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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회 - 2진수

이진수의 부모님은 장남인 그가 태어날 때부터 기대가 컸다. 그의 아버지는 핏덩이에 불과한 이진수를 끌어안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 집안의 보배, 미래의 판검사가 될 이진수.”

그러면 이진수의 어머니가 장난감을 흔들며 말했다.

“꼭 판검사일 필요 있어요? 의사도 괜찮은데.”

“쓸데없는 소리! 이 총명한 눈빛을 보라고. 우리 진수는 꼭 판검사가 될 거야.”

이진수의 아버지는 법대에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가지 못했다. 그는 공장에 취직했다가 중소기업 임원까지 올라갔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은 판사나 검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진수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기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진수는 말을 약간 더듬었다. 설령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재판장에서 말을 더듬는 판검사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 아빠······.”

“아, 아빠가 아니라! 아빠! 한 번에 딱 끊어서 말해 봐. 그 쉬운 걸 왜 못해? 남들 다 하는데!”

이진수가 입을 열면 아버지는 냉큼 주의를 주었다. 이진수는 점차 남들 앞에서 입을 여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말더듬증을 고치려고 아들을 데리고 수없이 병원에 다녔다. 의사들이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크면서 자연스럽게 고쳐질 테니 조금 기다려 보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가 머리에 침도 맞고, 멀쩡한 혀를 늘리는 수술까지 받았다. 어린 이진수는 그럴 때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기 싫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 엄마 손을 꼭 잡을 뿐이었다.

“저거 혹시 바보 아닌가? 내일모레 학교 가는데 아직도 저러고 있으면 어쩌자고?”

“여보! 애 들어요.”

이진수 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아들은 어느새 ‘저거’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이진수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했다. 다만 자기가 안다는 사실조차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학교에서도 그는 언제나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국민학교 6학년 때, 그가 다니던 학교가 컴퓨터 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그는 컴퓨터실에서 녹색 화면에 커서가 규칙적으로 깜빡거리던 모습을 처음 본 순간부터 컴퓨터에 매료되었다.

“자, 오늘은 베이직 프로그램으로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 볼 거예요.”

컴퓨터 선생님이 칠판에 간단한 코드를 써 주었다.

10 print “Hello, World!”

20 print “Hello, 자기 이름!”

30 end

이진수가 선생님이 써 준 그대로 코드를 적고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Hello, World!

Hello, 이진수!

모니터에 출력된 겨우 두 줄의 메시지에 이진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컴퓨터가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이진수는 프린트 명령문 뒤에 더 쓰고 싶은 말을 적었다.

다른 학생들이 검지 손가락으로 자판을 꾸욱꾸욱 눌러가며 쓰고 있을 때, 이진수는 키보드를 바라보며 다섯 손가락을 모두 쓰고 있었다.

“아니아니, 칠판 그대로 ‘자기 이름’을 적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 이름을 적어야지. 이름이 뭐니?”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제대로 하는지 살피고 있었다. 모두 태어나서 컴퓨터를 처음 만지다 보니 실수투성이였다. 그 틈에서 이진수가 다시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Hello, World!

Hello, 이진수!

Hello, computer!

여기는 서울이다.

널 만나서 반가워.

나도 반가워.

우리 친하게 지내자.

Syntax error

“어?!?!”

그런데 여덟 번째 줄에서 에러가 발생했다. 어린 이진수는 자기가 컴퓨터를 망가트린 줄 알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무슨 일이니? 어머, 이거 네가 한 거야?”

선생님은 이진수가 프린트 명령어를 이용해 혼자서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진수는 선생님이 화를 내는 줄 알고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코드를 보더니 버그를 고쳐 주었다.

“여기서 마지막에 실수했네. 마음이 급했나 보다. 봐봐, 따옴표(“)를 빼 먹었지? 여기 끝에다 따옴표를 추가해 주면, 짜잔!”

선생님이 따옴표를 추가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실행시키자 마지막 줄이 나타났다.

응!

이진수가 놀라서 화면을 쳐다보자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컴퓨터는 말이지, 아주아주 똑똑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멍청하단다.”

“그, 그럴 수가 있, 있어요?”

