하겠습니드아아아아~ 소리 지르고, 사람들이 함성 지르는데 나 정말 완전 온몸에 소름 돋았다니까.”

차현주가 황제국의 개회 선언 멘트를 따라 하자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장비를 실은 트럭이 출발하고 뉴퀘스트와 오공실업 김상혁, 대행사와 진행 요원들은 닭갈비로 조촐한 회식을 마쳤다.

그들 중 일부는 바로 내일 또 다른 대학 축제에 아침 일찍 떠나야 했다. 오종석은 2주 동안 서울,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에 있는 4개의 대학을 돌며 <영건 블러드> 행사를 진행했다.

대학 축제를 타겟으로 한 <영건 블러드> 데모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S대에서만 최소 1,000명 이상이 게임을 즐겼고, <영건 블러드> 데모를 설치한 S대 앞 PC방에도 사람이 몰렸다. 퀘스트넷은 행사 기간 동안 쉼 없이 돌아가며 처음으로 동접자가 네 자리를 찍었다.

PC 통신 게임 동호회 게시판은 뉴퀘스트 대학 축제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게임 동호회 회원들은 <영건 블러드> 행사장에 다녀오고 인증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다녀왔다는 직장인이 등장해 ‘IMF 시대 배짱 넘치는 직장인’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 게임 해보고 왔는데, 진짜 차원이 다릅니다. 정식판 너무 기대되요.

- 리척님, 정식판 언제 나와요? \돈\ 싸 들고 기다리고 있슴돠.

- 무기고에서 코너 돌 때마다 진짜 심장이 콩닥콩닥콩닥.

- 나도 멀리서 총소리 났는데 깜짝 놀라서 도망친 적 있음 ㅋㅋㅋ.

- 장건 스킬 진짜 개간지. 가운데 총알집? 돌아가는데 진짜 눈이 황송할 지경.

- 행사장 다녀온 사람들 좋겠다ㅠ.ㅠ 너무 부러버······.

- 난 가서 황제국이랑 인사도 했어요. 심지어 얼굴도 잘생김.

PC 게임 잡지들도 앞다퉈 행사를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다. 일부는 급하게 10월호를 재편집해 뉴퀘스트 행사 기사를 집어넣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벤처 기업으로 변모해, 모교 대학 축제에 PC 50대를 동원해 데모 행사를 열고, 유희철이 OST를 맡아 공연을 하고, 게임 대회까지 성황리에 마쳤으니 게임 잡지에게 뉴퀘스트는 초특급 이슈였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잡지는 단연 PC 게이머 10월호였다. PC 게이머가 <영건 블러드> 튜토리얼과 온라인 데모 번들판을 제공하자 5만 부를 준비한 10월호가 사흘 만에 매진됐다. 김성진 편집장은 환희와 탄식을 동시에 내뱉었다.

“아오, 바보같이. 왜 고작 5만 부만 찍었냐! 왜! 사나이 포부가 왜 이리 작았냐고?!?!”

그는 급하게 인쇄소에 재쇄 오더를 넣었다. PC 게이머에는 <영건 블러드> 온라인 데모 접속 방법 문의가 폭주했다. 잡지에 자세하게 방법을 적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PC 게이머 사무실은 하루 종일 전화 응대를 하느라 다른 일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PC 게이머 온라인 데모가 나오자 퀘스트넷에 본격적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황제국과 전용선은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동접 세 자리를 유지하던 퀘스트넷이 순식간에 동접 네 자리로 올라섰다. 간혹 1만을 뚫을 때도 있었다.

“여름 방학 때 학교 전산망 확충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감당 못 할 뻔했다.”

“그러게요. 진짜 타이밍이 기가 막혔어요.”

황제국은 전용선과 이진수 말을 듣고 P2P 방식을 채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이면 교환하는 패킷이 많아져 네트워크 부담이 훨씬 커진다.

한국에 IDC(Internet Data Center, 통신 업체가 제공하는 대규모 서버와 네트워크 서비스 센터)가 등장하는 것은 1999년. 그때까지는 S대 네트워크에 의지해야 했다.

번들 발매 첫 주 토요일 오후에는 잠시 퀘스트넷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용선이 기겁하며 원인 파악에 나섰고, 재빨리 에러를 복구하고 19분 만에 서버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그사이 그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으아~, 식겁했네.”

“퀘스트넷은 이제부터 진짜 테스트네요.”

“그렇지. 그래도 워낙 넉넉하게 장비를 마련해서 아직 여유는 충분해.”

“장비 말고 사람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정식 발매하면 일이 더 많아질 텐데 진짜 바쁘면 사람 뽑을 시간도 없어요.”

“야, 넌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하냐? 알았어. 후배 중에 적당한 녀석 생각해 볼게.”

“크흠. 크흠.”

마침 랩실에 놀러 와 있던 박태권이 헛기침을 했다. 전용선이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야, 넌 나 무섭다고 피해 다니더니 그래도 여기는 다니고 싶냐?”

“아아아아아니, 선배님. 제가 언제 선배님을 피해 다녔다고 그러세요?”

박태권은 전용선에게 농담을 하며 아부를 떨었다. 전용선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잘 보여봐야 소용없다. 여기 대장은 제국이니까 제국이한테 가서 아양 떨어.”