“그럼, 만약 네가 정확하게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는 번개처럼 실행할 거야. 하지만 지금처럼 따옴표 하나같이 아주 작은 실수만 해도 프로그램은 먹통이 되버려. 프로그램은 스스로 고칠 줄을 모르거든.”

“아아······.”

이진수는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컴퓨터 선생님은 이진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넌 이름이 뭐야?”

“이진, 이, 이진수요.”

“진수, 이진수. 좋은 이름이네. 컴퓨터도 2진법을 쓴단다. 0과 1, 이렇게 두 개. 넌 나중에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 거 같아. 이름부터 타고났잖아.”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수업을 진행했다. 이진수는 그날 하루종일 심장이 떨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는 그날부터 어머니에게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랐다.

“컴...퓨터? 그게 뭔데?”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이진수의 부모님은 사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아들이 처음으로 밥도 굶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며 며칠을 반항하자 결국 사줄 수밖에 없었다. 책상 위에 XT 컴퓨터를 놓은 순간부터 이진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컴퓨터는 부담스럽게 음성을 통할 필요 없이 키보드로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였다. 다만 더 깊이 교감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쓰는 언어를 이해해야 했다. 이진수는 기꺼이 그 세계로 뛰어들었다. 언제부턴가 그는 컴퓨터가 디스크를 읽을 때 내는 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득.

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사람을 따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진수에게는 컴퓨터가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컴퓨터가 디스크를 읽을 때만 따라 하던 것이 점차 버릇으로 굳어졌다.

컴퓨터를 깊이 파고들면서 이진수는 자연스레 컴퓨터 게임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진수에게 컴퓨터 게임은 황제국과는 좀 달랐다. 황제국은 게임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하는 것도 즐겼다. 하지만 이진수는 꼭 컴퓨터 게임이 좋아서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학생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다. 그중에 게임이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을 뿐이다. 이진수는 게임을 하면서 그 이면에 소스 코드를 머릿속으로 역추적하는 걸 즐겼다.

이진수는 학원에 간다거나, 문제집을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용돈을 만들어 컴퓨터 잡지나 프로그래밍 서적을 샀다. 프로그래밍 서적은 모두 두껍고 비쌌다. 그래도 종류가 많지 않아 돈을 모아 살 수 있었다.

들킨 적은 없었다. 그냥 반 친구 문제집을 빌려다 한, 두 시간 만에 다 풀어버린 다음 돌려주면서 공부해도 언제나 전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고등학교 수학은 너무 쉬워서 굳이 공부할 필요도 없었고, 국어나 사회 같은 인문 분야는 그냥 몽땅 외워버렸다.

다만 영어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영어였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컴퓨터도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웠고, 입시도 오로지 독학으로 S대에 합격했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처음 대학에 왔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드디어 컴퓨터에 관해 제대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모인 곳으로 간다고 설렜다. 그러나 학교에 가자 2박 3일 동안 술만 마셨다. 이진수는 첫 술자리에서 소주 한 모금을 마시고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다시는 과 행사에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 시간이 되면 즐거웠다. 컴퓨터의 작동 구조와 기계어를 배우면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그의 이해는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면 그는 다시 혼자였다. 늘 그래왔기 때문에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황제국과 대화를 하고 난 후 이진수는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황제국은 이진수가 말을 더듬어도 놀라지 않았고, 놀라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둠>과 존 카맥, 게임 엔진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이진수는 컴퓨터 이외에 정말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사람과 자기 생각을 떠들고, 악수를 했다는 사실이 자신도 잘 믿어지지 않았다. 황제국이 보여준 통찰력에 완전히 마음을 뺏긴 것이다.

그는 황제국이 만든다는 동아리가 어떤 형태인지, 누구와 함께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른 동아리가 어떤 형태인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로지 황제국을 믿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낸 용기였다.

황제국은 이진수 설득에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 동아리 개설에 나섰다. 그는 동아리 개설 신청 서류를 받아 작성해 나갔다. 개설 취지와 목적, 향후 활동 계획, 발기인 인적 사항과 연락처 및 서명이 필요했다.

그는 서류를 작성하고 발기인 서명을 받기 위해 오종석과 차현주를 만났다. 그리고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와~, 공대 동아리로 금방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공간 구하기 빡신데. 심지어 방도 넓은 곳으로 준다니. 진짜 짱이네.”