“아니, 선배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또 무슨 후배한테 아양을 떨겠습니다. 절 그렇게 보시면 진짜 섭섭합니다.”

박태권은 자못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나중에 황제국을 따로 찾아왔다.

“제국아, 아까 내가 한 말 진심 아닌 거 알지? 응?”

“당연하죠.”

“아유~, 그래. 내가 살아보니까 그렇다. 아무래도 나는 대학원은 맞지 않는 거 같아. 너가 보기에도 내가 박사를 할 거 같지는 않지?”

“아무래도요?”

“그래그래. 그러니까 용선이 형 서포트 자리가 필요하면 꼭, 나, 박태권을 잊지 말고 불러 줘. 알겠지? 응?”

“네, 선배님이랑 상의해 볼게요.”

박태권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돌아갔다. 황제국은 박태권의 실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용선을 도와 서버를 유지/보수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깐깐한 전용선 밑에서 일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박태권처럼 낙천적이고 유들유들한 성격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축제를 치르며 게이머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었고, 잡지 번들로 퀘스트넷의 안정성도 충분히 검증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완성도를 높여 게임을 출시하는 것뿐이었다.

98년 연말은 한국 게임 산업에서는 전무후무한 해다. 지난 9월 초에는 MMORPG의 지배자 <레가시>가 출시됐다. 그리고 12월이 되면 <스타크래프트> 확장판 브루드 워가 나온다.

황제국은 축제 후 오공실업과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출시 일자를 논의했다.

“패키지 제작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CD 프레스 공장은 선정했고, 매뉴얼을 찍을 인쇄소는 찾고 있습니다. 각각 따로 찍어서 오공실업 공장에서 최종 검수하고 포장하려면 빡세면 3일, 넉넉하게 5일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황제국의 목표는 스타 확장판보다 먼저 <영건 블러드>를 출시하는 것이었다. 패키지 제작과 유통에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면 11월 중순까지는 데이터를 전달해야 했다.

이진수가 거의 혼자 베타 버전을 완성하기 직전이었다. 베타 버전을 검수하고, QA를 거쳐 완성도를 높이고, 성우들을 뽑아 목소리를 녹음하고, 유희철의 OST를 입히고, 총소리와 효과음 등을 넣어야 했다. 빠듯하긴 했지만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황제국은 11월 16일까지 오공실업에 최종 데이터를 넘기기로 했다. 이제 정말 완성을 향해 총력을 다해야 할 때였다.

그는 제작 일정을 뉴퀘스트에 알리고 각자의 일정을 최종 점검했다. 오종석은 온라인 게임 밸런스와 함께 게임 잡지에 들어갈 광고를 챙기기로 했다.

“현주야, 광고 비주얼은 대행사가 작업하겠지만 너가 종석이랑 같이 봐줘.”

“어? 어, 그래.”

차현주는 게임 배경 텍스쳐와 디자인 작업을 하며 패키지와 각종 홍보물 디자인을 병행하기로 했다. 전유진은 녹음할 대사들을 정리하며 가다듬고, 매뉴얼을 정리했다. 전용선은 정식 버전용 마스터 DB를 준비하며 퀘스트넷을 정비했다.

“이제 마지막 스퍼트를 내야 합니다. 원래 마지막 고비를 넘기기가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모두 힘내주세요.”

황제국이 모두에게 당부했으나 굳이 필요 없는 일이었다. 뉴퀘스트 멤버들 가슴 속에는 축제에서 들었던 그 날의 함성이 아직도 울리고 있었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영건 블러드>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누구보다 출시를 바라는 건 바로 뉴퀘스트 멤버들이었다.

출시 일정을 정리한 황제국은 유희철에게 연락해 OST 제작 일정을 논의했다.

“형님, OST는 그냥 녹음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그래?”

“네, 축제 때 영건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니까 정말 좋더라구요. 역시 미디보다는 녹음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흠, 오케스트라 몇 명 더 보강하고, 밴드 세션이야 뭐 퓨처 놈들 굴리면 되긴 할 텐데.”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연주비랑 녹음, 믹싱 비용은 전부 저희가 낼게요. 형님은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보충하셔서 필요한 것들 어레인지해주세요. 제가 챙기고 싶어도 녹음 쪽은 아는 게 없어서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나야 그러면 좋지. 안 그래도 곡이 잘 뽑혀서 좀 아쉽던 참인데 잘됐네. 그래, 너 부자도 됐으니까 팍팍 써라.”

“제가 부자인 건 아니구요, 형님.”

“이거나 저거나. 내가 녹음실 정하고 일정 잡히는 대로 알려 줄게.”

“고맙습니다. 형님뿐입니다.”

“어울리지 않게 아부는 무슨. 아, 그리고 제국아. 드디어 왔다.”

“네? 뭐가요?”

“탕!”

유희철이 입으로 총소리를 흉내 냈다.

“미국에서 총소리가 날아왔어. 믹싱할 때 와라. 총소리 적당한 거 고르게.”

“마침 타이밍이 딱이네요. 혹시 녹음실에서 효과음 같은 것도 작업하시나요?”

“내가 녹음실 사람들한테 물어볼게. 영화 작업하는 사람들 좀 알 거야.”

“고맙습니다!”

사운드는 <삼국지:공성전>을 만들 때부터 황제국에게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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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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