“PC 게이머가 많은 도움이 됐지.”

“근데 그럼 매번 공대까지 와야 하네. 미대에서 넘어오려면 걸어서 못해도 15분은 걸릴 텐데.”

“그건 좀 미안.”

“제국이 니가 미안할 건 없지. 동아리방까지 얻어 왔는데. 그냥 그렇다구. 그럼 동방은 언제부터 쓸 수 있데?”

“제출하고 검토하고 정식 승인할 때까지 보통 적어도 한 달 정도는 걸리나 봐.”

“한 달이나? 뭐 그리 굼벵이야?”

“그래서 태권 선배님이 승인 날 때까지 그냥 쓰라고 열쇠 미리 주기로 했어. 내일 서류 제출하고 받아올 거야.”

“헐? 진짜? 너희 선배님 짱이다. 뭐 뇌물이라도 쓴 거야?”

“음..., 뇌물이라면 뇌물이지? 다음 달 PC 게이머에 들어갈 <삼국지:공성전> 번들 버전이랑 맵 에디터 미리 드렸지.”

“엥? 어차피 잡지 그거 곧 나오지 않아?”

“쯧쯧쯧쯧, 차현주. 게임을 만든다면서 이렇게 게이머를 몰라요.”

오종석이 손가락을 흔들면서 혀를 쯧쯧 찼다.

“왜? 내가 뭘?”

“야, 남들보다 업그레이드 버전을 먼저 해볼 수 있다? 이건 진짜 게이머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그래? 그 정도야? 그래 봐야 며칠 차인데?”

“야, 이게 어떻게 그냥 며칠 차이냐? 이건 개발자한테 직접! 개인적 친분으로 미리 받는 거야. 이건 그야말로 영광이지! 압도적 영광!”

오종석이 황제국을 향해 양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는 자세를 취했다. 차현주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빨리 동방 생겼으면 좋겠다. 얼른 게임 만들고 싶다. 다음엔 대체 어떤 게임을 만들까?”

오종석이 발기인 명부에 이름과 학번, 소속, 연락처를 적고 사인했다. 쓰스슥 종이 위로 볼펜이 움직이는 소리가 경쾌했다. 이어서 차현주도 사인했다. 황제국과 이진수도 이미 사인을 마친 상태였다. 아직 한 칸이 비어있었지만 행정 조교 박태권이 알아서 하기로 했다.

“근데 제국아, 여기도 비어있는데? 이름 아직 못 정했어?”

오종석이 서류 맨 위에 있는 ‘동아리 이름’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생각해 둔 이름은 있지. 너희 의견은 어떤가 들어보려고.”

“크하~~, 그러려고 기다린 거야? 사실 나도 준비한 이름 있는데.”

“어? 근데 그럼 그 이진수 선배라는 분 의견도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끼리 정해도 돼?”

“아까 사인받으면서 물어봤는 데 마음대로 하래. 자긴 상관없다고.”

“와~, 엄청 쿨한 선배네.”

“좀 특이한 형이긴 해.”

“그래서, 제국이 니가 생각하는 이름이 뭐야?”

“종석이 네가 생각한 이름은 뭔데?”

“내꺼 들으면 제국이 네가 생각한 이름 말하기 힘들 텐데? 괜찮겠어?”

“시간 끌지 말고 얼른 말해, 오종종.”

“그럼, 흠흠. 흠흠흠.”

오종석이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라라 스튜디오(Lara Studio)! 어때?”

듣자마자 이름의 의미를 깨달은 황제국은 고개를 푹 숙였다. 차현주는 그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황제국이 대신 대답했다.

“라라 크로프트(Lara Croft)라고 <툼 레이더>라는 게임의 유명한 여자 주인공 있어. 아무리 라라가 좋아도, 게임 동아리 이름에 다른 게임 회사 캐릭터를 갖다 붙이다니.”

“에으, 오종종 니가 그렇지.”

“아, 왜? 그렇게 이상해? 좋은데? 완전 딱인데?”

황제국과 차현주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오종석을 쏘아붙이자 오종석은 다리를 꼬고 앉아 꿍얼거렸다.

“내가 생각한 이름은 이거야.”

황제국이 샤프펜슬로 이름란에 그가 생각해 온 이름을 적었다. 오종석과 차현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서류 위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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